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第三十八章 암살(暗殺) (5)
장태전(張太展)은 열세 번째로 싸웠다.
그의 무기는 비석(飛石)이다.
쉽게 말하면 돌팔매질이다. 하지만 남만(南蠻) 삼대 사찰 중 하나인 토탄사(吐呑寺)의 비석탄(飛石彈)은 중원에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절기다.
그래서 장태전은 이름 대신 비석이라고 불린다.
그는 아걸의 방식에 따라서 숲에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저녁도 혼자 먹었고, 잠잘 곳도 자신이 직접 골랐다. 다행히 큰 바위 밑에 두 다리 뻗고 누울 만한 공간을 찾아서 오늘 밤은 편히 잠잘 것 같다.
이것이 아걸 방식이다.
아걸이 이렇게 하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모두 그렇게 한다.
아걸을 따라가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의지다. 그러니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준다. 하지만 자신이 요청하지는 않는다.
‘오늘도 변한 게 없어 보이는데.’
장태전은 눈을 끔뻑거렸다.
아걸은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허도기와 싸울 날이 꼬박꼬박 다가오고 있는데, 자신과 비무했을 때보다 전혀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당한다.
아걸이 허도기를 꺾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런 대역사를 구경하기 위해서 따라다니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까마득히 먼 이야기 같다. 그때,
슷!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숲에서 살기가 일어났다.
“누구냐!”
장태전이 침착하게 말했다.
아걸을 따라붙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비무하지 않는다.
아걸은 비무를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죽이지 않고 비무를 끝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서로 비무를 하면 결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누가 목숨을 걸었나?
날카로운 살기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왔으면 나오지? 기습할 생각도 아닌 것 같은데.”
“비석 장태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놈인데, 눈썰미 하나는 기가 막히는군.”
스읏!
숲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장태전이 처음 보는 사람이다. 아걸이 비무했던 사람은 아니다. 아니, 자신들을 훨씬 능가하는 초고수다.
“누구냐?”
장태전은 석낭(石囊)에 손을 넣으며 물었다.
“그런 건 알아서 뭐 하게? 요즘 염라대왕은 죽인 사람 이름도 묻나? 왜 모두 누구냐고 묻고 지랄이야? 약하면 뒈지는 거지. 그게 싫으면 칼을 들지 말던가.”
사내의 말투가 사나웠다.
“요즘 무림이 많이 변했군. 그래도 옛날에는 시비 거는 이유라도 말했는데.”
“아걸과 겨뤘다고? 그 솜씨를 보고 싶어서. 됐나?”
스릉!
그가 검을 뽑았다.
장태전은 사내의 검에서 살기를 읽었다.
단순한 비무가 아니다. 반드시 목숨을 빼앗고자 하는 사악한 검, 사검(邪劍)이다.
스읏!
장태전은 석낭에서 비석을 꺼냈다.
상대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린다. 검 끝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온다. 동시에 진기가 밀집되는지, 검 끝이 파르르 떨린다. 손이 떨리는 게 아니다. 검만 떨린다.
검이 진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진기가 너무 폭주해서 일시에 모두 담지 못한다. 물이 콸콸 넘치는 현상이다.
‘선공까지 허용하면 당한다!’
쒜에엑! 타타타타탁!
장태전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비석을 튕겨 냈다.
비석 세 개가 사내의 머리, 가슴, 배를 노리면서 화살처럼 쏘아졌다.
암수(暗手)도 있다.
비석 세 개를 던지고 곧바로 두 개를 더 던졌다.
세 개가 일차 타격을 가한 후, 두 개가 이차 타격한다. 앞선 비석을 쳐내는 즉시 뒤에 있는 비석이 칼등을 친다. 손목이 얼얼할 것이다.
그때, 또 다른 암수가 터진다.
비석 한 개가 어느새 천중으로 던져졌다. 소리 없이…… 쑤욱 올라간 비석이 힘을 잃고 밑으로 떨어진다. 사내의 머리, 백회혈을 노리면서 떨어진다.
장태전은 비석 세 개를 던진 듯했지만, 실은 여섯 개를 던졌다.
