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550화 (550/600)

第百十章 적혈지한(赤血之恨) (5)

째짹! 째재잭!

박새가 날아왔다.

크기는 한 뼘이 채 안 되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매우 날렵하며, 색과 청색이 섞여 있어서 깨끗하다는 느낌을 안겨 준다.

스읏!

몽설은 손을 들어 올렸다.

박새가 손등에 날아와 앉았다. 인간의 손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몽설은 박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주인은 어디 가고 너만 온 거야?”

박새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무거웠다. 몽설의 표정도 몹시 무거웠다.

박새는 근위대장이 키우던 영조다.

박새의 용도는 딱 한 가지,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데 쓴다.

근위대장이 검에 진기를 주입해서 땅에 꾹 박으면, 그 반탄력이 박새에게 전달된다. 근위대장에 의해서 조율된 진기가 박새의 심장을 건드린다.

그러면 박새는 품에서 벗어나 자신의 조롱(鳥籠)으로 온다.

근위대장은 왕궁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박새 조롱을 몽설의 집무실로 옮겨 놓았다.

지금 황궁 사정상 근위대장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몽설이다.

“야수검은 상당히 강한데…….”

몽설은 중얼거리면서 유음류 부주를 떠올렸다.

현재 상황에서 근위대장을 벨 정도의 고수라는 유음류 부주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부주의 무공이 그렇게 강했나? 야수검을 끊어 낼 정도로?”

근위대장은 마지막 순간에 일검진소(一劍眞銷)를 펼쳤다. 암습을 당해서 죽는 줄도 모르게 죽은 게 아니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근위대장의 마지막은 정면승부였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무인이건 야수검을 접하게 되면 싸우고 싶다는 생각부터 일어난다. 자신의 무공이 야수검을 능가한다고 생각할 때는 말할 필요도 없다.

딸랑! 딸랑!

몽설은 취화원 집합을 알리는 방울을 울렸다.

호황위 군주가 되면서 설치를 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취운 언니.”

“네.”

“근위대장이 무너졌어요.”

“네엣?”

“뭐라고요!”

말은 오곡주 취운에게 했는데, 구곡주 전원이 벌떡 일어섰다.

“지금 바로 비상을 내리세요. 취화원은 전원 황궁 경비에 투입될 거예요.”

“그러면 백살도축이…….”

“무시하세요.”

몽설이 단호하게 말했다.

몽설은 지금 모든 주력을 황궁에 모아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적에게 이동 사실을 알려 줄 필요는 없다. 취화원 살수만 은밀하게 거둬들인다.

“단, 겉보기에는 다른 때와 다름없이.”

“알겠습니다. 바로 배치하겠습니다.”

취운이 답했다.

적이 은밀하게 공격을 가해 온다면 취화원도 취화원 방식으로 받아친다.

“그런데 근위대장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씀은 어떻게……? 아!”

취운이 몽설의 손등에 앉아 있는 박새를 봤다.

몽설은 문득 생각난 듯 박새를 허공에 높이 띄웠다.

“자! 이제 너도 날아가. 훨훨! 가고 싶은 대로.”

하지만 박새는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잠시 주변을 맴도는가 싶더니 이내 조롱 속으로 들어와 앉았다.

결국, 조롱 속의 새인가.

스스슷! 스스슷!

취화원 살수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동문은 사곡 규화가 맡았다.

사곡은 쌍거치반선진에 능하다. 살수 모두가 도리깨를 능숙하게 다룬다.

저들이 동문을 넘어서면 그 즉시 사곡과 부딪칠 것이다. 물론 희생자가 많이 나올 것은 예상한다.

“너희 최고의 싸움이 될 거야. 물러서지 마. 이번엔 물러서지 않으면 너희 무공은 급성장해. 물러서면 여전히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해!”

“넷!”

살수들이 야무지게 대답했다.

삼곡주 청란은 황궁 연못에 잡입했다.

삼곡은 수공에 능하다. 물속에서 검은 대롱을 이용한 독침 공격은 구 할 이상의 성공률을 보인다.

