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440화 (440/600)

第八十八章 함입곤경(陷入困境) (5)

“이십사 위문 문주가 성검문에 모였습니다. 들어간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취운이 보고했다.

‘아! 실수했어.’

몽설은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다.

명부판관은 잠시라도 멈춰 서면 안 되는 거였다. 계속해서 정신없이 몰아붙였어야 한다.

아걸이 명부판관을 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라도 강행했어야 한다. 반드시 명부판관이 아걸일 필요는 없었다. 은거 무인 중 누구라도 명부판관 대행이 될 수 있었다.

잠시 짬을 주었더니 저들이 당장 모였다.

불확실성! 이것이 가장 불안했던 것이다.

명부판관의 행보가 뚜렷했다면, 자신들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면 모이지 않았을 텐데.

아니다.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다.

명부판관은 이십사문 중 적어도 두세 문파는 계속 건드린다. 반철도가 허도기에게 향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앞으로 한두 문파만 건드려도 저들은 당장 모였을 것이다.

‘그래도 명문 정파인데, 설마 합공을? 아냐. 저들이라면 합공도 할 수 있어.’

몽설은 이십사문과 직접적인 접촉을 한 적이 없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귀로 듣고, 종이에 적힌 것을 읽어서 아는 정도다. 다만 한 문파만은 안다.

활검문을 안다.

자신이 직접 활검문으로 뛰어들어서 여천 강씨의 외아들인 강조를 살해했다.

그 덕분에 활검문 모든 문도에게 쫓겼다.

취화원이 강조의 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혔는데도, 활검문은 살수를 잡기 위해서 전 문도를 동원했다.

명부판관이 강조를 척살했다면 어땠을까?

지금 명부판관이 강조의 죄를 밝히면 이제는 세상이 먼저 믿는다. 활검문이 나서서 보호할 수 없다. 만약 보호한다면 명부판관의 칼이 아니라 세상이 활검문을 따갑게 쳐다본다.

명문정파의 위상에 금이 간다.

취화원 살수가 바란 것은 명부판관 같은 위치였다.

그만한 위치를 진작 차지했다면 정동 무인들에게 몰살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것도 또 다른 문제인가?

활검문은 취화원을 치지 못하지만, 정동 무인들은 암암리에 들이칠 수 있나?

분명한 것은 활검문이라면 합공도 불사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성검문에 모인 이십사 문, 아걸과 싸울 것이다.

‘어떤 식으로 싸울까?’

문주들도 일대일 승부로는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 명부판관이 아걸인 것을 알고 있으니…… 허도기와 싸운 일도 인다. 오음산 싸움도 알 것이다.

일대일 싸움은 무조건 안 된다.

암습은? 이것도 불가능하다. 지금의 명부판관은 명실공히 정도의 상징이다. 정의, 협의의 선봉에 서있다. 그런 인물을 암살했다가 주체가 드러나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정도 문파가 명부판관을 암살?

이것은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다. 악인을 처벌하는 무인인데, 정도에서 왜 암살하나? 혹, 암살한 문파에 드러내지 못할 비밀이라도 있는 것인가?

이러니 암살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진법!

‘그래! 진법이면 가능해!’

진법은 일 대 다수의 싸움이지만, 정통 무공으로 간주하고 있다. 혈무대 비무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생사 결전에서는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공부다.

소림사에는 십팔나한진, 백팔나한진이라는 유명한 진법이 있다. 개방에는 타구진이 있다. 무당파에도 오행검진, 칠성검진, 대천강진 등 유명한 진법이 다수 있다.

문파마다 진법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

진법은 한마디로 말해서 합격술이다. 여러 명이 공격의 합을 조화롭게 맞춘 것이다. 진법을 이루는 무리(武理)는 각기 다르지만, 결국은 합격술이다.

진법을 사용해서 상대를 이겼다고 해서 비겁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진법으로 싸울 것이다.

‘오빠!’

몽설은 아걸을 믿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이 답답해진다. 조금만 일이 벌어져도 걱정부터 일어난다.

“진법. 합공. 대비하라고 연락해 줘요.”

“네. 바로 연락할게요.”

“할아버지는?”

“아걸에게 갔어요.”

“다행이네. 다행이야.”

몽설이 활짝 웃었다.

아삼 할아버지만 아걸에게 가면 된다. 그러면 아걸은 낫는다.

