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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276화 (276/600)

#276화. 276. 第五十六章 전장(戰場)(1)

야구를 쫓아가면 누가 나올까? 야구에게 명령을 내린 자가 나온다. 하지만 그자 역시 한낱 전달자에 불과하다. 그 위를 더 파고들어 가야 한다.

계속 안으로 파고들면 틀림없이 사마 외도가 나온다.

사마 외도를 개별적으로 포섭했는지, 아니면 어떤 조직을 건드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허도기의 인면수심을 밝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허도기가 사마 외도와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만 밝혀도 무림은 대충격을 받을 것이다.

아걸은 이런 부분까지 생각했다.

그래서 일전통이라는 곳으로 따라 들어가서 말짜들을 깡그리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일전통, 매음굴 전체를 날려 버리는 거다.

그러는 와중에 야구를 잡게 되고, 누가 야구에게 지시했는지 알게 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형들을 누가 죽였는지 알게 된다.

하지만 아걸은 결국 이 추격을 포기했다.

자신이 말짜들을 따라서 움직이면 허도기하고 이상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허도기를 맞이하지 못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허도기와 만나면 그의 방식대로 싸우게 될 것이다.

결국, 혈무대에서 경험했던 대로 조명십해의 제물이 된다.

인간말짜를 누가 움직였는지 모른다. 말짜들 뒤에 누가 있는지 밝힐 틈도 없었다.

말짜들을 누가 움직였든, 그는 싸움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강한 고수를 움직이지 않고는 아걸이란 놈을 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당장 허도기에게 연락을 취한다.

허도기가 무림에 나온 목적은 자신에게 있으니, 소식을 듣자마자 움직일 게 뻔하고.

야구를 추격하면 죽는 건 자신이다. 허도기가 어떤 자들과 연계되었는지 알기도 전에 죽임을 당한다. 누구에게? 허도기에게. 언제? 오늘 아니면 내일.

허도기를 자신이 싸울 수 있는 곳으로 끌어 들어야 한다.

그래서 대단히 위험한 일이지만, 야구를 제압하고 뒤를 캐는 일은 몽설에게 맡겼다.

인간말짜들은 결코 취화원 상대가 안 된다.

‘잘 해낼 거야.’

삐걱! 삐걱! 삐걱!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우마차에서 거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워!”

아걸은 소를 멈춰 세우고 수레에서 내려 바퀴를 살폈다.

가로축에 바퀴를 고정해 놓은 쇠못이 삐져나와 있다. 그래서 비틀림이 심해지고, 소리가 요란하다.

슷!

아걸은 반철도를 꺼내서 쇠못을 툭툭 쳤다.

“이거 오래 못 버티겠는데. 길이 너무 험해.”

원래 땅은 오랜 세월을 두고 다듬어야 한다. 흙으로 된 땅은 반듯하게 다듬어 놔도 비만 오면 약한 부분이 푹푹 파인다. 그러면 다시 흙은 메워 주고 발로 다져 주어야 한다.

이렇게 몇 년에 걸쳐서 다듬어야 비로소 단단한 길이 만들어진다.

군도는 만들어 놓은 후, 손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아예 구덩이처럼 깊게 팬 곳이 많다.

“네놈이 망가지기 전에 좋은 곳을 찾아내면 좋겠는데.”

아걸은 수레바퀴를 어루만졌다. 그때,

쒜에에엑!

갑자기 파공음이 터졌다.

아걸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서 파공음을 피해 냈다.

쒸이이잇!

날카로운 경기가 가슴 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아걸은 서둘거나 화내지 않았다. 담담한 눈길로 화살이 날아온 곳을 쳐다봤다.

화살을 날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화살은 쇠로 만든 강전(鋼箭)이다. 길이는 보통 화살보다 절반 정도나 작다.

인간말짜들이 쓰던 연노다.

“흠!”

아걸은 한숨을 흘리면서 수레에 꽂힌 강전을 뽑아냈다.

모두 십여 대나 된다. 한 사람이 쏜 것이고, 화살을 날린 자는 쏘자마자 도주했다.

타타탁! 타타타탁!

