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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450화 (450/600)

第九十章 백살도축(百殺禱祝) (5)

아걸과 은거 무인, 그리고 흑후는 탕산에 도착했다.

탕산 초입 부근에는 객잔이 즐비했다. 주루나 다루도 많았다.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작은 소면집부터 고기만 파는 고깃집까지 점포가 많았다.

탕산은 험산이다. 그리고 험산에 의지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험산에는 맹수도 많고 약초도 많다. 수많은 사람이 탕산에서 돈을 벌어간다.

그들이 산을 내려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술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일이다.

산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객잔에 투숙하면서 입산 준비를 한다.

자연히 마을은 꽤 번창했다.

“저기가 깨끗해 보이는데? 저기로 가지.”

흑후가 앞장섰다.

사실…… 깨끗해서 가는 것이 아니다. 흑화방은 이미 이곳 마을을 조사했다. 그리고 객잔 하나를 통째로 비워놨다. 편히 쉬라고 배려했다.

객잔은 산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라서 다른 지방의 객잔과는 구조가 달랐다. 객잔은 구(口) 모양이다. 넓은 마당을 한가운데 두고 빙 둘러서 이 층 객사를 만들었다.

뒷간과 세면을 할 수 있는 곳은 공동으로 사용하며, 방에는 침상과 탁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찌 썰렁하네?”

흑후가 객잔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어휴! 말도 마십시오. 송가검문 무인들이 입산 통제를 한다면서 외인들을 모두 몰아냈어요.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 주민들이에요.”

객잔 주인이 송가검문의 행동이 마뜩잖은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송가검문은 마을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먼저, 마을에 투숙한 모든 사람을 쫓아냈다. 탕산 입산 통제를 마을까지 범위를 넓혔다.

외부인은 철저히 쫓아내고 토착민만 머무를 수 있다.

당연히 모든 객잔이 텅텅 비었다. 아예 손님을 받지 못하도록 협박까지 한 상태다.

그런데도 마을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 객잔에 머물 수는 없지만, 마을을 방문하는 것은 상관없다. 주루에서 술 한 잔 마실 수도 있다. 차도 마신다.

이 많은 사람이 모두 명부판관과 은거 무인들이 보기 위해서 왔다.

중원을 자자하게 떨쳐 울리는 명부판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 것이다.

“기웃거리는 사람이 많아서 편히 있긴 틀렸는데.”

한항이 말했다.

“모른 척하고 뻔뻔하게 지내는 거지 뭐. 이럴 때는 낯짝이 두꺼울 필요도 있어.”

장태전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걸 일행이 객잔에 자리를 잡자, 사람들이 아예 담장 위로 올라가서 구경하기까지 했다.

그들 생각에는 명부판관과 은거 무인들 쪽에는 승산이 없다. 탕산에 들어갈 수는 있어도 살아서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지금은 멀쩡히 살아서 움직이지만, 곧 땅에 몸을 뉠 자들이다.

저들 보기에는 아걸 일행이 그렇게 보일 것이다.

사람들은 명부판관보다는 송가검문을 더 높이 본다. 명부판관은 악인을 징벌하기로 유명한 것이고, 송가검문은 무공으로 입지를 다진 검문이다.

탕산 주위에 배치되어서 외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무인들 또한 송가검문 무인들이다.

이 많은 무인이 포위하고 있는 곳에서 명부판관이 제 실력을 드러낼 수 있을까? 불쌍하게도 명부판관은 송가검문의 명성을 높여주는 희생양이 될 것이다.

“내일 산에 들어갈 생각인데, 건량 좀 준비해 주지?”

흑후가 객잔 주인에게 말했다.

“건량, 물, 금창약. 모두 준비해 놨습죠. 이 층에서 네 번째 방. 저놈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안내는 해드릴 수 없고. 저도 후환을 생각해야 하는지라.”

객잔 주인이 나직이 말했다.

“그렇지. 우리도 그 정도는 생각할 줄 알아. 고맙네. 슬쩍 들어가서 점검해 보지.”

흑후가 말했다.

객잔에 손님이 찾아왔다. 모르는 사람이다. 산사람인 듯 얼굴이 구릿빛으로 그을려 있다. 수염을 정리하지 않아서 거칠고, 머리도 헝겊으로 간편하게 묶었다.

매우 투박한 사람이다.

“영지 좀 사시라고 들렸습죠.”

사내는 정중하게 말하면서 소반만큼이나 큰 영지버섯을 내밀었다.

