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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521화 (521/600)

第百五章 대해사투(大海死鬪) (1)

아걸은 바다를 모른다.

강은 좀 아는 편이다. 강에서는 잠영도 꽤 능숙하게 펼친다. 물살이 어떻게 흐르는지, 어디가 물살이 급하고 어디가 완만한지, 강물 안쪽의 흐름은 어떤지…… 강을 보기만 해도 전반적인 부분을 읽어낼 수가 있다.

바다는 강과는 완전히 다르다. 같은 물일 것으로 생각하면 아주 큰 오산이다.

우선 파도의 높이가 다르다.

강에서 볼 수 없었던 큰 물살이 덮쳐온다.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릴 정도로 크고 험한, 태산이 찍어누르는 것 같은 파도가 작은 배를 두들긴다.

잔잔할 때의 바다와 강풍이 몰아칠 때의 바다는 완전히 다르다.

아걸이 생각한 바다는 평온한 바다다. 거친 바다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부두를 떠날 때만 해도 바람이 잔잔했다. 물결도 순한 양처럼 보였다.

하지만 바람이 분다. 거센 풍랑이 일어난다.

아걸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현실이 되어서 들이닥치고 있다.

“음!”

아걸은 두 발에 진기를 모으고 배를 꽉 짓눌렀다. 배가 균형을 잃지 않고 수평을 유지하도록 온 신경을 기울였다. 금방이라도 배가 뒤집힐 것 같아서 더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도 돛은 조절할 수 있다.

문제는 어디로 배를 모느냐이다.

대만도가 어디쯤인지 어림짐작으로 알고 있다. 까마득하게 멀어서 복주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남쪽에 있다고.

무조건 남쪽을 향해서 나아간다.

“역시 사공이 있어야 했어. 나 혼자서는 무리야.”

아걸은 쓴웃음을 흘렸다.

낯선 바다, 낯선 항로, 보이지 않는 대만도.

무슨 배짱으로 배를 몰고 바다로 뛰어들었을까? 혼자서 대만도까지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

아니다. 사실은 아걸도 이런 일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바다를 알지 못하는 자가 낯선 바다로 배를 몰고 나간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공이 있었어도 지금 상황과 같았을 것이다. 사공이 제일 먼저 죽었을 테니까.

저들은 결코 사공을 살려두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를 거센 풍랑 속으로 밀어 넣고 천천히 요리할 생각이다.

츠읏! 츠으읏! 츠읏!

아걸은 뒤따라오는 배를 쳐다봤다.

복주를 떠나는 순간부터 따라붙기 시작한 배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쫓아오고 있다.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가까이 다가붙지 않는다.

바다에 격심한 풍랑이 일기 때문일까?

아걸의 배는 몹시 심하게 흔들리고 있지만, 저쪽 배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바람에 휘말리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쩐지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능숙한 사공이 돛을 잡고 있다.

‘바람이 그쳐야 할 텐데.’

아걸은 어두운 얼굴로 하늘을 쳐다봤다.

바람도 바다와 육지가 너무 다르다. 육지에서는 바람을 느끼는 즉시 강도와 풍향을 알 수 있다. 계속 불어올 바람인지 잠깐 불었다가 그칠 바람인지,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인지 아니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인지.

아걸이 아니라 일반 범인들도 알 수 있다.

바다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그야말로 기괴하다.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것 같은데, 가만히 살펴보면 북쪽에서 불어온다.

바람이 물살처럼 이리저리 마구 출렁거린다.

파도도 어느 쪽에서 밀려오는지 알 수가 없다.

노련한 사공 같으면 벌써 풍향이라든가 파고를 예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걸은 바다를 모른다. 그저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아걸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발에 힘을 주고 뱃전을 찍어 누르는 것뿐이다.

진기를 가득 밀어붙여서 배를 안정시킨다.

두 손으로는 돛을 잡는다. 될 수 있는 한, 바람에 거슬리지 않도록 조정한다. 바람에 거슬리면 배가 뒤집힌다. 바람에 순응하면 그나마 뒤집히지는 않는다.

배가 어느 쪽으로 나아가는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배가 뒤집히지 않는 것이다. 대만도가 어디쯤일까, 얼마나 가야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잘못 나왔어. 바람이 이렇게 불 줄 누가 알았나. 이래서 배들이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인데.’

아걸은 자책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부두에는 많은 배가 정박해 있었다.

