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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169화 (169/600)

#169화. 第三十四章 무모한 싸움 (4)

청란은 살수들을 유입할 때, 물에 능통한 여인들을 우선으로 뽑았다.

그래서 삼곡 살수는 인원이 많지 않다. 쉰 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마흔여덟 명에서 그쳤다. 물에 능하면서 살수 재능까지 지닌 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청란이 수전(水戰)에 능한 수전 살수를 양성하고자 한 것은 안전 때문이다.

중원 무인 대부분이 수전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싸움이라고 하면 오직 땅에서만 벌이는 줄 안다.

그러므로 물을 이용해서 싸우게 되면 병기를 하나 더 쥔 것만큼 유리해진다. 목표를 쉽게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죽지 않고 돌아올 가능성도 매우 커진다.

청란은 앞날을 보고 수전 살수를 양성했다.

삼곡 살수들은 유영의 달인이다. 물가에서 태어나 물가에서 자랐다. 그래서 물을 겁내지 않는다. 물가에만 내놓으면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친다.

이건 굉장한 재능이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무공 한 가지를 수련한 것과 다르지 않다.

몽설이 삼군을 흑천이 있는 남쪽에 배치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삼곡에서 수전 살수를 양성하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는 남쪽에서 공격해야 한다. 한데 마침 수전 살수가 있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 * *

스으으으읏!

물에서 나온 살수들이 조용히 강변으로 기어갔다. 배를 땅에 바짝 대고 거북이가 걷듯이 천천히 기었다.

정동은 남북 통로가 끊어졌다. 동쪽에서 불화살이 쏟아지고, 서쪽에서는 화약이 떨구어졌다.

가운데 토막이 완전히 초토화되고 있다.

“놀랍네.”

소명이 감탄한 듯 속삭였다.

월영과 소호가 이런 식으로 공격할 줄은 전혀 몰랐다.

청란은 정동 사정을 살폈다.

남쪽으로 치몰린 인도부들이 사방을 경계하고 있다. 거의 불바다 쪽을 쳐다보고 있지만, 일부는 흑천을 경계한다.

슷!

청란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살수 중 열 명이 앞으로 기어 나왔다.

스스스스슷!

그들은 빠른 속도로 정동을 향해 기어갔다.

암영보가 아니다. 비사보(飛蛇步)다.

원래 비사보는 발바닥 용천혈(湧泉穴)에 진기를 운집시켜야 한다. 한데 저들은 장심 중심 노궁혈(勞宮穴)에 운집시켰다. 비사보를 발로 펼치지 않고 두 손으로 펼친다.

진기운집점이 완전히 다르다.

살수들은 용천혈 대신에 노궁혈에 진기를 운집해서 바닥을 칠 것이다.

스읏!

강변에서 이십여 장을 기어간 살수들이 일제히 멈췄다.

앞에 인도부들이 있다. 흑천 쪽을 감시하는 눈길이 따갑게 느껴진다.

그때, 살수 열 명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검은 대롱을 꺼내 인도부들을 겨눴다.

탁! 탁! 탁탁탁!

대롱에서 콩 볶는 소리가 울렸다.

대롱 안에는 강한 용수철이 들어 있다. 단추를 누르면 용수철이 퉁겨지면서 독침을 발사한다.

“적이다!”

인도부들이 병기를 휘둘러서 독침을 퉁겨냈다. 그리고 쏜살같이 살수들을 노리고 날아왔다.

살수들은 즉시 뒤돌아섰다. 흑천을 향해 기어 온다. 벌떡 일어나서 두 발로 뛰어오면 좋으련만 여전히 비사보를 펼친다. 언제 어디서나 비사보를 펼치도록 수련받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살수들은 인도부들에게 따라잡혔다.

쉿! 푸욱!

인도부들이 칼을 내리찍었다.

비사보를 펼치며 기어 오던 살수가 고개를 벌떡 쳐들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하다. 하지만 끝까지 비명은 토해내지 않았다.

“이것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쉬잇! 푸우욱!

인도부들은 살수들을 마구잡이로 도륙했다.

그때, 강변에 엎드려서 지켜보고 있던 사십여 명이 일제히 일어섰다. 그리고 역시 검은 대롱을 겨누고 일제히 단추를 눌러서 독침을 발사했다.

탁탁탁! 탁탁탁탁!

콩 볶는 소리가 울리면서 독침이 튀어 나갔다.

물론 이번에도 독침은 통하지 않았다. 인도부들이 여유 있게 칼로 받아쳤다. 한데,

“크윽!”

