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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534화 (534/600)

第百七章 투득흔원(投得很遠) (4)

쒜엑! 쒜에엑! 쒜에엑!

바람 소리가 울리고 도검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무척 빠르고 강하게 압박해왔다. 찰나의 어긋남이 곧장 생사로 연결될 만큼 치열한 공격이다.

‘더 빨라졌다!’

두주는 이제 숨지조차 않는다. 숨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공격해온다.

답답해서 미치겠는 것은 두주가 숨지도 않는데 형체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모습은 완전히 감춰버렸다. 마치 유령과 싸우는 기분이다.

공격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공격해온다.

사라졌다가 다시 공격하는 사이에 잠깐의 틈이 생긴다. 눈 깜짝할 사이의 공백이 존재한다. 아걸이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인식하지 못하는 틈이다.

두주의 검을 막은 후, 깜빡 정신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그리고 다시 공격해 오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도검이 부딪치는 소리부터 다시 공격해 오는 소리를 듣기까지의 과정이 사라진다.

‘이것이 진정한 유음류 오대신술!’

아걸은 숨이 막혔다.

두주에게는 유음류의 오대신술과 절대 검공이 있다. 적면이 말한 동영의 일홀도가 있다.

두주는 이 두 무공을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

이번에는 오대신술을 쓰고 다음에는 검공을 쓰는 것이 아니다. 신술과 검공을 혼합해서 사용한다.

아걸은 아직 두주의 검을 알아보지 못했다.

무작정 칼을 들어서 막기만 한다. 사실 지금은 방어만 하는 것도 벅차다.

분명히 어디서 무엇인가가 날아온다. 무엇이 날아올까?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걸려든다. 그때는 이미 검이 쓸고 지나간 후다. 그러니 공격을 보기도 전에 칼부터 쳐낸다.

따앙! 도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면 그제야 고개를 돌려서 상대방의 검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실제로 아걸은 두주의 모습도, 두주의 검도 보지 못하고 있다. 오직 직감으로 칼을 쳐냈고, 격검 소리는 여지없이 터진다.

‘대단하다!’

아걸은 바싹 긴장했다.

두주의 공격에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중원 무인들은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다. 자신의 검에 대한 자부심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검도에서 어긋난 수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무공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공방을 주고받기도 바쁘다. 그 와중에 자신이 모르는 움직임까지 펼칠 필요는 없다.

두주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두주는 무공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걸을 죽이려고 한다. 무공은 사라졌다. 싸움만 남았다. 아걸을 죽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빨로 물어뜯어서 죽일 수 있다면 기꺼이 시도한다. 동영제일검 두주가 치졸한 방법까지 기꺼이 사용한다.

이것이 중원 무인과 두주가 다른 점이다.

두주의 검초는 살상에 집중된 만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쓴다. 그러니 형식이 없다. 초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공격은 어떤 초식보다고 강하다. 어떤 공격인지 형체를 잡을 수가 없으니 방어도 어렵다.

형체가 없는 검초!

굳이 두주의 검초를 구분하자면 ‘죽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주가 몸부림을 치고 있나? 아니다. 두주는 아걸보다 우위에 서 있다. 오히려 쩔쩔매는 것은 아걸이다. 그러니 우위에 선 사람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그만큼 두주의 공격이 형식을 초월했다는 뜻이다.

츠읏!

아걸은 다시 반철도를 고쳐잡았다.

선실이 와락 눈에 들어온다. 선실 쪽으로 몸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유혹도 치민다.

지금처럼 적이 어디서 공격해 올지 모를 때, 대부분은 등을 벽에 붙인다. 뒤에서 흘러오는 공격이라도 막기 위해서다. 아니, 등을 벽에 붙이면 등 뒤뿐만이 아니라 사실상 양옆에서 흘러오는 공격도 거의 차단한다.

대부분 전면에서 흘러오는 공격만 막으면 된다.

상당한 이득이다. 그러니 당연히 등을 기댈 곳이 있으면 당장 움직인다.

아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두주는 상식을 무시한다. 만약 등을 벽에 기대면 벽 뒤에서 검이 찔러올 것이다. 오대신술 중 목형술, 금형술, 토형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다가온 검은 매우 은밀하고 강렬하다. 그때는 놀랄 사이도 없이 절명한다.

