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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390화 (390/600)

#390화. 第七十八章 이지쟁(異之爭) (5)

취운은 팔 곡주에게 명령을 내렸다.

취화원주가 부재 시, 취화원은 오곡주인 그녀가 이끈다. 바로 그 자격, 부원주의 자격으로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절대 명령을 하달했다.

- 후인(後人) 두 명을 동반하고 초도성으로 집결하라!

이 명령은 원주의 명령과 상충한다.

원주는 취화원 살수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초도성에 한 걸음도 발길을 들여 놓지 말라고 했다.

반면에 부원주 취운은 가장 강한 자 두 명, 자신의 유고 시에 자신이 맡고 있는 곡(谷)을 물려 줄 후인 두 명을 데리고 초도성으로 집합하라고 했다.

팔 곡주는 취운이 무슨 뜻에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안다.

성검문이 꼬투리를 잡아서 원주를 공격할 경우, 피살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성검문은 지금까지 혈무대 비무에 대해서 복수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것은 지켜져야 한다. 성검문 명예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 부분은 의심하지 않는다.

염려하는 쪽은 성검문 공봉이다. 오진북이 공봉들과 어울리면서 술자리를 자주 갖는다는 정보를 얻었다. 공봉들도 오진북에게 검을 맡긴 자가 많단다.

오진북이 성검문주가 되면 그 밑에서 활약하겠다는 거다.

이런 정보를 입수한 이상, 저들의 습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마음 같아서는 취화원 살수 전원을 소집하고 싶다.

하지만 초도성에 취화원 살수들이 득실거리면 당장 성검문이 발칵 뒤집힌다.

소수 정예로 가자!

취운은 자신을 포함해서 각 곡에 최강자 세 명씩, 모두 스물일곱 명에게 운집 명령을 내렸다.

취화원에서 최강자 스물일곱 명이 초도성으로 모인다.

만약, 성검문 공봉이 전력을 다해서 공격해 온다면 스물일곱 명으로도 부족하다.

이들 스물일곱 명은 초도성에서 죽기 쉽다.

스물일곱 명이 죽으면 취화원은 당장 멸문의 길을 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을 감수하는 한이 있어도 원주를 잃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한 치도 물러섬 없이 싸울 수 있는 살수들!

취운은 그런 살수만 운집시켰다.

따각! 따각! 따각!

장오가 마차를 몰았다.

마차 앞으로 아지랑이 같은 기류가 흐른다. 좌측에도, 우측에도, 뒤에서도…… 사면에서 아지랑이가 흘러간다.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데, 뭔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취화원 살수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차를 세워 주세요.”

몽설이 말했다.

“조금 더 가서 세우겠습니다.”

장오가 몽설에 말을 거부했다.

“누구하고 이야기했어요?”

“네?”

“마차를 동쪽에 세워 놓는다고 했을 때부터 이야기가 된 거죠? 취화원과. 취화원 누구예요?”

“취화원요? 무슨 말씀이신지?”

장오가 시치미를 뚝 뗐다.

장오는 주변에 아지랑이가 흐르는데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심하는 표정이다.

틀림없이 취화원과 이야기가 된 것이다.

“아! 저놈들!”

갑자기 장오가 눈을 부릅뜨면서 앞을 노려봤다.

실질적으로 급습이 시작되었다.

쒯! 쒜에엑! 퍼억! 퍼어억!

검이 허공을 갈랐다. 전혀 안면 없는 자가 검을 맞고 쓰러졌다. 구곡주가 사생락을 펼쳐서 귀신처럼 움직인다. 그녀들이 움직일 때마다 피가 튀었다.

“거 보십쇼. 급습이 있다니까요.”

장오가 차분하게 주위를 노려보며 말했다.

취화원 살수들이 빠르게 질주하면서 숲에 숨은 사람들을 처리했다.

물론 공봉도 즉시 반격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차를 쳐다보고 있었다. 급습하려다가 오히려 암습을 당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속수무책으로 뒤를 얻어맞았으니까.

취화원 살수들은 소리를 흘리지 않고 기습했다.

원주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차 주위로 늘어서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다. 상수는 마차를 따라서 같이 흘러간다. 주변을 지켜보다가 누군가가 있으면 조용히 처리한다.