타앙! 탕탕탕! 타앙!
비석들이 모조리 튕겨 나갔다.
“웃!”
장태전은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검이 언제 움직였는지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자신이 던진 비석이 모두 잘려서 떨어졌다.
단순히 튕겨 나간 것이 아니다. 잘려서 떨어졌다. 바위를 부수듯이 한 것도 아니다. 무나 호박처럼 연질의 물체를 갈라내듯이 싹둑 갈라냈다.
‘내 상대가 아니다!’
쒜에에엑!
상대가 비호처럼 덮쳤다.
장태전은 급히 물러섰다. 검광이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빠름을 머릿속으로 예상하면 안 된다. 생각한 것보다 최소한 두 배는 더 빠르다고 여겨야 한다.
장태전은 즉시 비석을 꺼내 흩뿌렸다.
상대를 공격할 만큼 위력적인 비석이 아니다. 단지 앞을 잠시 막아보겠다는 비석이다.
쒜에에엑! 퍼억!
비석이 여지없이 갈라졌다. 순간!
퍼엉! 펑! 펑!
비석에서 커다란 폭음이 울렸다.
비석을 단순히 돌멩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곤욕을 치른다. 검은 연기에 휘감긴다.
독무(毒霧)다.
남만 토탄사는 전쟁에서 패해 피신한 군인들이 만든 절이다.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 급히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었다. 건축물도 없이 거적때기만 깔고 앉아서 선 수행을 했다.
그것이 토탄사의 시작이다.
결국, 패장들은 일어서지 못했다. 권토중래를 꿈꿨지만, 토탄사에서 평생 스님으로 살다가 죽었다.
그러니 토탄사 무공 또한 상당히 호전적이다. 암기와 독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함정을 파놓고 유인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고, 암살도 능사로 한다.
여타 무공과는 상당히 다르다.
아걸도 독무에 휘말렸었다. 하지만 벌써 알고 있었다는 듯 태연히 빠져나갔다.
아걸이 미리 알고 있었을 리는 없다.
토탄사 무공은 중원에 알려지지 않았다. 한 번도 중원 땅을 밟은 적이 없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 공격이 진행될지 예측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아걸은 모든 기습에 대비했다. 상대가 어떤 공격을 펼쳐도 즉각 반응했다.
그런 점이 진기 없이도 칼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훗!”
사내는 뒤로 훌쩍 물러섰다.
사내는 손을 들어서 옷소매로 코를 틀어막았다. 두 눈에는 살기가 더욱더 짙어졌다. 검미가 찡긋 솟구친 것을 보니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어? 독무에 대응하지 못해?’
장태전은 씨익 웃었다.
이놈, 검은 강할지 모르지만 싸움은 아걸보다 약하다.
“이봐, 난 아걸에게도 똑같은 공격을 했는데. 아걸이 어떻게 피했는지 알아?”
장태전이 호기심에 불을 질렀다.
검객은 아걸을 안다. 단순히 아는 정도가 아니라 숙적이다. 눈에서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지 않은가. 아걸과 싸우기 위해서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후후! 이까짓 수작질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정말? 내가 무슨 독을 쓴 줄 알고 이렇게 태연해? 싸움은 이미 끝났다는 생각 안 들어? 넌 이미 중독되었다고. 하하하! 전혀 안 믿기지?”
장태전은 검객과 싸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싸울 수 없다면 도주해야 한다. 죽는 것보다 목숨을 구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 도주할 수가 없다. 자신이 한 걸음을 움직이면 검객은 두 걸음을 쫓아온다. 검도 빠르지만, 신법도 빠르다. 무턱대고 도주하면 죽는다.
그래서 도주할 기미를 만드는 중이다. 그런데,
“미친놈. 혼독산(渾毒散) 정도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내가 말했지. 수작질 작작 하라고!”
쒜에에엑!
사내가 공격해 왔다.
순간, 사내가 보이지 않았다. 오직 검만 보였다. 파란 불꽃이 눈앞에서 일렁거렸다.
쉿! 펑!
