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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338화 (338/600)

#338화. 第六十八章 양사(兩死 : 두 죽음) (3)

누구냐!

아걸은 이번 일을 꾸민 자가 누군지 몹시 궁금했다.

야천 방주들을 일시에 협살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방주들의 동정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방주와 호위 무인들의 무공을 능가하는 무인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야천은 중원 전역에 퍼져 있다.

방주들의 위치가 제각각이니 드넓은 땅에 고수들을 점점이 뿌려야 한다.

고수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는 거다.

야천 대방 방주에게만 흑의인 다섯 명이 몰려들었다. 그들의 무공은 매우 놀랍다. 두 명이면 흑수혈검을 죽일 수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을 희생시켜서 방주를 쓰러뜨렸다.

저들이 야천 대방 방주에게만 특별히 많은 인원을 붙였다고 치자. 그래도 타방 방주를 죽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명 이상이 동원되어야 한다.

아홉 개 방파에 세 명씩만 따져도 스물일곱 명이다.

절정 무인 서른 명이 일시에 동원되었다. 그들 중 누구라도 두 명만 모이면 흑수혈검을 죽일 수 있다.

당금 무림에서 어떤 문파가 이토록 강한 무인들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이 정도의 무력이라면 서리형개가 심혈을 기울여서 양성한 정동 무인도 칠 수 있다. 적위군장 사구정이 자랑하는 적위군도 단숨에 짓이긴다.

이들 서른 명이면 조위 장군의 장군가도 급습할 수 있다. 전보영도 공격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벌일 수가 있다.

그만한 힘으로 야천을 들이친 것이다.

여기서 세 가지 문제가 나온다.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흑의인들이 누구냐?’라는 거다.

두 번째로 ‘누가 그들을 부리고 있느냐?’라는 점도 궁금하다. 분명히 무림에서 이름난 명사가 뒤에 있을 것이다. 실제로 권력이 막대하지 않으면 이런 일을 벌일 수 없다.

세 번째, 도대체 야천에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야천 방주들을 물갈이하는 것에 대장군의 장군가를 엎어버리는 것이나 전보영을 공격하는 것만큼의 값어치가 있어야 이번 공격이 설명된다.

이번 일은 흑수혈검이 생각한 것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공부 허도기!’

아걸은 성검문주 허도기를 떠올렸다.

당금 무림에서 이 정도의 힘을 부릴 수 있는 자는 허도기밖에 없다.

공부 허도기가 야천을 노린다? 왜? 야천이 항복 문서를 보냈는데, 왜?

항복하는 정도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

공부가 야천에 요구한 것은 깨 벗고 달라는 것이었다. 야천 전부를 달라는 거다.

야천은 그런다고 했다.

그런데도 허도기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공격했다. 방주들을 싹 갈아엎었다.

허도기가 야천에 요구할 때와는 상황이 변했다.

공부는 야천을 완벽하게 손에 쥘 생각이다. 야천의 거칠고 어두침침한 힘을 이용해서 큰 분란을 일으킬 예정이다.

‘성검문 사건과는 비교도 안 돼! 마인을 움직이는 선에서 그치지 않아. 이 사람 정말 안 되겠군.’

아걸은 공부 허도기가 무섭게까지 느껴졌다.

공부 허도기가 칼을 뽑았다.

지금 이 일에 반대하고 나서는 자는 모두 죽는다. 방주들을 정리하는 것이 신호다.

적랑대도 죽고, 취화원도 죽는다. 다 죽는다.

야천 이방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흑수혈검도 죽는다. 팔방 방주가 요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다시 공격당한다. 죽을 때까지 공격한다. 그러니 어떻게 죽음을 피할까.

허도기가 야천을 장악하기로 한 이상 모두 다 죽는다.

대방의 신물 따위는 필요 없다. 야천 전체를 통일할 것이며, 어둠을 손에 넣을 생각이다.

‘그자, 날 알아봤어.’

아걸은 대방 방주를 죽인 흑의인을 떠올렸다.

그자가 자신을 알아봤다. 그래서 흑수혈검이 살아난 것이다.

‘내 존재까지 알고 있다면 팔방의 움직임에 적랑대까지 다 알고 있다는 거야. 이건 위험하다!’

아걸은 즉시 밀마를 남겼다.

‘적랑대부터 중지시켜야 해.’

“팔방 방주는 요행히 몸을 피했습니다.”

적랑대 간자 노충(盧沖)이 보고했다.

