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화. 第五十一章 천무(天武)(1)
장군가는 왕부나 다름없다.
황제가 사병 운집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보면 금릉에서 가장 강한 무인 집합소라고 할 수 있다.
사병 수가 백 명을 넘어서면 무력(武力)을 고려해야 한다.
칼을 앞세워서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강력한 무력 집단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장군가의 사병은 천 명을 넘는다.
이들 모두 정예화되어서 전쟁이 벌어지면 언제 어느 곳이든 출전할 수 있다.
이들을 통제하는 장군도 있다.
그들의 전쟁터에서 무공을 수련했다. 허공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베면서 칼날을 세웠다.
장군가에는 그런 백전노장이 우글거린다.
장군가와 연관을 맺은 무인도 다수 거주한다.
성검문에서 봉공을 우대하는 것처럼, 장군가에도 몸을 의탁한 무인이 매우 많다.
무림 문파가 아니면서도 무인을 거두는 유일한 곳이라고 할까?
장군가는 위험도 면에서 진공부를 앞지른다.
한마디로 용담호혈(龍膽虎穴)이다.
악의를 품고 장군가에 침입했다가 살아나온 사람은 없다.
조 장군 앞에까지 도달한다면 사정을 봐줘서 살려 보낼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도달한 사람도 없다.
침입자 대부분은 담장을 넘자마자 척살된다.
스슷! 스슷! 스스슷!
그들은 차분한 마음으로 장군가를 지켜보았다.
장군가는 잠이 든 곰 같다.
커다란 덩치가 어둠에 묻혀 있다. 숨소리 한 올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 휘감겨 있다.
저기를 건드려도 될까?
지금은 조용하지만, 살짝만 건드려도 당장 성난 눈을 치켜뜨며 일어설 것 같다.
“음! 예상은 했지만, 이거야 뭔…… 뚫고 들어갈 데가 있나.”
한 명이 중얼거렸다.
장군가는 텅 비었다. 경계서는 관졸이 없다. 관솔불을 밝혀 놓기는 했지만 오가는 사람을 위한 것일 뿐, 경계에서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장군가는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완전 무방비 상태!
하지만 정동 무인들은 한눈에 위험을 감지했다.
장군가 전체에 살기가 묻혀 있다. 팽팽하게 곤두선 칼날이 사방에서 번뜩인다.
“이래서 공부께서 절반은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 건가?”
“웃기지 않아? 전보영보다 여기가 더 삼엄하다는 게. 엄밀히 말하면 여긴 사가잖아.”
“사가도 사가 나름이지. 후후!”
그들은 말을 하면서도 장군가를 살폈다.
엄밀히 말하면 전보영은 관청이다. 장군가는 사가다. 그런데 사가 경비가 더 삼엄하다.
“여기가 왕부나 다름없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왕부 이상이야. 공부께서 직접 와도 치기 힘들겠어.”
정동 무인 한 명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황제는 허도기에게 내 형제와 같다는 뜻에서 공부라는 칭호를 내려 줬다. 마찬가지로 장군가는 역대로 황제에게 충성을 바친 충신 가문이다.
장군가는 이만한 대접을 받을 만하다.
혹자는 무인에게 자유분방한 무력을 쥐여 주면 흑심을 품는다고 경계하는 소리를 높였다.
그럴 때마다 황제는 딱 한 마디만 했다.
- 내가 어떤 종류의 황제가 된다고 해도, 천하에 다시 없는 폭군이 된다고 해도 끝까지 내 곁을 지켜 줄 사람은 조 장군뿐이야. 조 장군만큼 목숨을 걸어 본 다음에 다시 말해.
황제는 장군가의 권위를 인정해 주고 또 장군이 원하는 만큼 병력 배치도 용인해 주었다.
그만큼 믿는다는 소리다.
“들어갈 곳이 없어. 어디로 들어가든 발각당한다는 말인데…… 어떻게 할래? 집중? 산개?”
“여기서 산개하면 움직여 보지도 못하고 죽어.”
“그렇지? 개죽음이지?”
“집중으로 하지. 그래봤자 조 장군한테는 다가서지 못할 것 같은데. 일단 뚫어보고 안 되면 빠져나오자고.”
“후후! 빠져나올 수나 있으려나 모르겠다.”
“모두 죽지 마라.”
정동 무인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들은 결코 순탄하게 무공을 배우지 않았다. 정말 지옥과도 같은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그런 자신들이 이런 곳에서 죽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지!”
