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488화 (488/600)

第九十八章 일점집중(一點集中) (3)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 인형술이다!’

몽설은 암기가 일어나는 근원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암기를 던지는 자가 누군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눈으로 적을 찾지 않는다. 동영 인자는 시력을 속이는 작업에 능숙하다. 환각과 착시를 적절하게 섞어서 자신의 위치를 숨긴다. 암기 던지는 모습도 감춘다.

월영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동영 인자의 인형술은 매우 뛰어나다. 싸움에 가담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눈까지 속인다. 그러니 정작 싸움에 휘말린 사람은 더욱 알지 못할 것이다.

츠으으읏!

동영 인자는 진기로 찾아야 한다.

외부 감각을 차단하고 전신 진기를 상단전 니환궁에 모은다. 불사요기의 사전 작업과 같다. 여기서 외부로 향하는 신경을 끊으면 불사요기가 된다. 니환궁에 모인 진기가 검 한 자루를 찾아서 일으키면 니환일검이 된다.

파앗!

니환일검이 일어났다.

몽설은 불사요기를 전수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사실, 불사요기를 창안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취화원 살수들에게 가르친 것은 혈검경이다. 자신이 터득한 그대로, 혈검경에 수록된 진기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전수했다.

암영검, 사생락에 이어서 혈검경까지 모두 전했다.

한데 취화원 살수들이 니환일검을 찾지 못했다. 몽설은 단번에 검을 일으켰는데, 살수들은 니환궁의 존재를 파악했으면서도 검만은 일으키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왜 혈검경을 수련하지 못하나?

구곡주에게는 혈검경 진본을 내주기까지 했는데도 수련하지 못했다.

이것은 지금도 의문이다.

하지만 소득이 전혀 없지도 않다. 혈검경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불사요기가 튀어나왔다.

니환일검을 찾지는 못했어도, 외부로 향하는 신경을 끊을 수는 있다. 진기로 가상 신경을 끊는 것인데, 진짜 신경을 끊은 것 같은 효과가 일어난다.

신경을 끊으면 육신이 무너지나? 그렇지 않다. 외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대신에 모든 감각이 내면으로 집중된다. 아픈 곳이 있으면 가장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진기가 상처로 밀집하는 현상은 거저 얻은 불로소득이다.

츄우웃!

니환일검이 우뚝 세워졌다.

외부를 지켜보는 눈이 더욱 세밀해졌다. 티끌만 한 움직임도 니환일검의 검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팟! 파팟!

사람들 사이에서 빨간 불이 켜졌다.

암기를 던지기 직전, 동영 인자들의 진기가 일시 변화를 일으킨다. 인형술이 걷히고 암기를 잡은 손끝에 진기가 운집된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무시해도 그만이다.

동영 인자를 열두 명이나 쓰러트린 아걸조차도 순간적인 진기 변환은 감지하지 못했다.

아걸이 목형술을 깨트린 것은 암기가 던져지는 곳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모든 무인이 시도하지만 실패한 방법, 눈으로 암기를 쫓아가서 찾아냈다.

몽설도 이 부분은 포기했다.

중원 무인 중 안력으로 인자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글쎄? 아걸이 직접 찾아냈으니 없다고 말할 수는 없고…… 한두 명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녀의 안력은 암기를 쫓아갈 만큼 빠르지 않다. 아니, 그만큼 동영 인자의 암기술이 뛰어나다.

그 대신 몽설에게는 니환일검이 있다.

아걸도 찾아내지 못한 진기 변환의 순간을 감지해낸다.

파팟! 팟!

빨간 불이 연속해서 켜졌다.

모든 사람의 이목을 속인다는 인형술이지만 니환일검의 검기에는 감지되었다.

니환일검은 빨간 불을 보자마자 곧바로 움직였다. 검첨이 빨간 불을 향했다.

‘아직 안 돼.’

몽설은 니환일검을 눌러 앉혔다.

월영과 자망, 자괴가 조금 더 버텨 주어야 한다.

동영 인자는 반격을 받는 순간, 즉시 숨어버린다. 황녕을 포기하고 물러선다.

저들은 자신들의 오대신술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절대 무적이라고 자신했던 오대신술이 무너진 순간, 암울한 절망감이 일어났겠지만…… 탕산에서 죽은 열두 명의 교훈이 가슴 깊이 자리 잡았다.

유음류는 동영에서는 무적이었다. 하지만 중원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형술이 무너지면 즉시 사라진다. 이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대신술을 무너트릴 수 있는 사람이 한두 명뿐이라는 것도 안다. 이곳에서는 물러나지만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똑같은 공격을 펼칠 것이다.

최대한 많은 적을 찾아내야 한다.

암기는 팔방에서 일어난다. 그러니 여덟 명을 찾아야 한다.

파팟! 팟!

빨간 불이 연속해서 켜졌다.

