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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228화 (228/600)

#228화. 第四十六章 토족(土族) (3)

“하아!”

온종일 땀 뻘뻘 흘리면서 달려와서인지 도착하자마자 한숨부터 쏟아져 나왔다.

간신이 무양에 도착했다.

마차를 타고 질주했기 때문에 토족 전사들보다 월등하게 앞서왔다. 어림짐작으로는 아무리 못해도 거의 반나절 차이 정도는 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리 도착하고 한 시진쯤 지났을 때,

스읏!

첫 번째 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이 땀으로 범벅이 된 야만인은 쉴 생각도 하지 않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족장 앞에 다가가서 읍을 취했다.

“큭큭! 네놈이 제일 먼저 올 줄 알았다.”

“감사합니다.”

“큭! 약속대로 적양팔식을 전수하지. 오늘부터 넌 내 마차를 타고 나와 함께 이동한다. 전수해 줄 기간은 칠 일. 그 안에 배우면 다행이고, 못 배우면 집어치워.”

“넷!”

전사가 당연하다는 듯 힘차게 대답했다.

쉬잇! 쉿! 쉬이이익!

다른 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첫 번째 도착한 전사와 마지막 전사의 차이는 겨우 반 시진밖에 나지 않았다. 전부 개별적으로 흩어져서 치달렸는데 반 시진 차이를 두고 도착했다.

어떤 사람은 반 시진 차이면 매우 큰 차이가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은신술을 펼치면서 달려왔다. 말을 타고 온 것도 아니다. 오로지 신법으로만 달려왔다. 그러고도 말을 타고 온 것보다 겨우 한 시진 반이 늦었을 뿐이다.

‘이들 모두 정예화됐어.’

이강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을 무림으로 끌어낸 것은 실수가 아닐까 싶다.

아걸이라면 이들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굉장히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어쩌면 아걸이 패배할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토족 야만인들은 여드레 동안 중원을 질주했다.

그 여드레 동안 중원에서 야만인을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짐승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

중원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웠는데도 절대로 가죽옷을 바꿔입지 않았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가족은 본인 스스로 무두질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두질을 한다고 하면 털을 살리기 위한 작업으로 여긴다. 짐승의 문양과 털의 부드러움을 고스란히 살려내서 아름다운 가죽으로 만든다.

토족의 무주질은 상당히 다르다.

이들은 도검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질기고 단단하게 연마한다. 단순한 옷이 아니라 갑옷이다.

여름이라서 두 다리와 두 팔을 내어놓고 있지만, 여전히 가죽옷 안쪽은 땀이 흥건하다. 가끔 앞가슴을 풀어헤쳐서 공기를 통하게 하는데, 그럴 때 보면 땀띠가 새빨갛게 피어나 있다.

이런 모습을 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대단한 은신술이다. 단지 잘 숨을 뿐만 아니라 달려오는 속도 또한 굉장히 빠르다. 온전히 속도에만 치중한 신법만큼이나 빠르게 이동한다.

이강이 말했다.

“요 앞이 단곡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조위 장군 호위 무인들이 앞을 막아설 겁니다.”

“그럼 쉬어야지. 피곤한 상태로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은 미련한 짓이야. 푹 쉬고, 오늘 저녁에 싸운다.”

“오늘 저녁요?”

이강이 되물었다.

저녁 언제쯤에 공격을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저녁이라고 하면 겨우 한두 시진밖에 남지 않았다. 온종일 먼 길을 달려왔는데, 쉬지도 않고 싸우는 셈이다.

족장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날 밤, 족장이 토족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황상은 우리가 남만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꺼린다. 우린 이제 예전처럼 살지 않아. 남만으로 가면 남만인을 병합해서 대제국을 건설할 것이다.”

“크크크!”

토족 전사들이 웃었다.

“황상은 그런 점을 알기 때문에 우릴 남만으로 보내지 않은 거야.”