취화원은 서리형개가 만든 정동 무인과 싸우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개개인의 살법도 강해졌지만 각 곡마다 나름대로 싸움 방식을 결정지었다는 점이 더 큰 발전이다.

취화원에 입문한 살수의 자질은 비슷하다. 특별히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개개인의 능력은 곡이 선정된 후에 갈라진다.

팔곡주 소명이나 구곡주 사사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한다. 그래서 곡 자체의 살법도 개인에게 치중한다.

삼곡과 사곡은 진법 우선이다.

삼곡이나 사곡에 입문하면 개인의 소망은 완전히 버리고 집단 속에 일인이 되어야 한다.

입문자를 어디로 보낼지는 몽설이 판단한다.

몽설이 개인의 자질을 살펴서 가장 적합하다 싶은 곳으로 보낸다. 처음에는 배치된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훈련을 거듭하고 하다 보면 몽설이 안목이 맞았다는 것을 느낀다.

츠츳! 츠츠츳!

구곡 살수들이 일제히 매복을 마쳤다.

백살도축은 여전히 진행된다. 그들에 대한 경비도 풀지 않았다. 금군이 고관대작을 따라다니면서 호위한다.

단지 암중에서 따라붙던 취화원 살수들만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는 곳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그들이 사라졌는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겉보기에 세상은 전혀 변한 게 없다.

“복수해 준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는데, 최선을 다해 볼게요.”

몽설이 박새를 보며 중얼거렸다.

야수검을 깬 무공이라면 혈검도 깰 가능성이 크다.

몽설과 근위대장은 서로를 호각지세라고 본다. 두 무공의 성질은 전혀 다르다. 야수검이 극강의 양이라면, 혈검은 극유의 음이다. 얼핏 보면 혈검도 매우 강렬하게 뛰쳐나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검리가 스며있다.

몽설은 요즘 들어서 혈검의 실체를 찾아냈다.

‘와! 상대해 줄게.’

몽설의 눈이 반짝 빛났다.

* * *

‘뭐냐? 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쵸 디엔은 근위대장의 경멸을 잊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불로 이루어진 칼이 근위대장의 가슴을 뚫는 순간, 근위대장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놀라서 경악해도 모자랄 판에 비웃음이라니.

- 이런 어처구니없는!

근위대장은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뭐냐? 네가 바라는 칼은 뭐였던 거야!’

쵸 디엔은 근위대장의 비웃음이 다오 푼 라야의 허점을 말하는 것 같아서 신경 쓰였다.

근위대장이 왜 그런 웃음을 지었을까?

‘아니야. 나는 최강이야!’

쵸 디엔은 주먹을 꽉 쥐었다.

사부가 살아계셨다면 자신의 검초를 보여 줬을 것이다. 그러면 사부는 틀림없이 놀랍다고 손뼉을 쳤을 것이다.

쵸 디엔은 적양팔식에 머물던 검법을 다오 푼 라야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불의 검은 최강이다!

‘이 세상에서 내 칼을 받아 낼 사람은 없다. 내가 최강이야!’

쵸 디엔은 머리를 휘둘러서 근위대장의 기억을 털어 냈다.

“다 왔습니다.”

띠엥 담 레이와 꼰 카오가 말했다.

“경비는 어제와 똑같습니다. 아직 근위대장이 죽은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네.”

“띠엥 담 레이, 꼰 카오.”

“넷!”

“너희들의 보고, 목숨으로 장담할 수 있나?”

“장담합니다.”

두 사람이 즉시 말했다.

두 사람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눈은 솔개처럼 예리하다. 그런데도 확신을 주고받아서 듣는 토족 전사들에게 희망을 안겨 준다.

두 사람은 황궁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경비가 허술한 곳을 찾아냈다. 며칠 전부터 허술했는데, 알지 못하는지 보완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관심이 백살도축에 쏠려 있어서 안쪽 경비가 허술해진 듯하다.

“취화원은?”

“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백살도축을 따라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토족 전사들이 받은 정보와 일치한다.

“다만…….”

꼰 까오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뭐야?”

