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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194화 (194/600)

#194화. 第三十九章 준비(準備) (4)

호금연을 상대로 새로운 일홀도를 사용했다.

죽은 사람에게는 안 된 말이지만, 느낌이 은거 무인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강렬했다.

사검을 수련한 호금연은 허도기에게 가장 근접한 무인이다.

예전의 소축십검은 풍도곡 사형들보다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형과 어깨를 견줄 수 있다.

어떻게 해서 그토록 강해졌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강해졌다.

호금연을 상대로 일홀도를 펼쳐 봤는데 칼이 통했다.

아걸로서는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이다.

예전의 일홀도를 버리고 미완성 일홀도를 집어 든 만큼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훨씬 컸다.

잠기일력타를 진기 없이 막을 수 있나?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진기를 밀집시켜서 도신일체가 된 몸으로도 막지 못했다. 하물며 모든 진기를 다 풀어놓고 오직 칼의 속성만으로 공격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하지만 분명히 막아 냈다.

사실 이것은 막아 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색하다.

잠기일력타가 더 다가오지 못하게 진로를 막았다. 검 앞에 칼을 내세웠다.

달리는 마차 앞에 장애물을 툭 던졌다.

호금연이 장애물을 피하지 못하고 검으로 쳐 낸 것은 검의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이것은 굉장한 역설이다.

호금연의 검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쾌검이기 때문에 장애물을 피하지 못했다? 맞다. 쳐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허도기 검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의 검이 더는 다가오지 못하게 장애물, 칼을 던져 놓기만 하면 된다.

더 욕심을 부리면 어떨까?

칼을 두 자루 준비하는 것이다.

좌우에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가 하나는 장애물로 던져 주고, 다른 칼로 벤다. 상대가 던져진 칼을 쳐 내는 동안, 자신은 다른 칼로 몸을 벤다.

그럴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움직여 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생각이란 것을 알게 된다.

호금연이 쳐올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반철도를 던지는 것이었다.

다른 행동은 일절 떠올리지 못했다.

반철도를 든 손은 오른손이지만, 왼손까지도 칼의 중심을 잡는데 동원되었다. 만약 다른 칼을 쥐고 있었다면 힘의 집중점이 달라졌을 것이다.

칼 두 자루를 준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칼은 한 자루씩 사용해야 한다. 한 자루를 던져 내고, 다른 칼을 뽑아서 다시 공격하는 것은 문제없다.

두 자루를 양손에 들고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부단한 수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자신은 병기 한 자루만 가지고 싸우는 수련을 했다.

두 자루를 사용하는 수련은 특별히 따로 해야 한다.

단순히 초식을 수련하는 것 같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한다. 하지만 칼을 몸에 붙이는 작업이다. 칼 한 자루를 몸에 붙이기 위해서 쉴 새 없이 젓가락을 휘돌리고 있다. 두 자루를 사용한다면 젓가락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돌리는 수련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 몸에 붙을 때까지.

아걸은 지당검(地躺劍) 고사(高斯)에게 걸어갔다.

“시간 괜찮으시면…….”

“남는 게 시간인 사람에게 새삼스럽게. 그런데 나한테 뭐 배울 게 있나?”

“부탁합니다.”

“하긴 해야지. 그거 해 주려고 따라다니고 있는 거니까. 그런데 이거 꼭 희롱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왜 이런 비무를 하는지 이유라도 말해줄 수 없나?”

“저도 이유를 말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아걸이 피식 웃었다.

아걸이 어떤 칼을 수련하나? 모른다. 어떤 칼을 가지고 싶나? 모른다. 비무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수련하기 위해서. 무엇을 수련하려고 하나? 모른다.

계속 질문이 반복된다.

아걸 자신도 무슨 수련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진기 없이 칼을 쳐 내면서 비무를 하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다. 결국은 진기를 사용하는 칼을 쓰게 된다.

그러니 지금은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다.

“해 보지.”

지당검이 검을 들었다.

지당검의 검법은 지당권(地躺拳)에 근거를 둔다.

지당권은 지술권(地術拳), 지공권(地功拳), 구곤십팔질(九滾十八跌)이라고도 하는데 질(跌), 박(撲), 곤(滾), 번(飜)이 동작의 주체를 이룬다.

