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438화 (438/600)

第八十八章 함입곤경(陷入困境) (3)

사막은 무척 아름답다.

막연히 사막은 너무 덥다.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 볼 것이라는 전혀 없는 황무지다. 이렇게 생각했다면 큰 잘못이다. 사막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사막은 여느 명승지 못지않게 경관이 빼어나다.

사막을 처음 본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아!’ 하고 탄성을 토하게 되어 있다.

사막은 뜻밖에도 매우 아름답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지만, 황금 모래가 주는 매력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물론 걷기가 힘들다.

모래를 밟을 때마다 발이 푹푹 들어간다. 하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그렇게 힘든 것만도 아니다. 대체로 이 정도면 걸을 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올라갈 때는 조금 힘들고, 내려갈 때는 미끄러진다.

약간 푸석푸석한 흙 위를 걷는 느낌이 정도다.

물론 사막에도 두 얼굴이 있다. 대다수 사람이 보는 풍경은 사막의 밝은 면이다.

밝은 면을 봤을 때,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사막의 밤은 또 어떤가.

사막은 밤에도 대낮처럼 밝다. 멀리 떨어진 언덕도 환히 보인다.

하늘에서 달빛과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 너무 밝아서 불을 켜 놓은 게 아닌가 착각이 일어날 정도다. 깊은 밤에도 사람의 얼굴이 환히 보인다.

사막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사막의 또 다른 면을 보면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사나 하고 진자리를 치게 된다.

모래 강풍이 전신을 후려친다.

바람에 실려 오는 모래알이 암기라도 된 듯이 살 속에 틀어박힌다. 입을 벌리면 모래알이 주먹만큼 들어온다. 눈을 뜨면 당장 눈알을 할퀴어 버린다.

사령은 방갓을 깊이 눌러쓰고 한 걸음씩 힘들게 걸음을 옮겼다.

사막의 모래바람과 마주치면 움직이는 게 곤란해진다. 사람이든 낙타든 모조리 날려버릴 정도로 거세다.

용권풍(龍捲風)을 만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사람까지 날려 버리는 바람이 아니라 단지 두 발을 묶어 놓는 정도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사령은 딱딱한 둔덕 뒤에 몸을 높였다.

휘이이잉!

모래가 그를 덮기 시작했다.

이런 폭풍 속에 잘못 갇히면 완전히 모래 속에 파묻히고 만다. 숨도 못 쉬고 죽는 경우도 있다. 조금씩 덮이는 모래에 생매장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령은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조금씩 움직였다.

‘그 양반 참 더럽게 만나기 힘드네. 하필이면 사막에 있을 게 뭐야. 성검문에 편히 좀 있으면 안 되나. 후후! 하기는……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은 아니니까.’

사령은 툴툴 웃었다.

우각도는 아직 소분되지 않았다. 동죽도에도 넉넉하지 않지만, 약이 들어오고 있다.

허도기도 생명줄을 완전히 끊어놓지는 않고 있다.

확실히 네 발로 찾아와서 용서를 빌라는 의미가 짙다. 어쩌면 자신은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성검문에 이십사 위문 문주가 와 있다.

그들은 아걸을 연구한다고 한다. 일홀도가 연구한다고 상대할 수 있는 칼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도 안다. 그런데도 일홀도를 연구하는 것은 일대일 승부를 버리겠다는 뜻이다.

스물네 개 문파가 조직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협살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위태롭다. 아걸을 잡으려면 일전통 야구가 공격했던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소축십검이 싸웠던 방식을 연구해서는 말짱 도루묵이다.

그들에 비하면 자신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간특한 늙은이라니까.’

사령은 허도기를 생각하며 히죽 웃었다.

허도기는 이십사 위문 중 몇 군데를 쿡쿡 찔렀다. 그저 옆구리만 살살 찔렀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명부판관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지만, 이십사 위문 문주는 자신의 옆구리를 찌른 게 명부판관인 줄 안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마유까지 속이지는 못한다.

광검문과 낙일검문을 건드린 사람은 분명히 허도기다. 오직 허도기만 그런 식으로 일한다.

예전의 허도기는 간웅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간특하지는 않았다. 사실, 예전에는 모략도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검으로 직접 찍어누르는 쪽을 선호했다.

지금의 허도기는 완전히 정치색에 물들었다. 정치꾼이다. 좋게 말하면 정치꾼이고, 나쁘게 말하면 모략꾼이다. 사람을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이용한다.