밤이 깊어서 배들이 떠나지 않는 줄 알았다. 하지만 너무 단단히 묶여 있었다. 자신이 타고 있는 배도 밧줄을 반철도로 끊어내야만 했다.

뱃사람들은 풍랑이 몰아칠 것을 알고 있었다.

아걸만 몰랐다. 동영 인자들이 사람을 죽이는 통에 분노가 치밀어서 세세한 점을 살필 수 없었다.

꾸르르르릉!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바다가 더욱 거세게 성질을 부렸다.

쿵!

배 밑바닥에서 둔중한 소리가 울렸다.

“응?”

아걸은 미간을 찌푸렸다.

배가 암초에 부딪혔나? 꼭 그런 소리다. 바닷속에는 뱃사람도 보지 못하는 암초가 많다던데…… 만약 암초에 부딪혔다면 여지없이 침몰한다.

깊은 바다 한복판에 암초가 있다면 어떤 배도 피하지 못한다.

다행히 암초는 아닌 것 같다. 이상한 소리만 울렸을 뿐, 아무런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 물이 들어오는 것을 걱정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

배가 바람을 타고 빠르게 나아간다.

“휴우!”

아걸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

쿵!

다시 둔중한 소리, 먼저보다 더 큰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응도 즉시 일어났다.

꽈지직! 푸아악!

배 밑바닥이 부서지는 소리다. 그리고 바닷물이 빠르게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런!”

아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일정한 거리를 쫓아오고 있는 배, 동영 인자들이 타고 있는 배가 틀림없다.

저들은 방향도 잡지 못하고 마구 휩쓸려가는 아걸을 철저히 따라붙고 있다.

특정한 목적지로 향하는 배가 아니다. 자신이 누군지 알고 따라붙었다. 저들에게는 수형술이 있지 않나. 그리고 이곳에서 그럴 만한 사람은 동영 인자밖에 없다.

배를 부순 건 저들이다. 암초가 아니다.

바다가 거칠게 요동치고 있는데, 이런 바다에서도 공격을 하나? 태풍 속에 뛰어들어서 잠영을 해왔다니…… 이놈들 도대체 어떤 놈들인가!

배에 구멍이 뚫렸고 바닷물이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걸은 반철도를 꺼내어 뱃전을 두들겼다.

쓔웃! 퍼억!

반철도를 휘두를 때마다 뱃전이 부서져 나갔다.

아걸은 부서진 나무들을 모아서 뗏목을 만들었다. 돛도 급히 내렸다. 광목을 찢어서 뗏목을 감쌌다.

‘이제부터는 사투다. 물!’

아걸은 물부터 찾았다.

바다에서 물이 없으면 죽는다. 먹을 것은 낚시질이라도 할 수 있지만 물은 전혀 구하지 못한다.

급히 물 한 동이를 찾아서 뗏목 한가운데 올려놓고 단단히 묶었다.

저들이 뗏목까지 공격할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잠영에 능숙해도 지금처럼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는 뗏목을 찾지 못한다. 배는 찾을 수 있어도 뗏목까지는.

스읏! 첨벙!

아걸은 부서진 배를 버리고 뗏목을 띄웠다.

한 시진? 두 시진? 한참 동안 태풍에 휩쓸렸다. 그리고 뗏목을 집어삼킬 듯이 휘몰아치던 바다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해졌다.

아걸은 바다 위에 둥둥 떠다녔다.

뗏목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바다 물결에 휩쓸려서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겠지만, 아걸이 느끼기에는 한 자리에 못 박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물밖에 보이지 않는다.

망망대해!

아걸은 바다의 잔인함을 혹독하게 맛보는 중이다.

‘물을 아껴 먹어야겠군.’

다행히 물통이 아직도 뗏목에 붙어 있었다.

물통은 뗏목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게 없었다면 어쩌면 뗏목이 뒤집혔을 수도 있다. 물통과 천근추를 써서 뗏목을 짓누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아걸은 파도를 타면서 눈썰매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뗏목이 물결을 쓸며 지나갔다. 언덕 정도는 가볍게 타고 넘었다. 갑자기 밑에서 훅! 치고 올라오는 파도는 정말 무섭다. 뗏목을 높이 들어 올렸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데, 그때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기분이다.

그토록 시련을 주었던 바다가 잔잔하다.

“완전히 두 얼굴인데 여전히 무서워. 성났을 때는 성난 대로 무섭고, 고요할 때도 무섭고. 후후!”