“황궁 안쪽에서 작은 소란이 있었는데,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병사들이 추가 배치된 것 같기도 하고, 경계 장소를 바꾼 것 같기도 하고. 이걸 정확히 알아보려면 안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뱀을 놀라게 할 것 같아서 물러났습니다만.”

“네 판단은?”

쵸 디엔은 결정 판단권을 꼰 까오에게 주었다.

“뭐 병력을 추가했다고 해봐야…… 주축은 취화원인데, 그들은 물러서 있으니까. 가죠?”

꼰 까오가 쵸 디엔에게 말했다.

“분대!”

쵸 디엔이 즉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중구난방으로 서 있던 토족 전사들이 일제히 열 분대로 줄 맞춰 섰다. 맨 앞에 분대장이 서고 그 뒤에 분대원이 선다.

스무 명이 일 분대다.

“너희는…… 미안하다. 너희들이 가는 모습, 보지 못하겠구나.”

쵸 디엔은 일 분대에서 오 분대까지 전사 백 명의 어깨를 일일이 어루만져 주었다.

“먼저 가는 것뿐입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싫어하시려나? 족장님 최대한 늦게 따라와 주십시오. 족장님이 보기 싫어서요. 저승에서까지 족장님과 한솥밥을 먹여야 한다면 차라리 자진하고 말죠.”

토족 전사들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승에서 자진한다고?”

“못 할 건 없죠. 해 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하하!”

“그럼 내 놈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기 위해서라도 따라가야지. 걱정하지 마라. 조금만 기다리면 바로 따라갈 테니.”

“그거참 되게 말 안 듣네. 세상에 어느 족장이 전사들의 말을 이렇게 안 들어? 그렇지?”

백 명의 전사들이 허심탄회하게 농을 말했다.

쵸 디엔은 그들이 하는 말을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하지만 힘든 순간은 언제든 온다.

“가라!”

명령이 떨어졌다.

쓱쓱쓱! 스스스스!

다섯 분대 백 명은 분대장이 이끄는 대로 신형을 날렸다.

그들은 동서남북 황궁 사문을 공격할 것이다. 정면으로 치고 들어간다. 거침없이 살수를 저지르면서 들어간다. 물론 모습을 드러내면 금군이 즉시 반격한다. 그러니 밀림에서처럼 최대한 은신처와 은폐물을 찾아서 이동한다.

소리 없는 죽음이 적어도 내성에 이를 때까지는 이어져야 한다.

“나는 곧장 내성으로 간다. 너희는!”

“족장님을 지키겠습니다.”

분대장 네 명이 쵸 디엔에게 말했다.

쵸 디엔 휘하 스무 명은 토족 전사들이 열어 놓은 길을 따라서 공장 황상에게 쏘아간다. 일직선으로 거침없이 내달린다. 누군가가 막아선다면 옆에 있는 사대가 처리한다.

외원에 좌우 두 개나 남는다. 내원에도 좌우 두 대가 남는다. 그 사이에 쵸 디엔은 스무 명과 함께 황상을 들이친다.

사실 이런 계획은 매우 어처구니없어 보인다. 황궁이 겨우 이런 식의 공격에 나가떨어질까. 아무리 경비가 허술하다고 해도 절대 인원이 있는데.

그래서 속도가 문제가 된다.

궁궐 대문에서부터 황상이 거처하는 어실까지 치닫는 데 일다경을 넘어서면 안 된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순간에 치고 들어가야 성공한다.

“가자!”

쵸 디엔이 말했다.

오는 동안 내내 근위대장이 떠올렸던 비웃음을 되새겼지만, 지금은 모든 잡념을 일체 지워 버렸다. 남은 것은 오직 하나 황상의 목을 베는 것이다.

토족 전사 칠백 명을 죽인 피의 대가다.

아니, 감히 외인이 남만족을 건드린 대가, 두 번 다시는 남만 땅을 밟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불어서 다오 푼 라야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남만 무공이 최강이다.

중원의 어떤 무공은 다오 푼 라야를 상대하지 못한다.

족장으로서는 족장의 복수를, 무인으로서는 다오 푼 라야에 대한 우월감을 표현하는 길이다.

쵸 디엔은 힘차게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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