이십여 장쯤 떨어진 곳에서 급하게 치달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방은 아걸이 쫓아올까 봐 겁이 났는지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서 도주하고 있다.

“이런 짓 하지 말자. 피곤하잖아.”

아걸은 아무도 없는 허공에 소리 질렀다.

듣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멀리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쩌렁쩌렁 말했으니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스읏!

아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차에 앉았다.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언제나 단발성이다. 한 번 공격하고는 즉시 도주한다.

특이한 점은 또 있다.

저들은 공격하면서도 소는 절대로 공격하지 않는다.

소를 죽이면 아걸이 직접 목관을 짊어지고 움직여야 하니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불의의 기습에 급히 반격하기도 힘들다. 그런 점을 알면서도 소는 내버려 둔다.

우마차를 없앨 생각이 없다.

이런 행동에는 두 가지가 추측된다.

일단 아걸이 우마차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저들에게 유리하다.

아걸이 숲 같은 곳으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군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을 놓칠 우려는 없다. 또 우마차의 걸음이 느려서 따라잡기도 수월하다.

표적을 잃지 않으려면 우마차를 버리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이유도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그냥 추측인데, 아걸을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연노를 쏴 대는 것은 언제든 빈틈만 보이면 공격하겠다는 경고다.

- 네 뒤를 쫓고 있어. 조금만 방심해 봐. 바로 공격할 테니까.

끊임없이 자신들이 따라붙고 있다는 걸 알려 준다. 인간말짜들이 공격했던 방식 그대로 화약도 쓸 것이고, 화공도 펼칠 것이라고 겁박한다.

언제 공격할지 모르니 긴장하라는 거다.

하지만 이런 공격 뒤에는 군도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속마음이 담겨 있다.

허도기에게 말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중이다. 그러니 허도기가 따라붙을 때까지 군도에서 움직이지 마라. 너는 허도기가 왔을 때, 즉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아걸은 저들이 하는 속말을 알아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공격을 받기만 하고 추격, 살해하지는 않았다.

살해는 의미가 없다. 한낱 심부름꾼에 불과한 자들을 베어서 뭘 하겠다고.

“이럇!”

아걸은 천천히 수레를 몰았다.

* * *

“아걸을 찾았습니다.”

흑후가 감히 머리도 들지 못한 채 깊이 부복하며 말했다.

허도기는 그가 들어와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창가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빨리 찾았군. 어딨어?”

“금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금릉? 벌써 멀리 사라진 줄 알았더니, 아직도 금릉 주변이야?”

“놈이 군도를 이용하는 바람에 잠시 시야에서 놓쳤습니다. 이제 다시 찾았으니 놓칠 염려는 없습니다.”

흑후는 인간말짜들을 이용해서 아걸을 공격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군도? 군인들 비상 도로?”

“네.”

“하하하! 그놈답군. 전보영에서 좋은 선물을 받았어. 군도를 다 캐내다니. 하하하!”

허도기가 기분 좋게 웃었다.

“가만! 금릉 주변이라면…… 얼마 전에 도래산에서 산불이 크게 났다고 하던데. 네 짓이야?”

“아닙니다.”

흑후는 즉시 부인했다.

“정말 네가 한 짓이 아니야? 했어도 상관없어. 일홀도를 찝쩍거렸다면 당하기밖에 더 하겠나.”

“저는 절대 아닙니다. 산적들이 아걸을 공격한 듯한데, 되레 당한 듯싶습니다.”

“산적이 나오기에는 너무 작은 산 아냐?”

“자세히는 저도 잘…… 저도 소문으로만 들은 것인데, 아마도 무뢰배들이 공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워낙 비천한 존재들이라서 뒤를 캐 보지는 않았습니다.”

“방금은 산적이라고 했잖아?”

“산적인지 무뢰배인지 확인을 해 보지 않아서,”

“하하하! 그래.”

허도기 입가에 웃음기가 머물렀다.

오늘은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 서슬 퍼렇게 말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그런데 네 태도가 사뭇 달라졌는데?”

“저야 원래 나리의 충복 아니겠습니까.”

“충복? 네가 충복이던가? 난 널 충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네가 어찌 감히 내 충복을 자처해. 넌 발가락 때만도 못 한 존재 아닌가?”

