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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242화 (242/600)

#242화. 第四十九章 착마봉와(戳馬蜂窩 : 벌집을 건드린다) (2)

진공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간밤에 무인 두 명이 죽었다. 한 명은 돼지 멱 따는 비명을 토해 내며 절명했다. 다른 한 명은 그야말로 몸에 있는 피를 모조리 쏟아 내고 죽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조용하다.

“모르는 것 같지?”

“눈빛이 평온해.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 그만한 비명을 못 들을 수 있는 거야?”

황열과 장태전은 기습에 가담하지 않았다.

쌍겸과 나통이 담장을 넘을 때부터 주변에 숨어서 진공부를 지켜봤다.

두 사람은 쌍겸이 빠져나오는 것을 봤다.

나통은 보지 못했다. 그는 북쪽 담장을 넘었기 때문에 다른 길로 빠져나간 것 같다.

그것은 아무래도 무방했다.

진공부가 두 명의 죽음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지켜봤는데, 너무 조용하다. 마치 살인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음! 일하는 사람 중 어느 한 사람 불안한 눈빛을 띠는 사람이 없어.”

“저게 불안한 모습일 수는 없지.”

두 사람은 침통하게 말했다.

하인과 하녀들이 서로 활짝 웃는 낯으로 대화를 나눈다. 저들 모습에서는 근심이나 걱정을 읽을 수 없다. 두려움 같은 감정도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결론은 하나, 두 사람의 죽음이 묻혔다.

“오늘은 세 명으로 하죠.”

아걸이 말했다.

“세 명?”

“오늘까지는 그래도 괜찮을 거예요. 누가 건드린다는 건 알고 있겠지만 아직은 허도기에게까지 보고가 안 됐을 테니까. 경계는 삼엄하겠지만, 그런대로 양호?”

“어제는 두 명, 오늘은 세 명. 인원수를 제한하는 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

“있죠.”

“이유가 있어?”

손승이 놀란 표정으로 아걸을 쳐다봤다.

손승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아걸을 쳐다보며 궁금해했다.

“불확실. 어제는 두 명 오늘은 세 명. 그러면 내일은? 네 명일까? 아닐까? 당연히 네 명이면 안 되겠죠? 내일은 한 명도 좋고, 두 명도 좋고, 다섯 명도 좋지만 네 명은 안 돼요. 이렇게 무작위로 건드릴 겁니다.”

“음! 누가 공격하는지도 모르게 하고, 왜 건드리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죽이기만 한다. 거기에 죽이는 인원도 특정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는 자만 죽인다?”

“아뇨. 그것도 바꿀 겁니다. 경계가 삼엄해지기 시작하면 안쪽으로 파고들어야죠. 경계망을 뚫고 들어가서 죽이고 나오는 거예요. 그럼 환장할 겁니다.”

“으음!”

침음이 절로 나왔다.

불확실성은 범위를 넓혀 줄수록 더 불안해진다. 방법이 다양해도 불안하다.

경계를 책임진 자가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비로소 허도기에게 보고가 된다. 하지만 허도기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공으로 치고 들어온 자는 고수만이 막을 수 있다.

허도기가 직접 나서거나 아니면 진공부에 없는 고수를 데려오거나 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진공부에 강한 고수가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는 경우다.

현재까지 적랑대, 취화원, 전보영이 파악한 바로는 그만한 고수가 없다.

허도기가 최강 고수고, 그 밑에 사구정과 하원랑이 있다.

사구정은 상처를 입고 치료 중이다.

하원랑은 원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진공부에 있는지 없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만약 있다면 오늘내일 사이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건 병법인가, 직감인가?”

“직감입니다. 병법은 잘 몰라요.”

“괜히 이런 걸 알 리는 없고, 경험이 많은 거겠지.”

“나도 세상은 살 만큼 살지 않았나? 적어도 아걸보다는 나이가 많으니까. 그런데도 이런 건 안 배워지던데?”

“그런 식이면 무공도 아걸보다 강해야지. 강해?”

“쩝! 할 말 없게 만드네. 그렇게 정곡을 콕 찌르는 습관도 좋은 게 아니야.”

은거 무인들이 키득거리면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웃었다. 오늘은 크게 긴장할 것 없다. 경계는 강화되겠지만, 손속을 쓰는 데는 하등 지장이 없다. 아걸 말대로 세 명이 죽을 것이다.