“이십사 위문 문주가 진법을 사용한다면…… 우리도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언니, 이십사…… 아니, 이십삼 위문 문주가 동원할 수 있는 무인이 몇 명이나 될 것 같아요?”

“문주들이 동원할 수 있는 무인보다도, 저는 스물세 명의 문주가 진법을 펼칠 경우가 걱정되는데요. 설마 자존심도 없이 스물세 명이 연수합격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몽설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러지는 않아요. 이십삼 문주들, 각기 차기 무림 맹주를 원하고 있어요. 그런 이상…… 진법은 사용하되, 문주들이 연수합격하는 일은 없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언니, 나는 정말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는데…… 난 저들보다 남만족이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걸은 남만족을 무너트린 사람이에요. 그때 이후로 허도기 외에는 적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상군 몸도 안 좋고.”

“언니, 무림은 오빠에게 맡겨요. 우리는 당분간,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무림에서 눈을 돌려도 돼요. 이제는 오로지 허도기에게만 집중하려고요.”

“네.”

취운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몽설은 결코 아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지금 말은 이렇게 해도 아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하면 당장 마음을 졸일 것이다.

“대장군님은?”

“무정전(武定殿)에 계셔요. 그곳에 가둬 놓으셨잖아요.”

“가둬 놓기는.”

몽설이 웃었다.

조위 장군은 책을 읽고 있었다.

“좀 어떠세요?”

“팔자 늘어졌지. 내 요즘처럼 팔자 좋은 적은 없었네. 다른 건 다 좋은데 이놈의 옆구리하고 허벅지에 살이 너무 붙었어. 이래서야 어디 말이나 타겠나.”

장군이 웃었다.

“소문 들으셨죠?”

“음! 들었네. 취화원과 금군에 한바탕 피바람이 휘몰아쳤다고.”

“간자를 완전히 색출한 건 아니지만 활동이 거의 죽은 건 사실이에요. 당분간 황상께서 편히 주무실 수 있을 거예요.”

“잘했군. 해낼 줄 알았다니까. 이러면 황상께서도 나한테 상을 내려줘야 하지 않나? 이렇게 야무진 사람을 소개해 줬는데, 고기 한 근이라도 하사하셔야지.”

“황상께 말해 볼까요?”

“당연히 말해야지. 하하하!”

조위 장군이 흔쾌하게 웃었다.

“황상 대신 제가 드리는 것도 괜찮다면 선물을 드리려고요.”

몽설이 책자를 내밀었다.

“받기 싫은데.”

장군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렇죠? 이거 정말 받기 싫더라고요.”

“휴우!”

장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속에 몇 명이나 들어 있나?”

“서른일곱 명이요.”

“그렇게 많이!”

“적은 편이에요. 하지만 이 사람들…… 전부 장군님께서 아끼시는 분 같아서 죄송하네요.”

“자네가 죄송할 건 없지.”

장군이 책자를 집었다. 하지만 펼쳐보지는 않았다. 대신 읽던 책을 덮고 일어섰다.

“그럼 나는 이제 장군가로 돌아가도 되겠군. 이걸 줬다는 것은 돌아가도 좋다는 말이겠지.”

“네.”

몽설도 장군을 따라서 일어섰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요.”

“말해 보시게.”

조위 장군이 몽설을 쳐다봤다.

“북쪽으로 가 주시겠어요?”

“북쪽이라면…… 고비 쪽인가?”

“짐작하고 계시네요.”

“그쪽 놈들이 조금 과격하지. 다른 쪽은 간이라도 보는데, 그쪽은 간도 안 봐. 무조건 달려들어. 공부가 사람을 잘 쓰는군. 사막의 돌풍이 꽤 거셀 것 같은데…… 이런 쪽은 내가 잘하는 일이야. 걱정하지 마시게.”

“네. 걱정하지 않아요.”

“집에 들렀다가 바로 출발하지.”

“부탁드립니다.”

몽설이 고개를 숙였다.

“부탁은. 내가 이래 봬도 장군 아닌. 황상께서 내 보직을 거두지 않았으니 소임을 다하는 거지. 이것에 대해서 자네가 미안하게 할 것도 없고.”

장군이 손에 든 책자를 들어 보였다.

