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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246화 (246/600)

#246화. 第五十章 반충격(反沖擊) (1)

“아걸이 진공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직접?”

“네. 돌려서 치는 것도 아니고 정면에서 부딪치고 있습니다.”

“공격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후후! 일홀문답군. 돌아가는 법이 없어.”

조 장군이 미간을 찌푸렸다.

탁호는 진작부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저도 바로 이렇게 들이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걸의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 너무 극단적이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면 허도기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

허도기를 피해서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공부가 아걸을 잡는 데 얼마나 걸릴까?”

“공부는 이미 아걸이 있는 곳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아걸을 잡는 데는 하루면 되고요. 기왕 나선 김에 무림을 정비하려고 할 겁니다. 모두 열흘입니다.”

허도기가 무림을 깨끗이 청소하는 데 열흘이면 충분하다는 소리다.

아걸은 성검문을 크게 흔들어 놨다. 소축십검도 일곱 명이나 죽여서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열흘이면 옛날 성검문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

무림은 여전히 허도기에게 꽉 잡혀 있다.

“아걸이 일부러 무덤 자리를 판 느낌인데, 어떻게 할까요? 아걸 뒤를 지워 줄 수는 있습니다만.”

“내버려 두게.”

“네?”

“아걸은 허도기가 뒤쫓아 왔으면 할 거야. 꼭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허도기에게 뒤를 내준 것도 아걸이 노리는 것 중의 하나일 테니까.”

“공격하게끔 놔두라는 거군요.”

“그렇지. 아걸을 뒤쫓아서 달려갈 사람은 허도기밖에 없어.”

조 장군은 허도기 주변을 낱낱이 점검했다.

허도기 다음으로 강한 자는 몇 명 있다. 군대에서는 사구정과 하원랑이고 무림에서는 소축십검이다. 하지만 소축십검은 이미 지리멸렬한 상태다.

소축십검 일곱 명이 아걸 한 명에게 죽었다.

허도기는 제자들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아걸은 무척 위험해진다. 하지만 위험을 막아 줄 방법이 전혀 없다.

도대체 아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정말 어떤 상태든 거침없이 부딪히는 게 일홀도인가?

그렇다면 일홀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일홀문이 연배가 짧음에도 삼십육 대까지나 이어진 게 이해된다.

일홀문 문주는 한결같이 극강한 무공을 지닌 초절정 고수였다. 그런데도 오래 살지 못하고 죽었다.

아걸을 보면 아주 쉽게 이해된다.

지금의 아걸은 솔직히 허도기 외에는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강하다. 보통 강한 게 아니다. 극강이다. 천 번을 싸우면 천 번을 이긴다.

하지만 그를 이길 수 있는 딱 한 사람, 허도기에게 죽는다면 이제 겨우 스물다섯밖에 안 된 청년이 죽는 것이다. 아주 강한 무공을 지녔던 일홀문주가 겨우 삼 년 만에 죽는다.

일홀문의 모든 문주가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이건 감당이 안 되는 문파다. 아걸보다 월등히 뛰어난 무인이라고 해도 감당하지 못한다.

전보영주 탁호가 말했다.

“염려되는 게 또 있습니다. 아걸이 진공부를 기습하는 동안 허도기가 자리를 비웠습니다.”

“음! 어디로 갔는지 못 찾았나?”

“네.”

“그럼 마음에 걸리는 게 당연하겠군. 간자들을 총동원해서 찾아보라고 하지?”

조위 장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잖아도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만…… 허도기를 뒤쫓던 자들이 모두 제거당했습니다.”

“몇 명이나 죽었나?”

“일곱 명입니다.”

“음!”

조 장군은 또 침음했다.

어떤 경우에는 간자들을 일부러 살려 두는 경우가 있다. 간자를 통해서 역정보를 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허도기도 그런 면이 강했다.

