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569화 (569/600)

第百四章 제오결투(第五決鬪) (4)

군막(軍幕)이 와락 젖혔다. 그리고 부장이 연을 가지고 들어오며 말했다.

“장군! 연이 올랐습니다.”

조위 대장군은 적군의 동정에 관해 보고를 읽다가 고개를 돌려 부장을 쳐다봤다. 아니, 부장이 들고 온 연을 봤다. 붉은 홍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용연(龍鳶)이다.

용의 얼굴에는 붉은색이 칠해져 있다. 눈은 검은색으로 크게 그려 넣었다. 뿔 색깔은 하얗다.

세간에서 민초들이 흔히 띄우는 용연이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이게 확실하냐?”

대장군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확실합니다.”

부장이 연을 치우고, 왼손을 들어 밖을 가리켰다. 직접 나가서 보라는 거다.

장군은 급히 군막 밖으로 나갔다.

저 멀리 붉은 연이 둥둥 떠 있다. 어린아이가 봐도 용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은 붉은색이고 뿔은 하얗다. 눈동자 색깔은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는다.

“음!”

장이 침음했다.

하늘에 떠있는 용연은 무려 이천 리를 날아왔다. 일 리에 하나씩, 무려 이천 개가 하늘에 띄워졌다.

전병(傳兵), 이천 명이 질서 있게 연을 날렸다.

이천 리 밖에서 띄운 연이 자신의 눈앞에 보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한 시진에 불과하다.

신호 연의 전달 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다.

전병들은 연을 날린 후, 잠시 정지한다. 연을 띄운 채로 자신이 날린 연과 전달받은 연, 그리고 전달된 연이 같은 연인지 확인한다. 신호 연이 정확하게 전달되었는지 확인한 후에야 거둬들인다.

스르르르!

연이 감긴다.

연이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은 겨우 일다경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직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연이 뜨는 즉시 알아챌 수 있었다.

전병들의 목적은 오직 연을 보는 것이다.

연을 놓치거나 다른 연을 띄우면 참형에 처해진다.

연이 다르다는 것은 봉화의 연기를 오 홰 피워야 하는데 일 홰만 피운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경우는 참형도 과분하다. 능지처참이 맞다.

사실, 준비된 연들은 형태가 워낙 달라서 바뀌기가 어렵다.

준비된 연들은 용연 말고도 가오리연이 있다. 몰살당할 것을 각오하며 제자리를 지키라는 명령이다. 선녀가 날개옷을 입고 양팔을 활짝 펼친 것 같은 선녀 연이 있다. 당장 후퇴하라는 명령이다. 또 관우 장군이 등에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듯한 관우 연도 있다. 작은 연 십여 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오르는 줄 연도 있다.

연의 종류가 열두 개이고, 열두 가지 명령을 뜻한다.

그중에서 용연이 떠올랐다.

“황상께서 드디어 허도기에게서 벗어나시나 봅니다.”

부장이 말했다.

“쉿! 조용히!”

“앗! 죄송합니다.”

부장이 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다.

“사람이 어찌 이렇게 경망스러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이거늘!”

“죄송합니다.”

부장이 머리를 조아렸다.

세상은 황상을 병약한 환자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황상은 한시도 정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늘 나라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살폈다.

황상은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토는 넓어졌다. 외적이 먼저 싸움을 걸어왔고, 대응하다 보니 조금씩 앞으로 진군하게 되었다.

황상은 거대한 공사도 일으키지 않았다. 당신의 대에서는 전각 한 채 올리지 않았다.

이러니 재위 동안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도 조위 장군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꼼짝없이 당할 뻔했잖아.”

“물리치기만 했어? 호동 지역까지 빼앗았잖아. 조위 장군이니까 이렇게 한 거지.”

세상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대장군을 칭송할 때도 황상은 콜록콜록 기침만 했다.

사실은 다르다.

모든 전쟁, 모든 싸움에 황상의 지시가 있었다.

이번처럼 신호 연을 쓰기도 하고, 파발을 보내오기도 했다.

공격하라. 수비하라.

황제의 명령이 대장군의 의견과 다르면 이견서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황제는 늘 주변 정세를 정확히 분석했다.

황제가 내린 명령은 이런 정보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전보영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니 하달되는 명령도 늘 시기적절하다.

딱 알맞을 때, 알맞은 명령이 날아온다.

대장군의 연전연승은 분명히 황제의 명령에 기반한다. 황제가 없었으면 그만한 공적을 쌓지 못했다.

“적에게 군량미가 없는 것을 어찌 아시고…….”

“내가 뭘 했나? 전장에서 싸운 사람은 대장군이잖아. 내가 몇 번을 말해. 난 의견 제시만 한 거라니까. 판단과 결정은 오로지 대장군 몫이야.”