명부판관이 날뛰고 있는 지금 상황이 허도기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

사령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명부판관의 목적은 뻔하다. 예전, 명부판관이 되어서 허도기에게 도전할 때처럼 움직인다. 결국은 허도기를 악인이라고 낙인찍고 달려들 것이다.

지금은 그 전초전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당연히 허도기를 이상한 눈으로 보게 된다.

명부판관은 분명히 거기까지 보고 움직인다. 지금도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명부판관이 하는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취화원과 적랑대, 전보영까지…… 강력한 정보망들이 일제히 움직이고 있다. 그야말로 물심양면으로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사실, 그들이 하는 일에 비하면 아걸이 하는 일은 별로 없는 셈이다. 다 차린 밥상에 앉아서 수저만 든다.

이 말을 다시 바꿔 말하면 호황위는 다른 곳에 신경을 못 쓴다는 거다.

오직 아걸에게만 신경을 쓰니 정작 신경 써야 할 곳에는 쳐다보지도 못한다. 무엇이 중요하고 경한지, 경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허도기는 유유히 세외 팔국을 돌아다닌다.

어떤 면에서는 몽설이 오히려 허도기에게 시간을 벌어 주고 있는 셈이다.

휘이이이잉!

거친 모래 폭풍이 사령을 땅에 묻어버릴 듯이 거칠게 몰아쳤다.

운이 죽은 자들은 사막 객잔에서 모래 폭풍을 피한다.

사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 그렇다. 그들은 모래 폭풍이 올 것을 미리 예감한다. 그래서 좋지 않은 바람이 느껴지면 두말하지 않고 객잔에 틀어박힌다.

술을 마시며 유유히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덜컹!

사령이 객잔 문을 열었다.

그러자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봤다.

사령은 흙먼지로 찌들었는데, 객잔에 있는 사람들은 주흥에 찌들어 있다.

“큭큭! 그거 되게 당하셨네.”

앞쪽에 있던 사람이 씩 웃으면서 놀렸다.

사령은 사람들을 무시하고 비어 있는 탁자로 걸어가서 앉았다.

탁탁!

그가 먼지를 털었다. 그러자 당장 옆에 있는 사람이 핀잔을 해 왔다.

“이봐! 먼지는 밖에서! 누구 흙먼지 다 뒤집어씌울 일 있어! 여기 혼자만 있어!”

사령도 먼지를 다 털을 생각은 없었다. 턱 밑, 어깨 위에 있는 먼지만 털었다.

“어서 오십쇼!”

점소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물잔을 놓았다.

“방 있나? 목욕 좀 했으면 좋겠는데.”

“킥킥! 팔자 좋은 소리 하시네. 사막에서 목욕이라니. 마시고 뒈질 물도 없다. 키킥! 이봐, 영 찜찜하면 밖에 나가서 먼지나 털고 와. 그럼 좀 개운해.”

시비가 아니다. 조금 친절하게 알려 주는 말이다.

“방은 없고, 식사는 됩니다. 식사는 뭐로?”

“소면.”

“소면요? 그거 비싼데. 한 그릇 말아드리는 데 은 한 냥.”

“…….”

“아! 여긴 사막이라서. 면을 만들 밀가루며 물이며 전부 사람이 짊어지고 와야 하니까. 은 한 냥을 받아도 이문은 없어요. 이거 봉사라니까.”

점소이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할 수 없지.”

사령이 은자 한 냥을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놨다.

점소이가 은자를 낚아채서 자세히 살펴봤다. 진짜 은인지 가짜 은인지 살펴보는 듯했다.

“맞네. 소면 한 그릇 금방 갖다 드립죠!”

점소이가 히죽 웃으면서 걸어갔다.

보아하니 급히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 걸음걸이가 매우 느긋하다. 어쩌면 재촉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에게 핀잔을 주었던 장한이 다시 시비를 걸어왔다.

“거, 돈 많은 거 같은데, 여기 술 한 잔 쫙 돌리지?”

사령은 침묵했다.

“그럼 쫙 돌리는 줄 알고. 이봐! 이 사람이 술 한잔 산대! 술 가져와!”

장한이 점소이에게 소리쳤다.

“네! 네!”

점소이는 이런 일에 익숙한지 즉시 사령에게 달려와서 불쑥 손을 내밀었다.

“술 한 독에 은자 열 냥. 여기 사람이 열 명이니까 한 독씩 돌리면 모두 백 냥. 까짓거 깎아서 팔십 냥.”

“소면.”

사령이 차게 말했다.

“에이. 돈 내시는 게 좋을 텐데.”

점소이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여든 냥이 없으면 있는 대로 뭐 조금 돌리면 되니까. 얼마나 있으쇼? 있는 대로…….”

