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563화 (563/600)

第百三章 작위하사(爵位下賜) (3)

두 사람이 산에 틀어박혀 있던 닷새 동안 세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 일홀문주 서리흔에게 중부를 하사한다.

황명이 떨어졌다.

아걸이 아니라 허씨 가문의 핏줄인 허흔이 아니라 일홀문주 서리흔에게 주는 작위다.

동시에 황명으로 비어 있던 중부가 말끔히 수리되었다.

황명은 중부라는 저택을 주는 것이지만 저택을 받는 즉시 아걸에게는 중부라는 작위가 생긴다.

작위는 중부를 상징하는 말이다.

중부는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다.

황례규범(皇禮規範)에 적힌 것만 예를 들어도…… 황제를 알현할 수가 있고, 황궁 출입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 금군 중 황위병(皇衛兵)을 사병으로 부릴 수 있고, 정사에도 참여할 수가 있다.

중부는 황궁 내에 중청각(中淸閣)을 하사받는다.

현재 중부와 함께 중청각도 정비되어 있을 테지만…… 종법(宗法)에 의거, 중부는 중청각에서 정사를 볼 수 있다. 조종 관료와 함께 조례(朝禮)에 참여할 수 있다.

중부에 대해서 특정적으로 기술된 부분들이다.

반면에 공부는 명예직이다. 황제가 허도기에게 맡긴 것은 백만대군의 무공사부다. ‘무공사부’ 역시 별정직인데, 이에 대한 예우로 공부를 하사했다.

그러니 공부는 명예직인 셈이다.

정사에 참여할 수 없고, 사병을 거둘 수 없다. 그래서 적위군이라는 개인 호위단을 만든 것이다.

중부와 공부는 완전히 다르다.

서리흔에게 중부를 하사한다는 고지는 도성을 발칵 흔들었다.

황제가 중원의 일개 무부를 황족으로 인정했다.

뿌리에 뿌리를 캐다 보면 서로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걸처럼 외가 쪽으로 먼먼 사촌을 황족으로 받아들인 예는 없다. 그것도 중부라니.

“이건 틀림없이 공부를 노린 거야. 공부는 비었나?”

“안 비었지.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잖아. 황제가 내친 게 아니라 공부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온 거니까, 황제도 마음대로 정리하기는 좀 그렇지?”

“그럼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면 되겠네?”

“에이! 창피해서 그걸 어떻게 돌아가? 자기가 박차고 나온 자린데. 황제는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다고 공부를 비워놓고 있지만, 창피해서 못 돌아가지.”

“그런가?”

“또 모르겠다. 얼굴에 철판 깔면 들어갈 수 있을지도.”

“그런데 사실 공부가 지금 세외팔국을 자극해서 군대를 끌어모았잖아.”

“쉿! 이 사람 큰일 나려고 그런 말을! 누구도 입에 담지 않은 말을 왜 함부로 꺼내고 그래!”

“아! 미안! 미안!”

허도기가 세외팔국을 자극해서 군대를 일으켰다는 말은 역모에 해당한다. 누구도 그런 말을 듣고는 가만히 있지 못한다. 당장 조사해야 한다.

또 그런 말을 공공연히 하면 공부 허도기를 모함하는 말이 된다. 확실한 증거를 내놓는다면 모를까…… 단지 세상에 흘러 다니는 풍문을 말했을 뿐이라는 변명은 말의 중대성에 비하면 너무 가볍다. 상당히 큰 곤욕을 치를 수가 있다.

말을 한 사람은 급히 주위를 살폈다.

“말조심해, 이 사람아!”

“미안! 미안! 미안! 내가 깜빡 말을…….”

실수로 세외팔국을 입에 담은 사람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세상은 뒤숭숭했다.

아걸은 몽설과 함께 중부로 들어섰다.

“중부님을 뵙습니다. 제가 하인장 소백(小白)입니다.”

낯선 사내가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하인장이라면 총관?”

“중부님께서 따로 자리를 배치해주셔야 합니다만, 당장은 소인이 이백 명을 통솔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아걸이 알았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소백 옆에 있던 여인이 앞으로 나서서 몽설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제가 마님을 모시겠습니다.”

“마, 마님요? 그리고 저는 여기 안 있을 건데요?”

몽설이 눈을 말똥말똥 뜨며 말했다.

몽설은 황궁에 거주한다. 그런데 침모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자신을 모신다고 한다.

“네. 알고 있습니다. 마님. 그런데 중부님과 군주님은 실질적인 부부이시니 마님으로…… 그리고 마님이 가끔 여기 오실 때가 있으실 거라고. 저는 그때를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인이 차분히 말했다.