상황에 맞춰서 그때그때 변하는 것이 즉도(卽刀), 아걸의 일홀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 더 하려는 것은 욕심. 욕심을 부린다고 되지도 않을 것이고. 두주는 내 몸을 상하게 하지는 못한다는 신념만 갖고…….’

쒜에엑!

옆구리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역시 두주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직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들린다.

스으읏! 스읏! 스스스슷!

아걸은 빠르게 움직였다. 보법으로 피하면서 반철도를 쳐냈다.

까앙! 깡깡깡! 까아앙!

거센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묵검이 사라졌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몰안!’

아걸은 다시 몰안 상태에 들어갔다.

원래 몰안은 도신일체를 이루기 전 과정이다. 전신에 스며 있는 모든 감각을 죽이고, 온 신경을 두 눈에 모은다. 두 눈으로 검을 보면서 한 몸이 된다. 검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서 몰아지경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아걸은 몰안을 이루기까지 오 년이 걸렸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수련해도 몰안에 이르지 못한다. 아걸이 오 년 만에 몰안을 이루자 할배는 ‘이제 다 끝났다!’라고 말했다.

- 네 사부, 삼십육대 일홀문주의 말을 전한다. 몰안은 처음이자 끝이다. 수고했다. 이 수고했다는 말까지 전하라고 하더라. 일홀문주가 그렇게 말할 때는 정말 다 이룬 거지.

천만에!

몰안은 끝이 아니다. 겨우 시작이다.

실제로 중원에 나오자 몰안만 가지고 상대할 수 있는 적은 없었다. 성검문 소축십검조차도 몰안만 가지고는 상대할 수 없었다. 그들 역시 몰안과 흡사한 공부를 연성했다. 고도의 집중 상태를 이뤄낸 검사들이다.

검과 한 몸이 된다.

이러한 검신일체는 검사의 기본이다.

상승 고수라면 검신일체 상태를 가장 밑바닥에 깔고 시작한다. 검신일체조차 이루지 못한 자는 한자리에 같이 앉아서 밥을 먹을 자격도 없다.

할배는 몰안을 처음이자 끝이라고 봤다. 몰안만 얻으면 다 끝났다고 봤다.

인간 세상에 사는 사람은 선계(仙界)를 꿈꾼다. 선계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지만, 막연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곳에 무릉도원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무릉도원은 존재한다.

그곳을 가본 사람이 있다. 그 속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수천 명이 가봤다.

이것이 몰안 상태다.

보통 검사들이 몽매에 그리는 선계, 그 선계의 이르는 첫 단추가 몰안이다. 선계의 문을 여는 열쇠다. 이제 비로소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몰안을 얻은 후, 선계에 들어선 후에 무엇을 할지는 본인 몫이다.

분명한 것은 더는 선계가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과정은 이미 지나버렸다.

선계 안으로 들어서면 그 안에서 자기 것을 얻어야 한다.

이미 소축십검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선계에 발을 디뎠다. 그러니 선계로 들어서는 문을 열었다고 해서 천하제일이나 된 듯이 뻐길 수는 없다.

아걸은 두주와 싸우는 지금, 이 순간, 다시 몰안을 떠 올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물안뿐이다. 선계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얻었던 수많은 무공, 무리를 다 제쳐 놓는다. 일홀도 삼십육 문주의 칼도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홀도까지 내려놓는다.

오직 칼 한 자루에 전심을 담고 기다린다.

지금 필요한 건 이것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또 아걸이 찾았던 그만의 일홀도다.

몰안을 얻고, 수많은 격전을 통해서 일홀도를 발전시키고, 절묘하다는 무리를 계속 얻어왔다. 그 결과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의 시작점인 몰안 상태에 오자, 이것이 바로 자신이 추구한 일홀도라는 것을 알았다.

몰안은 둥근 원이다.

몰안에서 시작해서 거친 길을 한 바퀴 돌았더니 다시 몰안으로 돌아왔다.

지금, 현재, 내 눈앞에 닥친 것만 본다. 몰안!

파파팟!

불현듯 각성이 일어났다.

이 싸움이 끝내면 또 큰 산 하나를 넘는다. 그때는 예전의 아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계속 앞으로 질주할 것만은 틀림없다.

그리고는 다시 한 바퀴 돌아서 몰안으로 돌아온다.

처음에 얻은 몰안과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찾은 몰안은 같은 몰안일까, 다른 몰안일까?

같은 몰안이다.

영에서 시작해서 일이 삼사 오륙 칠팔 구를 지나 다시 영으로 돌아왔다.

