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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311화 (311/600)

#311화. 第六十三章 과거사(過去事) (1)

팔룡은 그동안 음산사마를 조사하여 알아낸 것을 말했다.

별로 중요한 내용은 없다. 음산사마가 개로였다는 것, 야천에서도 통제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는 것. 또 허도기에게 베였다는 풍문이 정말로 있었다는 사실 정도다.

음산사마가 활동했다면 아마도 야천대방이나 야천이방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막연한 추측이라서 말하지 않았다.

정확한 사실만 말했다. 사실이 아닌 것은 언질도 주지 않았다. 그러니 말해 줄 게 별로 없다.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은 없군.”

“시간이 이틀밖에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마음의 결정을 하기도 벅찼죠. 이런 걸 조사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지금 말한 것은 제 성의로 여기시고.”

팔룡이 차분하게 말했다.

“이미 결과는 정해졌는데 발버둥이라니. 결과를 받아들이는데 의외로 둔하군.”

“제가 원래 둔합니다.”

“시간을 무한정 줄 수는 없는데?”

“언제까지 알아낸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것도 사실이다. 조사하는데 의지나 결의로 예측해서 말하면 안 된다. 조사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하기로 한 이상은 정확한 사실을 말해야 한다.

야천도 신의를 지킨다.

배신은 결정적일 때 딱 한 번 한다. 아홉 개의 약속을 지켜 주고 마지막 한 개에서 땅! 뒤통수를 치면 된다.

그러면 상대가 가진 것을 전부 다 빼앗아 올 수 있다.

처음부터 뒤통수를 치면 작은 것밖에 얻지 못한다. 전형적인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그래서 야천구룡은 약속을 매우 잘 지킨다. 야천구룡 입에서 나온 말은 대부분 반드시 지켜진다고 보면 된다. 파락호로 시작한 놈들이지만 의리 하나는 칼 같다고들 말한다.

물론 끝까지 그런 생각인 자는 알거지가 된다. 누구한테 당하였는지도 모르고 목숨을 잃는다.

“보름. 보름으로 하지.”

방갓 무인이 기한을 정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팔룡은 끝까지 할 수 있다거나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건 다른 문젠데, 얼마 전에 구룡회가 열렸다고?”

“네.”

“주요 안건은?”

“저희 방 내의 일입니다. 말씀 못 드립니다.”

야천 팔방주가 딱 부러지게 말했다.

칼로 목을 치더라도 방 내 일은 말하지 않는다. 특히 구룡과 관계된 일은 말할 수 없다.

방갓 무인의 압박에 못 이겨서 음산사마에 대한 조사를 해 주지만 방갓 무인은 엄연히 외인이다. 외인에게 방 내 일을 시시콜콜히 말할 바보는 없다.

이 의지가 전해졌는지 방갓 무인은 더 묻지 않았다.

“말해 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감사합니다.”

“그럼 이건 말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 흑화방에서 야천을 부지런히 들락거린다. 흑후가.”

“죄송하지만 저와 관계된 일은 음산사마로 한정했으면 합니다.”

“음산사마로 한정하자. 후후! 합리적인 말 같지만, 그러면 야천팔방이 사라지는데. 그 정도 수를 못 읽었을 방주는 아니고. 알아서 살겠다는 거군.”

방갓 무인이 놀리듯이 말했다.

방갓 무인도 차후에 벌어질 일을 알고 있다. 구룡회는 어떤 식으로든 음산사마에 관한 정보가 방갓 무인에게 전해진 사실을 알아낼 것이다.

그 후에는 당연히 공격이 시작된다.

이 일은 이미 기정사실로 되었다.

앞으로 벌어진 일을 누가 알까? 방갓 무인과 극도로 조심해서 일을 진행하면 아무도 모르겠지.

어림도 없다. 반드시 알아낸다.

“저희 일은 저희가 감당하죠. 음산사마 외에 다른 일이나 언급은 사양합니다.”

“좋아. 그러지.”

방갓 무인이 일어섰다.

“난 이 길로 함풍(咸諷)으로 갈 거야.”

“……!”

팔룡이 인상을 확 찡그렸다.

함풍은 단구혈리의 본거지다. 팔룡이 담당하는 호북성에서 가장 큰 야시장이 열린다. 호북성 장사치들이 운집하는 곳이며, 야천팔방 정보의 중심처다.

“야구가 성치 않으니 가는 데만 여드레 이상 걸리겠지.”

“또 협박입니까?”

팔룡의 눈가에 불쾌한 빛이 스쳤다.

“단구혈리를 죽이겠다는 게 협박이라면…… 협박이겠지.”

