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402화 (402/600)

第八十一章 지흠동풍(只欠東風) (2)

호황위(護皇衛)!

몽설을 위해서 마련한 기구다.

조 장군은 말로만 전해지던 호황위를 현실로 끄집어냈다. 물론 호황위의 수장이나 구성원은 일체 비밀에 부쳤다. 다만 수장이 여자라는 사실만 밝혔다.

호황위 수장이 여자?

이렇게 되면 호황위를 추측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여자 중에서 금군 위에 설 만한 사람을 추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무림 명가 쪽을 살펴봐도 호황위를 이끌만한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다.

호황위는 존재했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금군이 절대복종하는 것을 보면, 호황위 수장의 무공이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게 한다.

호황위 수장의 공식 명칭은 군주(君主)다.

일반적으로 군주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을 말한다. 군주의 직위는 세습된다. 그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정사를 펼칠 수 있다.

실질적인 왕이다.

군주라는 명칭은 근위대장이 처음 입에 담았고, 조 장군이 그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호황위의 수장을 군주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황제는 왕을 거느린다.

왕에 버금가는 실질적인 권력을 쥔 사람으로서 황제의 명을 받는 사람.

몽설은 호황위의 수장, 군주가 되었다.

“장군님은 전보영을 위험에 빠트렸어요.”

“허허! 칼을 쥐자 제일 먼저 나부터 노린 건가?”

“네.”

“미안하네만…….”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에요. 군주의 명령. 거부하실 건가요?”

“이보게!”

“전보영주 탁호가 마유 마인들에게 암살당했어요. 그 이면에는 장군님이 계셨고.”

“내가 장군부에 있어야 공부가 움직이네.”

“장군님의 목숨도 중요해요. 암살이 빤히 보이는데, 장군부로 보낼 수는 없죠. 장군님은 군부(軍部)에 유리(遊離)됩니다. 군부 밖으로 나가실 수 없어요.”

몽설은 조 장군을 군부에 가둬 버렸다.

호황위 군주의 명령이다.

“하하하! 난 이종 질부가 어떤 일부터 할까 궁금했는데, 장군을 군부에 가두는 일이었군. 그런데 질부, 이 일이 어떤 파급을 불러올지 알고 있나?”

황제가 말했다.

“네. 공부의 목표가 저로 변경될 거예요.”

“공부는 늘 호황위를 궁금해했는데…… 호황위는 이름만 가지고도 제 몫을 했거든. 기왕이면 호황위는 내버려 두고 다른 기구를 만들었으면 했는데…… 이종 질부 생각은 어떤가?”

“호황위를 드러내지 않으면 공부도 차분하게 움직일 거예요. 하지만 호황위가 드러났으니, 일단 제가 누군지 알아보겠죠. 절 파악하면 저 정도는 무시할 테니 즉시 움직일 것이고…… 파악하지 못하면 일단 저부터 제거할 거예요.”

“일단 움직인다는 거군.”

“네.”

“난…… 공부가 움직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후후후!”

황제가 쓰게 웃었다.

몽설이 선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황제의 안위를 보호하는 일이다. 사실, 이 일이 조 장군을 지키는 일보다 더 급하다.

조 장군에 관한 일은 ‘명(命)’이라면서 한마디만 하면 되니 먼저 처리했을 뿐이다. 근위대 간자 색출 문제는 몇 날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알려진 게 거의 없어요.”

취운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오히려 알려진 게 많으면 그게 이상한 거야. 근위대원의 신상 명세는 일급 비밀이야.”

몽설이 웃으며 말했다.

취화원이 금군 신상 명세를 캐고 있지만, 알아낸 것은 많지 않다.

원래 금군 근위대원이 되는 순간, 그들의 신상은 제일급 비밀 사항이 된다. 밖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어야 마땅하다. 금군이라는 것은 알아도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몰라야 한다.

근위대장은 수하들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안다. 그런데도 수하 중에 누가 허도기의 간자인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함정도 파 보고…… 별짓을 다 했어도 드러나지 않은 자들이지 않나. 그런 자들을 한순간에 잡기는 힘들다.

“이대로는 호위를 맡길 수 없는데, 어떡하죠?”

“곡주 아홉 명만 황제 곁에 서요. 우리 취화원에도 간자가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되죠. 저는 언니들은 믿어요. 그러니 구곡주만 황제 곁에 머물고…… 나머지는 제게 맡겨요.”