이강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토족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여기서 나누는 말들은 전보영에 전해질 것이고, 향후 토족과 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래서 허도기에게 붙은 거야. 그자는 간웅(奸雄)이거든. 얼굴에 욕심이 더덕더덕 붙어 있어. 그자라면 우리를 한 번은 고명산에서 빼내 줄 거로 생각했지.”

‘아!’

이강은 숨죽였다.

토족은 돌아가지 못한다. 아걸을 죽여야만 돌아가는데, 아걸을 죽인다고 해도 전보영이 내버려 두지 않는다. 결국은 모두 이곳에서 뼈를 묻을 것이다.

족장이 말했다.

“이번에 허도기 덕분에 나오긴 했는데, 그자가 괜히 내보냈겠나. 조위를 죽이라는 말은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거지. 우리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더 그렇고. 자! 말한다! 우리 모두 이 싸움에 죽을 거야. 그런 싸움이다.”

“크크크!”

“큭큭!”

족장이 죽음을 말하는데도 토족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족장이 옆에 있는 자, 제일 먼저 달려온 자, 같이 마차를 타고 오면서 적양팔식을 전수한 자의 어깨를 단단히 움켜쥐며 말했다.

“넌 살아서 돌아가라. 그리고 보고 느낀 것을 후인들에게 전해. 허도기의 검을 꺾을 수 없다면 절대로 중원 땅에 발을 들이지 마라. 그리고 여기서 우리를 죽이는 검이 어떤 것인지도 잘 봐. 그 검 역시 허도기와 못지않을 테니.”

“넷!”

토족 전사가 이를 꽉 깨물며 대답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달려 나왔다. 가만히 있으면 고명산에서 죽을 것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살려 보낼 생각이다.

그가 남만으로 돌아가서 토족을 건사한다. 더 강하게 만들고, 단단하게 결속시킨다.

족장은 이런 말을 자신이 듣고 있는 앞에서 했다.

자신 역시 살려 줄 생각이 없다. 지금 즉시 죽이지 않는 것은 몇 가지 물어볼 말이 더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걸 공격에 대한 것이겠지만.

이강도 죽음을 각오했다.

어차피 전보영을 떠날 때부터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짐승이 둥지를 떠나면 죽는다더니. 전보영을 떠나면 죽는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네. 훗!’

* * *

첫째, 아걸에게 접근하는 자를 모조리 차단하라.

둘째, 전보영 관원은 상황을 보아가면서 공격하라. 꼬리는 잘라도 좋지만, 몸통은 공격하지 마라. 꼬리라면 얼마든지 잘라도 좋다. 되도록 피해를 많이 줘라.

셋째, 어떤 공격이든 아걸을 쫓는 은거 무인들의 행동으로 위장해야 한다.

넷째,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진공부가 관여한 사실을 철저히 숨겨라. 만약, 숨길 수 없다면 꼬리조차 자르지 마라. 아예 움직일 생각을 하지 마라. 보안이 생명이다.

전보영과 아걸을 싸움 붙이는 것은 정해진 사실이다.

이군 초가평은 사부의 뜻을 명확하게 이해했다.

어쩌면 이번에 맡은 일은 초가평 같은 무인에게는 매우 따분한 일일 수 있다.

전보영에서 아걸을 공격하려고 누군가를 보냈다면 틀림없이 강자일 것이다. 먼저는 왜살을 보냈다. 소축십검도 무시하지 못하는 강자다.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자를 보냈을 것이다. 아니면 왜살을 능가하는 조직을 보냈거나.

허도기는 충분히 고려해서 초가평을 보냈다.

하지만 정말 그만한 고수가 동원되었다면 초가평도 딱히 할 것이 없다. 꼬리를 자르기는커녕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지켜만 보다가 물러설 공산이 매우 높다.

불행히도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음!”

초가평은 침음했다.

공격하고자 한다면 못 할 바는 없다.

저들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니 조용히 뒤따라가면서 한두 명 정도는 베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저들의 숫자는 거의 이백여 명. 한두 명 죽인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오히려 저들의 주의만 자신 쪽으로 잡아당기는 신경 분산 역할만 한다.

