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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489화 (489/600)

第九十八章 일점집중(一點集中) (4)

“기가 막히는군!”

근위대장은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몽설이 동영 인자를 너무 쉽게 잡아냈다. 민초들 사이에 숨어 있는 자들을 정확하게 공격했다. 그냥 저벅저벅 걸어가서 검으로 푹 찌르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에게 정보라도 들었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쉽게 판별해 낼 수 있을까?

몽설이 취한 공격은 사전에 적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취하지 못할 행동이다.

‘너무 쉽게 보였어. 후후! 후후후!’

근위대장은 피식피식 웃었다.

이 세상에 절대 쉬운 것은 없다. 그런데 쉽게 처리한 것처럼 보인다.

‘쉽다’라는 말에는 그만큼 서로 간의 격차가 크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베는 자와 베이는 자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때 죽이는 일은 쉬운 것처럼 보인다.

격차가 좁으면 죽이는 일뿐만이 아니고 치고받는 싸움조차도 힘겨워 보인다.

몽설의 혈검은 어느새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쩝! 이건 너무 불공평한데. 언제 저 정도까지 큰 거야? 솔직히 저 정도는 아니었잖아?”

근위대장은 자문자답했다.

몽설이 황상을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몽설의 무공은 별로 눈길이 가지 않았다. 특별히 경계하거나 믿을 만큼 탁월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그런 살수 문파의 문주일 뿐이다.

한데, 얼마 안 되는 짧은 세월에 근위대장조차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뤘다.

그동안 특별한 일이 있었다.

황상에게서 혈검경 상권을 전해 받았다. 미완성이던 혈검경이 완성 상태로 전해졌다.

그 비급 한 권…… 미완성을 채워준 조각 하나가 몽설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무인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제야 비로소 눈길이 가는 무인이 되었다.

“후후! 이래야 호황위 군주답지. 황상께서 안목이 있으신 건가? 아니지. 황상께서는 혈해검신의 무공을 알아. 혈검경이 완성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신 거야. 후후후!”

근위대장은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호황위 군주면 황상 곁에 있어야지 강호를 떠돌아서야 되나. 하하하! 하하하하!”

근위대장은 마음껏 웃었다.

밤새워 고민했는데…… 역시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 몽설의 무공을 보지 더 확신할 수 있다.

황제는 호황위 군주가, 몽설이 지켜야 한다.

타악!

근위대장은 땅을 박차고 신형을 솟구쳤다. 그리고 앞서간 몽설을 뒤쫓아갔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뒤에서 누군가가 신형을 쏘아왔다.

몽설은 뒤쫓아오는 사람을 내버려 두었다. 신법을 늦추거나 뒤돌아보지 않았다.

먼저…… 달려오는 자는 신법이 매우 정확하다. 오른발과 왼발의 보폭이 일정하다. 땅을 딛는 힘도 굉장히 강하다. 전력으로 땅을 찍으면서 달린다.

얼핏 보면 필요 이상으로 과한 힘을 소모하는 것 같다.

그런데도 정작 달리는 모습을 보면 무척 빠르고 가볍다. 깃털처럼 표홀하다.

신법에 투입된 진기 구성이 특이한 것이다.

대체로 이런 신법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달리는 중에 기습을 받아도 지극히 태연하게 맞받을 수 있다. 항상 반격 준비가 갖춰져 있다.

몽설은 이런 신법을 구사하는 자를 알고 있다.

지금은 황제 곁에서 경호 임무를 맡고 있어야 할 근위대장이다. 나타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 나타났다. 도대체 어떤 급한 일이 있기에 근위대장이 나선 것인가?

두 번째로 뒤쫓아오는 자에게서는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살의가 없는 추격자는 경계할 필요가 없다. 추격자가 근위대장이라는 사실을 몰랐어도 무시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하고 급한 사실이 있다.

몽설의 심정이 매우 급했다.

월영을 급습한 자들은 막아냈지만 다른 쪽은 어떨까? 공격은 매우 급박했지만, 공격을 받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겨우 일다경도 지나지 않았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자괴가 무너졌다. 자망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까지 치몰렸다.

