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화. 第六十六章 당랑거철(螳螂車轍) (4)
당랑포선(螳螂捕蟬) 황작재후(黃雀在後)!
지금이 딱 그런 형국이다.
사마귀는 매미를 잡는 데 온 정신이 팔려 있다. 뒤에서 참새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줄은 전혀 모른다.
매미는 관원 혹은 야천 영역을 차지한 무인이다. 사마귀는 물론 야천이다. 보복하는 쪽과 잡힌 자들을 구출하는 쪽…… 어느 쪽이든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른다.
한데 그들을 또 취화원 살수가 노린다.
사마귀라는 야천 무리 뒤에 취화원이라는 황작이 있다.
이런 판에 매가 나타났다.
응정착작(鷹盯著雀), 매가 참새를 노려보고 있다. 언제든 달려들어서 낚아챌 준비를 끝냈다.
물고 물리는 싸움이다.
야천에 칼이 움직였다.
아삼이 취득한 정보는 곧바로 취화원에도 전해진다.
몽설은 아삼이 전해 준 정보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취화원 살수들이 싹 빠진다. 야천에서 흑수혈검 같은 진짜 칼들이 나섰다면 취화원 살수들은 먹기 좋은 떡이 된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취화원은 계속해서 야천의 검을 막아 나간다.
당랑포선 황작재후의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
그러면 자신을 노리고 있는 매는 어떻게 하나? 받아친다. 어떻게? 무공으로.
취화원에는 야천의 진짜 칼과 승부를 낼 만한 무인이 열 명 넘게 있다. 몽설, 구곡주, 팔장로…… 당장 열한 명이나 검을 들고 나설 수 있다.
이만하면 취화원도 상당히 강한 문파이지 않은가.
취화원 최후 절기인 사생락은 중원 무림의 어떤 무공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다.
그들이 직접 나선다.
취화원은 이번 싸움을 반드시 뚫고 나가야 한다. 몽설도 그런 점을 알고 있으니 틀림없이 정면 승부를 택할 것이다.
적랑대 간자들이 정보를 취합해 주자 중원 정세를 읽는 눈이 한결 밝아졌다. 모든 문파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쉐에에엑!
아걸은 신형을 쏘아 냈다.
그가 무공으로 취화원 살수를 도울 수는 없다. 중원은 넓고 몸은 하나다. 호북성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설혹 알았다고 해도 달려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야천 제일검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 것을 알면서도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몇몇 싸움만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다행이다.
쒜에에엑! 쒜엑!
아걸은 전력으로 신형을 쏘아 냈다.
* * *
소유검파(小酉劍派) 무인들은 밤이 깊었어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유수지를 관리하기는 매우 힘들다.
유수지는 사실상 방치 상태로 관리된다. 누가 관할한다고 명시만 해 놓을 뿐, 관리자 한두 명을 두는 것이 고작이다. 넓은 저수지를 무인들이 에워싸고 있을 필요가 있나.
그런데 소유검파는 저수지를 에워쌌다.
진장펑홍은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이곳을 장악하면 인근 천여 리가 손에 들어온다.
원래는 야천이방에서 차지하고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소유검파 관할이 되었다. 그리고 소유검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진장평홍을 내어 줄 생각이 없다.
“야천 그놈들, 약이 바싹 올라서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다며?”
“그걸 이제 들은 거야?”
“여기도 오겠지?”
“당연히 오지. 이런 걸 빼앗기고 밤에 잠이나 오겠어?”
그때다. 바로 옆에서 일갈이 터졌다.
“조용히! 정신 바짝 차려라. 한눈팔면 죽는다!”
소유검파 오검 중 한 명인 연검감죽(軟劍砍竹) 지창수(池創秀)다.
소유검파 무인 중 연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지창수밖에 없다. 소유산 대나무 숲이 모두 연검에 베여 나갈 정도로 수련에 미친 사람이기도 하다.
잡담을 나누던 무인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야천이 반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비밀도 아니다.
하물며 진장평홍 같은 알짜 노른자위를 빼앗긴 야천이방. 분명히 움직인다.
야천이방은 구룡 중에서도 상위에 있는 방파다. 아니, 야천대방 자리를 노리는 최상위 방파 중 하나다. 그런 만큼 강력한 타격을 가해 올 것이다.