적랑대는 야천에서 은밀히 흐르는 암류를 감지했다. 어떤 움직임인지 알 수 없지만, 무엇인가 은밀한 일이 진행된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한 명이 느꼈다면 오판일 수 있다.

열 명이 느꼈다면 절대 오판이 아니다.

팔방 방주가 밀행을 나간 것은 요행이 아니다. 할배가 넌지시 던진 말을 철저하게 쫓은 덕분이다.

팔방 방주는 적랑대가 하는 말을 절대로 흘려듣지 않는다.

적랑대의 말이 곧 취화원의 말이며, 아걸의 말이라는 것을 안다. 또 장군가의 말이며, 전보영의 명령이다. 천하의 모든 움직임이 함축되어 있다.

며칠 몸을 숨기지?

이런 말을 듣고도 심상치 않은 예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말 멍청이일 것이다.

“지금은 어디 있고?”

“팔방에 돌아가 있습니다.”

“습격당할 거야.”

“또…… 말입니까?”

적랑대 간자 노충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적랑대조차도 이후에 벌어질 일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아걸이 단호하게 말했다.

“노충,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내가 하는 말, 절대적으로 따라 줘야겠어.”

“네. 말씀하십시오.”

노충이 생각도 해 보지 않고 즉시 답했다.

아걸은 암울한 눈으로 노충을 쳐다봤다.

이 사람,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곧 전신에 뜨거운 기름이 쏟아진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원래부터 적랑대는 그의 사람이 아니었으니 임의대로 행동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죽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말리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부터 일체 모든 활동을 중지해.”

“중지요?”

“적랑대, 취화원 모두 중지해. 팔방까지 모두 숨죽이라고 전해.”

“취화원과 팔방이나 몸이 움직여야 하니 그렇다고 쳐도, 저희는 단지 보는 것뿐인데.”

“보지 말라고. 눈 감으라고.”

“그렇게까지…….”

“취화원에도 말을 전해. 일체의 모든 살행을 금지한다. 팔방 방주, 음산사마에 대한 조사를 취소한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가능하면 방주직을 내려놓고 잠적하라. 조용히, 조용히 있어라. 숨죽이고 차분히 있어라. 이게 내 명령이야.”

아걸의 명령은 매우 단호했다.

“그들이 그렇게 강합니까?”

노충이 물었다.

노충도 흑의인들에 대해서 안다. 아걸이 그들을 염려해서 이런 명령을 내린다는 것도 안다.

노충은 야천에 투입된 적랑대를 대신해서 아걸과 만나고 있다.

아걸과 적랑대를 잇는 눈이요, 입이다.

그는 아걸이 원하는 바를 하나도 빠짐없이 적랑대에 전했다. 그리고 적랑대가 취합한 것을 보고했다. 하지만 적랑대가 입은 손실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적랑대는 이번 일로 삼분지 이가 죽었다.

열 명 중 여섯, 일곱 명이 정체가 탄로 나서 목숨을 잃었다. 혹은 뇌옥에 갇혀 있다.

그런 일은 말하지 않았다.

아걸을 가장 편한 상태로 움직이게 만들고 싶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갈 수 있도록.

지금 아걸이 준 명령은 철저히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안위는 돌보지 않고 달려왔는데, 갑자기 몸조심하라고 한다.

‘소주(少主), 벌써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노충은 아걸의 명령을 받을 수 없었다.

이번 일로 적랑대에서도 쫓겨났다. 은거한 전대문주를 주인으로 모시고, 아걸을 소주로 모시는…… 변형된 적랑대가 되었다. 적랑대 문주가 용인해 주었으니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렇게까지 했는데, 이제 자신을 돌보라는 말……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아걸은 단호하다.

“할배에게도 전해. 조용히, 조용히 있으시라고.”

“그래도 보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요?”

노충이 다시 물었다.

“만약 적랑대, 이번에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적랑대를 버려. 나를 위해 주는 건 좋은데, 명령을 내리면 받들 줄 알아야지. 수하가 임의로 판단해서 행동하면…… 그건 수하가 아니잖아? 친구지. 아니, 친구보다도 못해. 친구는 말이라도 들어주거든. 주인을 조정하려는 수하, 필요 없어.”

노충의 눈에서 기광이 번뜩였다.

아걸이 너무 단호하다. 상당히 변한 모습이다.

아마도 지금 하는 말은 진심일 것이다. 이번 명령을 듣지 않으면 진실로 적랑대와 인연을 끊을 것이다.

“저야 뭐 말을 전하기만 하는 처지라서. 알겠습니다. 그대로 전합죠. 틀림없이.”

노충이 웃으면서 말했다.