황상은 그런 분이다.

황상은 어느 황제보다도 국방에 심혈을 기울였다.

군대가 너무 강건해서 외적이 침입할 엄두가 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허도기가 국군, 백만대군의 무공 사부가 된 것도 그즈음이다.

황제의 군대는 매우 강건하다. 차기 황제가 마음만 먹으면 인근 나라 몇 개 정도는 한 달 이내가 병합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이런 군세를 전쟁에 쓰지는 않았다.

“어느 한쪽이 월등히 강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가 없어. 그러면 된 거지. 싸워서 뭐해?”

사실은 전쟁에 쓰이는 물자를 아끼기 위해서,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그 물자들을 모아서 민초에게 풀었다. 전쟁에서 죽어갈 젊은이들에게 생업을 보장해주었다.

황제는 성군이다. 특별히 한 것이 없지만, 모두가 편하고 잘 살게 해주었다.

황제는 몸이 병약한 대신 현명하다.

늘 주변 정세를 환히 꿰고 있어서 움직임에 여유가 있다.

황제는 세외팔국이 동시에 진격해왔는데도 마주쳐 나가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군대를 움직였지만, 중요 길목을 단단히 틀어막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대장군을 비롯해서 황상의 명령을 받은 장군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 아직은 여유가 있군.

그러면서 아걸을 보내 동영 왜군을 돌려세웠다.

단 한 사람만으로 세외팔국 중 일국을 돌려세웠다. 물론 마무리는 수군도독 진일호가 끝냈지만…… 사실, 그 싸움은 아걸이 끝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황제는 다른 세외칠국에게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그 사이에 토족과 동영 인자가 황궁을 급습했는데…… 이게 또 황제의 위용을 높이는 결과가 되었다.

다오 푼 라야는 토족 제일의 무공이다. 아니, 남만 제일 무공이다. 폭천비류는 동영제일검이다. 동영 부주가 사용한 무공이 아마도 폭천비류일 것이다.

남만과 동영, 양쪽에서 제일 무공을 수련한 사람이 황궁을 들이쳤는데도 오히려 되잡혔다. 그리고 이 둘을 잡은 자는 아걸이 아니다. 호황위 군주다.

중원에는 무시할 수 없는 고수가 득실거린다.

그리고 이제 황제가 마지막으로 결단을 내렸다.

진군(進軍)!

그렇다. 용연이 내린 명령은 공격이다.

아마도 이 용연은 서쪽으로는 서장(西藏), 남쪽으로는 남만, 동북 쪽으로는 여진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대장군에게 용연을 보냈듯이, 그들과 마주 선 장군들에게도 용연이 전해졌다.

세외칠국 모두를 단숨에 제압한다!

“오늘 저녁 먹고 바로 출발한다. 모두 병기만 휴대하고, 식량은 이틀 치 건량만 지참하라고 해.”

조위 장군이 명령했다.

“건량을…….”

“이틀 동안 고생할 테니, 오늘 저녁은 배불리 든든하게 먹여.”

“기습을 생각하십니까?”

“……?”

조위 장군이 부장을 쳐다봤다. 부장의 말에서 ‘힘들다’라는 뜻이 비쳤기 때문이다.

거란은 기마술에 능하다. 관중에 모인 거란인은 십삼만 명이다. 하지만 삼십 만 명은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 모두가 일인일마(一人一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군마를 끌고 왔다. 오죽하면 사람 음성보다도 말 울음소리가 더욱 거세다는 말까지 돌까.

거란족을 상대하는 것은 기마병을 어떻게 상대하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문제가 있나?”

“소수부대 같으면 기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만, 저들은 십삼만입니다. 결국은 정규전이 됩니다. 한데 우리가 가볍게 병기만 휴대하면…….”

“정규전은 이길 수 있나?”

거란인 십삼만에 서역인이 십이 만이다.

그들을 노리고 서쪽으로 진군했다가 북동에서 내려온 여진에게 뒷덜미를 차일 수도 있다.

병력이 문제가 아니다. 저들이 머무는 곳까지 가려면 백삼십 리 길을 달려가야 한다. 이쪽은 경장 차림의 보병, 저쪽은 중무장한 기마병…… 진군이 발각되면 전멸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함곡관에서 수비를 공고히 하는 것뿐이다.

“없습니다.”

부장이 대답했다.

이럴 때, 그는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용연이 떴다. 공격 명령이. 그러면 황제께 여차여차해서 공격은 어렵다고 이견서라도 보내야 하나?

조위 대장군이 말했다.

“이곳은 네가 맡아라. 병력이 이탈한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 성패는 네게 달렸다.”

“저는 장군과 함께 출진하겠습니다. 여기는…….”