지당권은 매우 뛰어난 권법이다. 하지만 권법은 병기를 사용하는 실전에서 승산이 희박하다.

물론 지당권에서도 병기술을 가르친다. 봉(棒)이나 창 같은 장병을 이용한 공부가 있다.

지당검 고사는 지당권에 검법을 가미시켰다.

그는 연검(軟劍)을 사용한다. 평소에는 허리띠로 사용하다가 싸울 때는 병기가 된다.

촤라라락! 촤라라락!

지당검의 연검이 매미 날갯소리처럼 날카롭게 휘젓고 들어왔다.

아걸은 즉시 반철도를 움직였다.

가장 가벼운 병기 대 무거운 중병(重兵)의 싸움이다. 연검은 진퇴가 자유롭지만, 반철도는 궤적을 따라서 움직인다. 억지로 궤적을 뒤틀기는 불가능하다.

진기를 사용하면 변초를 쓸 수 있지만, 칼의 힘만으로 상대할 때는 궤적을 변경하기가 어렵다.

아걸은 무릎을 구부릴 정도로 주저앉을 수 있다. 또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 고사는 땅에 누울 수 있다.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은 아걸과 같다.

움직이는 폭이나 빠름에서 고사가 한 수 앞선다.

촤라라라락!

연검이 반철도를 휘감았다. 그리고 검신이 아걸의 손들을 '탁' 쳤다.

검배로 쳤기에 소리만 나고 끝났지, 검날로 쳤다면 당장 손이 잘렸을 것이다.

“내가 이겼어.”

“네. 다시 하죠.”

아걸과 비무를 시작하면 적어도 이틀 정도까지는 계속해야 한다.

밥을 먹을 때 쉬고, 잠깐 잠을 잘 때 쉬지만 거의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한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이 하수인데…….”

쌍겸이 중얼거렸다.

“금방이라도 이길 것 같지?”

황열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저 정도면 진다는 게 이상하지. 아니, 이길 수 있을 거 같은 게 아니고 이겼잖아? 그것도 몇 번씩이나. 지금 내가 비무를 하면 지당검이 느끼는 희열을 내가 느끼고 있을걸?”

“그렇지. 칼로 손등도 쳤다가 등도 쳤다가. 난 저게 지금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러게. 뭘 배우려는 거지?”

무인들은 비무를 뚫어지게 주시했다.

같은 모습을 보지만 느낌은 사뭇 달랐다.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눈으로 비무를 봤다.

그들은 아걸이 얼마나 빠를 수 있는지 안다.

그가 전력을 다하면 지당검이 저렇게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다.

연검이 반철도를 압도하는 게 아니라 무거운 중병 반철도가 연검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묵직한 칼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섬광이 된다.

그런 칼을 직접 두 눈으로 봤기 때문에 지금 하는 비무가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호금연과 싸울 때의 아걸과 지금의 아걸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같은 사람이 아닌 거 같다. 한 사람의 몸뚱이에 두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칼이 같다. 호금연을 벨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칼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칼을 떨쳐 내고 있으니 다른 칼일 수가 없다. 그 정도는 안다.

하지만 느낌이 너무도 다르다. 하나는 절대 고수였고 지금은 서툴기 짝이 없다.

주위에 늘어선 사람들에게 지금의 아걸과 싸워서 질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라. 아무도 없다. 지금의 아걸이라면 모두가 이길 수 있다.

그들은 두 눈 부릅뜨고 싸움을 지켜봤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부탁합니다.”

아걸이 손승에게 말했다.

“얼마든지.”

손승이 월도를 들고 일어섰다.

그때 아걸이 옆에 있는 쌍겸에게도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같이 부탁합니다.”

“같이?”

쌍겸이 눈을 크게 치켜떴다.

“우리 둘이 같이?”

“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쌍겸과 손승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승의 병기는 장병 월도다. 파괴력을 위주로 한다. 쌍겸의 병기는 낫이다. 근접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공격 행태가 완전히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손승의 월도와 쌍겸의 낫이 서로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은 합공을 맞춰 본 적이 없다.