공봉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조직적인 보복이라기보다는 울분에 치우쳐서 달려드는 자들로 보인다.

이런 자들은 으레 있기 마련이다. 어쩌다가 공을 세우면 당장 명성을 드높일 수도 있다. 성검문 임시 문주의 복수를 한 자라면 암암리에 공을 치하할 것이다.

취화원이 염려한 보복은 이 정도가 아니다. 성검문이 전력을 기울인 보복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의심을 한 것이 아니다. 성검문 총관은 매우 편협한 자이고, 공 세우기를 좋아한다. 또 오진북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기습은 충분히 예상됐었다.

마차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십 리쯤 달려갔을 때, 취화원 살수들이 한 명, 두 명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더는 공격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스읏!

누군가가 마치 앞으로 다가섰다.

취운, 그녀는 달리는 마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원주님! 저예요! 축하드립니다!”

취운은 마차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언니는 내가 원주로 보여요?”

“예?”

“내가 원주로 보이냐고요!”

“그럼요. 원주님으로 보이죠. 호호! 왜 갑자기 이렇게 화가 나셔서.”

“내가 오지 말라고 했는데 내 명령이 우습죠?”

“호호호!”

취운이 웃었다.

“이 정도에서 그쳤으니 망정이지 성검문이 본격적으로 공격해 왔으면 어쩔 뻔했어요!”

몽설이 정말로 화를 냈다.

몽설은 마유 마인을 염려했다.

성검문은 공식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비무에 졌다고 움직일 수는 없다. 공봉 몇몇이 움직이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인 복수심일 뿐이다. 성검문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공격이다.

하지만 성검문은 마유 마인을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들은 야천을 하룻밤 만에 장악했다.

서리형개를 죽이고, 흑화방을 무너트렸다.

세상은 모르지만, 취화원은 안다. 너무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은가. 마유 마인들이 어떤 자들이라는 것을!

마유 마인들이 움직였다면 취화원은 절반 이상이 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희가 온 거 아네요.”

취운이 웃었다.

“아저씨 마차 좀 세워 주세요. 여기서는 괜찮아요.”

몽설이 말했다.

장오는 그제야 길가에 마차를 세웠다.

“언니, 내려요. 모두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

“갑자기 무섭게 왜 이러실까? 꾸중은 원에 들어가서 듣죠. 길에서 듣기에는 아무래도…….”

“제 명령을 어기고 나오셨으니, 쉽게 못 들어갈 줄 알아요.”

몽설이 묘한 말을 했다.

그녀들은 길가에 있는 농가로 들어갔다.

농가 주인에게 은자를 주고 밥을 지어달라고 청했다.

여인 스물여덟 명분 식사라면 상당히 많은 양이다. 잔치를 벌이는 것에 못지않다.

취화원 살수들이 밥 짓는 것을 도왔다.

몽설은 후인은 음식 준비를 하게 하고, 구곡주만 따로 불렀다.

“원주님, 그 검 혈검 맞죠?”

월영이 대뜸 물었다.

“맞아요.”

“사생락하고 너무 다른 검이었어요. 멋져요. 호호호! 오진북이 나자빠지는 모습을 보니까 속이 다 후련해지더라고. 호호호!”

월영이 눈빛을 반짝 빛내며 말했다.

“배우고 싶으면 전수할게요.”

“정말요?”

월영이 상당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월영뿐만이 아니다. 다른 곡주들도 모두 놀랐다. 지금 원주가 혈검경을 전수한다고 말했나?

혈검경은 중원 삼대 검학 중 하나다. 무림 초절정 비기다.

몽설이 말했다.

“전 언니들에게 비밀을 남기고 싶지 않아요. 절대 무공이라면 더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수할게요. 다만 혈검경이 너무 난해해서 사생락과 섞이면 양쪽 다 망칠 수 있으니까.”

몽설이 말했다.

“고마워. 야단맞을 줄 알고 들어왔는데 무공을 얻네? 호호호!”

월영이 활짝 웃었다.

“부탁이 있어요.”

몽설이 말했다.

모두 바짝 긴장해서 몽설을 쳐다봤다. 그녀들은 이제 몽설의 말투를 알아챘다. 몽설이 이런 식으로 말할 때는 뭔가 상당히 어려운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뭔데 그래?”

규화가 말했다.