암기는 그 자체로는 어떠한 기운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 손이 닿는 순간, 진기가 운집된 순간…… 날카로운 기운, 예기를 번뜩인다.

사람의 기운이 암기에 접촉하는 순간부터 암기도 쇠의 기운을 일으킨다.

몽설이 찾는 것은 그 기운이다.

철기(鐵氣)가 일어나는 곳!

허공에 흐르는 암기에는 관심이 없다. 손을 떠난 암기는 동영 인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암기가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암기와 인자의 연관성은 끊어진다.

처음 철기가 일어나는 곳, 암기의 근원지를 찾는다.

‘하나, 둘, 셋…….’

몽설은 한 명, 한 명 찾아 나갔다.

여섯 명째 인자를 찾았을 때, 자괴가 쓰러졌다.

‘더는 힘들어.’

자괴에게 운이 있다면 암기가 날아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영인 자들은 상대가 쓰러졌다고 해서 방심하지 않는다. 반드시 죽음을 확인한다.

인자들이 암기 던지는 수법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두 겹, 세 겹 층층이 겹을 쌓아서 일차 타격이 일어나면 이차, 삼차 타격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만든다.

쓰러진 사람이 적어도 십여 번 이상 격타당해야 비로소 안심한다는 투다.

자괴는 불사요기를 펼쳤다. 저항하지 못한다. 여기서 암기가 한 자루라도 더 꽂히면 즉사다.

‘아쉽지만…….’

쒜엑! 쒜에엑!

몽설은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조금 전부터 튀어 나가고 싶어서 안달을 부리던 니환일검이 성난 해일처럼 뿌려졌다.

퍼억! 싸아아악!

니환일검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불꽃을 꺼뜨렸다.

일검무성유초혼(一劍無聲有招魂)!

혈검 제삼식 일검무성이다. 소리를 죽인 검이 혼을 부른다. 목숨을 거둔다.

휘리리릭!

혈검이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뒤돌아섰다.

몽설은 혈검경 상중하 삼권을 모두 얻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터득했다. 아직 최고의 경지까지 수련한 것은 아니지만 혈검이 일어나는 모든 이치와 심법과 검초가 한자리에 모아졌다.

머릿속에서 니환일검이 일어난다. 하권 심경이다.

니환일검이 일검무성이라는 초식이 되어서 밖으로 터져 나간다. 중권에 기재된 초식이다.

황제가 내준 혈검경 상권에는 신법이 기재되어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상권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상권이 없다고 해서 혈검경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중권도 마찬가지다. 중권에 기재된 초식이 없어도 무방하다. 다른 초식에 니환일검을 얻으면 된다. 제대로 된 초식보다는 위력이 떨어지겠지만, 하권 심경을 펼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권 심경이 혈검경의 요체다.

그러면 중권과 상권은 정말 필요 없는 비급인가? 아니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천적으로 괴력을 타고난 역사는 지닌 힘만 가지고도 싸움을 할 수가 있다. 싸움하면서 효과적으로 힘을 쓰는 방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중권은 힘들게 깨우쳐야 할 초식을 단번에 일깨워 준다.

힘이 있고, 힘을 쓸 수 있는 초식이 있다면 어떤 싸움도 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무엇이 필요한가?

하권과 중권으로 무인을 만들 수 있다. 상권은 여기에 힘을 더 보태서 초상승고수로 탈바꿈시켜준다. 평범한 무인에서 절정고수로 도약시킨다.

상권은 신법이 기재되어 있다고 했는데, 겨우 신법으로 그런 효과가 날까?

믿어도 좋다. 어떤 무공에서는 신법이 전부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그만큼 신법은 중요하다. 신법 자체만으로는 어떤 힘도 쓸 수 없다. 초식을 전개하는 것도 불가하다. 신법에 이은 타격이 절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몸을 이용해서 몸과 부딪치더라도 타격 요령이 있어야 한다.

신법은 예전의 혈검경을 두 배, 세 배로 확장해준다. 혈검을 전혀 다른 무학으로 탈바꿈시킨다.

중하권의 혈검만으로도 활에 화살을 재우고 쏘아낼 수 있다. 상권은 날아가는 화살을 한 번 더 튕겨준다. 화살은 이미 날아가기 시작했는데 그 뒤를 쫓아가서 화살 끝에 힘을 더 가한다.

화살은 두 배, 세 배 더 강한 힘을 얻어서 쏘아진다.

상권은 그런 역할을 한다. 힘을 더 보태주고, 초식을 더 빠르고 현란하게 변화시킨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일검무극(一劍無極)이 순식간에 불꽃을 갈랐다.

사람들이 쓰러졌다.

어떤 사람은 채소를 펼쳐놓은 자판 앞으로 꼬꾸라졌다. 채소를 팔다가 벼락을 맞은 모습이다. 가슴이 쩍 갈라지면서 핏물을 뭉클 쏟아냈다.

