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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205화 (205/600)

#205화. 第四十一章 누명(陋名) (5)

성검문에서 계속 좋지 않은 보고가 들어온다.

“조경 장군이 죽어?”

아걸은 분명히 조경 장군을 죽이지 않았다. 칼등으로 쳐서 나가떨어지는 것을 본 사람이 많다.

당시 비무를 지켜보던 사람 중에는 조경이 어떻게 졌는지 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승부가 너무 빨랐다. 하지만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똑똑히 봤다.

한데 조경 장군이 죽은 시신이 되어서 실려 나갔다.

소축십검 중 독안혈검 전가성이 가슴을 맞았을 때처럼 정확하게 심장에 칼이 박혔다.

“이건 누명인데……. 왜 누명을……?”

적랑대주 임지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官) 또는 군(軍)과 무림은 암묵적으로 불가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무인이 관이나 군으로 가고, 군인이 무림으로 나오는 일도 있지만, 서로의 경계를 심하게 침범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지금처럼 누명을 씌울 일도 없다.

허도기는 분명히 아걸에게 누명을 씌웠다.

장군가에 죽이지도 않은 조경 장군을 죽였다고 전했다.

“이봐, 우리 장군가에 대해서 조사한 거 있나?”

임지정이 물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서로의 얼굴만 쳐다봤다.

적랑대의 조사는 대부분 무인에 한정된다. 왕부나 관군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적랑대가 그들과 만날 일은 거의 없다.

허도기 때문에 고관대작을 조사하기는 했지만, 군부는 손도 대지 않았다.

난데없이 조위 장군, 장군가가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하지만 임지정은 이 부분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허도기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군가의 손을 빌려서 아걸을 치려고 한다.

조위 장군에게 일홀문을 칠만한 힘이 있다는 거다.

“일단 소식부터 알려. 그리고 느낌이 좋지 않아. 적랑대는 일시 잠적한다. 아걸에게 붙은 인원만 제외하고 모두 잠적해. 일호 명령을 발동할 테니까, 모두 전해!”

“넷!”

“아주 중대한 문제가 아니면 보고도 하지 말라고 해!”

임지정이 침중하게 말했다.

* * *

몽설은 아걸과 합류하지 않았다.

아걸에게는 은거 무인들이 있다. 그들이 아걸을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다.

적랑대 쪽에서도 사람이 붙었다.

아삼의 지휘를 받고 움직이는 듯한데, 대략 이십여 명 정도가 아걸을 보호한다.

취화원 살수들은 외곽으로 쭉 빠져서 감시만 한다.

“상처는 어떻대요?”

“당연히 깊죠.”

“생명에는 지장이 없죠?”

“어휴! 묻지만 마시고 직접 가 보시는 게 어때요? 백 마디 묻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게 낫잖아요.”

팔 장로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저는 예비 중 예비에요. 가장 마지막에 나서야 할 구원줄이에요. 지금은 지켜보기만 해야 해요.”

몽설은 한달음에 달려가서 아걸의 상처를 살펴보고 싶었다. 하지만 격동을 애써 짓눌렀다.

허도기가 아걸을 죽일지 않고 살려 보냈다.

이 부분이 심상치 않다.

허도기는 이제 어느 정도 아걸에 대해서 알고 있다. 아걸이 일홀문도라는 것은 벌써 알았고, 성검문 뿌리와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전대 성검문주의 핏줄일 수도 있다.

허도기와는 같은 피가 흐르는 친족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허씨 가문 말을 빌리면 용골이다. 한 마디로 무공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라는 천재다.

그런 점을 알면서도 살려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허도기는 아걸과 부딪친 첫 번째 접전에서는 반드시 죽이겠다는 각오로 따라붙었다.

적위군장 사구정이 적위군을 동원해서 바싹 추격했다.

아걸은 참 많은 사람이 목숨을 내놓은 끝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런 아걸이 또다시 도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순순히 놓아준다? 비무를 핑계로 죽일 수도 있었는데 놔준다?

“누군가 쫓아오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누가 쫓아오는지 잘 살펴봐야 해요.”

“어휴! 그 말씀만 벌써 백 번째에요.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몽설은 적랑대가 보내온 서신을 다시 펼쳐 보았다.

