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561화 (561/600)

第百三章 작위하사(爵位下賜) (1)

다다다닥! 타다다다닥!

아걸은 급하게 뛰어오는 한 여인을 봤다.

몽설, 그녀가 뛰어오고 있다. 마치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급하게 달려온다.

“거봐. 질부도 곧 눈치챌 거라고 했지?”

황제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군요.”

아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질부가 왔으니 이제 문주를 양보해야겠지? 참! 가기 전에 선물 하나 주지.”

“선물…… 입니까?”

아걸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황제의 선물은 달갑지가 않다. 황제가 주는 선물은 가볍게나 흔쾌하게 받을 수 있는 선물이 없다. 늘 묵직한 무게로 어깨를 짓눌러오는 선물뿐이다.

“문주에게 작호를 내릴 셈이야.”

“작호요?”

“중부(中府)로 들어와.”

“안 됩니다.”

아걸이 즉시 거절했다.

“거절은 안 돼.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라니까. 명분은 충분하지. 파사해협에서 왜군을 물리쳤으니 그 공로가 적지 않아. 관원 같으면 승차감인데, 관직을 받을 리는 없고. 관직을 받겠다면 주고. 어때? 받을 텐가?”

“황상!”

“나 바로 옆에 있어. 소리 지르지 않아도 들려.”

“중부로 들어오라는 말씀은 공부를 견제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런 것이라면 굳이 작호를 내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 삼가 재고를 말씀드립니다.”

아걸이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

‘중부’에 관한 말은 가벼운 말이 아니다. 중부는 도성 한가운데 있는 저택이다. 대체로 중부에는 황족, 그중에서도 황제보다 촌수가 높은 황숙이 기거했다.

일반 평민이 들어갈 수 있는 저택이 아니다.

“후후후!”

황제가 웃었다.

“중부의 의미를 아는군.”

“재고해 주십시오.”

“내가 허도기에게 공부를 주었으니 문주에게는 중부를 주는 게 마땅해. 문주는 내 사촌이야. 마땅히 황족의 예우를 갖춰야지. 아무 말 말고 받아.”

아걸은 침묵했다.

황제의 생각이 벌써 굳어졌다. 거절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쥐여줄 것이다.

“공부의 규모는 정하기 나름이지만…… 중부는 규모가 규정되어 있어. 시종은 이백 명 이상, 전답은 십만 평 이상 유지하게 되어 있는데, 우선 그 정도만 하사하지. 황족 대우로 충분할 거야.”

“정말 재고는 안 되겠습니까?”

아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황제가 자신에게 중부를 내린다는 것은 충분히 허도기를 견제하는 측면이 있다. 허도기가 공부이니 자신에게도 공부와 버금가는 작위를 내리는 것이다.

중부라면 공부보다도 한 배분 위다.

공부는 평민이 기거하지만, 중부는 황족만 들어설 수 있다.

이는 황제의 신임이 공부에서 중부로 옮겨왔음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부는 내치고 중부는 들인다.

“나비의 날갯짓에 폭풍이 분다는 말이 있습니다. 황제께서 하시는 한마디가 무림에 풍파를 몰고 오겠군요.”

“후후! 어차피 풍파는 일어나게 되어 있는 거 아닌가?”

황제가 아걸을 빤히 쳐다봤다.

“아니, 벌써 풍파는 일어나기 시작했지. 난 거기에 명분을 얹어 주려는 거야.”

“명분은 제가 찾겠습니다.”

“뭐 하러 그래. 명부판관과 중부. 그것보다 더 좋은 명분이 어디 있어? 내 말 듣고, 그냥 받아.”

황제가 아걸의 어깨를 다독였다.

황제의 말이 맞는다. 이미 무림에 풍파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허도기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허도기는 성검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무림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공부에서 천하제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또 마침 그때 일홀도를 가진 도객이 동영제일검 유음류 부주를 꺾고 중원제일도가 되었다.

천하제일검 대 중원제일도.

두 사람의 싸움은 이미 내정된 것이나 진배없다.

한 사람은 중원제일도이고 또 한 사람은 천하제일검이지 않나. 중원 무림은 두 사람의 싸움을 원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명확한 우열이 가려지기를 원한다.

물론 아걸은 허도기에게 패한 전례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한 번, 비공식적으로는 세 번을 싸웠다. 모두 네 번을 싸워서 네 번 모두 패했다.