아기를 업은 아낙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싸움 구경을 했다.

싸움이 흥미로워서 지켜본 것이 아니다. 덜덜 떨면서 싸움의 여파가 자신에게 덮치지 않도록 눈치를 살폈다. 싸움이 벌어진 곳에서 멀찍이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낙은 갑자기 등 뒤에서 팍 터져 나온 뜨거운 물줄기에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등 뒤에 서 있던 사람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지는 것을 봤다.

“아아악!”

여인은 너무 놀라서 사내 대신 비명을 내질렀다.

사내가 흘린 피는 아낙이 업고 있던 아기와 아낙의 머리를 흠씬 적셨다.

“사, 살인! 살인이다!”

아낙의 외침은 다른 혈화에 곧 묻혀 버렸다.

이미 다른 곳에서도 혈화가 피어나고 있다. 사방에서 피어난 불꽃 중 네 개가 순식간에 꺼졌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암기 공세가 단박에 그쳤다. 급하게 휘몰아치던 공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스으읏! 스읏!

동영 인자들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두 명 더 있어.’

몽설은 물러서지 않았다. 싸움은 그쳤지만, 동영 인자는 네 명이나 더 남았다.

쒜엑! 쒜에엑!

몽설은 쾌속하게 쏘아나가면서 다시 검초를 떨쳐냈다.

소리 하나가 만 가지 소리를 제압한다. 허공에 흐르는 검의 소리가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리를 잠재운다. 오직 검의 울림밖에 들리지 않는다.

일성압만성(一聲壓萬聲)!

“크아아악!”

검을 맞은 노인이 인간처럼 처절하게 신음을 내질렀다.

그렇다. 동영 인자는 인간이 아니다. 칼을 맞아서 목숨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지금까지 혈검에 죽은 네 명이 그랬다.

검은 맞은 노인이 비명을 지른 것은 동영 인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말 동영 인자가 아닌가? 맞다 동영 인자다. 노인이 내지른 비명은 의식적인 행동이다. 일부러, 억지로 비명을 쥐어 짜낸 결과다. 수련에 역행한다.

왜 비명을 내질렀나?

아무것도 아닌 비명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

내가 잘못 공격했나? 이 자는 동영 인자가 아닌가?

그런 한순간의 갈등이 검초를 무디게 한다. 남아있는 자들에게 탈출구를 열어준다.

노인은 뼛속까지 동영 인자다.

몽설은 노인의 신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신영을 튕겨냈다.

그녀의 몸이 니환일검을 쫓아서 딸려갔다. 검이 앞서 나가고 몸이 뒤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퍼억!

검은 사내의 등을 꿰뚫었다.

등을 뚫고 들어간 검이 가슴 앞으로 삐져 나왔다.

“아아아악!”

검을 맞은 사내도 인간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이번 비명은 매우 날카로워서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들었다. 모든 이목이 몽설에게 집중되었다.

스읏!

몽설은 검을 뽑았다.

그 순간 월영이 황녕을 붙잡고 몽설 곁에 내려섰다.

“원주님!”

월영이 환하게 웃으며 몽설을 반겼다.

“자괴를 봐줘요. 독이 매우 독해요.”

“네. 이미 자망이 보살피고 있어요.”

몽설은 월영의 말을 흘려들으며 주위를 살폈다.

동영 인자는 여덟 명이었다. 그중 여섯 명이 죽었다. 남은 두 명은 움직이지 않는다. 앞서서 생각한 것처럼 깔끔하게 잠적해 버렸다. 아니,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평범한 민초를 가장해서.

파파팟! 파파파팟!

니환일검이 계속해서 흑기를 찾아 나섰다. 철기가 일어나지 않으니 흑기라도 찾을 생각이다.

하지만 흑기조차도 사라졌다.

사실은…… 마지막 사내를 죽이는 순간에 흑기가 말끔히 걷히는 것을 감지했다.

적은 없다. 틀림없이 두 명이 더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대단한 자들이에요. 이 자들.”

몽설은 말을 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이들은 공격 방식을 바꿨다. 분산에서 집중으로. 일 점 집중으로.

이곳은 자신이 있어서 막아냈지만, 다른 곳은 당한 곳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싸움은 이긴 것이 아니라 졌다.

동영 인자를 여섯 명이나 잡아냈지만, 취화원 살수가 얼마나 당했는지는…… 보고를 받아봐야 안다.

“언니, 대감을 집으로 모셔요. 난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어요.”

“네. 여긴 걱정하지 마시고…….”

“두 명 더 있어요.”

“네.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월영이 자신 있게 말했다.

몽설은 말을 끝맺기 무섭게 신형을 쏘아냈다.

백살도축을 빨리 끝내야 한다. 그리고 즉시 궁으로 돌아간다.

취화원 피해도 문제지만 황제도 위험하다. 아니, 대단히 위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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