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486화 (486/600)

第九十八章 일점집중(一點集中) (1)

도찰원(都察院)은 감찰 기관이다. 관리를 감찰하고 탄핵한다. 장관은 도어사(都御司)이며 좌우(左右)로 분리되어 있다. 품계는 정이품으로 육부상서(六部上書)와 같다.

우도어사 황녕(黃寧)은 강직함의 표본이다.

직항(直項)은 목을 곧게 해서 펴지 않는다는 뜻이다. 강직함을 일컬을 때 사용한다. 황녕을 뒤에서 수군거리며 부르는 말이 바로 직항이다.

- 직항한테 걸렸으니 끝난 거지?

- 강직하기는 해도 고지식하지는 않으니까, 옷 벗고 물러나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까?

누군가가 황녕에게 꼬리가 잡히면 반드시 이런 말이 오간다.

황녕은 비리를 이실직고하고, 잘못을 원상 복귀시킨 후에 물러나는 사람은 탄핵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리를 감추려고 하면 끝까지 파헤친다.

좌도어사 유환걸(柳煥杰)도 강직한 편이지만, 황녕이 워낙 강직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찰원이라고 하면 우도어사부터 떠올린다.

우도어사 황녕은 황제와 직대(直對)를 가장 많이 하는 관원 중 한 명이다.

“붕어는 어떻게 하는데?”

“한 마리에 닷 푼.”

“비싸졌네. 어제는 네 푼이었잖아?”

“어휴! 말도 마. 요즘 고기가 안 나와. 온종일 그물질 해봐야 서너 마리 잡는 게 고작이야.”

“두 마리 주쇼. 이놈하고, 이놈.”

“그렇게 큰 놈만 골라가면 난 어떻게 장사하라고?”

장사꾼들이 왁자지껄 떠들었다.

황녕은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을 들으면서 천천히 장터를 걸었다.

장터는 이야기가 모이는 물웅덩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가 모인다.

장터를 돌아보면 일단 물가를 확인할 수 있다.

물건값이 비싼가, 싼가. 물건값이 싸면 인심이 넉넉해지고 물가가 높으면 반대로 인심이 팍팍해진다.

인심은 타인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넓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생활이 어려워서 목구멍에 풀칠하기 바쁘면 다른 사람을 돌볼 여력이 없다. 당연히 인심은 사나워진다. 배려나 양보심은 사라지고 돈에 눈이 어두워진다.

손님이 큰 놈을 고르더라도 웃으면서 넘기는 것은 아직은 인심이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장터에는 물가 외에도 온갖 이야기가 넘쳐 흐른다.

특히 유명 인사에 대한 소문은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술안주처럼 질겅질겅 씹어진다.

“소문 들었어? 정(鄭) 대감이 또 첩을 봤대.”

“또? 첩이 벌써 몇 명이야?”

“그 양반은 다 좋은데 여자를 너무 밝혀. 나중에 죽을 때도 여인 치마폭에 휘감겨서 죽을 거야.”

“그것도 돈 있고 능력이 있으니까 들이는 거지. 나는 내 마누라 입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정운(鄭澐)이 또?’

황녕은 종오품(從五品) 시강학사(侍講學士) 정운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정 대감은 정운 학사다.

정운 학사는 학문이 상당히 깊다. 과거에서 장원으로 급제한 이력도 있다. 통찰력도 있고 꼼꼼함도 겸비했다. 문장도 좋고 글도 깔끔하다.

어디 한 군데 나무랄 데가 없는데…… 딱 하나 여자를 너무 밝힌다.

지금까지 들인 처첩만 열 명이 넘는다.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얘기다.

소문이 황상의 귀에까지 들어가서 ’세상 여자를 모두 가져야 직성이 풀리겠냐?’라는 농담까지 들었다. 감찰원에서도 다른 문제는 없는지 감찰까지 한 적이 있다.

“후후!”

황녕은 사람들이 흘리는 소문을 들으면서 걸었다.

이런 얘기는 가만히 책상에만 앉아 있어도 전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 입에서 직접 흘러나오는 얘기를 들어야만 비로소 살아 있는 얘기를 듣는다는 느낌이 든다.

같은 말이라도 단순 보고와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에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어감이 다르다.