- 귀하! 전쟁하자는 건가!

팔룡은 뱃속에서 기어 나오려는 울분을 꾹 눌러 참았다.

힘 있는 자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태연히 한다.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소위 말해서 약자의 설움이다.

“단구혈리…… 죽이시죠. 하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음산사마에 대한 조사뿐입니다.”

팔룡이 눈을 감아 버리며 말했다.

그때, 방갓 무인이 이상한 말을 했다.

“웃기네. 내 요구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 정도였나? 이틀 동안 고민하게 해 줬으면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와야지.”

“……!”

팔룡이 눈을 번쩍 뜨고 방갓 무인을 쳐다봤다. 무슨 말이냐!

“지금 웬 놈이 나타나서 야천팔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 이 일을 어떻게 무마하려고? 다른 데서 이 일을 모를 것 같아서? 나는 그냥 사라질까? 성질나서 몇 명 죽이고 사라진 것으로 하면 수긍할지 모르겠어?”

“이 일도 저희가…….”

“깔끔하게 하자고.”

“……?”

“단구혈리를 죽이러 갈 테니까. 그때 한 번 더 싸우자고. 비장의 절초 하나 준비하셔야지?”

팔룡의 눈가에 이채가 번뜩였다.

많은 사람 앞에서 싸운다. 시장 상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야천팔방주와 방갓 무인이 싸운다. 그만한 싸움이면 어설픈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다. 철저한 패배가 뒤따라야 한다.

방갓 무인이 이 싸움을 거론하는 것은 칼을 맞아 주겠다는 것이다.

‘죽일 수도 있어!’

팔룡의 머릿속에 퍼뜩 방갓 무인을 죽일 방법이 떠올랐다.

일부러 한칼을 맞아 주겠다면 사력을 다해서 사도를 떨쳐 내는 것이다. 일도에 죽이는 거다.

‘후후! 바보 같은 짓!’

팔룡은 즉시 생각을 수정했다.

죽일 수 없다. 칼을 한두 번 찌를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끝까지 죽이려고 들다가는 가차 없이 목숨이 떨어진다. 방갓 무인은 그럴 수 있는 자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함풍에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팔룡이 말했다.

그러자 방갓 무인이 방금 한 말보다 더 이상한 말을 했다.

“당분간 사업체도 숨기고.”

“제 일은 상관하지 마시라고…….”

“상관 안 해. 들은 말을 전하는 것뿐이야. 요즘 민초들의 원망이 하늘을 가린다고? 산적, 수적은 당해도 좋은데 도적만은 막아 달라고 아우성이라는데.”

‘훗!’

팔룡은 숨을 죽였다.

지금 방갓 무인이 하는 말은 온전히 관군 용어다.

관군이 야천을 협박에서 돈을 뜯어낼 때 요런 낯 뜨거운 말을 한다. 물론 기본적인 상납은 하고 있지만, 훨씬 많은 돈을 요구할 때가 있다.

“관군이 사채, 도박, 폭력, 이런 것들. 일제히 단속할 거야.”

“그렇습니까?”

팔룡은 방갓 무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관군은 야천의 상극인데 어찌 동조자 한 명 없을까? 매수해 놓은 자가 득실거린다.

그들은 무슨 일만 벌어졌다 하면 즉시 야천에 통보해 준다.

이 관계는 야천 역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되어서 관군 중에는 야천 무리와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자도 있다. 처남, 매부로 얽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도 연락해 오지 않았다. 방갓 무인이 어디선가 뜬 소문을 듣고 한 말일 것이다.

방갓 무인이 말했다.

“이번 일로 야천이 상당히 위축될 거야. 중원 전역에서 일제히 두들겨 대면 타격이 심하겠지? 후후! 모두 몸 사리기 바쁠 때, 음산사마에 대해서 알아 봐. 보름이면 충분하다는 말, 이해했을 테고. 그래도 알아내지 못하면 쓸모없는 거지.”

방갓 무인이 일어섰다.

팔룡은 움직이지 못했다.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자, 누군가!’

그는 방갓 무인이 사라진 방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금 야천 탄압이 중원 전역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관군 수백만이 일시에 움직인다는 거다. 그것도 한날한시에 동시다발적으로 급습한다.

이런 일은 보안이 생명이다.

이미 관청에 보안 사항을 발설하는 자는 즉참한다는 황명이 하달되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어느 곳을 급습해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라는 세부적인 지시까지 내려와 있을 수도 있다.

야천이 가장 경계하는 대청소다.

대청소가 벌어지면 그동안 형, 동생하며 지내던 관군도 안면을 싹 바꾼다.