“네.”

취화원도 간자 색출을 해야 한다.

간자는 색출해서 처리하는 것과 역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나중 문제고, 일단 누가 간자인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금군은 인원이 많다. 그러니 황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근위대장을 제외한 그 누구도 일차 접근권을 통제한다. 황제 곁은 오로지 구곡주만 지킨다.

이런 방법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

구곡주가 전능한 것도 아니고……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금군의 인원이 많은 것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

또 이런 호위는 금군의 반발을 일으킨다.

호황위가 전권을 쥔 상황이지만, 황제 호위에는 경험이 없다. 금군이 반발하면 난감해진다. 그러니 ‘한정된 시일까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당장 급하니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거…….”

취운이 너무 두툼해서 서류 뭉치로 보이는 것을 내밀었다.

“뭐예요?”

“상군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정말요!”

몽설이 얼굴을 환하게 밝히며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곧 안색을 굳히며 다시 앉았다.

“군주님, 좋아하셔도 돼요. 뭘 애써서 감추시느라고.”

“그게 아니고…… 지금 연락이 와서는 안 되는데, 연락이 왔거든요. 그게 불안해서.”

“어련히 알아서 연락하셨을까.”

취운은 몽설이 염려하는 바를 알지 못했다.

몽설이 아걸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안다. 그런데도 아걸이 허도기와 싸우고 상당한 부상까지 당했는데도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 이해하기 힘들다.

몽설은 불안한 표정으로 아걸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서신에는 많은 글이 적혀 있다. 서신만 무려 일곱 장이 넘는다. 자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몽설은 잘 있는지…… 그동안 못한 말들이 깨알처럼 담겨 있다.

아걸은 앞으로 자신이 할 일도 적어 놨다. 하지만 그 분량은 매우 적다. 겨우 두 줄에 불과하다.

“아하!”

몽설이 한숨을 쉬면서 서신을 접었다.

“왜요?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어요?”

취운이 몽설의 안색을 살피면서 물었다.

“지금 연락 올 때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연락 온 게 이상하지. 호호! 생각해 보니 가만히 있는 것도 이상해. 오빠, 당연히 이럴 줄 알았어야 했는데.”

몽설이 인상을 펴지 못한 채 말했다.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오빠가 명부판관이 되겠대요.”

“명부판관이요? 갑자기? 왜요?”

취운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아걸은 명부판관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 예전에는 성검문에 도전하기 위한 명분으로…… 명분! 아!

취운이 입을 쩍 벌렸다.

명부판관은 허도기를 죽이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허도기가 세상이 용납하지 못할 죄를 지었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명부판관이 노리는 자는 하나같이 악인이다.

그런 명분을 쌓기 위해서 명부판관은 참 많은 악인을 죽였다. 그리고 그들의 죄를 천하에 밝혔다.

그때 허도기가 잔수를 부려서 오히려 정국장군 조경호가 죽고 말았지만…… 그 당시, 명부판관이 도전한 자는 분명히 성검문주 허도기였다.

그때 그 일을 세상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아걸은 그 일을 다시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허도기는 천강무신이 아니다. 조카를 살해한 파렴치한이다. 성검문을 차지하기 위해서 마인을 동원했다. 그리고 그들마저 죽여서 살인멸구했다.

명부판관이 허도기를 징벌한다.

아걸이 명부판관이 되겠다는 속뜻은 명확하다.

처음에는 명부판관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천강무신이라는 소문과 명부판관의 움직임이 충돌할 것이다.

아걸이 허도기의 첫 번째 목표가 된다.

허도기는 호황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천강무신은 추락한 성검문의 명성을 받쳐 주는 주춧돌이다. 소축십검이 무너졌지만, 허도기가 있으니 여전히 성검문은 천하제일 문파라는 뜻도 된다.

여기서 천강무신마저 무너지면 성검문에 뭐가 남나.

이것이 무림 명성이라는 것이다. 별호나 위명이 지닌 위력이기도 하다.

명부판관 대 성검문 문주, 공부, 천강무신의 싸움이다.

어떤 이름이 더 뚜렷하게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싸움의 승패가 갈린다.

명부판관이 허도기에게 패할 수 있다. 하지만 무공이 약해서 패한 것은 상관없다. 명분이 명부판관에게 있다면, 허도기는 이기고도 지게 된다.