“자, 그럼…… 쌍겸과 나통은 어제 나섰으니 오늘은 빠지고. 오늘은 장태전과 고사, 그리고 내가 움직이면 되겠네. 그런데 비석탄은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은데?”

황열이 말했다.

비석탄을 사용하면 비석 장태전을 당장 떠올린다. 은거 무인들이 드러난다. 그러면 천하에 다시 없는 바보라도 ‘아! 아걸이 왔구나.’하고 단박에 깨닫게 된다.

“내 무기가 비석탄만 있는 건 아냐. 걱정하지 말라고.”

비석 장태전이 싱긋 웃었다.

그들 세 명에게 담장을 뛰어넘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웠다.

담장을 넘으면 먹잇감이 널려있다.

아직은 누군가가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단계이기 때문에 고수를 찾을 필요도, 깊숙이 안으로 파고들 이유도 없다. 눈에 띄는 자 중 한 명만 죽이면 된다.

은거 무인 한 명이 세 명을 죽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굳이 세 명이 투입된 것은 살해 수법을 다르게 하려는 의도다. 한 명이 다른 방식으로 죽일 수도 있지만, 고수라면 한 사람 짓이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세 명이 각기 다른 수법으로.

이러면 진공부는 도대체 적이 몇 명인지, 누구인지 찾아내기가 힘들어진다.

“웬 놈이냐!”

“널 죽일 놈.”

“뭣!”

차앙!

은거 무인들은 상대방에게 여유를 주었다.

기습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다른 쪽에 있는 사람도 이쪽으로 신경이 쓰이게끔 유인한다.

쒜에에엑! 퍼억!

벼락같이 일 검이 터졌다.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알려 주지만, 흉수가 누구라는 것까지는 보여 주지 않는다. 재빨리 공격하고 벼락같이 도주한다. 저들이 오기 전에 피한다.

“크윽!”

일 검을 맞은 자가 몸을 눕힐 때, 지당검 고사는 이미 담을 넘어 사라졌다.

“아아악!”

지당검이 동쪽에서 공격했다. 그리고 또 다른 비명이 서쪽에서 터졌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공격하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많은 사람을 죽이지도 않는다. 여우처럼 살며시 다가와서 한 명만 낚아채고는 사라진다.

동쪽과 서쪽의 비명은 반 각 차이를 두고 일어났다.

“공격이다! 경계 단단히 서!”

경계 강화를 지시할 필요도 없었다.

경계에 서는 관군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단히 눈에 불을 켜고 사방을 살폈다.

“두 명이 죽었으니 오늘 공격은 끝났잖아?”

“그렇지.”

“어떤 놈들이지?”

“무인들이지 뭐. 요즘 무인들과 충돌이 잦잖아. 성검문 우환이 여기까지 미치는 거지.”

관군들이 바싹 긴장한 채 말했다. 그때,

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남쪽에서 울렸다.

어제는 두 명이 죽었다. 오늘은 세 명째다. 그러면 하루에 두 명씩만 죽이는 것도 아니다.

두 번째 비명이 터지고 한 시진이 지난 후에야 세 번째 비명이 울렸다.

살인은 끝나지 않았다.

경계병은 언제 어디서 검이 날아올지 몰라서 식은땀을 흘리며 사위를 주시했다.

암살은 싱겁게 성공했다.

저들은 세 사람을 따라오지 못했다. 죽은 자만 보았지, 흉수가 누군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사정이 그러니 뒤를 따라붙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아걸은 공격 시간을 세 사람에게 맡겼는데, 그것이 저들은 더 지독한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공격하고 싶을 때 공격해라!

지금까지는 철저하게 무계획적인 공격이다. 계획에 의해서 진행된 공격은 전혀 아니다.

“자, 그러면 이제 장소를 옮길까요?”

아걸이 말했다.

“장소를? 왜? 여기도 괜찮은데. 진공부도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감시하기도 쉽고.”

“벌써 다섯 명이 죽었어요. 아마도 인근에서 수상한 곳은 모두 뒤질 겁니다. 여기도 곧 드러나요.”

아걸이 엉덩이를 툴툴 털며 일어섰다.

장소를 옮긴다고 해서 푹신한 침상이 있는 곳으로 가지는 않는다. 토산을 벗어나 다른 산으로 이동한다. 그곳 역시 달과 별을 보면서 잠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여기 머물렀었다는 흔적은 남겨 둬요. 인원수도 조정합니다. 대략 서른 명쯤 머물렀던 것으로 꾸미죠.”