“이것도 황상께서 말씀하신 거예요?”

“네.”

“하! 참!”

몽설이 혀를 찼다.

중부는 매우 넓다. 거의 칠천 평에 이른다. 저택 안에 연못도 있고 가산도 있다. 그야말로 대저택이다.

“중부, 말로는 들었는데 이거 되게 화려하네.”

“왜? 여기서 살고 싶어?”

“이거 왜 이러세요? 황궁은 여기보다 더 화려하다고요. 내가 그런 데서 사는데 여기서 살고 싶을 거 같아요?”

“왜 갑자기 존대를 하고 그래? 여기서 살고 싶다고 해 봐.”

“왜?”

“내가 방 하나 내줄 수 있는데.”

“호호!”

몽설이 웃었다.

두 사람은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여기 있을 거야?”

몽설이 아걸을 보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아걸에게는 맞지 않는 집이다. 너무 크다.

아걸이 가진 것이라고는 일홀도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아걸이 필요한 것도 일홀도뿐이다. 옆구리에 찬 칼 한 자루면 그만이다. 그것이 세상의 전부다.

그런 사람에게 이런 저택은 정말 맞지 않는 옷이다.

그런데 아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동안 있으려고.”

“며칠? 음!”

몽설이 침음했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허도기가 찝쩍거릴 거야. 어떤 식으로 건드려 올지는 모르지만.”

“공부가 먼저 건드린다고?”

“응. 이제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법은 틀렸으니까 직접 손을 쓰겠지. 몽설, 너도 위험해. 어떤 방법이 될지 모르겠지만 너한테도 위협이 가해질 거야.”

“걱정하지 마. 난 언제든 준비하고 있어.”

“아니, 이번에는 걱정해야 해. 허도기가 직접 손을 쓰는 거니까. 틀림없이 위험할 거고. 그러니 주위에 항상 사람들을 데리고 다녀. 절대 혼자 다니지 마.”

“알았어. 내 걱정은 하지 마.”

몽설이 말했다.

그렇게 자신감을 보였는데, 아걸에게는 여전히 불안한 여자로 보였나 보다.

아걸이 몇 번을 계속해서 신신당부했다. 조심하라고.

다음 날 중부로 한 사람이 찾아왔다.

방문객을 맞이한 사람은 문지기다. 아침부터 태연하게 다가온 사람을 경계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그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새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당장 아걸에게 달려왔다.

“주, 주, 중부, 중부님!”

문지기가 더듬거리는 음성으로 아걸을 불렀다.

아걸은 몽설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몽설을 데리러 취화원 살수들이 왔다. 일곡주부터 삼곡주까지 월영, 소호, 청란이 와있다.

가마도 가져왔다. 호황위 군주에 걸맞은 육인교가 대령 되었다.

아걸은 그들을 잠시 기다리게 하고, 마지막으로 몽설의 옷매무시를 가다듬어 주고 있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러니까 내가 어린애가 된 기분인데?”

“정말로 조심해야 해.”

“내 걱정은 말라니까.”

둘이 그런 얘기를 나눌 때, 문지기가 허겁지겁 뛰어온 것이다.

“저, 저, 저, 저, 저…… 서, 성검문에서…….”

문지기는 말을 잇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순간, 아걸과 몽설이 서로를 쳐다봤다. 성검문이라는 말에 취화원 세 살수도 눈빛을 반짝 빛냈다.

“성검문에서, 성검문에서 비, 비무장을 보내왔습니다.”

하인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

아걸은 웃었다.

몽설도 슬며시 미소 지었다.

“확실히 무인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봐?”

“몽설이 말했다.”

“그러게.”

“이길 수 있지?”

“이길 수 있지.”

“믿어.”

“믿어. 이길 수 있어.”

“나 두 발 뻗고 편하게 있어도 되지.”

“믿는다면서? 그러면 두 발 뻗고 편하게 있어야지. 몽설, 너 믿지 않는구나?”

“믿어. 편하게 있을게. 그럼 준비해. 나 갈게.”

“그래.”

몽설은 일면 서운할 수 있을 정도로 냉정하게 돌아섰다.

비무장이 왔다는데 비무 날짜가 언제인지도 묻지 않았다. 그런 건 대문을 나서기도 전에 소문날 것이다. 지금은 냉정하게 돌아서는 것이 아걸을 위하는 길이다.

아걸이 자신에 대한 염려를 떨쳐버리고 오직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는 천하제일검 공부 허도기다.

이번 싸움은 만인이 주시하는 곳에서 시작될 터이니 도주도 할 수 없다. 반드시 결판이 나야 하며,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할 것이다.