“소면.”

“거참 내놓는 게 편하시다니까. 이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소? 이 사람들 흑사단(黑砂團)이야, 흑사단. 댁도 무인인 것 같으니까 살짝 알려 주는 거야.”

점소이가 속삭이듯 낮게 말했다.

흑사단은 유명한 고비사막 비적단이다. 무리가 천 명을 넘어서 웬만한 무인은 싸울 생각조차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고비사막에 들어서면 이들과 만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소면.”

사령이 차게 말했다.

“사람 참 말귀를 못 알아듣네. 알았어! 소면! 갖다 드리지! 술은 없소! 안 산대!”

점소이가 장한을 보고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술은 날아갔다는 뜻이다.

“이봐! 술을 사기로 했으면 사야지. 이게 뭔 개뼈다귀 같은 짓이야!”

장한이 거칠게 말하며 일어섰다.

순간, 사령의 손에서 검광이 번쩍 빛났다.

“크윽!”

장한이 목을 잡고 비틀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의 목에서는 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당탕탕탕!

장한은 서 있지 못하고 탁자 위로 엎어졌다.

“살인!”

“저 미친 새끼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사방에서 중구난방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니, 그들은 재빨리 칼을 뽑아 들고 사령을 에워쌌다.

‘참 힘들게 하네. 항복하러 온 줄 알면서…… 꼭 이렇게 하셔야 하나? 참 심술궂다니까.’

사령이 중얼거리면서 장한들을 쏘아봤다.

쒜에에엑!

대도가 날아왔다.

평범한 칼질은 아니다. 정교한 보법을 밟고 있다. 칼에도 격식이 스며있다.

‘아수라삼절(阿修羅三絶)?’

흑사단은 결코 비천한 비적단이 아니다. 이들은 정통 무공을 수련한 살귀들이다.

이런 자들이 척박한 사막에서 말을 타고 다니며 노략질을 일삼는다. 단순한 강도질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눈에 띄는 사람은 일단 죽이고 본다. 물건을 빼앗는 것은 그 후다. 일단 죽여 놓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뺏는다.

쒜엑!

대도가 사령을 비껴갔다.

그 순간, 사령은 상대의 허리를 갈랐다.

“크윽!”

비명을 등 뒤로 하고, 곧바로 뛰어올라서 다른 자의 머리를 찍었다.

“컥!”

또 비명이 터졌다. 사령은 옆에 있는 탁자를 디딤돌 삼아 뛰어올랐다. 아니, 벌써 내리쳤다.

쒜에엑!

상대가 대도를 들어서 검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사령은 칼과 부딪히지 않았다. 그의 검은 상대의 팔을 내리쳤다.

싹둑!

“아아악!”

팔과 함께 상대방의 가슴이 쫙 갈라졌다.

칼을 들어 올리면 검을 막을 수 있다고 누가 말했나. 칼을 들어 올릴 때는 검을 막을 수 있는 곳으로 올려야지, 팔을 비워 놓으면 어떡하나.

아수라삼절은 매우 난폭한 도법이다. 폭풍처럼 휘저어서 정신 차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데 이들은 단지 사납기만 하다. 또 빠름에서 사령을 따라잡지 못한다.

‘바보 같은 놈들!’

쉐에에엑! 퍼억!

또 한 명이 쓰러졌다.

단언한다. 흑사단은 당장 이대로 무림에 뛰어들어도 무공이 통할 정도로 강하다. 마유 마인들과 접전을 붙이면 아주 좋은 상대가 될 것이다.

야천 제일검조차도 마유 마인에게는 쩔쩔맸는데…… 사령은 이들을 그 정도로 높이 봤다. 물론 진짜로 싸움이 벌어지면 마유가 이긴다는 쪽에 판돈을 걸 것이다.

이들은 강하지만 생명을 내놓고 검을 수련한 마유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다.

‘아직 멀었다!’

쒜엑! 쒜에엑!

“크아아악!”

마지막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휘리리릭! 촤악!

사령은 검을 허공에 휘둘러서 피를 털어냈다. 그리고 탁자로 돌아와 앉았다.

“소면, 멀었나?”

“아! 네. 다, 다 됐습니다. 곧 갖다 드리겠습니다.”

점소이가 비로소 바쁘게 움직였다.

“목욕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물이…….”

점소이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꾹 다물었다.

파파팟!

사령의 눈에서 녹색 광망이 튀어나왔다.

“아, 알겠습니다. 목욕물 준비하겠습니다.”

점소이가 급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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