중원제일도가 천하제일검보다 한 수 쳐진 듯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지막 싸움도 기억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하루 이상 싸웠고,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허도기를 천하제일검으로 올려놓은 무공은 즉사다. 일검필살, 검을 뽑으면 무조건 죽는다. 이 초 이상 견딘 자가 없다. 그런데 그 검을 아걸이 받아냈다. 그리고 연이은 살초도 견뎌냈다.

허도기와 싸워서 하루 이상 견딘다는 것은 서로의 무공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사람은 팽팽하다.

중원은 중원제일도와 천하제일검, 이 두 사람의 싸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황제가 활활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듯이 아걸에게 중부를 준다.

허도기에게 공부를 주었듯이, 아걸에게 중부를 준다.

아걸과 허도기의 위치가 같아진다. 아니, 황제는 아걸을 한 수 더 쳐준다.

싸움이 앞당겨지는 것이다.

사실, 아걸은 허도기와의 싸움을 준비했다.

아걸은 이제 자신의 일홀도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려면 이제는 깨달음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무엇인가 강렬한 깨달음이 있지 않고는 더는 발전하기는 어렵다. 또한, 그 깨달음이라는 것이 일 년 후에 찾아올지 십 년 후에 찾아올지 아니면 늙어서 죽을 때까지 찾아오지 않을지 알지 못한다. 그런 종류의 깨달음이다.

아걸은 이 시점에서 부모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도기는 그날 분명히 모반을 일으켰다.

허도기가 아버지, 성검문주 허도강을 직접 죽인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운명하시는 날, 장례조차 치르지 않고 일가족 모두를 몰살시켰다.

어머니와 형 세 명이 그날 죽었다.

또 허도기는 사형들을 부추겨서 사부를 암산했다. 독에 중독된 사람을 싸움으로 밀어붙였다.

허도기는 무인이 아니다.

명부판관은 죄를 분명히 물어야 한다. 그래서 물을 생각이다.

몽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은 몽설이 자립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면에는 자신이 이번 싸움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번에는 자신이 도와줄 수 있지만, 다음에는 어쩔 것인가? 다음에 또 이런 위기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혼자 견뎌야 하는데, 버틸 수 있을까?

본인만의 힘으로 위기를 넘길 수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해야 한다.

그것도 능력이다.

어떤 식으로든 위기는 파도를 넘듯이 타고 넘어야 한다.

몽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불안해서 싸우지 못한다. 어떻게 마음 편히 죽을 수가 있을까. 몽설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때, 허도기와도 마음껏 싸울 수 있다.

몽설은 이번 위기를 아주 훌륭하게 넘겼다.

몽설의 혈검은 이미 완성 단계다. 이제는 누구도 그녀를 편한 상대로 보지 못한다. 설혹 허도기라고 해도.

‘정말 싸울 때군. 싸울 시기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무림이 정해주는 거야. 황제는 그런 시기를 읽은 것이고. 후후! 벌써 그런 시기가 온 건가.’

아걸은 실소를 흘렸다.

“좋습니다. 중부 작위 받겠습니다.”

아걸이 말했다.

몽설은 급하게 달려오다가 황제와 아걸을 봤다. 아걸을 보고 급히 달려오려다가 황제를 보고는 멈칫거렸다.

몽설은 즉시 옷매무시를 차분히 다듬었다. 그리고 황제 앞으로 다가와서 포권하며 말했다.

“싸움이 끝났습니다. 황궁으로 모시겠습니다.”

“토족, 동영 인자. 양쪽에서 들이쳤는데 잘 막았네?”

“네.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아니지. 실력이고 무공이지. 질부에게 혈검 비급을 줘야 하나 잠시 망설였는데, 역시 잘 주었어.”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혈해검신이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 검신 같은 무재는 없을 거라는 거지. 하지만 질부를 본 순간 질부도 혈해검신 못지않은 무재라는 걸 알았지. 내가 무공은 못 해도 무리는 많이 알잖아. 사람 볼 줄도 알지.”

“검신님과 비교는 가당치 않습니다.”

“내가 밉지? 낭군이 있는데, 가지도 않고 말을 걸어서.”

“아, 아닙니다.”

몽설이 얼굴을 붉혔다.

“당분간 황궁 일은 잊고 여기 낭군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 이건 황제가 주는 휴가야. 거역할 수 없는 휴가. 다시 부를 때까지 낭군 곁을 떠나지 마.”

“안 됩니다! 아직 동명 인자가…….”