이 싸움이 계속되었다면 월영이 황녕을 보호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즉, 월영 또한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암영검과 사생락을 수련한 절정 고수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맹공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몽설이 판단하기에는 최소한 다섯 곳에서 공격이 펼쳐진다. 한 곳은 막았지만, 다른 네 곳은……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달려가면 한 곳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추격자를 의식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백살도축을 막으려고 하는 것인가, 취화원 살수들의 죽음을 막고 싶은 것인가.

솔직하게 말하면 취화원 살수들의 죽음을 막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호 임무는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취화원 자매들만 무사했으면…… 그런 마음이다.

취화원이 지키는 고관대작은 황제의 수족이다.

수족의 의미를 떠나서 개개인이 중요한 일을 하는 관원이라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는지 실감 나게 와닿지 않는다.

몽설에게 그들은 낯선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취화원을 멸절 상태로 몰아넣을 수는 없다.

호황위 군주로서 반드시 그들을 지켜야 할 의무감이나 사명감 같은 것은 없다.

황제를 지키는 것이 호황위 임무라면 황제만 지키면 되지 않나. 황제와 연관된 모든 사람을 지킬 수는 없다. 그런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솔직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쉬이이잇!

몽설을 신형을 쏘아냈다.

‘당신을 상대할 시간이 없어. 지금도 내 자매들이 죽어가. 지금, 이 순간에도.’

“군주!”

근위대장이 바싹 따라붙으며 말했다.

“황제를 부탁했는데요?”

몽설이 마뜩잖은 표정으로 물었다. 근위대장을 보지도 않았다. 왜 황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이곳에 있느냐는 무언의 질책이 쏟아져 나갔다.

“허허실실이라는 게 있으니까.”

“뭔가 믿는 게 있으니까 나왔겠죠. 하지만 유음류가 공격하면 황상은…….”

“허허실실보다는 공성계(空城計) 쪽이 가깝겠네. 황상 곁에 허수아비들만 늘어서 있으니까. 후후! 이놈들이 칼끝을 황상께 돌린다면 뚫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뚫지 못할 거야.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놨거든.”

쒜엑! 쒜에엑!

몽설과 근위대장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치달렸다.

“어쩐 일이죠?”

몽설이 여전히 차갑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황위 군주는 황상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며칠만 부탁했잖아요!”

몽설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아! 싸우자고 온 건 아니고. 군주.”

근위대장이 정색하며 말했다.

몽설이 고개를 돌려 근위대장을 쳐다봤다.

발길을 늦춘 것은 아니다. 신법은 여전히 빠르다.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우리가 수집한 정보대로라면 지금 제주(祭酒)에게 가는 것 같은데, 맞나?”

“맞아요.”

“제주에게는 누구를 붙였는데?”

근위대장이 신형을 쏘아내며 물었다.

몽설도 차분하게 대답해 주었다.

근위대장 말대로 제주에게 달려가는 발목만 잡지 않으면 말대꾸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삼곡주 청란. 청란이 누구를 데리고 갔는지는 모르고요.”

“삼곡주 정도 되면 충분히 버틸 텐데. 버티지 못할 곳으로 가는 게 낫지 않나?”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 제주예요.”

“아!”

근위대장이 알아들은 듯 탄식을 토해냈다.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말 속에는 가슴 찢어지는 비탄이 깃들어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만 구할 수 있을 뿐, 나머지 자매는 포기한다는 뜻이다.

동영 인자는 급습 시간을 맞췄다.

자세한 사항은 청란을 만나본 후에야 확인되겠지만, 아마도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많은 자매가 쓰러졌다.

취화원 살수가 아무리 강해도 동영 인자 예닐곱 명이 동시에 들이치면 감당하지 못한다. 월영이 그만한 고전을 치렀다면 곡주 아닌 자매는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제주 왕중천(王中天). 후후! 반드시 살려야 할 사람이지. 유생(儒生)을 틀어쥐고 있는 사람이니.”

근위대장이 말했다.

왕중천은 등용문(登龍門)이라고 불리는 국자감(國子監) 총감(摠監)이다. 제주는 국자감 총감의 관직 명칭이며, 직위는 종사품(從四品)이다.

왕중천은 유림(儒林)의 하늘이다.

