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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301화 (301/600)

#301화. 第六十一章 사루(砂樓)(1)

대웅도리(大雄刀螭)는 구척장신에 몸무게가 이백육십 근이 넘는 장사다.

팔 두께가 어린아이 몸통만 하고, 발 크기는 보통 사람 두 배를 넘는다. 일곱 살에 이미 어른만 하게 성장해서 그 당시부터 웬만큼 힘을 쓴다는 자들도 꼼짝하지 못했다.

부모만 잘 만났으면 장군이 되었을 터인데…… 그의 부모는 어린아이를 투전판에 내세웠다.

돈을 걸고 싸우는 투전판에서부터 이름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별한 무공을 배우지 않았는데도 타고난 민첩성과 실력만으로 주변 일대를 휘어잡았다.

닥치는 대로 두들겨 부수고, 때려죽이고, 빼앗고…… 거칠 게 없었다. 무공을 배운 후에는 포악성이 극을 향해 치달았다. 시비만 걸리면 무조건 죽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거치적거리는 자는 모두 죽인다.

그가 어떻게 해서 팔룡 휘하에 들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아무도 그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휘하가 된다는 것은 패하거나 포섭당한 경우인데…… 대웅도리는 팔룡에게 패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어쨌든 그는 십리 중 한 사람이 되었고, 구환도(九還刀)를 사용하는 관계로 ‘죽음의 방울 소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대웅도리 혹은 사도영성(死刀鈴聲)이라고 불린다.

타랑! 타라랑!

구환도에 매달린 아홉 개의 고리가 찰랑찰랑 맑은소리를 울렸다.

“흐흐흐! 겁 없는 새끼!”

대웅도리는 방갓 무인을 무시했다.

방갓 무인은 그의 수족을 모두 끊어 버렸다. 그들은 이제 피바다 속에 누워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시했다.

“내 밑으로 들어와. 그럼 봐줄 수도 있어.”

“…….”

방갓 무인은 묵묵히 대도를 들어 올렸다.

“꼭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린다 이거지? 그럼 죽여주지!”

쒜에에엑!

구척장신의 거구가 비호처럼 달려들었다.

서 있을 때는 곰같이 미련해 보였는데 움직이기 시작하자 명마보다도 빠르다.

싹! 싹! 싹!

순식간에 구환도가 세 번이나 허공을 휘저었다.

머리를 노리고, 몸을 노리고, 다시 뒤돌아서 몸을 노린다.

싹! 싹! 싹! 싹!

구환도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삼도에 이어서 단숨에 사도를 휘갈겼다.

머리! 머리! 몸! 머리!

방갓 무인은 일도도 받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그도 대도를 들고 있지만, 감히 맞받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워낙 신장 차이가 크고, 힘 차이도 크게 난다.

속도는 둘 다 비슷하다. 방갓 무인이 무척 빠르게 움직이지만, 대웅도리도 감탄할 정도로 빠르다.

“하얏!”

대웅도리가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쫘아악!

구환도가 허공에서 내리쳐졌다. 허공을 두 쪽으로 쫙 가르면서 쏟아졌다.

방갓 무인은 자신의 몸을 오히려 칼 밑으로 들이밀었다.

파앙!

내리치는 칼에 몸이 갈라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스치며 지나갔다. 방갓 무인이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달려드는 바람에 구한도가 목표를 잃었다.

방갓 무인이 대도를 움직였다.

대도 칼날이 구환도 도신을 따라서 손잡이 쪽으로 흘러간다.

언젠가 봤던 수법이다. 도신을 따라서 흐르다가 방패마기를 잘라 버리고 손가락을 쳐 낸다.

촤라라랑!

구환도에 달린 도환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차례차례 잘려 나갔다. 도환은 상대방의 병기를 걸어채는 효과도 있어서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강철로 만든다.

그런 도환이 나뭇잎 떨어지듯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그 순간, 대웅도리의 칼이 변했다.

쫙!

그가 양손으로 칼등을 잡고 힘껏 밀어냈다. 방갓 무인을 멀리 밀어 버렸다.

방갓 무인이 거한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주춤주춤 물러섰다.

대웅도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즉시 달려들었다.

쒜엑! 쒜엑! 쒜엑! 몸! 몸! 몸!

방갓 무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도를 들어서 내리치는 칼을 막았다.

까앙!

칼과 칼이 부딪치면서 불똥을 튀겼다.

대웅도리는 방갓 무인이 칼을 들어서 막든 말든 연속으로 구환도를 내리쳤다.

까앙! 까앙! 까앙! 까앙!