쌍겸이 근접전을 하려는 달려들면 자칫 손승이 공격 기회를 놓치고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난점을 없애려면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공격하면 된다.

월도가 앞을 치면 쌍겸이 뒤를 공격한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뉠 수도 있다.

“정말 우리 합공을 원하는 거야?”

“부탁합니다.”

“그러면 져!”

쌍겸이 자신도 모르게 불쑥 말했다.

아걸이 자신들에게 질 리 없다. 두 사람을 단숨에 짓뭉갤 수 있는 무공이 있다. 하지만 쌍겸은 꼭 아걸이 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걸이 웃으면서 말했다.

“한번 해 보고 싶어서요. 부탁드립니다.”

“하, 후회하기 없기다?”

쌍겸이 낯을 들고 일어섰다.

월도가 내리쳐 왔다.

아걸은 반철도를 휘돌려서 월도를 올려쳤다. 진기 실린 월도를 쳐올리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서 칼을 써야 한다. 한순간도 늦추지 못한다. 그 순간,

쎄에엑!

쌍겸이 달려들어서 발등을 찍었다.

아걸은 즉시 허공으로 솟구쳤다. 하지만 힘이 월도에 집중된 상태라서 두 발을 모두 떼지 못했다.

진기를 사용한다면 뗄 수 있다. 하지만 힘을 집중시키는 처지에서는 몸의 중심을 흩트릴 수 없다. 한 발만 떼고 한 발은 여전히 땅에 붙여 놓고 있어야 한다.

타악!

쌍겸이 정강이를 걷어 냈다.

쌍겸이 진공으로 쳐 냈다면 이 순간 아걸의 발목은 싹둑 잘렸을 것이다.

“이거 계속해야 돼?”

쌍겸이 물었다.

“부탁합니다.”

“아. 부탁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해 주는 건 해 주는데, 이게 의미가 있나 싶어서.”

“물론이죠.”

“순순히 해 주니까 긴장이 풀린 거 아냐? 그럼 이제부터는 제법 매섭게 친다?”

“알겠습니다.”

쒜에에엑!

이번에는 쌍겸이 먼저 날아들었다.

쌍겸은 근접전 병기이지만 쌍겸 끝에는 줄이 달려 있다. 그래서 승표처럼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다.

휘리리릭!

줄이 쭈욱 늘어나면서 낫 한 자루가 아걸의 머리를 찍어 왔다.

타앙!

아걸은 즉시 낫을 쳐 냈다.

쌍겸은 낫을 던지는 동시에 신형을 쏘아 냈다. 다른 낫으로 즉시 얼굴을 찍었다. 그는 아걸이 던져진 낫을 쳐 내는 것까지 똑똑히 본 상태였다.

아걸의 빈틈을 노리고 낫이 날아들었다.

쌍겸은 자신의 안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아걸이 살도를 휘두를 리 없다. 그러니 수비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직 공격만 집중한다.

스읏! 쉐에에엑! 타앙!

아걸이 반철도를 들어서 낫을 쳐 냈다.

그때, 월도가 투욱! 등을 쳤다.

등 뒤에서 월도가 날아오는 것을 의식했다. 미리 알았다. 하지만 쌍겸을 상대하느라 미처 뒤를 막을 틈이 없었다.

진기를 사용하지 않고 이들과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들은 절대 가벼운 사람들이 아니다. 적어도 소축십검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강자들이다.

진기 없이 싸우자니 아예 상대가 안 된다.

“다시 부탁합니다.”

아걸이 반철도를 고쳐 잡았다.

“정말 이해가 안 돼. 넌 일대일로 싸워도 이기지 못하잖아. 그런데 굳이 이 대 일로 하자는 이유가 뭐야? 이건 어떻게도 못 이겨.”

“지금부터 쉬지 말고 공격해 주세요. 앞뒤에서 계속 연타하면 몇 대나 맞으려나? 저도 최대한 막아 보겠는데,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후후!”

아걸은 웃기까지 했다.

“이거 꼭 미친놈과 싸우는 것 같잖아. 진짜 콱 찍어 버릴까 보다.”

쌍겸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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