같은 일이라고 관원은 사무적으로 보고하지만,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 속에는 감정이 담겨 있다. 소문을 대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이것도 인심이다.

정운 학사의 일만 해도 그렇다. 이런 이야기는 상황에 따라서 묻어나는 감정이 상당히 달라진다. 인심이 넉넉할 때는 지금처럼 부드럽게 말한다. 인심이 팍팍할 때는 매우 좋지 않은 감정을 실어서 싸늘하게 말한다.

‘또 첩을 들였냐’라고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흘려넘기면 아직 인심이 넉넉한 것이다. 인심이 사나울 때는 당장 ‘빌어먹을 자식! 누구는 먹고살기도 힘든데 또 계집질이야!’라는 말이 나온다.

아직은 사람들이 먹고살 만한 것이다.

‘누가 핍박한다는 말도 없고……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는군. 항상 이랬으면 좋겠는데…….’

황녕은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걸었다.

“좌측!”

“봤어요.”

“우측에 두 명.”

“확인.”

월영이 중얼거리고, 자망(紫芒: 억새)과 자괴(刺槐: 아카시아)가 즉시 답했다.

세 사람은 사람들의 얘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황녕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면서 위협이 될만한 사람들을 살폈다.

도검을 휴대한 무인만 찾는 게 아니다. 장터에는 호미나 삽, 낫 같은 농기구가 다량으로 널려 있다. 사기그릇을 깨서 그릇 조각으로 목동맥을 따낼 수도 있다.

흉기가 너무 많다.

이런 위험을 경고했는데도 황녕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 나는 녹을 받네. 그러면 녹봉에 걸맞은 일을 해야지. 위험하다고 해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관원 자격이 없는 거야. 자네들은 자네들 할 일을 하고, 나는 내 할 일을 해야겠네.

- 그러다 죽으면요.

- 죽더라도 할 일을 하라고 녹을 주는 게 아닌가. 나랏일은 모두 위험해. 관원이 작성하는 서류 한 장 때문에 수십 명이 죽을 수도 있어.

월영은 황녕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백살도축에 대해서도 이해가 갈 만큼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황녕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강직함과는 거리가 먼 고집쟁이로 보인다.

“우상방 둘, 좌측에 하나.”

“휴우! 너무 많아요.”

자망이 투덜거렸다.

장터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만 모이는 게 아니다. 무인도 구경 삼아서 마실 나온다. 무공이 강하건 약하건 병기를 지닌 자는 무조건 경계해야 한다.

병기를 지니지 않았어도 강기(剛氣)가 흐르는 자라면 경계해야 한다. 권각술을 수련한 자는 간단한 주먹질만으로도 사람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황녕은 무인의 타격을 감당하지 못한다.

또 사지가 멀쩡한데 기운이 유독 약한 자도 경계해야 한다.

동영 인자는 살기를 숨길 수 있다. 살기를 숨길 때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효과가 강기 소멸이다.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운이 억제된다.

동영 인자가 반드시 남자라고 말할 수도 없다.

취화원은 살수 전원이 여자로 구성되어 있다. 동영 인자라고 여자가 없으라는 법은 없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장터에 있는 모든 사람이 경계 대상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딪혀오는 모든 사람을 살펴야 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일일이 지켜봐야 한다. 다가오는 자는 물론이고 지나간 자도 경계해야 한다.

“하아! 이제 좀 괜찮네요.”

자괴가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번잡한 장터를 벗어나 조금 한적한 곳에 이르렀다.

장터가 끝나는 지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판이 펼쳐져 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장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자판을 늘어놓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황녕도 걸음이 빨라진다.

더는 장터에서 살필 것도 들을 것도 없다고 여긴다. 그래서인지 여유도 부리지 않는다. 빨리 돌아가서 업무를 볼 생각이 가득한 표정이다.

황녕을 보호하느라 벌써 몇 번을 동행해 봤기 때문에 안다.

“자! 수고들 했네. 이제 가지.”

황녕이 말했다.

하지만 월영은 가지 않았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심히 손을 들어서 황녕을 어깨를 꽉 잡았다. 그리고 힘껏 찍어 내렸다.

“욱!”

황녕이 억센 힘에 떨리며 한쪽 무릎을 툭 꿇고 주저앉았다.

“여기서 가만히.”