지창수는 순찰하면서 느슨해져 있는 무인을 보면 즉시 경고했다. 아무래도 지키는 것이 보물이 아니라 저수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계가 풀어진다.
“네! 단단히 지키고 있습니다!”
지적을 받은 무인들은 즉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하루 이틀 경계선 것도 아니고 가만 내버려 둬도 어디 도망가지 않을 저수지를 지키다 보니 느슨한 마음이 든다. 활줄을 항시 팽팽하게 유지할 수는 없다. 잠시 늦추기도 해야 한다.
“며칠만 더 참아. 요즘 야천 동태가 심상치 않아.”
“네. 그런데 이거…… 언제 끝날까요?”
“음! 곧 끝날 거다.”
지창수는 그런 말밖에 하지 못했다.
이번 사단에 가담한 문파는 꽤 많다. 그들은 야천을 밀어내고 그들이 차지하고 있던 사업기반을 빼앗았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그것이 자신들 것이 되나?
무림 문파는 이번에 벌어진 야천과의 일은 성검문이 나서는 순간에야 비로소 종식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도 성검문이 나서지 않으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계속 치고받는다. 반대로 아무리 치열하게 싸워도 성검문이 나서면 단박에 끝난다.
성검문이 나서서, 지금 차지하고 있는 영역들을 야천에 돌려주고 물러서라고 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 무림 문파 치고 성검문 말에 토를 다는 문파는 없다.
그것은 야천도 마찬가지다.
‘너희, 숨 지키고 있어!’ 하고 성검문이 직접 명령내리면 야천은 숨죽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현재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완전히 소유권이 바뀐다.
성검문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치열하게 치고받는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약한 자는 죽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맹수의 세계다.
“피곤한 줄 안다만, 경계 똑바로 서고.”
“네! 괜찮습니다. 낮에 실컷 잤습니다!”
무인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자정이 넘길 무렵, 하늘에서 우박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파파파팟! 쒜에에에에엑!
천지가 무너지는 듯, 산사태가 일어나는 듯 굉렬한 소리가 고막을 후려쳤다.
무인들이 깜짝 놀라서 밤하늘을 쳐다봤다. 순간,
파파파팟! 파파파파팟!
“아아악!”
“크악!”
소유검파 무인들이 벌떼처럼 날아온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펑펑 나가떨어졌다.
화살은 굉장히 강력하게 날아왔다. 모르긴 해도 인간이 힘으로 쏘아 낸 화살은 분명히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날아와서 숨통을 끊어 놓는다.
소유검파 무인들은 비병(飛兵)을 쳐 낼 줄 안다.
표창, 비수, 화살, 난석……!
강호를 돌아다니다 보면 병기를 날리는 수법이 의외로 많다. 이런 공격에 대해서 수련을 해 놓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지금 날아온 화살은 그토록 힘들게 수련한 모든 노력을 단숨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만큼 빠르고 강하다.
“철전(鐵箭)이다! 숨어!”
지창수가 소리쳤다.
순간, 소유검파 무인들은 즉시 방패 뒤로 숨었다. 방패가 없는 자는 나무나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철전은 인력으로 쏘는 게 아니다. 노궁으로 쏜다.
하늘을 빼곡히 채우며 날아든 철전…… 이 정도의 화살을 쏘려면 적어도 삼백 명 이상이 동원되었다.
“이놈들 더럽게 많이 온 것 같은데?”
“화살에 죽는 건 개죽음이야. 정신 똑바로 차려.”
야천이 드디어 공격을 시작했으나, 그 공격은 싱겁게도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일차 공격이 끝난 후, 화살이 날아오지 않는다.
“왜 공격 안 하지?”
“이것들이 오늘은 간만 보나?”
소유검파 무인이 말을 하면서 일어서려고 했다.
“움직이지 마!”
지창수가 즉시 경고했다.
“아직 노리고 있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죽는다!”
무인들은 숨은 곳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움직이지 않았다. 굳이 서둘러서 움직일 이유도 없었다.
미령혈수(靡寧血手)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걸었다. 하지만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신형이 쓱쓱 미끄러져 나갔다. 마치 신법을 전개할 때처럼.
“멈춰!”
방패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무인이 검을 겨눴다.
“날파리들.”
미령혈수는 머리를 묶지 않았다. 뇌옥에서 금방 뛰쳐나온 죄수처럼 머리가 길게 산발했다. 얼굴도 지저분하다. 방금 기름진 닭이라도 뜯어 먹고 왔는지 기름기가 입가에 번지르르하다.