이런 일을 누가 할 수 있나? 황상이다. 오직 황상만이 이런 일을 할 수가 있다.

황상을 움직일 수 있는 자!

방갓 무인, 확실히 허도기를 노리고 있다.

무공도 막연히 허도기와 비슷할 거로 생각했었다. 허도기가 떠오를 정도로 강하기는 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는 걸 보면 확실히 허도기와 견줄 수 있는 자다.

‘성검문 사건을 다시 캐기 시작했어. 아무래도 허도기가 찍힌 것 같은데? 황상이 움직였다면 허도기가 찍힌 게 맞아. 아! 너무 큰 싸움에 말려들었어.’

“후! 이거 꼼짝없이 죽게 생겼군.”

이번 기회에 방갓 무인에 빌붙어서 다른 팔방을 무너트리고 대방으로 올라서?

미련한 놈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천만에. 천만에다.

몇 번을 말하지만, 이번 일에 사는 길은 없다. 특히 관군과 관계되었다면 반드시 뒤끝이 좋지 않다.

죽을 자리로 들어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기어이 죽어야 한다지만, 그래도 죽는 순간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회를 엿보다 보면 사는 길이 보일 수도 있다.

팔룡은 사리를 불렀다.

“주위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합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비표비리가 말했다.

팔룡은 사리 네 명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방갓 무인과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앞으로 할 일, 그리고 미래에 벌어질 일까지도 차분히 말했다.

야천팔방은 죽음의 줄에 올라탔다.

팔룡이 사리에게 이런 말을 해 준 것은 이들이 자신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팔방에서 회유도 하고, 협박도 했지만, 이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 네 명은 여섯 호법처럼 팔룡이 직접 거뒀다. 직접 무공을 전수했고, 조직까지 맡겼다. 비밀 임무까지 착실히 수행한 직속 수하다.

의리가 없기로 유명한 야천이지만, 이들 네 명은 믿을 수 있다.

비표비리가 금광을 발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사람을 시켜서 금맥을 찾은 노력이 이제야 효과를 봤다.

비표비리는 야천팔방의 비밀 금고다.

“함풍에서 이기시면 즉시 소문이 퍼지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몇 놈만 입을 놀리면 즉시 퍼집니다.”

단구혈리가 말했다.

팔룡에게 전해지는 실질적인 정보는 상인들에게서 나온다. 상인은 중원 전역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물고 온다. 그리고 함풍에서 쏟아 낸다.

“넌 숨고.”

팔룡이 철곤타리에게 말했다.

“네. 바로 지시하겠습니다.”

철곤타리가 여유 있게, 자신 있게 말했다.

철곤타리는 이백 명의 수하를 움직인다. 또 삼천 명의 무인을 숨겨 두고 있다.

야천팔방은 다른 팔방보다 힘이 약하기 때문에 내놓고 세를 확장하지는 못한다. 그러면 당장 견제를 받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약자로 있을 수는 없는 일, 은밀히 무인을 양성해 놨다.

개개인이 능히 제이선 찰도나 석두각 정도는 되는 자들이다.

팔룡의 진짜 힘, 진실한 야천팔방 무인이다.

유사시, 이들은 호북성 곳곳으로 흩어져서 십리가 가진 사업체를 인수하도록 훈련받았다.

팔룡 직속 사리를 제외한 육리의 사업체를 회수하는 역할이다.

물론 팔룡이 직접 수인한 서신을 가지고 움직일 것이니 피를 보는 일은 없다. 다른 육리가 순순히 인정하고 따라 준다면. 지금은 육리가 죽었으니 저항할 사람도 없다.

“움직일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지?”

팔룡이 환묘법리를 보며 물었다.

“사백입니다.”

“지시해. 지금부터 음산사마를 조사한다. 극비! 조사하다 발각되면 자결하라고 해. 모든 눈과 귀를 열고 음산사마에 대해서 콧구멍에 털이 몇 개인지까지 알아 와.”

“넷!”

환묘법리가 즉시 대답했다.

다른 팔방이 야천 십리를 회유해서 간자로 만들었지만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야천팔방도 같은 일을 했다. 각 방에 팔방 간자들이 숨어 있다.

그들의 숫자가 사백 명이고 환묘법리가 관리한다.

이들 네 명이 지닌 힘, 팔룡의 진실한 힘이다.

“명심해. 방갓 무인과 호흡을 맞춰 가면서 사는 길을 모색해야지. 그에게 칼을 겨누면서 사는 길을 모색하는 길은 없다.”

“알겠습니다.”

사리가 일제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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