“내가 출정하는 일에 감사할 필요도 없네.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야. 사실 나는 침상보다도 야전이 좋아. 들풀 냄새 맡으면서 잠드는 게 버릇이 되어서.”

조위 장군이 몽설의 어깨를 어루만지듯 툭툭 쳤다.

* * *

조위 장군은 목욕을 하고 속옷을 갈아입었다.

“아아악!”

밖에서 비명이 울렸다.

장군은 두 팔을 벌렸다.

시녀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바지를 입히고 상의까지 입혔다. 옷 매듭을 걸고 허리띠를 묶었다.

그 위에 겉옷을 입힌다.

쒜에에엑! 우당탕탕! 쒜에엑!

누군가 방문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장군을 향해 검을 쏘아냈다.

그때, 천정에서 검 한 자루가 뚝 떨어졌다.

“크윽!”

방 안으로 뛰어든 자는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하고 비틀거렸다.

검이 사내의 목 뒤로 해서 갑옷을 뚫고 들어갔다. 꼭 등과 옷 사이로 깃대를 꽂아놓은 것 같다.

푸아악!

머리 뒤에서 붉은 핏물이 솟구쳤다.

암습자는 더 다가서지 못하고 풀썩 쓰러졌다.

장군은 죽은 자를 보지 않았다. 시녀들도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겉옷을 입히고 다시 옷 매듭을 걸고, 청색 허리띠로 겉옷을 단단히 조였다.

“조금 더.”

손을 놓으려던 시녀가 허리띠를 다시 풀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단단하게 묶었다.

드르르륵!

다른 시녀가 갑옷이 걸려 있는 의가(衣架)를 끌고 왔다.

스읏! 슷!

시녀들은 장군에게 갑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쒜에에엑!

다시 검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천정에서 떨어졌던 자가 즉시 검을 받아쳤다.

까앙!

검이 부딪쳤다. 순간, 또 다른 사람이 천정에서 뚝 떨어졌다.

쒜에엑! 쒜에에엑!

검과 검이 순식간에 어긋났다.

비명이 두 마디나 터졌다. 암습자도 비명을 질렀고, 천정에서 떨어진 자도 입으로 쇳소리를 흘렸다.

암습자는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하지만 그가 내지른 검은 천정에서 떨어진 자를 베었다.

피가 튄다. 검을 맞은 자가 배를 움켜잡고 다시 천장 위로 솟구쳤다.

“아악!”

“크아악!”

비명이 계속 터진다. 하지만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창창창창창!

스슷! 스스슷!

방 안으로 세 명이 뛰어들었다.

그들은 뛰어들자마자 장군 앞으로 가로막은 사람 곁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바깥쪽을 향해 검을 겨눴다.

그들의 갑옷은 피로 흥건했다.

“몇 명 남았어?”

“한 명입니다.”

“담장(譚莊)?”

“네.”

“들었나!”

“넷!”

천정에서 대답 소리가 들렸다. 그때,

꽝!

문이 거칠게 차이며 갑옷을 입은 장군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순간, 천정에 있던 자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장군!”

한 사람이 소리를 버럭 지르며 천정에서 떨어지는 검을 향해 장도를 후려쳤다. 그 순간,

퍼퍼퍼퍼퍽!

천장 한구석에서 갑자기 쇠노 한 무더기가 쏟아져 나왔다.

막 장도를 휘두르던 장군은 쇠노에 벌집이 되었다. 그의 앞가슴에만 쇠노가 열 대 이상 박혔다.

조위 장군은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시녀들이 갑옷을 입히고 요대를 단단히 조였다. 그리고 투구를 집어서 공손하게 받쳤다.

장군은 손으로 갑옷 여기저기를 툭툭 만져 봤다.

“됐다.”

장군이 투구를 받아들었다.

“장군!”

쇠노를 맞은 자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장군은 쳐다보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을 호위하던 수하들에게 말했다.

“집 잘 지켜라.”

“네.”

암살자를 요격한 장수들이 대답했다.

“장군!”

쇠노를 맞은 자가 쓰러지지 않고 장군을 불렀다.

“승전을…… 기원합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쿵! 무너졌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나를 향해 검을 겨누는구나. 담장. 우리 다음 세상에 다시 만나 보자. 그때는 조금 다르게 만나야겠지. 적어도 이런 식으로 보지는 말자.”

조 장군은 쓰러진 장군을 애잔한 눈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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