쉬이이이잇!
그들은 일제히 신형을 퉁겨 냈다.
쒜에엑! 쒜엑!
그들이 담장 위로 올라서자마자 파공음이 터졌다.
“화살이다!”
“숙여!”
앞장선 무인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담장 위로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엎드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화살이 소낙비처럼 퍼붓기 때문에 당장 조처해야 한다.
“이익!”
담장 위에 얹힌 기와를 빼내서 벌떼처럼 날아오는 화살 더미에 내던졌다.
퍼퍽! 퍼퍼퍽!
화살 일부가 기와에 맞아 떨궈졌다.
하지만 화살은 너무 많이 쏟아진다. 담장 위에 있는 사람을 겨냥해서 쏜 것이 아니다. 담장 주변을 밀집 공격한다. 담장 일부분을 화살로 채울 생각이다.
쉬이이이익!
그들은 재빨리 담장을 넘어 장군가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담장을 넘자마자 습격이 발각당했지만, 그런다고 물러설 수 없다. 계속 나아가는 길밖에 없다. 아니, 담장을 넘기 전부터 이렇게 될 것을 알지 않았나.
쒜엑! 짱짱! 쩌어어엉!
땅에 먼저 발을 디딘 무인들이 병기를 뽑아 들고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크윽!”
“억! 커억!”
담장을 넘던 무인 중 일부가 화살을 맞고 굴러떨어졌다.
정동 무인들을 향해 날아온 화살은 일반 화살이 아니다. 화살대 안에 가는 철심을 박아서 탄성과 속도를 높였다. 목표를 타격하는 강도가 두 배 이상으로 높다.
또한, 활촉에는 독을 묻혔다.
오직 살상 목적으로 제작된 전형적인 전투용 화살이다.
“제길! 제삼궁대(第三弓隊)!”
정동 무인이 중얼거렸다.
장군가의 제삼궁대는 매우 유명하다.
이들은 주로 철갑 기마병을 쓰러뜨리는 데 동원된다.
제삼궁대가 서하국(西夏國)에서 무적을 자랑하던 철갑 기마병 오백 명을 촌각 만에 쓰러트린 전사(戰史)는 매우 유명하다.
화살이 철갑을 뚫고 들어갈 정도로 강하다. 독 묻은 활촉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몸이 마비된다. 이후에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담장을 넘다가 죽은 무인들이 그런 경우다.
그들은 화살에 정통으로 꿰뚫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살짝 스치기만 했다. 하지만 곧 몸이 마비되었고, 연이어서 날아오는 화살에 벌집이 되었다.
제삼궁대 궁사들은 매우 뛰어나다.
화살을 쏘자마자 다시 화살을 잰다. 그 속도가 가의 번갯불이다. 한 사람이 화살 쏘고 다시 재운 후 쏘기까지 한 호흡도 걸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촌각이다.
서른 명이 담장을 뛰어넘었는데 마당을 채 가로지르기도 전에 벌써 십여 명이나 쓰러졌다.
집중은 탁월한 선택이 아니다.
“흩어져!”
순간, 정동 무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화살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의도다.
그때 전각 곳곳에서 낯선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최소한 관복을 입은 관원은 아니었다.
“좋아! 퉤엣!”
정동 무인은 검을 든 손에 침을 뱉었다.
검을 꽉 잡으려는 의도다.
사람이 나타났다. 죽든 살든 이제야 싸워 볼 만하다. 사람에게 죽는 것은 싸움을 못 해서이니 억울하지 않다. 하지만 화살에 맞아 죽는 것은 매우 억울하다. 싸워 보지도 못하고 죽으면 마중 나온 저승사자도 미워진다. 순간,
츳! 쯔읏!
정동 무인들 속에서 무엇인가 종이 찢는 소리가 울렸다.
희뿌연 독무가 피어났다. 뿌연 연무가 장군가 앞마당을 누비며 점점 멀리 번져 나갔다.
“웃!”
이번에는 장군가 사람들이 움찔거렸다.
정동 무인은 어둠 속에 숨었다. 형체는 물론이고 기척조차 흘리지 않았다.
빛 한 줌 없는 어둠 속에서 안개처럼 피어난 독무.
처음에는 옅게, 하지만 곧 눈앞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독무가 피어났다. 정동 무인은 물론이고 장군가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까지 모두 집어삼켰다.
“웃! 위험…… 크윽!”
위험을 예고하던 사람이 비명을 내질렀다.