흔적을 만들기는 쉽다.

“여길 벗어나면 어디로 가려고? 이번에도 뒷산을 이용할까?”

손승이 말했다.

성검문 비무가 있던 날, 가산을 이용한 적이 있다.

적의 품 안이지만 매우 편했다.

아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거는 이미 한 번 써먹은 거라서 방비를 하고 있을 거예요. 써먹은 수는 두 번 다시 쓰면 안 되죠.”

“그럼 다리 밑으로 가자고. 다리 밑이 사람 눈에도 안 띄고 지내기도 좋아.”

손승이 먼저 일어섰다.

* * *

“공격이 있었습니다.”

“공격?”

허도기가 고개를 들어 하원랑을 쳐다봤다.

하원랑은 진공부 경계라거나 허도기의 싸움에 거의 간여를 하지 않는다. 몸은 진공부에 있지만, 진공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동떨어져서 지낸다.

진공부를 지킨다든가 허도기를 경호한다거나 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하원랑은 고독한 늑대처럼 혼자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

“누군지 봤느냐?”

“보기는 봤는데…….”

하원랑이 심드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봤으면서도 내버려 둔 것이야!”

“치고 빠지는 수법을 보니 목적이 있는 것 같아서. 이건 아무래도 공부님 일인 것 같습니다.”

하원랑이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

하원랑은 다른 자들처럼 허도기에게 ‘사부’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공부, 대감, 장군 등등의 호칭을 쓴다. 그러면서도 명령은 곧잘 수행한다.

“오늘 저녁에 또 습격해 오면 쫓아가 봐. 누군지는 알아야지.”

“쫓아가 봤는데 따돌릴 줄 아는 놈들이더군요. 뒤를 끝까지 캐내지 못했습니다.”

“널 따돌렸다는 거야?”

“네.”

“그래? 그럼 이거 보통 놈들이 아니잖아?”

“그런 것 같습니다. 한데, 저 같으면 오늘은 안 올 겁니다. 내일이나 모레? 자기들 마음 내킬 때 공격해 오겠죠.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겁니다.”

“기다리고 있을 때는 오지 않는다? 후후!”

“저들이 두 명, 세 명 건드리는 거로 봐서는 진공부를 공격할 생각은 없는 것 같고, 아무래도 공부님께 용건이 있지 않나 싶은데. 검 한 번 잡으시죠?”

하원랑은 이미 사건의 요체를 읽어 냈다.

“날 노린다는 건가?”

“공부님이 목적이 아니면 진공부를 건드려서 얻을 게 뭐가 있겠어요. 조 장군이나 전보영은 이런 식으로 공격할 리 없고. 후후! 이쯤이면…….”

하원랑이 말끝을 흐렸다.

조 장군이나 전보영은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건드리지 않는다. 전격적으로 움직여서 멸문을 기도할 것이다. 물론 ‘역적’이라는 팻말도 들고 온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크다.

움직임이 작으면서도 감히 허도기를 건드릴 수 있는 자가 누굴까?

하원랑은 ‘아걸’을 말하고 있다.

당금 무림에서 허도기의 심기를 정면에서 건드릴 자는 아걸밖에 없다.

‘대별산에서 놓친 아걸이 금릉에?’

허도기는 눈살을 좁혔다.

허도기는 검가에 놓인 검을 슬쩍 쳐다봤다.

“나를 부른다 이건가? 검을 들고나오라고? 귀찮은 놈.”

허도기가 중얼거렸다.

하원랑은 흉수로 아걸을 지목하면서도 자신이 나설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원랑은 아걸이 자신보다 상수라고 아예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사구정처럼 싸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허도기에게 검 한번 쓰라고 말한 것이 그런 뜻이다.

“알았다. 나가 봐.”

허도기가 말했다.

하원랑과 사구정은 팽팽한 호적수다.

둘이 진심으로 싸우면 양패동사한다. 어느 쪽도 우세를 잡지 못하고 같이 죽는다. 그런데도 한 명은 아걸과 싸우려고 하고, 한 명은 아예 물러서 버렸다.

“내가 지금 나서면 격이 떨어지고…… 할 수 없지.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써 봐야지. 그놈들이 제 몫을 해주면 좋을 텐데.”

허도기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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