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374화 (374/600)

#374화. 第七十五章 암중사(暗中事) (4)

앞에 두 명, 뒤에 두 명.

‘네 명. 딱 사상진.’

진법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앞뒤에서 공격하기 위해 네 명이 가로막은 것일 수도 있다.

진법 수련은 신공 수련만큼이나 힘들다. 서로 호흡을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 진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칼이 날아들어도 피하지 못하고 막아야 할 때도 있다. 모두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어떤 진법인가?

쒯! 쒯!

뒤에서 두 명이 덮쳐 왔다. 약간의 차이를 두고 앞에 있던 두 명도 공격을 가해 왔다.

‘후첨사상진(後尖四象陣)!’

아걸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보고 즉시 진법을 알아봤다.

후첨사상진은 전면보다 후면을 중시한 합격진이다. 비교적 쉽고 간단해서 활용하는 문파가 많다.

후이(後二), 전이(前二), 후좌(後左), 전우(前右)…… 사상진을 움직이는 기분 구도다. 움직이는 순서와 타격 부위, 타격 이후의 연결선까지 모두 고려한다.

각 문파의 절기도 가미된다.

어떤 절기를 어떻게 가미하느냐에 따라서 평범한 진법이 되기도 하고, 천고의 절진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후첨사상진이 펼쳐지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

이들의 움직임에는 절도가 있다. 네 명이 한 사람의 지령을 받는 듯 정밀하고 차분하고 정밀하게 움직인다.

쒜에엑!

아걸은 반철도를 한 바퀴 휘저었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승부를 낼 듯이 거칠게 달려들던 검들이 일제히 뒤로 쭉 빠졌다.

‘상대할 생각이 없다!’

아걸은 반철도를 거뒀다. 그러자 다시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이들 네 명은 무리하지 않는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움직인다. 허점이 드러나면 찌르고, 싸울 기미를 보이면 즉시 물러선다. 검진을 유지하면서.

스읏!

아걸이 앞쪽에 있던 두 명을 베어 갔다. 그러자 앞에서 달려들던 두 명이 즉시 뒤로 쭈르륵 물러섰다. 동시에 뒤에 있던 두 명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쒜에엑!

뒤에서 일으킨 파공음이 계곡을 울린다.

이렇게 소리를 크게 울려서야 공격하는 형태가 환히 드러나지 않나. 맞다. 뒤에서 공격하고 있으니 함부로 쫓아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겁박이다.

아걸은 즉시 뒤돌아섰다. 그리고 사대문주의 탄궁도를 떨쳐 냈다.

일초무적도(一招無敵刀)!

단전에서 일어난 진기가 반철도로 흘러 들어갔다. 순간, 도신합일이 이루어졌다. 반철도와 몸, 그리고 정신이 하나로 합일되었다. 아니, 칼에 흡수되었다.

몸뚱이는 사라지고 칼만 남았다.

츄왁!

한줄기 직선이 상대방의 가슴을 향해 그어졌다.

뒤에서 달려들던 두 명은 아걸의 도법을 철저하게 연구한 듯 즉시 물러섰다. 아걸이 뒤돌아서자마자 즉시 사 장 밖으로 물러섰다. 일 점의 망설임도 없이 후퇴했다.

탄궁도는 무척 빨랐다. 하지만 저들을 잡지 못했다. 칼의 거리가 닿지 않는다.

“싸우지 않겠다는 것인가.”

이들의 무공은 무척 뛰어나다. 개개인이 야천을 공격했던 복면인들보다 낫다. 더욱이 그런 자들이 후첨사상진에 의지해서 공수를 전환한다.

이들은 진법을 수비 형태로 유지한다.

공격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수비를 위한 공격일 뿐, 살상하고자 하는 공격이 아니다.

이들은 일홀도까지 환히 파악하고 있다.

공격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신법으로 따라붙을 수는 있지만, 진법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지 않는다. 목덜미를 깨무는 모기처럼 귀찮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들이 일홀도를 안다는 보기는 어렵다. 아니, 알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무공을 파악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도법이 어떤 식으로 전개된다는 정도는 특별한 노력이 없어도 쉽게 알 수 있다.

방금처럼 칼을 가슴 앞으로 추켜세우면 탄궁도를 펼칠 것이라는 식이다.

이들은 아걸이 특정한 동작만 취하면 즉시 피한다. 오직 그럴 목적으로 진법 수련을 마쳤다. 짧은 시간 동안에 강자를 상대할 수 있는 비법을 터득해 냈다.

상대방에게 무공의 형태가 알려진다는 것은 이만큼 불리하다.

‘나를 연구했다는 거군.’