“네가 맡아. 싸우는 것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넌 지킬 줄 아는 장수야.”

“알겠습니다!”

부장이 대답했다.

군졸들은 자살 공격이나 다름없는 진군 명령에도 의외로 담담했다.

대장군은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서 싸울 수 있게끔 군사를 조련해왔다.

그 성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 같다.

군졸들은 태연히 갑옷을 벗었다. 백오십 리 길을 달려가려면 무거운 소지품은 버려야 한다. 병기도 도끼 같은 중병은 버리고 검 위주로 소지한다.

군졸은 진형에 맞게 병기가 지급되는데, 지금은 모든 관례를 무시한다.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움직이고 있어. 이게 장군의 군사들. 후후!’

출정 명령이 떨어진 장군이나 군졸 중에는 허도기에게 충성하는 자들도 있다. 틀림없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싸움만 생각한다. 그만큼 힘든 싸움이다.

역심을 품은 자들이 중간에서 이탈하거나 저들 편에 서서 검을 거꾸로 들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수비만 하는 데도 늘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 같은 공격은 더 위험하지 않을까?

장군은 백삼십 리 길을 뛰어갈 생각이다. 관중 어느 구석에 있는 적들 앞에 설 때는 새벽이 될 테고…… 캄캄한 밤에 적에게 야습을 건다.

그때는 간자도 검을 거꾸로 들지 못한다.

적아(敵我)의 구분이 명백해진다. 경장을 한 자는 아군, 그렇지 않은 자는 적이다. 그 외에 ‘허도기의 수하’ 같은 조건은 말끔히 사라진다.

장군은 일부러 관중 돌파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게 최선일 수도 있겠어.’

부장은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진군은 정해졌다. 황상 말대로 판단과 결단은 전장 앞에 선 장수 몫이다.

‘음! 황상!’

조위 장군은 눈을 감았다.

용연은 도성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천 리를 날아와 대장군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군(進軍)!

진격 명령, 적을 공격하라는 명령이 황상의 입에서 떨어졌다. 허도기가 만든 술수를 분쇄하라는 명령이다. 세외칠국을 무너트리라는 명령이지만, 허도기를 무너트리라는 말과도 같다.

그토록 허도기를 아꼈는데, 이렇게 버리자니 얼마나 애통할까.

황상은 허도기의 역심을 알면서도 지켜보았다.

“천하제일인이야. 그런 말을 아무나 듣나? 그런 사람이 황제가 되는 것도 괜찮지 않아?”

황제는 농담처럼 말했다.

원래 황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역모를 일으켜서 성공하면 바로 황상의 씨가 된다. 기왕이면 쥐도 새도 모르게 들이쳐서 ‘아! 이렇게도 당할 수가 있구나’ 하고 경악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황제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조위 장군은 그러지 못했다. 허도기가 역모를 일으킨다면 그것을 제지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그래서 허도기와 부딪혔다.

황제도 이 부분은 간여하지 않았다.

허도기가 힘으로 야망을 이뤄나가고, 조위 장군은 힘으로 분쇄한다. 허도기가 승리하면 조위 장군이 패하는 것이고, 조위 장군이 승리하면 허도기는 역모죄로 처단된다.

황제가 조위 장군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준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사람의 다툼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 당시, 황상은 정말로 허도기에게 나라를 빼앗겨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졌던 듯하다. 태자나 황자보다는 허도기가 더 황제답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황제는 오음절맥에 매우 시달렸다. 몸도 많이 쇠약해졌다. 그만큼 마음의 고통이 심했던 것이다. 허도기에게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지켜봤는데…… 이제 드디어 손을 놓는다.

“마음속에 사심을 숨긴 사람은 결코 정도를 걸을 수 없어. 정도로 위장할 수는 있지만, 정행(正行)은 하지 못해. 아걸은 정심(正心)을 품고 있으니 정행(正行)을 할 수 있는 거고. 황상께서 그걸 보신 거야. 그래서 허도기에 대한 미련을 놓으신 거고. 아걸에게 저 용연을 띄워졌구나.”

조 장군은 묵묵히 갑옷을 벗었다.

오늘 밤부터 백삼십 리를 질주한다. 우선 몽골족 십삼만을 치고, 계속 질주해서 대산관으로 간다. 서역 십이 만 명을 곧바로 들이쳐야 한다.

함곡관에 있는 군사는 겨우 오만.

그들 모두 나서지도 않는다. 그중에 정예병 일 만만 움직인다. 일만 대 십삼만이다. 말도 안 되는 싸움이지만…… 할 수 있다.

파팟!

조 장군의 눈빛은 빛났다.

이럴 때는 대비해서 필승 전략을 수립해 놨다. 지금부터는 불벼락처럼 들이치면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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