“우린 싸우러 가는 사람들인데, 우리에게 이걸 팔겠다고? 하! 웃기는 사람이네.”

지당검 고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고사의 눈빛은 번쩍 빛났다. 사내가 영지에 그린 그림, 적랑대의 표식이다.

“산에 들어가기 전에 푹 끓여 드시면…….”

“몰라. 난 돈도 없고. 이런 거는 명부판관에게 직접 팔아봐. 저기 이 층. 보이지? 명부판관.”

“아, 네.”

지당검 고사는 사내를 통과시켰다.

아걸과 사내는 이 층 방안에서 마주 앉았다.

방안의 모습은 방문과 창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사방에서 환히 보인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셈이다.

사내가 아걸에게 큼지막한 영지버섯을 내밀었다.

이 와중에 영지를 팔아먹으려는 수작인 거 같다.

아걸은 영문도 모른 채 영지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거참 이 와중에도 장사하는 사람이 있네.”

“그러게. 배짱도 좋아. 명부판관에게.”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다량의 화약이 유입되는 걸 목격했습니다.’

“그래요?”

“아마도 야구가 공격했던 방법을 염두에 둔 듯합니다. 열 명을 하나로 묶을 끈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걸은 인상을 찡그렸다.

야구는 비인간적인 행동을 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수하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내던졌다.

그 일을 명문정파에서 하겠다는 건가!

“칠절려가 유입되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수레로 잔뜩 싣고 들어갔는데,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열 수레는 넘어 보였습니다.”

칠절려 열 수레.

손가락 두 개 굵기의 칠절려로 수레를 가득 채우려면 몇 개나 있어야 할까?

‘혼염구망진을 또.’

아걸은 은거 무인들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저들과 함께 탕산에 들어가는 일은 좋지 않을 것 같다. 함께 가면 도움은 되겠지만, 살아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떼어놓고 혼자 들어가야 한다.

아걸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사람은? 무인은 얼마나 들어갔는지 봤소?”

황열이 급히 물었다.

“천 명은 넘죠. 이십삼문에서 모두 동원되었으니까. 이곳을 통제하면서 은밀히 북쪽 산을 넘어서 들어갔어요. 그것도 야밤에 이동해서 아무도 모릅니다.”

“음!”

황열이 침음을 흘렸다.

“하지만 산이 워낙 커서 저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이 산은 천 명 정도는 감쪽같이 감춰버리죠. 좌우지간 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지옥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딱 맞습니다.”

“빌어먹을 놈들!”

황열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은거 무인도 예상했던 바다.

은거 무인들은 취운으로부터 탕산에 들어가면 겪을 일을 전해 받았다. 서신 열 장에 빼꼭히 쓰인 글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적랑대 살수가 말한 것들은 취운이 벌써 말해준 것이다.

서신을 읽을 때는 설마 명문정파가 이렇게까지…… 하고 생각했는데, 사실이 되었다.

탕산에 들어서면 소름 끼치는 일들이 벌어진다. 죽음이 땅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볼 수 있다.

“다른 건 또 없소?”

황열이 물었다. 예측했던 것 외에 다른 것들을 알아야 한다. 취운은 서신에 적힌 것 외에 또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을 찾으라는 당부도 적어놨다.

“이십삼문 문주도 모두 들어갔고…… 각기 흩어져서 들어가기는 했지만, 모두 들어가긴 했죠.”

이것도 예상했다. 이십삼 문주는 당연히 들어간다.

“또?”

사내가 손으로 영지를 만지며 말했다. 멀리서 보면 꼭 영지버섯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저쪽도 생각이 있지 않겠습니까. 취화원과 저희 적랑대는 이미 감시망에 걸려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일단 야천 놈들이 우리를 철저하게 지켜보고 있어요. 진짜 무서운 것은 저희 눈에 띄지 않게 움직였을 겁니다.”

결국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과 같다.

“수고 많았습니다.”

아걸이 영지버섯을 황열에게 건넸다. 그리고 사내에게는 은자 두 냥을 건네주었다.

“와! 저걸 은자 두 냥에! 저놈 도둑놈이네.”

“그러게. 나도 뭐 하나 갖고 들어가 볼까?”

사람들이 다시 수군거렸다. 그들은 아걸과 사내가 나눈 진짜 대화를 듣지 못했다.

두 사람이 나눈 말을 듣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저 두 사람이 영지버섯을 만지면서 값을 흥정했다고 믿는다.