장태전은 발밑에 흑연탄(黑煙彈)을 떨궜다. 그러자 거센 폭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확 피어났다. 하지만 사내가 떨쳐낸 검을 피할 수는 없었다.
푸욱!
검이 육신을 뚫었다.
“크윽!”
장태전은 신음을 흘렸다.
단 일격에 몸이 뚫렸다.
사내가 움직이는 것도 보지 못했다. 무엇인가 눈앞에서 번쩍 빛나더니 극통이 찾아왔다.
‘검신일체!’
검이 극한까지 치달은 검객이다. 더욱이 놈은 사악한 검을 쓴다. 살인에 맛 들인 검법이다.
쒜에엑!
다시 검이 터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내가 빈 허공만 쓸었다.
장태전은 흑무를 이용해서 슬쩍 빠져나갔다.
몸을 움직이면 기척이 드러나게 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장태전의 구명 절초는 신법에 있다.
대체로 모든 문파의 마지막 구명 절초는 지극한 공격에 있기 마련이다. 죽기 살기로 펼치는 무공 속에 삶의 길을 담는다. 한데 장태전은 도주를 택했다.
매우 간사한 무공이다.
어떤 문파에서 수련했는지는 모르지만, 중원 무공은 아니다. 만약 중원 무공이라면 사마외도다. 비석을 날린 솜씨는 분명 정공인데, 여타 다른 행동은 간사하다.
잠시 후, 흑무가 사라졌다.
땅에는 장태전이 남긴 핏자국이 뚜렷하게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핏자국을 쫓아가면 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쫓지 않는다. 굳이 죽일 필요도 없다.
“후후! 이놈 봐라?”
사내가 피식 웃었다.
구군 호금연은 장태전이 누웠던 바위 밑으로 가서 드러누웠다.
반 시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한 명을 죽이고, 한 명은 중상을 입혔다.
이놈들, 강하다. 하지만 약하다.
예전의 소축십검이었다면 상당히 힘든 싸움을 했을 것이다.
물론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힘들게 싸우겠지만 조명십해를 사용하면 능히 쳐 낼 수 있다.
아걸이 왜 엉뚱한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궁금했는데, 두 놈과 싸워 보니 이유를 알겠다. 강한 놈들을 찾아다니면서 실전을 벌인다는 측면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런다고 공부를 상대할 수는 없다.
이들이 무더기로 달려들어도 공부 앞에서는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간다.
그런 점은 아걸이 가장 잘 안다.
“후후후!”
호금연은 웃었다.
정검을 버리고 사검을 얻었다.
지금까지 수련해 왔던 검도로는 발전할 수 없기에,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사람을 벴다.
사람을 검의 제물로 사용하면서 검을 수련했다. 검에 피 맛을 들여놨다.
그러자 조명십해가 새롭게 보였다.
단순한 검술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살인 무공으로 조명천검을 보자, 조명십해가 저절로 깨우쳐졌다.
호금연은 아걸이 어떻게 그토록 강했는지도 알았다.
아걸은 목숨을 놓고 싸웠다. 죽이고 싶어? 죽여. 마음껏 공격해. 나도 한칼만 쓸게.
그런 마음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에 잠기일력타도 견뎌 냈다.
들개와 싸우기 위해서 들개가 되었다.
체면과 품위를 던져 버리고 망나니 칼을 잡았다. 옷에 피를 흠씬 묻혔다.
주변에 있는 놈들을 죽이는 것은 심심풀이다.
아무래도 주변에 거치적거리는 놈들이 있으면 불편하니 갈라놓는다. 아니, 아걸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싸울 놈이 왔으니 싸우고자 말했다.
이제 놈이 답을 줄 차례다.
타탁! 타타탁!
비석이 밤을 새우기 위해서 모아 놓은 나뭇가지에 불이 붙었다.
모닥불에서 피어난 불빛이 어둠을 밝힐 터이지만, 기습은 없을 것이다.
주위에 널려 있는 놈들은 그만한 배짱도 없다.
또 아걸은 기습 따위는 하지 않는다. 놈이 온다면 밝은 대낮에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