금방이라도 대도가 부러져 나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대웅도리가 들고 있는 구환도는 방갓 무인의 대도보다 두 배는 두껍고 무겁다.

칼과 칼이 부딪쳤을 때 대도는 너무도 허약해 보인다.

“이야얏!”

화가 난 대웅도리가 전력으로 구한도를 내리쳤다.

단숨에 대도를 잘라 버리고 방갓 무인의 몸뚱이까지 잘라 버리겠다는 심산이다. 그때,

쓱!

방갓 무인이 움직였다.

무인은 허리를 숙이면서 일어섰다. 대웅도리의 칼을 등으로 받을 심산인 듯했다. 아니, 몸뚱이로 칼을 막을 수는 없다. 자신도 모르게 머리 대신에 등을 내민 것 같다.

무인은 반쯤 허리를 숙인 자세 그대로 빙글 돌았다. 왼발을 축으로 팽이 돌듯이 빙글 돌았다.

퍼억!

그가 빙글 돌면서 쳐 낸 칼이 위로 쳐들리더니 어느새 대웅도리의 목에 틀어박혔다.

대도가 목젖을 뚫고 뒷목으로 삐져 나왔다. 단숨에 뼈를 잘라 내고 목을 관통했다.

대웅도리가 눈을 부릅떴다.

방갓 무인은 자신의 칼을 확신한 듯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스읏!

그가 칼을 빼냈다. 그리고 피 묻은 칼을 든 채 저벅저벅 걸었다.

‘대, 대웅도리도!’

야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제는 더 놀랄 일도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놀랄 수밖에 없다.

방갓 무인이 도첨삭리를 죽였을 때가 가장 놀랐던 것 같다.

방갓 무인이 두 번째로 손댄 사람은 쾌창둔리(快槍窀螭)다.

매우 빠르게 찔러 대는 창술이 단연 압권이다. 어느 곳에서 누구와 싸우든 창 한 자루로 무덤구덩이를 만든다고 해서 무덤구덩이 둔(窀) 자까지 쓴다.

쾌창둔리와 그의 수하 백이십 명이 멸살 당했다.

이때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도첨삭리를 죽인 후이기 때문에 쾌창둔리가 죽는 것도 당연하다 싶었다.

세 번째로 죽인 자는 환검살리(幻劍殺螭)다.

환술에 능한 검인데, 사실 그와 싸우려면 검 열 자루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환검살리도 당했다.

네 번째가 대웅도리다.

솔직히 야구도 이번만큼은 방갓 무인도 쉽게 이기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대웅도리는 십리 중에서도 으뜸이다.

팔룡 휘하 모든 사람이 대웅도리에게는 한발 양보하는 추세다. 양보하지 않으면 상대가 누가 되었든 거침없이 칼을 뽑아 든다. 그리고 정말로 죽이겠다고 달려든다.

대웅도리의 난폭함을 누구도 말리지 못했으니, 그가 실질적인 이인자인 셈이다.

도첨삭리가 죽었을 때는 새로운 강자의 출현에 놀랐고, 대웅도리가 당한 것엔 이런 사람도 이기는구나 싶어서 놀랐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방갓 무인이 매번 다른 식으로 싸운다는 점이다.

도첨삭리는 단 일격에 심장을 취했다. 도첨삭리 방식대로 단숨에 숨통을 끊었다.

쾌창둔리와는 십여 초쯤 겨뤘다.

창과 칼이 거칠게 부딪쳤다. 매우 빠르게, 숨돌릴 틈도 없이 격타음이 터졌다.

쾌창을 쾌도로 막았다. 그리고 쾌창이 숨을 돌려야 할 순간에 목숨을 뺏었다. 쾌창둔리가 창을 뻗은 모습 그대로 무너졌으니까, 창을 회수할 시간도 주지 않은 것이다.

환검살리를 죽인 수법은 단연 놀랍다.

환검살리가 검 열 자루를 만들어 냈다. 어느 검이 실검이고, 어느 검이 허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때 방갓 무인의 몸에서 도화(刀花)가 피어났다.

칼을 몸 주위로 휘두르는데 너무도 선명하게 칼자국들이 보였다. 칼 꽃이 피어났다. 방갓 무인의 몸은 꽃술이다. 환상적인 칼 놀림이 아름다운 꽃잎들을 피워 낸다.

그 꽃잎 한 송이가 턱 날아가 환검살리의 몸에 꽂혔다.

이번에 대웅도리와 싸운 방식은 또 다르다. 힘과 힘으로 부딪치는 싸움 방식인데, 이것은 대웅도리가 가장 좋아하는 싸움이다. 막싸움처럼 순간적인 몸놀림과 반사 신경만으로 싸운다.

“아!”