허도기가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러니 명부판관이 등장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즉시 달려들 것이다.

“상군이 명부판관이 되어준다면 우린 한결 수월해지긴 한데…… 얼마 전에 싸우고 아직 회복도 안 되었을 텐데…… 걱정이네요. 허도기가 즉시 달려들 텐데.”

취운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오빠가 이 일을 해 주니, 우린 확실하게 이용해야죠. 기왕 하는 것, 효과를 단단히 봐야 해요.”

“그러면……?”

“관부에 명령을 내려서 야천 숨통을 틀어막아요. 야천은 마유 마인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소문도 흘리고. 그쪽에서 더는 천강무신이 어쩌고 하는 소문이 나오면 안 돼요.”

“상군을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호호! 오빠를 어떻게 말려요? 언니는 오빠가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으로 보여요? 호호호! 오빠는 분명히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이런 일을 벌이는 거예요.”

몽설은 아걸이 일홀도에 매진한 것을 안다. 아걸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일홀도와 연관된 행동이라는 것은 분명히 안다.

오음산 싸움 직후에 방황하고 있다. 일홀도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없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을 팽개치고 명부판관이 되겠다고?

자신이 허도기의 타격 목표가 될 것을 염려해서 자신이 한발 앞서 나간 것이다.

“네. 그럼 야천에서 흘러나가는 모든 소문을 통제할게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관부에도 허도기 사람이 많아서.”

“명령을 제 명으로 내려줘요.”

“호황위 명으로요?”

“네. 그리고 제 명을 어기면 황군이 직접 출동해서 싹 쓸어버린다는 소문도 같이 흘려요.”

“그럼 황상께 오명이…….”

“괜찮아요. 이 정도 오명은 장난일 거예요. 앞으로 다가올 일에 비하면.”

몽설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천강무신이라는 소문은 허도기를 황상 수준으로 올려놓고 있다.

나라에 황상이 있다면 무림에는 천강무신이 있다. 황상도 하늘이 내린 사람이지만 천강무신도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다. 두 사람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다.

하지만 이런 소문만으로는 황제를 노릴 수 없다.

결국은 힘으로 황권을 찬탈할 수밖에 없지만, 그 전에 만인이 허도기를 황제로 인정해야 한다.

허도기는 높이고, 황상은 낮춘다.

허도기는 공이 많고, 황상은 실정이 많다. 참으로 발설하기 참혹할 정도로 무능력하다.

앞으로 이런 면에 기초한 소문들이 나돌 것이다.

지금 민심을 조금 건드리는 것 정도는 앞으로 다가올 폭풍에 비하면 장난에 불과하다.

“그리고 오빠에게는 우리가 취합한 정보를 최대한 전달해 줘요. 제대로 명부판관 역할을 해야 해요.”

“네.”

“대상 선정은 마인이 아네요. 마유 마인은 일단 거르고…… 인륜을 깨트린 자, 가족 간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을 행한 자. 그쪽 부분에 집중해서 대상을 선정해요.”

“네. 그런 쪽이라면 이미 수집된 정보가 있어요. 언제든 청부가 들어올 수 있어서 준비해 놓았죠.”

취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허도기는 성검문에 있나요?”

“그게…… 성검문에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못 본 지 꽤 됐어요.”

“마유 마인이 야천 사람들이 드나든 정황도 없죠?”

“네.”

“그럼 성검문에 없네요. 어디 간 모양인데…… 영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 강호 쪽은 당분간 조용할 것 같고, 군부 아니면 세외에 있겠네요.”

“…….”

취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취운도 허도기가 성검문에 없을 것이라는 데는 생각이 같다. 하지만 군부나 세외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허도기를 빨리 강호로 데려와야 한다.

이 나라가 전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그를 강호에 눌러 앉혀야 한다.

‘명부판관! 신의 한 수야.’

취운은 마음이 답답했다.

딱 적당할 때, 아걸이 명부판관이 되어준다. 이건 좋은데…… 그만큼 위험도 크다.

몽설이 말했다.

“성검문을 샅샅이 조사해 봐요. 소축십검은 근래 마공을 드러냈어요.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악행도 있을 거예요. 그걸 찾아내면 명줄을 쥔 거예요.”

“결정적인 증거 말이죠?”

“네. 결정적인 증거. 반드시 있어요.”

몽설이 자신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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