창법 고수 조경 장군이 죽었다. 아걸은 장군을 죽이지 않았는데, 그는 시신이 되어서 성검문을 나갔다.

아걸이 조경 장군을 죽이지 않고 혼절만 시켰을 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기어이 기어이 죽은 시신이 되어서 성검문을 떠났다.

어쩌면 이런 일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조경이 살 운명 같았으면 성검문 같은 곳에 들어서지 말았어야 한다.

이제 모든 화살은 아걸에게 집중된다.

아걸과 만나서 반가운 회포를 풀기보다는 그를 보호해야 한다.

“조위 장군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요?”

“거의 없죠.”

팔 장로고 고개를 내둘렀다.

허도기 일맥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을 조사했다. 주변 인물에 대해서 암살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속에 조위 장군이라는 사람은 없었다.

미처 정적까지는 조사하지 못한 것이다.

정적을 조사하려면 황궁 내부에 잔잔히 흐르는 세력 판도를 읽어 내야 한다.

취화원 간자가 알아낼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그들이 보고하는 정보들은 모두 확실한 것들이다. ‘이렇다더라’하는 막연한 정보는 보고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접 확인한 것들만 보고한다.

그러니 정적에 관한 부분은 빠질 수밖에 없다.

“장군가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알아볼까요?”

“아뇨. 그러지 마세요. 위험이 커요.”

몽설은 고개를 내둘렀다.

장군가는 일개 가문이 아니다. 통치하는 집단이 있다. 그리고 그 세력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허도기 같은 자도 쉽게 망동하지 못할 정도로 강대한 세력이다.

조경 장군의 죽음으로 장군가에는 비상 경계령이 내려져 있을 것이다.

몽설은 서두르지 않았다.

“강호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던 적랑대조차도 조위 장군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어요. 이럴 때 성급하게 뭘 알려고 하다가는 모두 척살 당해요.”

“그럼 어쩌죠? 저쪽에서는 틀림없이 아걸을 공격할 텐데.”

“그래서 말했잖아요. 누군가 반드시 달라붙을 거라고. 일단 주시하세요. 아걸, 만만한 사람 아녜요.”

몽설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황이 명쾌하지 않다.

깊은 늪으로 끌려들어 가는 기분이다.

‘정사에 휩쓸리면 끝이 좋지 않아. 여기서 빠져나와야 해. 허도기를 무림으로 끌어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쪽으로 빨려 들어갔어. 이용당하고 있는 거야.’

몽설은 아침 먹은 게 체한 듯 답답했다.

* * *

아걸에게 작은 병 하나가 전달되었다.

“할배가 보냈다고 하면 알 겁니다.”

병을 가져온 사람이 말했다.

그는 아걸과 만나지 못했다.

은거 무인들이 아걸을 둘러싸고 있다. 손승이 그를 만났고, 그에게서 병을 받았다.

“이게 뭐요?”

“저도 모르죠. 할배가 보낸 거니까.”

“내가 전해주지.”

“그러시던가요.”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말게.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이해하니까 걱정마십쇼. 절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병을 가져온 사람이 히죽 웃었다.

손승은 병을 가져온 사람이 도와주기 위해서 찾아왔다는 것을 안다. 서로 느낌이라는 게 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절대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를 막론하고 아걸을 만나게 해 주지 않을 생각이다.

은거 무인들이 아걸 주위에 인벽(人壁)을 세웠다.

“풋!”

아걸은 병을 만지작거리면서 웃었다.

“할배라는 사람이 누군가?”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가 계셨나? 그 비무를 보신 거야?”

“…….”

“이건 뭔가?”

“녹선마황이라는 거머리의 진액인데, 금창약으로는 아주 그만이죠.”

아걸은 병을 열어서 안에 든 진액을 상처에 부었다.

치이이익!

뜨거운 쇠가 찬물에 식혀지는 소리가 일어나면서 하얀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병균이 죽는다.

“대단하군. 그건 그렇고 조경 장군이 죽었네.”

아걸은 무슨 말이냐는 듯 손승을 쳐다봤다.