아걸은 피식 웃었다.

사실, 아걸은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 후첨사상진을 살펴보는 중이다.

이들이 어디에서 왔나? 마유 마인인가? 야천을 공격한 복면인들과는 크게 다르다. 복면을 쓰고 있지도 않고 나병에 걸리지도 않았다. 무공도 다르다. 이들은 마공을 사용하나? 어떤 마공인가? 음산사마 쪽인가?

아걸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이들이 싸우기를 거부하는 이상, 시간 끌기로 발목을 묶어 두고 있는 이상…… 무공 연원을 알아내기는 무척 힘들다. 진신 무공을 떨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 끝내야지.’

아걸은 반철도를 밑으로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싸움 도중에 눈을 감는다? 상대방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행동이다. 눈을 감으면 전신 모든 구석이 허점으로 변한다. 어디든 마음대로 가격할 수 있다.

아걸은 정말로 공격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눈을 뜨지 않았다.

휘이잉!

계곡에서 불어온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 주고 지나갔다.

사상진을 펼친 자들은 눈을 감았는데도 공격해 오지 않았다. 아걸이 멈추자 그들도 멈췄다. 긴장감도 여전히 유지했다. 조금도 방심하지 않는다.

‘시간을 끌어서 뭘 하겠다고.’

아걸은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다.

지금 이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절곡 초입부터 시작된 공격도 마찬가지다. 죽음이 뻔한데도 여전히 공격해 왔다. 조금이라도 발길을 늦추려는 행동이었다.

그들만으로 발길을 늦출 수 있었다면,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은 조금 전에 공격한 자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하다.

무리를 이끄는 수장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소두목 정도는 되어 보인다.

‘기다리는 사람이 허도기인가? 후후! 허도기라면 나도 피하지 않아. 하지만 여기서 네놈들에게 발목이 잡혀서 기다린다면 이건 체면 문제지. 일홀도답지 않아.’

츠읏!

아걸은 전신으로 진기를 뿜어냈다.

내가 너희들을 공격할 것이다. 이제 곧 전력을 다해서 공격할 것이다. 막을 수 있겠나? 최선을 다해봐라. 이번 공격에 너흰 죽을 것이니, 정말로 사력을 다해라.

아걸이 뿜어낸 강기에는 살기가 담겨 있다. 진한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나서 상대방을 핥는다.

강기는 접한 사내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걸의 강기를 재빨리 알아본다는 것은 그만큼 무공이 강하다는 뜻이다. 보통 무인 같으면 이 정도 강기는 그저 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겠거니 하고 지나친다.

휘링! 휘리링!

아걸은 눈을 감은 채 반철도를 빙빙 휘둘렀다.

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다. 손끝으로 손잡이 끝부분을 잡고 바람개비 돌리듯 휘돌린다.

츠읏! 츠으으읏!

사내 네 명이 즉시 진기를 끌어냈다. 하지만 그들은 공격해 오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면 즉시 물러서겠다?’

그렇다고 마냥 물러서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쪽이 공격당하면 다른 쪽이 달려든다. 그래도 된다. 아걸이 반철도를 쳐 낸 후에 공격하는 것이니 반격당하기까지는 약간 시간 차이가 있다.

탁!

드디어 반철도가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반철도는 네 명 중 앞쪽 좌측에 있는 자를 향해서 쏘아 갔다.

두 명이 재빨리 물러섰다.

좌측에 있는 자만이 아니라 우측에 있던 자까지 순식간에 물러서 버렸다.

그 순간 반철도가 방향을 툭 꺾었다.

아걸은 여전히 앞쪽 좌측에 있는 자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반철도는 방향을 꺾어서 뒤로 흘러갔다. 순식간에 역도(逆刀)가 이루어졌다.

사대문주의 탄궁도와 십구대 문주의 역수참도가 동시에 펼쳐졌다.

역수참도가 먼저 터지고, 이어서 곧바로 도신일체가 되어 진력을 실은 칼이 쏘아져 갔다.

아걸은 처음부터 뒤쪽 오른쪽에 있는 자를 노렸다.

아걸이 앞으로 달려나가면 뒤에 있는 그가 달려 나온다.

이들은 몇 번에 걸쳐서 같은 행동을 했다. 하면 그런 움직임이 역으로 당할 것도 생각했어야 한다.

상대방이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칼의 거리 안에 들어와 버렸다. 반철도가 요악하게 섬광을 번뜩이면서 달려들었다.

그는 물러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검을 들어서 막아내려고 했다.

가당치 않은 움직임이다.

아걸은 반철도에 사정을 담지 않았다.