이렇게 잔잔한 바다가 공포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바다가 무섭다.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바다인데, 꼭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원제일도이건 천하제일검이건 뗏목에 얹혀서 바다 한가운데로 내동댕이쳐지면 다 똑같아진다. 아무리 칼이 빠르고 강하도 대자연 앞에서는 무력한 인간에 불과하다.

어디로 갈까? 대만도는 남쪽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쪽에 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현재 위치를 모르니 어떠한 판단도 할 수 없다. 방향을 알아도 갈 수 없지만.

아걸은 대만도 찾기를 포기했다.

그가 살 수 있는 길은 지나가는 배를 만나는 것이다. 죽기 전에 다른 배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확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살길은 그것뿐이다.

바다에서 몇 날 며칠을 버텨내야 한다.

황상은 하루라도 빨리 남쪽 바다가 평정되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대단하군.”

아걸은 혀를 졌다.

배가 여전히 따라오고 있다.

바다에서는 거리 측량이 불가능하다. 배가 따라오긴 하는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지 알 수가 없다. 단지 따라온다는 것만 안다.

저 배는 자신을 구해주지 않는다. 차분하게 기다렸다가 목숨을 끊을 생각이다. 아니면 이미 죽어있는 시신을 거둬갈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뗏목을 뒤집어서 고기밥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저들에겐 자신의 시신을 가져갈 이유가 없다. 죽었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된다.

“그 풍랑 속에서 날 찾았다는 건가? 역시 동영.”

아걸은 감탄했다.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던 풍랑 속에서 작은 뗏목을 쫓아 왔다는 것은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저 배를 탈취하면!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배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을 부릴 수는 없다. 배를 탈취하게 되면 저 배에 탄 사람은 모두 죽여야 한다. 하지만 작은 뗏목을 타고 바다를 표류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배에는 돛이 달려있다.

하다못해 물과 식량이라도 넉넉할 것이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아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배를 쳐다봤다.

자신과 배의 간격을 알 수 없다. 도무지 거리가 측량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바다에 뛰어들기도 겁난다. 탈취 시도도 대낮에는 불가능하다. 저쪽에서는 뗏목을 환히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아걸이 바닷속에 뛰어들면 즉시 멀어져 갈 게 뻔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니.

아걸은 무심히 배를 쳐다봤다.

배를 탈취하려면 밤이 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저들은 바다에서 적과 싸울 줄 안다. 적이 곤경에 처했을 때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안다.

밤이 되기도 전에, 해가 서쪽 하늘로 떨어질 무렵, 유유히 뒤쫓아오던 배가 뒤로 물러섰다.

뗏목을 따라오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벌린다.

쫓아오기를 포기했나? 아니다. 거리를 벌려서 인간이 잠영으로 다가올 수 없게 만들었다.

배가 깨알만 하게 보인다.

적어도 사오백 장? 아니, 칠팔백 장 이상 멀리 떨어져 나갔다.

잠영으로는 다가갈 수 없는 거리다.

“철저히 피 말려 죽이기로 작정했군. 시간은 많다 이건가.”

아걸은 탈취하려는 생각을 포기했다. 저들이 바다에서 싸우는 법을 아는 이상 자신의 뜻에 당해 줄 리가 없다.

아걸은 물통을 열고 물을 마셨다.

물을 아껴 마셨는데도 벌써 사분지 일이 사라졌다.

아걸은 뗏목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낮에는 태양이 이글거려서 잠을 청할 수 없다. 뗏목에 둘러친 천을 들어서 햇볕을 가려보았지만 귀찮기만 하다.

‘일단 체력부터 회복한 후에…….’

아걸은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

쉴 때는 확실히 쉬어줘야 한다. 근심 걱정을 안은 채 드러누우면 쉴 수가 없다. 몸은 쉰다고 하면서도 머릿속은 온갖 걱정으로 분주해진다. 그건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쉴 때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편안한 상태로 들어가야 한다.

“후우우우!”

숨을 크게 불어 내쉬었다.

몸속에 있는 티끌만 한 걱정까지도 모두 몰아낸다. 그리고 뗏목을 느낀다. 물결을 쫓아서 출렁출렁 떠다니는 뗏목이 뗏목을 느낀다. 하의 별도 쳐다본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일부러 찾아와서 즐기는 놀이라고 생각하면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모든 게 즐거워진다.

“좋군.”

아걸은 잠은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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