몽설이 의연하게 일어서서 가마에 탔다.

“항시 몽설 곁을 떠나지 말아 주세요.”

아걸이 삼곡주를 보며 말했다.

“상군, 원주님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부디 이겨주세요. 원주님을 위해서.”

청란이 말했다.

팔은 괜찮아요?

이번에는 월영에게 말했다.

“이까짓 팔 하나 뭐 있으나 없으나.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나 좋다는 남자 생길 거니까. 상군, 원주님께 한 말 믿어요. 반드시 이겨요. 앗싸!”

월영이 일부러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마가 떠나갔다.

아걸은 가마를 보낸 후에야 비무장을 펼쳐봤다.

비무장에는 비무 장소와 날짜가 적혀 있었다. 장소는 혈무대이며 날짜는 십 일 후다.

“음!”

아걸은 미간을 찌푸리며 비무장을 들여다봤다.

천하제일검이 중원제일도에게 비무서를 건넸다. 강자가 하수에게…… 내 칼이 강하다니 얼마나 강한지 어디 한번 보자 하고 전한 격이 된다.

“이래서는 안 되지.”

아걸은 붓을 들었다. 그리고 붉은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갔다.

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는 비무장, 혈첩이다. 장소는 혈무대, 비무 날짜는 십 일 후. 허도기가 보내온 내용을 글자 한 자 틀리지 않게 적어넣었다.

하지만 도전자가 다르다.

일홀문의 문주 아걸이 성검문의 문주 허도기에게 보내는 혈첩이다. 또한, 명부판관이 허도기에게 보내는 사망 통보다.

허도기가 보낸 비무장은 무공 대 무공으로 겨루자는 것이다. 순수한 비무 개념이다. 하지만 아걸이 보내는 것은 명부판관이 허도기의 죄를 징계하겠다고 뜻이 담겨 있다.

“이걸 성검문에 전해주세요.”

“성검문이요?”

“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혈첩…….”

소백은 두려운 눈으로 붉은 서신을 봤다.

“괜찮아요. 건네주기만 하면 받을 겁니다.”

아걸이 웃으면서 혈첩을 건네주었다.

* * *

“뭐? 혈첩을? 하하하하!”

허도기는 깔깔대고 웃었다.

자신은 가벼운 마음으로 비무장을 전했다. 아걸이 중부를 받은 이상, 정식으로 건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더는 질질 끌 필요가 없이 끝낸다.

물론 아걸이 물러설 여지도 남겨 두지 않았다.

중부에서 비무장을 받은 이상 반드시 공개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비무를 사양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부가 물러서는 것이 된다. 그러니 맞서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내가 널 죽이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그런데 오히려 아걸이 먼저 치고 들어왔다. 혈첩이라고? 이렇게 되면 세상은 아걸이 성검문주에게 도전한 것만 기억한다. 그렇다. 자신이 보낸 비무장은 혈첩이 아니다.

반면에 아걸이 전한 것은 분명한 혈첩이다. 생사 결전을 원한다. 그것도 일홀문주라는 명호와 함께 명부판관이라는 명호도 기재했다. 허도기의 죄를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후후후!”

허도기는 웃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평범한 비무장 대신에 혈첩을 보내는 건데. 천하제일검이 하수에게 목숨 걸고 싸우자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비무장을 보낸 건데.

명부판관이 성검문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에만 해도 세상 사람들은 성검문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명부판관이 도전을 하나 하고 궁금해했었다. 더욱이 이번에는 명부판관의 적이 허도기라고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다.

허도기도 더는 뺄 수가 없다.

“명부판관이 내 죄를 만천하에 밝힌다. 후후! 내 죄라. 그날 일을 밝히겠다는 거군. 그건 아니지. 조카. 모든 것은 승자의 몫이야. 내 검을 꺾은 후에야 할 수 있는 거지.”

허도기는 웃었다.

“사구정.”

“넷!”

적위군장 사구정이 읍했다.

“적위군을 총동원해서 몽설을 베라.”

“네.”

사구정이 대답했다.

“기습은 안 통할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알고 있습니다.”

“벨 수 있겠어? 혈검인데.”

사구정은 웃기만 했다.

일기장군 하원랑과 적위군장 사구정은 조명십해는 능숙하게 구사한다.

허도기는 그들에게 소축십검에게도 전수하지 않은 조명십해의 진수를 알려주었다.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충직한 수하들이기 때문이다.

“몽설을 베겠습니다.”

사구정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래, 너는 몽설을 베고 나는 아걸을 베고. 날짜는 십 일 후다. 한날한시에 같이 벤다. 그동안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실패는 목숨으로 말해라.”

“넷!”

사구정이 힘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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