지금 그녀들은 구곡주와 원주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사형제 간으로 앉아 있다. 막내 몽설과 언니들이 잡담을 나눈다.

“전보영주가 암살당했어요.”

“알고 있어.”

“그럼 이제 마유 마인들이 대장군을 노리겠죠?”

“…….”

구곡주는 침묵했다. 몽설이 뭘 하자는 것인지 대충 짐작된다.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다.

“마유 마인들이 공격한다고 해도 장군부는 치지 못할 거예요. 거기에는 장군부 무인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그 사람들, 굉장히 강하잖아요. 전투 경험도 많고.”

“그래서?”

“문제는 밖에 나왔을 때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거죠. 저라면 출타할 때를 노릴 거예요.”

“대장군이 그 정도 모를까.”

“알겠죠. 대장군도 알고 마유 마인도 알고. 지키는 자와 뺏고자 하는 자. 누가 이길 것 같아요?”

이 말은 살수들이 종종 사용하는 말이다. 적이 암습을 알고 있다고 해도 기회를 엿보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틈은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다.

“반대해요.”

취운이 말했다. 존댓말로.

“먼저 저희는 마유 마인들을 상대할 수 없어요. 원주께서 저희에게 오지 말라고 했던 것도 마유를 걱정해서 그런 거였잖아요. 이제 마유가 대장군에게 몰려가는데, 우리가 막아서요? 우리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거예요.”

“…….”

몽설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둘째, 장군부하고 우리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장군부에서 요청해온 것도 아니고, 청부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지켜 줄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렇죠?”

“잘 아시면서. 셋째, 장군부를 지키는 일은 저희가 제일 피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절대로 손을 잡으면 안 돼요.”

취운이 단호하게 말했다.

취화원은 전보영과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전보영은 사람이 아니라 기관이다. 장군부는 조위 장군으로 대변된다. 조위 장군이 은퇴하면 장군부는 해체된다.

장군부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왜 굳이 이런 일을 하시려고……?”

“글쎄요. 나도 내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몽설이 씁쓸하게 말했다.

원래 살수 집단이 제일 우선적으로 피해야 할 집단이 정가(政家)다.

정치와 끈을 연결한 살수는 끝이 좋지 않다. 한때는 흥성할지언정 반드시 비참한 결과를 맞이한다.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손을 맞잡는다고 해도 결국은 하수인으로 전락한다.

우선 당장 조위 장군만 해도 그렇다. 대장군과 관계를 맺으면 그 반대편에 있는 허도기와는 철천지원수가 된다. 물론 지금은 허도기하고 사이가 좋지 않으니 원수가 되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허도기 다음은 어쩔 것인가.

조위 장군은 장군이자 정치인이다.

조위 장군이 허도기를 물리치고 나면 또 다른 정적이 생길 것이다.

그때, 장군이 취화원에 부탁을 해 오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 부탁을 거절하면 조의 장군의 눈 밖에 나서 처단될 것이고, 부탁을 들어주면 계속 끌려가게 된다.

이것이 정가와의 인연이다.

살수는 정가와의 인연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

한데 몽설이 그 길을 들어서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대장군 편에 설 것이 너무 뚜렷하다.

몽설이 말했다.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장군이 죽으면 안 돼요. 내 말 한 번만 들어줄래요?”

“언니로서 말할게. 몽설. 우리가 언제 네 부탁 안 들어준 적 있어? 걱정하지 마. 반대는 오곡주 취운으로 한 거고, 네 언니 취운은 너와 함께 할 거야. 그런데 이유는 알아야지. 이거 왜 하려고 그래? 취화원 장래가 걸린 거 알지?”

“알아.”

몽설이 말했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이 살아 있었으면 했을 것 같아서.”

몽설이 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푹 떨궜다.

‘상군!’

구곡주는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걸이 오음산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전해 듣고 있다. 지금 판단으로는 허도기에게 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태까지 아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더니,

역시 아걸이 죽었다고 생각하나. 상군이 살았으면 했을 일까지 생각하고.

“아! 그럼 해야지. 이걸 안 하면 뭘 해.”

사사가 말했다.

“대장군한테 연락은 원주가 해. 그건 원주가 할 일이야.”

화요가 말했다.

이제 남은 일은 말도 안 되게 강한 적, 마유 마인들을 어떻게 상대하느냐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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