월영은 황녕을 쳐다보지 않았다. 매서운 눈으로 주변을 쓸어보고 있다.

자망과 자괴는 눈빛도 싸늘하게 변했다.

“적인가?”

황녕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역시 대답이 없다.

황녕은 더 묻지 않았다. 대답이 없어서 적이 왔다는 사실을 알겠다.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월영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자망은 입술을 바르르 떤다.

취화원 살수들은 이미 어떤 기운을 감지해냈다.

“몇 명인지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자망이 말했다.

“나도 그래. 파악이 되지 않아. 공격이 시작된 후에야 알 수 있을 거야.”

월영이 눈빛을 굳힌 채 말했다.

“흠! 기어이……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부탁하네.”

황녕이 침중하게 말했다.

황녕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적이 다가왔다는 사실만은 알겠다.

지금 사방에서 일어나는 어떤 기운은 월영이나 자망, 자괴처럼 감각이 고도로 발달한 살수만이 느낄 수 있다. 일반인은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흥! 이래서 당분간 조심 좀 해달라니까. 좌우지간 책벌레들이란.”

자망이 황녕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예의를 지켜.”

월영은 여전히 사방을 주시했다.

“신경질 나잖아요. 그렇게 말했는데도 귓구멍이 쳐 막혀서 하고 싶은 대로 하더니 결국, 이 사달이 나네. 장터에서 사달이 나면 사람들이 죽는다는 걸 모르나?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말이면 다인가.”

연신 가시가 돋친 말을 쏟아내는 자망도 황녕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만한 여유가 없다. 검은 기운, 어두운 그림자가 물밀 듯이 밀려온다.

“이건 목형술과는 완전히 다른 것 같은데요?”

“토형술 아닐까? 땅속에 숨어 있을 것 같은데?”

자망과 자괴가 말을 주고받았다.

“그렇다고 땅만 주시하지마. 오대신술 모두를 염두에 두어야 해.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인형술이 더 가까워.”

월영이 말했다.

취화원은 오대신술 중 하나밖에 알지 못한다. 목형술을 펼치면 깨트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대신술은 처음 경험해 보는 낯선 은신술이다.

무엇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 여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를 노려봤다.

오가는 사람들도 네 사람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지나갔다.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사람은 비록 평복을 입었지만, 언뜻 봐도 지체 높은 사람이 분명하다.

그 좌우에서 여인 세 명이 검을 든 채 사방을 노려본다. 금방이라도 싸움을 벌일 듯한 기세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만 보인다.

“싸움인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가던 길을 가지 못하고 멀리 빙 돌아서 지나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

싸움이 벌어지면 부수적인 피해는 어쩌지 못한다. 자망이 신경질적인 말투로 쏘아붙인 것도 앞으로 일어날 피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싸우다가 이 사람들이 죽으면 당신 탓인 줄 알아!’

자망은 황녕에게 그런 말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황녕은 미간을 찌푸렸다.

취화원 살수들은 최대한 민초를 보호한다. 강호에 있을 때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호황위 직책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철저하게 민초를 보호한다. 그 점만은 믿어도 된다.

일부러 민초를 죽일 사람은 없다.

그런데 자망이 신경질적으로 말한 것은 그만큼 공격해 오는 자들이 상대하기 버겁다는 뜻이다.

‘허! 내가 실수했나 보군.’

백살도축이 일어나는 기간만이라도 잠자코 있을 것을 그랬나? 자망 말대로 너무 똥고집을 부렸나?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텐데, 그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지켜보기만 하면 나랏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후우!’

황녕은 한숨을 쏟아냈다.

‘드디어 시작이야!’

월영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월영은 황녕 문제를 몽설과 상의했다. 아무래도 황녕 고집을 꺾어야겠는데, 마땅한 대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니 호황위의 권위로 눌러 달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몽설의 생각은 달랐다.

“일상을 지키는 게 좋아요. 우기가 움직이지 않고 숨어 있으면 적도 숨어요. 언제까지는 인내심 있게 기다릴 수 있죠. 더욱이 백살도축은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빨리 끝내는 게 좋아요. 우리가 당할 가능성이 커도 끌어내 보죠?”

몽설이 동영 인자를 끌어내라고 하지 않았다면 황녕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눌러앉았을 것이다. 호황위 군주의 명이라고 하면 황녕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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