“컥!”

정도 무인 두 명이 불에 덴 듯 펄쩍 뛰더니 나가떨어졌다.

이번에 사십여 명이 쏘아낸 독침은 단 두 사람에게만 집중되었다. 여러 명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니 저들은 여유 있게 막을 게 아니라 필사적으로 막았어야 한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독침을 맞은 것이다.

그 사이, 앞으로 나갔던 살수들이 돌아왔다.

여섯 명이 죽고 네 명만 돌아왔다. 쫓아오는 인도부는 얼핏 봐도 스무 명이 넘는다.

청란이 손을 들었다.

스스스스슷!

삼곡 살수들은 재빨리 흑천으로 후퇴했다.

그들은 모두 허리에 긴 대롱을 차고 있다. 독침을 쏘았던 검은 대롱과는 전혀 다른 청죽 대롱이다. 물속에서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휘이익!

인도부들이 흑천에 도착했다. 하지만 살수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것들이 아주 웃기네!”

인도부가 칼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잠시 조준을 하더니 흑천으로 힘차게 던졌다.

쉬이익! 첨벙!

그가 던진 칼은 흑천으로 빠졌다.

하지만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흑천은 칼만 삼켰을 뿐 여전히 잔잔하게 흐른다.

살수들이 어디 있는지는 안다. 물 위에 대롱이 둥둥 떠 있으니 저곳이 바로 살수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흑천은 바닥 깊이가 일정치 않아서 따라 들어갈 수 없다.

또 대롱 길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도 모르니 물속을 정확히 겨냥하지도 못한다.

인도부는 그냥 화가 나서 마구잡이로 칼을 던진 것이다.

또 하나, 칼은 물속에 들어가면 매우 느려진다. 허공을 찢는 속도가 아니다. 두 배 혹은 그 이상 느려진다. 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쉽게 피할 수 있다.

취화원 살수들은 무인이 던진 칼을 피했을 것이다.

그때, 흑천이 출렁거린다 싶더니 이내 세 명이 툭 튀어나왔다. 그리고 방금 칼을 던져서 무기가 없는 정동무인을 향해 독침을 툭툭 쏘아냈다.

인도부는 황급히 신형을 날려 독침을 피했다.

옆에 있는 무인이 앞을 가로막으며 대신 독침을 쳐내 주기도 했다. 한데,

“큭!”

무사히 몸을 빼냈던 인도부가 신음을 흘리며 풀썩 주저앉았다.

그의 다리에는 가는 독침이 박혀 있다. 누가 언제 던졌나? 다리로 날아온 것은 없었는데.

이번 독침은 검은 대롱으로 쏘아낸 게 아니다.

강변에 한 사람이 올라왔다. 그녀는 독침을 용수철로 튕겨내지 않고, 입으로 불어내는 기존 침통을 사용해서 훅! 불어냈다. 그리고는 다시 강물 속으로 스르륵 스며들었다.

삼령검을 삼곡에 맞춰서 변형시킨 것이다.

* * *

정동무인과 부딪히면 죽는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사곡 살수는 숫자가 가장 많아서 아흔두 명이나 된다. 하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그들 모두 한순간에 쓰러질 것이다.

정동무인이 대여섯 명만 달라붙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물며 몇 명이나 달라붙을지도 모른다.

정동무인은 불화살과 화약 공격에 상당수가 죽었다. 하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실, 규화는 터무니없이 강한 무인들과 싸우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고민했다. 정확히 말하면 구절곡이 습격당하는 순간부터 생각했다.

적들이 또 공격해 오면 구절곡 버리듯이 한성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인도부에게 취화원의 무공은 통하지 않는다.

인도부는 살수가 움직이기 전에 기척을 잡아낸다. 살수가 펼치는 어떤 무공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즉시 되잡아 쳐서 숨을 끊는다.

정면 대결이든 기습이든 모두 통하지 않는다.

절대 강자와 어쭙잖은 무인의 싸움이다.

규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살수들을 휘하에 둘 자격이 없다. 주인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규화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몽설이 정동을 친다고 말하는 순간부터는 정말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원주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성격이니, 분명히 정동을 공격할 것이다.

남은 시간이 단지 열흘뿐이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진기를 단숨에 절정으로 끌어올려 주는 약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사생락을 전원에게 가르칠 수 있다면. 저들에게 갑옷이라도 입힐 수 있다면.

정말 온갖 생각을 다 했다. 하지만 묘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걸과 상의했다.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아걸은 일홀도밖에 모른다. 그래도 취화원에서는 무공에 대한 식견이 가장 높다.