“성검문에 들어갈 때는 분명히 살아 있었는데, 죽은 시신이 되어서 나왔네. 이미 시신이 장군가에 전달된 거 같아. 솔직히 허도기가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네.”

“훗, 후후후!”

아걸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허도기가 이상한 말을 할 때부터 대충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짐작했다.

정확하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조경이라는 사람이 장군입니까?”

“정국장군. 종삼품. 자네는 이 나라의 기둥을 쓰러뜨린 거야.”

“허도기가 쓰러뜨렸죠.”

“세상 사람들은 자네가 쓰러뜨린 거로 알 거네. 장군가에서도 자네를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억울하고 답답한 노릇이지만 대책을 세워야 해.”

“음……. 모두 모이라고 해 주시겠습니까?”

“상처부터 낫고 난 다음에 얘기하지.”

“아뇨. 일이 급합니다. 다 모여 주세요.”

아걸이 말했다.

조위 장군은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다. 감정 변화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아군의 배신으로 전군이 몰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분노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래서 별명이 석불(石佛), 돌부처다.

황제를 위해서는 목숨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오방충신 중 한 명이며, 정일품 광록대부를 맡고 있다. 그러니 장군이 아니고 대감이다. 하지만 조위를 광록대부라거나 대감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모두 그를 장군이라고 부른다.

평생 전장에서 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조위 장군은 전보영을 장악하고 있어. 군사기밀, 첩보, 내사를 꽉 쥐고 있는 거야. 그리고 장군의 말 한마디에 지금 당장이라도 갑옷을 입고 운집할 군병이 적어도 삼십만은 될걸? 인망이 꽤 높은 장군이야.”

지당검 고사가 말했다.

“만약 조위 장군이 욕심을 품었다면 황상 자리는 당장 바뀌었을 거야. 그건 확실해.”

그러나 조위는 욕심을 품지 않는다. 그는 오방 충신이다. 황제 앞에서 피로 맹세를 했다. 맹세 과정이 어떤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황제가 확실하게 믿는다.

“자네는 그런 걸 어떻게 잘 알아?”

쾌검수 나통이 물었다.

“나도 한때 전보영에서 일한 적이 있으니까.”

“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은거 무인들에게는 과거가 있다.

누군가는 숨기고 싶은 사연이 있고, 누군가는 지금도 피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들의 과거는 대부분 상처다.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초야에 묻혀 살겠다고 결심했으니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를 묻는 일은 없다.

본인 스스로 말한다면 모를까, 궁금하다고 묻지는 않는다.

“조경이 조위의 아들이니, 조위가 공격할 거라는 건데. 우리가 막아서면…….”

“막지 못해.”

지당검이 단언했다.

“그래도 우리가 전부 나서면…….”

“그래도 막지 못해.”

고사는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 즉시 말했다.

“전보영이 그렇게 강해?”

“강하지. 하지만 사실 전보영은 움직이지 않을 거야. 장군 밑에 왜살이라는 자가 있는데 그자의 무공이 일절이야. 조위 장군이 내 천적은 왜살이라고 공언했을 정도니까. 물론 허도기가 나타나기 전이지만. 움직인다면 왜살이 움직일 거야.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왜살? 처음 들어 보는데?”

“평생 조위 한 사람만을 위해서 일했지. 본인 스스로 종이라고 생각한다나 봐.”

“그 집안은 어떻게 된 게 장군은 황제에게 목숨을 내놓고, 왜살은 장군에게 목숨을 내놓고. 배반이라는 게 없나?”

“없어. 전보영을 쓰면 우리를 찾는 건 일도 아니니 굉장히 빠르게 나타날 거야. 아마 오늘? 늦어도 내일이면 그들과 부딪혀.”

“그래서 검을 갈고 있었군. 사람 참, 말 좀 해 주지.”

그때 아걸이 말했다.

“그들과 부딪치면 안 됩니다. 그건 허도기 생각대로 끌려가는 거예요. 왜살이라는 사람이 오면 막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왜살이 자네를 죽일 거야. 일단 자네가 조경을 죽인 것으로 되어 있으니 형식적으로라도 자네를 쳐야지. 조위 장군 관점에서 무림인의 목숨쯤은 고려 대상도 아니고.”

지당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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