그 시간, 흑후는 흑화방 수하를 만났다.

“뭐 보고할 거라도 있어?”

흑후는 특별한 내용이 없을 줄 알았다.

“태부 전염청, 종령 손광춘, 도어사 맹국조가 죽었습니다. 사인은 자연사.”

“뭣!”

흑후는 깜짝 놀랐다.

“누가 죽인 거야?”

“동영 인자로 추측됩니다.”

“음! 그놈들이 들어왔다면 한바탕 칼부림이 나겠군. 그놈들, 그 세 사람만 죽이지는 않을 텐데?”

“도변춘마(渡辺春馬)라는 자, 혹시 기억나십니까?”

“알지. 몇 번 거래했잖아.”

“이건 그쪽에서 흘러들어온 정보인데, 이번 탕산 싸움이 끝날 때까지 대장군의 손발 백 개를 잘라낸다고 했답니다.”

“누가?”

“유음류(幽陰流).”

“유, 유음류! 여기 들어온 놈들이 유음류야?”

“네.”

“음! 하필이면 독종 중의 독종이…… 그놈들이 들어왔다면…… 어이쿠! 이거 갑자기 골머리가 욱신거리는데. 허도기, 그 자식은 유음류를 어떻게 알았지?”

“모든 이목이 탕산에 쏠려 있을 때 조용히, 은밀하게 백 명을 베어낸다. 그래서 유음류가 이 계획에 백살도축(百殺禱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백 명을 죽이도록 기원한다.

미친놈들이다. 사람을 죽이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기도한다.

다른 놈들이라면 정신 나간 놈들이라고 말하겠지만, 동영 제일 인문 유음류라면 아주 당연하다. 그놈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아주 신성시한다.

“허도기 이 자…… 하!”

흑후가 인상을 확 찡그렸다.

허도기는 세 방향에서 공격하고 있다.

탕산에서 아걸을 잡을 생각이다. 터무니없는 공격으로 완벽히 숨통을 끊을 생각이다.

백살도축으로는 대장군을 노린다.

대장군의 기반을 일거에 없앤다. 측근 백 명이 죽어 나간다면 대장군도 할 것이 별로 없다. 더욱이 동영 인자, 그것도 유음류를 동원했다면 끝이다. 더 볼 것도 없다.

그동안 대장군은 손을 쓰지 못한다.

현재 대장군은 변방에 나가 있다. 대군을 이끌고 침범한 자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출정했다.

허도기는 대장군의 손발을 단단하게 묶어 놓았다.

아니다. 여기서 하나가 더 있다!

그게 뭔지 모르지만…… 이렇게 세상이 어수선하다면 직접 황상을 치는 것도 가능하다. 허도기가 그토록 원하던 황상 자리를 역모로 차지할 수 있다.

그걸 시도하나?

‘뭔가 있는데…….’

흑후는 찌푸려진 눈살을 펴지 못했다.

정말 중요한 일이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가! 가서 더 알아봐. 뭔가 있어. 분명히 뭔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흑화방 무인이 대답과 동시에 신형을 감췄다.

“아! 이 미친놈. 내가 그 미친놈 밑에서 숨 쉬려고 했던 거야? 하! 그렇게 천대받기를 천만다행이네. 이건…… 그놈이 세상을 얻어도 밑에 있는 놈은 죽어 나가지. 놈이 세상을 얻었을 때는 우리 흑화방은 씨도 안 남을 거야.”

흑후는 한숨을 토해냈다.

어쩌면 허도기에게 쫓겨난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허도기는 완전히 미친놈이다. 마유를 끌어들인 것도 모자라서 유음류까지.

유음류가 중원에 들어왔으니, 이제 그놈들은 동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완전히 이 땅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유음류를 모두 죽이면 되지 않냐고? 아니다. 그놈들은 벌써 자리 잡을 생각을 하고 있다. 몇몇 놈은 은밀히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서 자신들만의 아성을 구축하고 있을 것이다.

유음류는 한 번 건드리면 떨어지지 않는 거머리 같은 자들이다.

허도기는 이번 일에 완전히 목숨을 건 듯하다. 도 아니면 개다. 다 갖든가, 다 놓친다.

“일단 이곳에서 아걸이 견뎌내야 하고…… 몽설이 황성을 막아줘야 하고…… 그래도 백살도축은 막지 못하겠네. 어차피 판은 허도기 쪽으로 굳어졌나? 히유!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팔자인가? 하! 아걸이 세력만 있었어도.”

흑후가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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