“황상이 내리는 명령이라니까. 황상의 말을 거역하면 모반이라는 거 모르나? 하하하!”

황제가 웃으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 휴가, 공짜 아냐. 내가 좋은 황제는 아니잖아. 두 사람에게는 늘 미안해.”

황제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황제의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였다.

아걸은 몽설을 살며시 부둥켜안았다. 힘껏 껴안기에는 그녀의 상처가 너무 깊다.

부주의 검이 한 치만 더 깊었어도 심장이 꿰뚫렸다. 부주의 검이 한 치만 더 날카로웠어도 척추가 잘려 나갔다. 몽설은 생사고비를 두 번이나 건너뛰었다.

“고생했어.”

아걸은 그 한마디밖에 해줄 수 없었다.

“고생했어.”

몽설도 아걸과 똑같은 말을 했다.

“내가? 내가 무슨…….”

“이쪽 방면 막아준 거. 그리고…… 나 이제 가가가 어떤 싸움을 했는지 알 거 같아.”

“싸움에도 종류가 있나? 그냥 싸운 거지 뭐.”

“그런 말 하지 마. 부주하고 싸우고, 두주하고도 싸우고…… 그 싸움들이 어떤 싸움이었는지 알 것 같다는 거야. 허도기하고 싸우는 것도 어떤 싸움인지 알 것 같고. 이제는 다 알 거 같아.”

“우리 몽설 많이 컸네.”

아걸은 몽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금 그 말, 우리 언니들이 들으면 당장 검 빼 들고 나설걸? 누구더러 다 컸대? 나 취화원 원주야.”

“아니, 넌 내게 원주가 아니라 내 여자야.”

“그러네. 가가…… 내 남자였구나.”

몽설이 아걸을 빤히 쳐다봤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가자. 아무래도 상처를 제대로 치료해야겠어. 이게 뭐야? 취화원은 이렇게밖에 치료 못 하나?”

“오늘은 언니들이 들으면 발끈할 소리만 하네?”

“그 언니들, 내게는 아무 소리도 못 해.”

“너무 자신만만한데?”

“당연하지. 난 상군이잖아. 원주 낭군.”

아걸은 몽설을 번쩍 안아 들었다.

“뭐 하는 거야? 사람들 많은데.”

“사람들이 많으면 없는 데로 가면 되지. 많이 아프잖아. 지금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이제 내가 옆에 있으니까. 떠나지 않고 옆에 있을 테니까.”

아걸은 몽설을 안아 들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다.

깊은 산으로…… 산으로 걸어갔다.

주위 지형을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으로 들어가면 사람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산으로 갈 뿐, 다른 이유는 없다.

황제의 말을 쫓아서 당분간은 몽설과 둘이 있을 생각이다.

어쩌면 이것이 몽설이 지내는 마지막 순간일 지도 모르겠기에, 충분히 쉬려고 한다. 마음껏 즐거움을 맛보려고 한다. 몽설과 같이 있는 행복을 누리려고 한다.

‘훗! 내가.’

몽설은 쓴웃음을 흘렸다.

일홀도가 충분히 성장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싸움만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두주와 싸우러 갈 때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허도기를 생각하면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허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허도기의 검을 너무 소상하게 안다.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안색이 어두워. 무슨 걱정 있어?”

몽설이 물어왔다.

“걱정은 무슨…….”

“잊어. 나랑 같이 있는 동안만이라도.”

“응?”

“허도기와 싸울 거잖아. 황제가 떠나면서 이 휴가, 공짜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나도 눈치가 있어. 어떨 때 보면 가가는 날 아무것도 모르는 규방 아낙처럼 여기더라고?”

“내가?”

“그래. 좋아. 지금은 표정은 좀 풀렸다. 우리 며칠 동안만이라도 다 잊자. 나도 잊을게, 황제도, 취화원도. 그러니 가가도 잊어. 허도기도, 일홀도도.”

“그럴까?”

“저 산으로 가. 저기 가면 사냥꾼들이 사용하는 임시 거처가 있어.”

“그걸 어떻게 알아?”

“나 호황위 군주야. 이곳 지리는 전부 파악해 놓았지. 우리 거기서 며칠 동안만이라도 가장 평범하게 지내보자. 우리 둘. 딱 우리 둘만 생각하기.”

“좋아. 하하하!”

아걸은 호쾌하게 웃었다.

몽설이 말 몇 마디를 해주고 모든 부담감이 말끔히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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