“맞습니다. 저희 세계에서는 충복이란 말이 웃어른을 모시는 가장 충성스러운 말이라서 저도 모르게 그만 툭! 제가 어찌 감히 공부님의 충복을 자처하겠습니까.”

흑후는 허도기가 모욕적인 말을 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깊이 머리를 숙였다.

“확실히 공손해졌어.”

“……”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하하하! 그렇다고 치고. 네 태도가 야천 태도라고 보면 되나?”

“그건 아직. 아시다시피 저희 야천은 조직이 방대해서 일괄적인 의견이 취합되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하지만 제 뜻은 분명히 말해 놨습니다.”

“좋아. 이제 시작해 볼까!”

허도기가 비로소 창가에서 물러나 탁자로 다가왔다.

흑후는 급히 일어나서 탁자 위에 군도를 활짝 펼쳤다.

“이게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군도라서…… 사실 조금 넓은 산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중간중간 무너진 곳도 많고, 산짐승이 헤쳐 놓은 곳도 많습니다.”

“아걸이 우마차를 타고 있다고?”

“네.”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아. 우마차를 탈 정도면 상당히 편한 길이라고 봐야지. 그놈이 어디 있는지만 말해.”

“네. 여기 있습니다.”

흑후가 손가락으로 지도 한 곳을 정확히 짚었다.

“확실해?”

“네.”

흑후가 자신 있게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지? 꽤 뛰어난 추격자가 있는 모양이야?”

“사실, 이놈 발길을 잡아 놓으려고 저희가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감히 정면충돌은 못 하고요. 멀리서 그냥 활만 쏴 대고 있는데, 놈이 워낙 강해서.”

“지금까지 사망자는?”

“없습니다.”

“없다? 하하하! 아걸이 공격을 회피하지도 않는데도 사망자가 없다? 하하하!”

허도기가 크게 웃었다.

이미 아걸의 속뜻을 간파했다.

도주하지 않는다. 와라!

“이놈, 이거 내가 갈 줄 알고 있군. 날 기다리고 있는 거야. 하하하! 중원에 이런 놈 한두 놈쯤은 있어야 재미있지. 옛날에는 이런 놈들이 꽤 많았는데.”

“그놈이 공부님을 기다리고 있다고요?”

흑후가 짐짓 놀란 듯 되물었다.

흑후도 이미 아걸의 뜻을 읽었다. 그렇지 않다면 수하들 역시 일전통 말짜들처럼 박살이 났을 것이다.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보낸 놈들이기는 하지만.

허도기가 말했다.

“일홀도가 네놈들이 무서워서 이 길을 계속 가고 있는 줄 아나? 너희들 잡으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어. 봐주고 있는 거야. 상대가 나라는 것을 아니까.”

흑후는 짐직 몰랐다는 듯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보니 놈은…… 공격을 당하면서도 단 한 번도 반격하지 않았습니다. 숲으로 뛰어들어서 연노를 쏜 자들이 누군지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죠.”

“그게 일홀도의 여유다. 공격이 시작되면 숨고, 멈추면 무심히 제 갈 길을 갔을 테고.”

“공격하는 의도를 알고 있었다면, 이거 괜히 저희가 엉뚱한 짓을 했나 봅니다.”

“아니 괜찮아. 어차피 정면 승부니까. 보아하니 이놈도 굳이 피할 생각은 없는 것 같네. 후후! 일홀문주, 일홀문주가 죽은 후 제대로 된 일홀도라고 할 수 있겠어.”

“아무리 일홀도가 강한들 감히 공부님께는…….”

흑후가 머리를 조아렸다.

“계속 추격해. 내일 아침에 출발할 테니까, 저녁 무렵이면 만나겠군. 그때 다시 정확한 위치를 말해 줘.”

“내일입니까?”

“길게 뺄 거 있나?”

허도기가 군도를 쳐다보다가 돌아섰다.

허도기에게는 수하가 많다. 제자는 득실거린다. 성검문에 의지하는 공봉도 꽤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구에게도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갈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내일 저녁 무렵에 다시 정확한 위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흑후가 허리를 절반이나 꺾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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