노충과 대화를 한 아걸은 절망을 느꼈다.

취화원은 움직이지 말라고 하면 움직이지 않는다. 암살이란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행할 수 없는 것이다. 상대방이 준비하고 기다린다면 절대로 암살은 성공할 수 없다.

그럴 때는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잠시 고개를 돌리고 쉬는 것도 한 방편이다.

몽설은 당연히 그런 일을 할 줄 안다.

기다릴 줄 안다.

팔방 방주도 말을 들을 것이다.

팔방 방주는 이번에 구룡들이 거침없이 나가떨어지는 것을 봤다. 그들 중 상당수가 팔룡보다 뛰어난 방주들이었다. 아니, 대방 방주까지 죽은 마당이다.

만약 누군가가 그를 다시 노린다면 살 가능성은 없다.

팔방 방주는 아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을 테니 즉시 몸을 숨길 것이다.

문제는 적랑대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험을 보지 못한다.

이들의 가장 큰 실수는 ‘나는 단지 보는 것뿐이다’라는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들이 하는 일을 숨죽이고 지켜보기만 하는데 무슨 큰 죄가 있냐는 것이다. 정체가 탄로 날 일이 뭐가 있냐는 거다. 짖지 않는 개를 발로 차는 인간도 있나?

지금까지 정체가 발각된 적랑대원은 모두 움직인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아걸에게 전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정체가 발각되었다.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보고 듣기만 하는 사람은 정체가 탄로 날 일이 없다.

이것이 이들의 착각이다.

흑의인들은 이미 적랑대의 모든 것을 들춰냈다.

이제 남은 것은 확인이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미를 보이면 그 즉시 참한다. 벨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확인만 한다.

물론 흑의인들도 사람인 이상 실수할 때가 있다. 그들도 부리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 모든 사람을 다 죽일 수는 없다. 그래서 확인 과정을 거친다.

거기에 걸려들면 용서 없다.

지켜보는 눈!

그것조차도 때로는 죄가 될 수 있다.

‘노충…… 말을 듣지 않아.’

노충은 말을 듣겠다고 했지만, 아걸은 그가 자신의 말을 들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걸은 즉시 서신을 적었다.

전보영에 한 통, 취화원에 한 통을 보낸다. 할배에게도 한 통을 보낸다.

원래 이런 서신은 적랑대를 통해서 연락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보낸다.

이번 일은 그만큼 다급하다.

‘움직이면 죽는다. 다 죽어. 말려야 해.’

아걸이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취화원의 밀마를 전하든 전보영에 밀마를 전하든 그 전달하는 사람이 모두 적랑대 간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미 적랑대는 아걸이 전보영이나 취화원에 전하는 밀마의 형태를 알고 있다.

노충은 더 자세히 안다.

그는 취화원이나 전보영에 보내는 밀마는 손대지 않았다.

아걸의 움직임을 방해할 의도는 전혀 없다. 거기에 보태서 자신들의 충심까지 더한다.

아걸은 지금 적랑대의 안위를 생각하고 있다.

그것을 왜 아걸이 걱정하나? 정작 목숨을 던지는 사람들이 걱정해야지. 부리는 사람이 왜 쓸데없는 것을 걱정해.

노충은 전임 적랑대주 아삼에게 보내는 밀마를 가로챘다.

서신 한 장이 불에 타여 허공에 흩어졌다.

적랑대는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다.

움직임도 멈추지 않는다. 계속 활발하게 움직인다.

적랑대는 이 싸움에서 살아날 생각이 없다. 모두 죽을 각오로 움직이고 있다.

자신들의 죽음을 밑거름 삼아서 적랑대가 오랜 침묵에서 깨어나 훨훨 창공을 나는 새가 되었으면 좋겠다.

허도기에게 끊임없이 쫓겨 다니는 그런 적랑대가 아니라 당당하게 맞서는 정당대로 탈태환골하기를 바란다.

오직 그것뿐이다.

노충의 충심은 아걸을 향하지 않는다. 아삼에게 바친 것도 아니다.

노충은 오르지 적랑대 간자들이 사람답게 살기를 바란다. 굳이 누군가에게 충성한다면 적랑대에게 충성한다.

“소주의 뜻은 충분히 알았으니까, 이젠 우리가 보답할 차례지. 이 목숨 다 바쳐서. 소주, 아낌없이 쓰시오. 이 못난 목숨들. 자식들까지 보는 눈이 되게 할 수는 없지 않겠소. 적어도 움직이는 사람은 되어야지. 후후!”

노충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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