그러니 아걸이라면 어떤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워낙 일홀도밖에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래도 한마디라도 해주면 고맙겠다 싶었다.

아걸은 큰 고민도 하지 않고 대뜸 말했다.

“쌍거치반선진(雙鋸齒盤旋陣)이라고 있는데.”

“쌍거치반선진?”

“무림에서 사용하는 진형은 아니고 군대에서 사용하는 진형이에요. 요즘 군대에 흥미가 생겨서.”

아걸이 씩 웃었다.

쌍거치반선진, 두 개의 톱니바퀴가 빙빙 휘돈다.

원을 바깥에 하나, 안에 하나, 두 개 만든다. 진형에 능숙해지면 원을 세 개, 네 개로 늘려도 무방하다. 원이 많을수록 톱니의 전환 속도가 빨라진다.

두 원은 역으로 회전한다. 바깥 원이 오른쪽으로 돌면, 안에 있는 원은 왼쪽으로 돈다. 이렇게 역으로 회전하면 원이 훨씬 빨리 교차한다.

바깥 원이 창을 내지른다. 그리고 회수하면서 안으로 들어선다.

안에 있는 원이 바깥으로 나간다. 나가면서 창을 내지른다.

내지른 후에는 안으로 들어서면서 회수하고, 그와 동시에 안에 있는 원이 바깥으로 나가며 공격한다.

종횡으로는 원을 그리며 움직이며, 전후로는 창을 뻗고 거둔다.

쌍거치반선진의 생명은 두 원에 교차 속도에 있다. 교차가 빠르면 빠를수록 맹렬해진다. 숨돌릴 틈도 없이 착착착 교차하면 누구도 막지 못한다.

청란은 창 대신에 도리깨를 사용했다.

창은 날이 하나지만 도리깨는 부챗살처럼 퍼진 날이 다섯 개나 있다. 공격 범위가 넓다. 또 쓸어치고, 내리찍고, 쳐올리고, 후려치는 모든 동작이 깊게 숙달하지 않아도 가능해진다.

모두 질서정연하게 대오를 짰다.

일진이 나가며 도리깨를 휘두른다. 곧바로 이진이 나간다. 일진은 어느새 안으로 들어왔다.

사곡의 쌍거치반선진은 전환 속도가 눈부시게 빠르다.

청란은 쌍거치반선진에 목숨을 걸었다. 그러니 수련도 지독할 수밖에 없다. 시간도 별로 없어서 정동으로 이동할 때도 두셋이 짝을 맞춰서 수련하며 이동하게 했다.

사곡 살수들이 진형을 갖췄다.

살수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침착함을 유지해야 진형이 유지된다. 질서 있게 똑같이 행동한다.

척! 척! 척! 척!

한 발 내디디고, 또 한 발 내디딘다. 모두 호흡을 맞춰서 같이 움직인다.

그들 앞에 인도부가 나타났다.

“발진!”

순간, 바깥 원을 형성하고 있던 살수들이 일제히 도리깨를 들어서 내리쳤다.

촤아악! 촤악! 촥촥촥!

도리깨 떨어지는 소리가 폭풍 소리처럼 울렸다.

그 순간, 이진이 앞으로 나서며 다시 도리깨를 내리쳤다. 일진은 뒤로 물러선 후였다.

촥촥촥촥! 촤르르르륵! 촤아악!

인도부들도 맹렬히 내리쳐지는 도리깨 폭풍이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물러섰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파해 방법을 찾아냈다.

“후후! 이것도 진(陣)이라고 가지고 나온 거야?”

인도부들은 땅에서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힘차게 던졌다.

쎄에에엑!

돌멩이가 암기가 되어서 날아들었다.

퍼억! 퍽!

여기저기서 살수들이 푹푹 쓰러졌다.

돌멩이가 날아와 머리를 깼다. 뼈가 부서지고, 피와 뇌수가 흩날렸다.

그래도 살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진형을 유지했다.

“부탁해.”

규화가 사사를 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할 건 있네.”

사사가 웃었다.

“열어!”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원이 일제히 벌어졌다.

규화와 사사는 열린 틈을 통해서 진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인도부들을 향해 거침없이 살수를 펼쳤다.

쒜에에엑!

인도부들은 돌멩이를 날릴 틈이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두 여자의 무공은 매우 심상치 않다. 전력을 다 해도 이길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강하다.

촥! 촤르르륵! 촤아아악!

도리깨 소리가 인도부들의 바로 옆에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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