차라리 지켜보는 것이 낫다.

‘어디서 튀어나온 놈들이야?’

초가평은 움직이는 자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저들은 은신술이 굉장히 뛰어나다. 그러면서도 빠르다. 순간적으로 이동하고 숨고, 또 이동한다. 같은 방식으로 질서 있게 움직이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아름답기까지 보인다.

‘전보영에 저런 놈들이 있었나?’

초가평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저들의 정체를 추측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 봐도 저들에 대한 기억이나 정보는 담겨 있지 않다.

“후우!”

초가평은 답답한 듯 한숨을 토해 냈다.

현재, 전보용에 대해서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전보영주 탁호밖에 없다. 전보영을 품에 안은 조위 장군조차도 전보영 조직망을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전보영에는 삼부 칠청이 있다.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것이 전부다.

칠청 중에 호위청이라거나 첩보청 같은 기관이 있고, 삼부가 일부, 이부, 삼부로 나뉘어 있다는 정도는 알려져 있다면 각 기관의 수장이 누구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기관 자체가 이토록 비밀스러우니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더 모른다.

사실, 전보영주 탁호조차도 삼부나 칠청에서 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각 청에서 일어나는 일은 오직 청사만 안다. 청사가 단독으로 책임지고 일한다.

전보영은 각 수장들에게 전권을 위임한다.

이런 방식은 역풍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첩보청에서 일을 벌였다가 자칫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제일 먼저 일을 벌인 사람 손에서 모든 사건이 차단된다.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고 해도 청사 선에서는 차단된다.

절대로 전보영주 탁호에게까지 책임을 물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정말 큰 사건이라면 탁호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지만, 아직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초가평은 단곡으로 들어서는 자들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이백 명이나 되는 자들이 초가평도 무시할 수 없는 고수라는 점이다.

‘사부님께서 쉽게 일을 벌이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군. 전보영에 이런 자들이 있었으니.’

초가평은 고개를 내둘렀다.

초가평은 남만 토족 전사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사부가 조위 장군의 남만 정벌에 동행할 때, 초가평은 성검문을 지켰다.

사부는 전쟁에서 벌어진 일을 말해 주지 않았다.

사부가 진공부에 자리를 잡은 후에도 마찬가지다. 궐내에서 벌어지는 일들, 혹은 군대에서 벌이는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해 준 적이 없다.

사부는 성검문과 진공부를 완전히 분리했다.

소축십검이 완충지대처럼 중간에 오갔지만, 사부는 무림에 일절 눈을 주지 않았다.

사부와 함께 전쟁터를 누볐던 협성림이나 고조시라면 이들을 알아봤을 수도 있다. 아니, 알아봤다. 하지만 초가평은 그런 생각조차도 전혀 하지 못했다.

* * *

“몇 명이야?”

“세 명입니다.”

토족 전사가 대답했다.

“세 명이 상당히 넓은 지형을 막아서고 있군. 무공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실제로 강합니다. 눈치챌까 봐 가까이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토족 전사가 차분하게 말했다.

“보내.”

족장이 간단히 말했다.

“네!”

토족 전사가 대답과 동시에 오른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토족 전사 중 이십여 명이 재빨리 사방으로 흩어졌다.

고명산에서부터 8일 동안 달려올 때의 모습 그대로다. 몇 걸음 걷지 않아서 싹 사라졌다. 달려올 때나 공격하러 들어갈 때의 모습이 똑같다.

그들은 이미 땅이 되었다. 나무가 되었고, 바위가 되었다.

토족이 펼치는 은신술은 주위 지형에 딱 들어맞는다. 단순히 숨을 죽이고 기척을 숨기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위와 일체를 이뤄서 지형의 일부가 된다.

토족은 위장포를 사용한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위장포의 종류만 해도 대여섯 개씩은 된다. 모두 본인 스스로 만든 것이라서 색깔과 문양이 각기 다르다. 세상에서 딱 하나뿐인 위장포다.

지금은 밤이다. 토족 전사들은 어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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