정동 무인들이 독무 속을 움직이고 있다. 장군가 사람들을 손쉽게 도륙한다.
퍼억! 퍽!
“크아아악!”
단검으로 살을 파헤치는 소리가 울렸다. 쇠붙이가 뼈를 찍는 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아주 급한 소리, 숨 떨어지는 비명이 섬뜩하게 귀를 간질였다.
장군가 사람들은 독무에 몸이 묶였다. 손발이 마비되어서 움직이지 못한다.
정동 무인은 꽤 자유롭다.
장군가 사람 중에는 즉각 마비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독을 잘 견디는 체질이거나, 면역력이 강하거나, 독공을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견뎌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손발이 묶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싸움에만 올곧이 집중해도 이기기 힘든 사람들인데,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면 승패는 끝난 것이다.
쒜에에엑! 퍼억! 퍽!
정동 무인들이 손쉬운 토끼 사냥에 나섰다.
“탄명저주공이다! 물러서!”
장군가 사람 쪽에서 우렁찬 일갈이 흘러나왔다.
장군가 무인들은 강하다. 하지만 정동 무인 또한 강하다. 더욱이 탄명저주공까지 일으켰다. 싸움의 판도가 한순간에 뒤집히는 것은 당연하다.
장군가 무인들도 탄명저주공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큭큭큭!”
정동 무인들이 흰 이를 드러내며 키득거렸다.
손맛을 제대로 봤다. 한 사람당 두세 명씩은 죽인 것 같으니 성공한 셈이다.
그때 정동 무인들 앞에 청색 무복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장군가라는 명성 때문일까? 가벼운 청색 무복을 입은 사내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정동 무인들은 장군가 사람들을 전혀 모른다.
사전에 조사하지도 않았다. 장군가를 공격하라는 명령도 급하게 받았다.
하지만 상대가 강자라는 점은 단번에 알겠다.
사내가 매우 편안한 모습으로 말했다.
“검을 버려라.”
“크크크! 네놈 눈에는 여기 쓰러진 자들이 보이지 않아? 우리가 왜 검을 버려?”
정동 무인이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장군가 넓은 마당에는 방금 죽은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다. 적어도 서른 구는 족히 넘는다.
모두 장군가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복을 입었지만, 사용하는 병기는 모두 규격화된 공병(公兵)이다. 장군가의 사복 관병이다. 마찬가지로 청색 무복을 입은 사내도 관병이다. 아마도 장군일 것이다.
“정 죽기를 원한다면.”
사내가 손을 들었다. 순간,
척! 척척! 척척! 척!
사방에서 활을 든 궁수가 나타났다.
궁수들은 정동 무인들이 넘어왔던 담장부터 장악했다. 정동 무인들이 독무로 장군가 사람들을 살상하는 동안, 일부가 빙 돌아와서 퇴로를 끊었다.
이들이 괜히 죽은 것이 아니다. 뒤를 차단하기 위해서 살을 내어 준 것이다.
척척척! 척척!
전각 지붕에도 궁수들이 쭉 늘어섰다.
“으! 제삼궁대!”
정동 무인이 침음을 흘렸다.
제삼궁대는 거의 무적이다. 담장 위, 전각 위에 포진한 모습만 봐도 어떤 화살을 날릴지 예측된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전후좌우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그 화살이 모두 철심이 박힌 강궁이라면 싸워 보지도 못하고 전멸한다. 담장을 넘어오면서, 마당을 가로지면서 지르면서 이미 화살 멋을 톡톡히 봤다.
“음! 퇴로가 막혔어.”
정동 무인이 신음처럼 말했다.
누가 봐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하지만 항복해도 죽는다. 조 장군이 목숨을 살려 주어도 허도기가 살려 주지 않는다.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력으로 뚫고 나가는 것뿐이다.
“뒤.”
정동 무인이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전진은 무의미하다. 앞으로 나가봤자 화살 받이 밖에 안 된다.
제삼궁대는 사람을 노리고 화살을 날리지 않는다. 일정 지역을 모두 화살 밭으로 만든다.
독무, 탄명저주공을 펼친다고 해도 제삼궁대에게까지 닿지 않는다.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그렇다면 담장에 있는 공수를 뚫고 탈출한다. 후퇴한다. 지금 이곳에서 목숨을 부지할 유일한 방법은 후퇴뿐이다.
“가자!”
쒜에에에엑!
그들은 일제히 담장을 향해 신형을 쏘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