제주라서가 아니라 학문이 매우 깊고 넓어서 따르는 유생이 구름처럼 많다.

“제주를 죽이려는 자들, 내가 막아보지.”

근위대장이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저도 막을 수 있으니까, 근위대장님께서는 황궁으로…….”

“내일도 이렇게 당하려고?”

“뭐요?”

“오늘 청란을 구했다 치고, 내일은? 내일도 두 군데는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곳은? 이쪽도 죽이고 저쪽도 죽이게 하자? 군주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게 그 정도인 것 같은데.”

“…….”

몽설은 일시 말문이 막혔다.

오늘만 생각했다. 내일 벌어질 일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동영 인자가 누구를 습격할지 알지 못하니, 취화원 살수들을 밀집시킬 수도 없다.

근위대장이 말했다.

“내가 동영 인자들을 막을 테니까, 어떻게 막는지 보라고. 보고 안심이 되면 황상 곁을 지켜. 내가 황상 곁을 떠나서 여기 온 것은 취화원 살수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냐. 대감들을 구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군주에게 나도 백살도축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서 온 거야.”

몽설이 근위대장을 쳐다봤다.

“내가 믿음직하면 황제 곁으로 돌아가서 황상을 지켜. 호황위 군주가 할 일은 그거야.”

“황제 곁을 떠나신 적이 없잖아요. 이번에는 왜?”

“솔직히 암습을 잘 몰라서. 저놈들이 습격해 오면 막을 수는 있겠는데, 황제를 지키는 일은 자신이 없더라고. 습격을 막는 와중에 꼭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이런 쪽은 군주가 잘 아니까. 그리고 조금 전에 봐서 알겠는데, 군주가 나보다 강해. 군주가 지키면 나도 안심할 수 있겠어.”

“백살도축을 막을 자신…… 있으신 거예요?”

“그걸 보라고. 내가 막아볼 테니까.”

“이 사람들 동형 인자예요. 유음류를 쓰죠. 장군이 아는 무공과는 매우 다를 거예요.”

“하하하!”

근위대장이 크게 웃었다.

“어떤 때는 직접 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는 일도 있으니까. 무공이라는 거, 무인들만 펼치는 게 아니야. 이번 기회에 금군 근위대의 무공도 봐봐. 볼만 할 거야.”

근위대장이 웃었다.

수선(水仙)이 죽었다.

그녀는 불사요기를 펼친 듯하다. 하지만 그녀의 등에 비수 다섯 자루가 박혔다.

운 나쁘게도 즉사다.

불사요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이 최상의 운공요상법이다. 하지만 죽은 자도 다시 때리는 확인 비수 앞에서는 사력을 다해서 발악하는 것만 못했다.

낭유(稂莠: 강아지풀)는 신법을 잃었다.

두 다리에 상처가 깊어서 움직이지 못한다. 아마도 근맥(筋脈)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

퍼억!

단검이 날아와 가슴에 꽂혔다.

낭유가 뒤에서 날아오는 암기를 쳐내려는 순간, 앞에서 툭! 단검이 날아왔다.

“큭!”

낭유는 몸을 뒤로 눕히며 무너졌다.

청란도 매우 어려워 보였다. 옷이 걸레처럼 찢어졌고, 몸 곳곳에는 암기가 틀어박혀 있다.

그런데도 굳건히 노인을 움켜쥐고 싸운다.

몽설과 근위대장이 번잡한 대로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언니!”

몽설이 청란을 부르며 즉시 신형을 쏘아내려고 했다.

그때 근위대장이 몽설의 손목을 잡았다.

“이 싸움은 내가 맡는 거로 이야기된 것 같은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누가 싸우든…….”

몽설은 하던 말을 중간에서 멈췄다.

근위대장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다. 지금까지 사나운 모습은 많이 봤지만 시리도록 찬 모습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일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 용서하지 않아요.”

“그것도 잘못된 말. 호황위 군주가 할 말이 아니지. 군주를 하든 취화원 원주를 하든 태도를 확실히 정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처럼 왔다 갔다 하면 곤란해.”

몽설은 대답하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조금만,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낭유가 당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몽설은 늦게 온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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