야구는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방갓 무인은 상대방이 원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상대방이 가장 즐겨 쓰는 방식으로 싸운다. 도첨삭리의 잔인함, 쾌창둔리의 빠름, 환검살리의 변화, 대웅도리의 힘…… 모두 상대방이 좋아하는 방식이다.

“이거…… 이거…… 꼼짝없이 걸려들었네. 재수 옴 붙었어. 이걸 어쩌지?”

야구는 눈살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다음은?”

“낭아만리(狼牙蠻螭)라고 합니다. 중원인이 아니고 북방에서 왔다고 하는데……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긴 낭아봉을 무척 잘 쓰죠. 이놈도 대웅도리처럼 천하 역사입니다. 키는 작지만, 몸이 보통 사람보다 두 배는 더 크고…….”

야구는 낭아만리에 대해서 아는 대로 주절거렸다.

슬쩍 휘두른 낭아봉에 스치기만 해도 뼈가 가루로 부서진다. 성정이 매우 흉포해서 죽은 놈도 계속 두들겨 댄다. 부모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짓이긴다.

슬하에 부인 셋, 자식 아홉 명이 있는데 하나같이 표독하다.

자식 놈들은 벌써 제 아비를 닮아서 일부러 시비를 걸고 때려죽이는 일을 재미 삼아서 벌인다.

일전통에 있을 때부터 거둬들인 온갖 정보가 방갓 무인에게 무상으로 넘어갔다.

“가자.”

방갓 무인이 일어섰다.

“저…… 이번에도 다 죽이실 건지?”

“…….”

“저기 팔룡이 십리의 죽음을 알고 길길이 날뛴다는 소문이…….”

“앞장서.”

“네. 알겠습니다.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야구가 방갓 무인 앞에 섰다.

그때, 도첨삭리의 뇌옥에서 놈에게 구조를 받은 이후 계속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벌써 십리 중 세 명을 알려 주었고, 이제 또 한 명을 말했다.

거절하면 당장 목숨이 날아간다.

사실, 그가 하는 일은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지극히 평범한 일에 속한다. 이곳에서 십리에 대해 모르는 놈이 있나? 없다. 주먹쯤 쓰는 놈들이라면 모두 안다.

그들에게 안내하는 일쯤은 누구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야구를 대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야구가 수틀리게 행동하면 언제든 죽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앞장서지 않을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그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도 한다.

나중에 이놈이 팔룡에게 쓰러지면…… 그대는 야천의 칼이 자신을 노릴 것이다.

십리가 죽을 수 있게끔 앞장섰는데 죽이지 않을 리 없다.

‘이거 야천에 찍혀서 좋은 거 없는데.’

야구가 슬쩍 방갓 무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팔룡은 왜 노리시는지?”

“안 노려.”

“그럼 십리는 왜? 십리를 죽이는 것은 팔룡의 팔다리를 자르는 일인지라서.”

“멀었나?”

“반나절은 가야 합죠.”

“멀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말씀드린 겁니다요.”

야구가 즉시 대답했다.

야천 구룡은 중원을 구 등분 해서 나눠 가지고 있다. 팔룡은 자신의 땅을 십리에게 배분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검은돈이 팔룡에게 상납된다.

야천은 구룡의 성격에 따라서 집중하는 사업도 다르다. 누구는 술을, 누구는 여자를, 누구는 암거래를…… 온갖 돈벌이가 이들 손에서 굴러간다.

십리가 죽는다고 해서 그들 사업이 당장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십리는 수하를 거느리고 있고, 그들은 어둠에 깊이 개입해 있다. 십리와 수하가 죽어도 어둠은 계속 굴러간다. 죽은 자를 대신해서 누군가가 오면 즉시 복원된다.

방갓 무인은 상당히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사실상 팔룡의 사업체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야구는 이런 부분을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만일의 경우…… 방갓 무인이 죽고 팔룡이 다시 이 지역을 거머쥐었을 때를 대비해서다. 팔룡의 사업체가 온전히 보존된 것은 오로지 자신 덕분이지 않나. 자신이 입을 열었다면 방갓 무인은 당장 사업체부터 들이쳤을 것이다.

팔룡이 주력하는 사업은 도박이다.

도박을 주축으로 해서 술과 여자, 고리 사채 등등 여타 사업을 벌여간다.

들리는 말로는 팔룡이 하루에 거둬들이는 돈이 가히 성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후유! 팔룡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내가 일부러 움직이는 동선을 쉽게 했으니까, 다음 목표가 낭아만리라는 것도 알겠지? 제길! 누가 이 귀신 좀 안 데려가나?’

야구는 묵묵히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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