마음이 개미굴처럼 번잡한데 태평한 듯이 보이게끔 유도하곤 했다. 반대되는 일도 있었고. 어쨌든 허도기는 간자를 이용해서 역정보를 흘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곱 명이나 처단했다.

허도기가 입도 벙긋거려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증거다.

허도기를 놓치지 말아야 했는데.

“역공을 취해 올 거야. 자네도 대비하고.”

“네.”

“힘을 써서 무식하게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고…… 어떤 공격인지 짐작할 수가 없으니. 후후! 재미있군. 이번에 허도기가 어느 정도나 영악한지 알 수 있겠어.”

“만반의 준비해 놓겠습니다.”

탁호가 대답했다.

* * *

따악! 따악! 따악!

순라군(巡邏軍)이 순찰하면서 막대기 두들기는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왔다.

“아함!”

주장산(朱長山)은 길게 기지개를 켰다.

순라군이 집무실 밖을 지나가고 있으니 어느새 자정이다.

저녁을 먹고 잠시 공무를 본다는 것이 두 시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주장산은 읽고 있던 서류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잠시 퇴청하지 말고 밤을 새울까 하는 생각도 치밀었지만, 내일도 일해야 한다. 아무래도 잠시 집에 들렀다가 옷이라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드륵!

그가 문을 밀치고 나오자 화산쌍검(華山雙劍)이 즉시 다가섰다.

“오늘도 늦었군. 자네들도 빨리 쉬어야 하는데.”

“아닙니다. 가시죠.”

화산쌍검이 주장산을 호위하면서 앞장섰다.

화산쌍검은 주위를 자세히 살폈다. 늘 오가는 길이지만 한시도 경계를 놓은 적이 없다.

저벅! 저벅!

밤이 너무 깊어서인지 세 사람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전각에서부터 마차가 대기하고 있는 마당까지는 어른 걸음으로 이십 보다.

마차에는 말 두 마리가 묶여 있다. 또 이두 마차는 호위 무인 네 명이 둘러쌌다.

한 명은 어자석에 마부와 나란히 앉아 있고, 한 명은 마차 지붕에 앉아 있다. 다른 두 명은 좌우에 섰다.

“오르시죠. 아무 이상 없습니다.”

호위 무인이 말했다.

주장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에 올랐다. 화산쌍검도 주장산과 함께 마차를 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집으로 가지.”

“네.”

다각! 다각! 다각!

이두 마차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주장산은 푹신한 의자에 몸을 깊게 묻고 머리를 눕혔다.

하루의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호위 무인과 화산쌍검이 있는 한, 경호는 완벽하다. 안심해도 된다. 마차 안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다.

주장산은 나른한 피로감을 즐기면서 눈을 감았다.

“내일은 좀 일찍 입청해야겠어. 인시까지 와 줄 수 있나?”

주장산이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화산쌍검이 대답했다.

따각! 따각! 따각! 따각!

마차가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를 달려갔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바깥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다. 가끔 술 취한 사람들이 비틀거리면서 걸어가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오가는 사람들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때, 갑자기 마차 좌우에서 검은 안개가 풀썩 피어났다.

“욱!”

제일 먼저 마차를 몰던 마부가 목을 움켜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습격이닷!”

어자석 옆에 있던 호위 무인이 쩌렁 일갈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역시 목을 움켜잡고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었다.

독이 퍼졌다.

“우욱!”

마차 지붕에서 사방을 살피던 호위 무인도 힘을 잃고 털썩 주저앉았다.

독이 상당히 넓게 퍼지고 있다. 그때,

스슷! 스스슷!

마차 옆에 두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독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지, 독무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였다.

퍽! 퍽!

마차 옆에 서 있던 무인이 미처 상대방을 알아보기도 전, 단검이 심장을 쑤셨다.

“크윽!”

좌우에서 마차를 호위하던 무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두 사람을 죽인 자들은 서둘지 않았다.