미령혈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무인의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한데,
“악!”
“큭!”
미령혈수에게 검을 겨눴던 무인들이 갑자기 처절한 비명을 토하며 쓰러졌다.
어느새 미령혈수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가 들고 있는 검에서 진한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검에 핏물을 흘러내리게 만드는 혈선(血線)이 음각되어 있어서 피를 더욱 많이 머금는다.
쿵! 쿠웅!
소유검파 무인들이 쓰러졌다.
오른쪽 어깻죽지부터 옆구리까지 등 뒤가 쫙 갈라진 모습이 보였다. 머리를 반으로 갈린 채 쓰러진 자도 있었다. 심장이 정확하게 꿰뚫리기도 했다.
이 모든 자국을 한순간에 만들어 냈다.
“웬 놈이냐!”
지창수가 일갈을 내지르며 달려왔다.
“소유산에 대나무란 대나무는 모두 잘라 버리는 검귀가 있다던데, 너냐?”
미령혈수가 혈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네놈은?”
지창수는 어느새 공격 자세를 갖췄다. 두 발을 넓게 벌리고 허리를 낮게 가라앉혔다. 눈은 매처럼 날카롭게 빛난다. 검은 사내의 심장을 겨눴다.
미령혈수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까딱거렸다.
“이 검을 보고도 생각하는 게 없나?”
“미령혈수.”
“안목은 있군.”
“후후! 네놈이 오면 좋겠다 싶었지. 한 수 겨뤄 볼까?”
지창수는 미령혈수를 쏘아봤다.
“좋지.”
두 사람은 즉시 달려들었다.
쒜에엑! 쒜에엑! 까앙! 깡깡깡깡! 까앙!
지창수와 미령혈수는 순식간에 십여 초를 주고받았다.
굉장히 빠른 검초다. 치는 모습도, 막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타앙! 팟!
두 사람은 사력을 다해서 검을 부딪친 후, 두 걸음씩 물러섰다.
“후후! 소유검법은 익히 알고 있지. 이 땅에 있으면 언젠가는 네 놈하고 붙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철저히 연구했지. 네놈들은 우리를 연구한 적이 있나?”
지창수는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쳐다봤다. 지창수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빛이 가득했다.
“이 비겁한……!”
지창수가 일갈을 내지르며 검을 고쳐 잡았다. 전신 진기도 있는 대로 끌어 올렸다. 다음 일격에서 반드시 승부를 볼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검을 부딪칠 때…… 지창수는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을 알았다. 미령혈수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사이 암산을 당했다. 몸을 마비시키는 미산(迷散)이 뿌려졌다.
수족이 얼어붙는다. 관절이 움직이지 않는다.
완벽한 암수다.
“후후후! 비겁하다니. 무림에서 비겁한 게 어딨어?”
“뭐라고!”
“왜 너 같은 놈들은 자신이 쓰는 검초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정도 무공은 정당하고 그 외 기타 무공은 사악하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야.”
“이익!”
지창수는 사력을 다해서 진기를 끌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좋지 않다. 이제는 진기마저 흩어진다.
미령혈수가 말을 거는 것은 그가 수다스러워서가 아니다. 독기가 충분히 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미령혈수가 말했다.
“그러면 내가 모르는 검을 쓰는 너는 비겁하지 않나? 너도 우리가 다 아는 검초를 써서 싸워야지. 검초를 만든 자체가 상대를 속이겠다는 거잖아. 그것이 암수지. 뭐가 암수야 가끔 너 같이 정신머리 없는 놈들을 본다니까.”
스읏! 푸욱!
지창수는 검을 돌려서 자신의 검으로 자신의 배를 찔렀다.
피를 뽑아낸다. 그렇게 해서라도 마비된 몸, 흩어진 진기를 유지해야 한다.
미령혈수의 눈가에 이채가 번뜩였다.
“알아도 죽고, 몰라도 죽어. 무림에서는 죽이는 게 임자야. 지금은 내가 너보다 고수인 거지.”
쒸이잇! 파앗!
미령혈수가 어느새 지창수 곁을 스쳐 지났다. 그리고 혈검이 지창수의 가슴을 확 찢어 버렸다.
“이 비겁한…….”
지창수가 신형을 비틀거렸다.
완벽한 패배다. 암습이든 뭐든…… 당하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