상대방이 어떻게 싸울 것인지 이미 알아 버렸다. 더는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다.

퍼억!

반철도가 상대방을 후려쳤다.

누군지 모르지만, 상대방이 막기에는 탄궁도가 너무 빠르고 강했다. 눈에 보인 것이라고는 오직 섬광뿐, 칼이 날아오는 모습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를 친 반철도는 끈이라도 달린 듯 다시 아걸에게 빨려들었다. 아니, 이번에도 아걸을 지나쳐서 앞으로 쳐나갔다. 뒤를 치고 곧바로 앞으로 쏘아진다.

찰나 간의 틈조차 허용하지 않은 급공이다.

퍼억!

반철도가 원래 그가 노리고 달려 나갔던 앞쪽 좌측에 있는 거를 후려쳤다. 아니, 아걸의 손을 떠난 반철도가 벼락같이 날아가서 사내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아걸이 반철도를 던져 버린 것이다.

십이대 문주의 유성비도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저벅! 저벅!

아걸은 반철도를 가슴에 박고 쓰러진 자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빈손이다. 하지만 앞에 있는 자, 뒤에 있는 자 모두 그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아걸에게서는 무형의 강기가 스렁스렁 피어 나왔다.

“으!”

앞에 있는 사내가 신음을 흘렸다.

그는 지금 망설이고 있다. 빈손인데 공격할까? 공격하면 벨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냐. 방금 봤잖아. 눈부신 움직임. 공격하면 죽는다. 그러면 어떻게 시간을 끌지?

아걸의 눈에는 사내의 흔들림이 환히 보였다.

망설임을 길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목숨을 던지기로 작심하고 아걸 앞에 선 자들이다.

쒜에엑!

뒤에 있는 자가 매섭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파공음이 심상치 않다. 달려오는 소리에서 우레의 파괴력이 감지된다.

‘검신일체!’

사내는 검과 한 몸이 되어 있다.

굉장한 무공이다. 이런 무공이라면 당장 무림에 나와서 활동해도 상당한 무명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검에 너무 찬 기운이 뭉쳐 있다. 한음강기(寒陰罡氣)를 극성으로 연마한 자의 검이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공기가 얼어붙는다. 날씨도 춥지 않은데 꽃이며 나뭇잎에 서리가 맺힌다.

아걸은 아직 반철도를 회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스읏!

아걸은 오른팔을 들어서 차가운 검을 쳐 냈다.

아걸의 눈에는 상대방의 검이 환히 보였다. 말했잖은가. 이들은 미숙하다고.

오른손이 정확하게 검신을 밀어냈다. 동시에 왼손 관수(貫手)가 상대방의 가슴을 쳤다.

퍼억!

손가락 네 마디가 살을 찢고 몸속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갔다. 뼈를 부수고, 심장을 깨트렸다.

스읏!

아걸은 손을 빼냈다.

끈적끈적한 핏물이 손에 묻어서 빨려 나왔다.

아걸은 상대방을 밀어냈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사내에게서 반철도를 뽑아냈다.

남은 자는 한 명, 도망가는 것이 순리다.

동료 세 명이 한순간에 쓰러졌다. 빈손일 때 공격했는데도 당하고 말았다.

남은 자가 공격해도 아걸을 쓰러트릴 승산은 전혀 없다.

그런데…… 남아 있는 자는 도망가지 않았다. 진기를 급하게 끌어올려 검에 밀집시켰다.

사내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진기가 팽창하다 못해서 혈맥까지 찢어 내고 있다.

쒜에엑!

사내는 즉시 공격해 왔다.

아걸의 몸에서 빈틈을 찾아낸 게 틀림없다. 맞다. 아걸은 잠시 비틀거렸다.

이들은 단순히 검공만 사용한 게 아니다. 검을 사용하면서 독도 사용했다. 어떤 독인지 알 수 없지만, 미량의 독기가 몸 안에서 번지고 있다.

아걸은 잠시 진기가 끊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휘청거렸다.

이런 현상은 극심한 빈혈과도 같다. 전신에 힘이 쭉 빠지고, 머리가 텅 빈다. 자신도 모르게 비틀거리면서 다리에 힘을 잃는다. 그리고 쓰러진다.

상대방이 이런 모습을 봤으니 달려들 수밖에.

넌 이제 끝났어!

사내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 활짝 웃었다. 순간,

싸악! 퍼억!

하늘에서 반철도가 뚝 떨어져 내렸다. 달려오는 사내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사내의 머리가 쭉 갈라졌다.

이십일대 문주의 낙화도는 섬광을 능가한다. 사내가 받아 낼 수 있는 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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