어차피 독무에 갇힌 자들은 움직이지 못한다. 이미 신경이 마비되었다. 마혈(痲穴)을 짚였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마비 증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한 명은 마차 위로, 다른 한 명은 어자석으로 뛰어올랐다.

퍽! 퍽! 퍼어억!

단검으로 어자석에 앉은 무인을 무자비하게 찔렀다.

호위 무인들은 전혀 반항하지 못했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서 찌르는 대로 맞기만 했다.

“으아악!”

마부가 처절하게 비명을 토해 냈다.

호위 무인을 죽인 단검이 마부의 목을 꿰뚫었다. 아니, 목젖을 쭈욱 갈아 냈다.

마부와 호위 무인 네 명은 순식간에 쓰러졌다.

그때, 화산쌍검이 퉁기듯이 밖으로 쏘아져 나왔다.

그들은 옷소매로 입과 코를 틀어막은 채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을 현란하게 펼쳤다.

촤아악! 촤악!

검광이 독무를 가르며 습격자를 공격했다.

한 명은 마차 위로 솟구쳤고, 다른 한 명은 어자석에 앉은 자를 공격했다.

“후후!”

습격자들은 여유 있게 웃었다.

화산쌍검처럼 진기로 독무를 이겨 내는 자들이 있다. 하지만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 기껏해야 사오 초 정도 지나면 호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쉬이이잇!

습격자들은 재빨리 신형을 퉁겨 내어 뒤로 물러섰다.

굳이 화산쌍검과 싸울 필요가 없다. 길어야 서너 호흡만 넘기면 이들은 절로 쓰러진다.

파파파파팟!

화산쌍검은 전력을 다해 검을 쳐 냈다.

두 사람도 자신들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마차를 지키던 호위 무인들이 독에 쓰러졌다. 자신들 역시 독에 중독된 증상이 느껴진다.

점점 손발이 무거워진다.

“이이익!”

화산쌍검은 자하신공(紫霞神功)을 끌어올려서 억지로 독기를 짓눌렀다.

두 사람은 화산파 장문인의 애제자다. 향후 화산파를 이끌어 갈 재목이다. 그들이 전보영 제삼부(第三部) 부장(部長)의 호위를 맡은 것도 세상 경험을 충분히 하라는 배려다.

하지만 독에 대한 방비는 부족했다.

“후후후!”

습격자들이 웃음을 흘리면서 물러섰다.

화산쌍검은 습격자들을 쫓지 않았다. 마차에 바싹 붙어서 제삼부 부장을 호위했다.

적을 격살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화산쌍검의 첫 번째 임무는 부장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다.

“괜찮으십니까?”

제삼부장 주장산은 상당히 놀랐는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부장님! 괜찮으십니까?”

화산쌍검이 다시 물었다.

역시 대답이 없다.

그러면 독에 중독되어 쓰러진 것일까? 독기가 몸을 마비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목숨까지 빼앗아 갔나?

화산쌍검이 급히 고개를 돌려서 마차를 쳐다봤다.

아! 제삼부장은 이미 죽었다.

언제 암습했는지, 이마에 단검이 박혀 있다. 목에도, 심장에도 단검이 틀어 박혀 있다.

‘놀라운 비검술!’

화산쌍검은 단검이 날아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무리 독에 중독되고, 습격자들과 거칠게 싸우는 와중이라고 해도 병기가 쏟아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것은 상대방이 그만큼 고수라는 뜻이다.

제삼부장의 죽음을 확인한 화산쌍검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신형을 쏘아 냈다.

쉬이익!

부장을 지키지 못했으니 암살자라도 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이미 사라졌다. 그들은 화산쌍검의 안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살든 죽든 상관없다는 듯이 스르륵 사라졌다.

“아!”

화산쌍검은 탄식을 토해 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돼!”

화산일검이 말했다.

“부장님만 모시고!”

화산이검이 즉시 몸을 날려서 죽은 주장산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쏜살같이 신형을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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