그 영은 같은 영이다. 영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인식은 확연히 달라진다. 다시 찾은 영은 처음에 본 영보다 훨씬 뚜렷하다.

몰안, 극고의 정신 집중, 신의 눈이라는 신안(神眼).

‘사부가 옳았어. 몰안은 처음이자 끝이야. 그 말뜻을 이제야 알았다니.’

각성이 일어나는 순간, 깨달음이 전신을 두들기는 순간, 어깨에서 힘이 쭉 빠졌다.

반철도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싸움을 포기한 사람처럼 두 팔을 축 늘어뜨렸다. 등에서도 힘이 빠진다. 두 다리도 굳건하지 못하고 자유롭게 풀어졌다.

아걸은 왼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조용히 서 있었다.

불량배들이 건들거리고 있는 것처럼, 짝다리를 짚고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

완전히 힘이 빠진 상태다.

힘을 빼고자 해서 뺀 것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빠졌다. 하지만 몸을 긴장시키던 힘이 싹 빠져나가자 정신은 더욱 뚜렷하게 맑아졌다.

인간이 정신을 선명하게 할 수 있나? 할 수 없다. 눈을 부릅떠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쓸 수는 있지만, 머리가 뻥 뚫린 듯 시원하고 맑은 느낌은 받지 못한다.

밝은 햇살이 쫙 비치는 듯 상쾌해진다.

이런 느낌은 의지로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몸 전체가 희열을 느껴야만 일어날 수 있는 상태다.

아걸은 그런 상태가 되었다.

쒜엑! 쒜에엑!

검이 날아온다.

아걸은 두주를 보았다.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두주가 너무도 뚜렷하게 보였다.

두주는 무척 빠르다.

오른발 앞쪽으로 뱃전을 박찼다. 동시에 왼발 측면으로 때려 박듯이 밀었다.

두주의 신형이 앞으로 쑥 쏘아졌다. 아니, 어느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튕겨 나갔다. 두주는 그사이에 몸의 중심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른발 측면으로 뱃전을 차 냈다.

신형이 왼쪽으로 튕긴다.

갈 지(之) 자 행보다.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다. 거센 힘으로 던져지듯이, 본의 아니게 날아간다는 듯이 움직인다. 한데 그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두 눈을 현혹시킨다.

아걸의 눈은 여전히 맨 처음 도약할 때의 모습을 추적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다시 왼쪽으로 움직이는 움직임은 찾지 못한다. 두주는 움직이고 있는데,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쒜엑! 쒜에엑!

검이 흐른다.

두주는 신형을 날리기 전까지는 목형술을 펼쳤다. 하지만 그가 달려오는 신법은 어떠한 신술도 아니다. 뭐라고 할까? 거센 물살이 마구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너무 빠르고 너무 강하다.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단숨에 밀어붙이고 지나가겠다는 횡포가 느껴진다.

“폭류(瀑流)!”

아걸은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류를 연상했다.

그렇다! 두주는 폭류처럼 거센 물살이 되어서 쏘아온다. 두께가 반철도의 삼분지 일밖에 되지 않은 묵검이 거대한 태산처럼 밀고 들어온다.

쩌어억!

검이 가슴을 찍었다.

아걸은 슬쩍 반철도를 들어서 묵검을 후려쳤다.

까앙!

도검이 전력으로 부딪쳤다.

이번에는 묵검도 반철도를 베지 못했다. 검과 칼이 팽팽하게 서로를 격타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베지 못한 채, 병기만 부딪쳤다.

까앙! 깡깡! 까앙! 깡!

두 사람은 거칠게 공방을 주고받았다.

용과 용이 뒤엉켜서 서로를 물어뜯으려고 으르렁거린다. 순식간에 삼십여 초가 지나갔다. 병기를 들고 맞선 후, 처음으로 연속적인 격타가 이루어졌다.

스읏! 까아앙!

어느 순간, 두 사람은 상대를 향해 전력으로 병기를 후려쳤다. 그와 동시에 힘껏 당을 박차고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은 이번 수가 막혔다는 걸 안다. 계속해서 병기를 부딪쳐봤자 근접 박투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안다.

이러한 근접전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물러섰다.

서로 말을 주고받지도 않았으면서 이심전심으로 동시에 최후의 일격을 쳐내고 뒤로 빠졌다.

“후우!”

“하하! 하!”

두 사람은 서로를 겨누면서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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