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百六章 전심전력(全心全力) (1)
싸움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런 물음을 던지면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답변이 있다.
힘을 키우면 되지.
힘!
힘이라고 불리는 요소는 무척 많다.
가장 기본적인 힘은 근력이다. 무인이라면 진기를 먼저 생각한다. 병기술을 수련한 후에는 병기의 유용함을 떠올린다. 물론 초식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서 싸움 기술이 된다.
무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양성하는 게 힘이다.
이러한 힘을 추구하다 보면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색다른 요소를 가미시키기도 한다.
독물로 근육을 자극하는 것, 인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는 생각하지 않고 진기를 끌어내는 것, 진기를 한순간에 응축시켜서 폭발시키는 것…….
흔히 마공이라고 부르는 공부다.
마공은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안긴다. 마공으로 발휘하는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도 충분히 치러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도 앗아간다.
분뢰절맥은 분명히 마공이다.
분뢰절맥 역시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힘을 끌어낸다.
분노!
분노는 감정이다. 하지만 분노를 제대로 일으키면 근력이나 진기, 병기의 유용함이 배가된다.
흔히 화가 치밀어서 눈이 뒤집힌 자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미친놈은 피하고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인데…… 이것이 분노의 힘이다.
분노를 무공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절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분노는 강력한 힘이지만, 주의를 산만하게 만든다. 분노가 일어나면 주위를 냉철하게 지켜보는 힘이 사라진다. 분노에 휘둘려서 검을 쳐내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을 수도 있다.
그러니 분노는 철저히 통제되어야 한다.
통제된 분노는 진기를 강하게 끌어내면서도 상황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 강력한 불길이 사방을 휩쓸지만, 안은 냉정하고 고요하게 가라앉아있다.
이것보다 좋은 공부가 어디 있나.
파츠츠츳! 파츠츠츳!
진개는 분뢰절맥을 극성으로 일으켰다.
분뢰절맥은 심장 박동을 상승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진기를 끌어내어 심장을 무리하게 쥐어짠다. 그러면 동맥이 긴장한다. 이러한 현상은 내분비물(內分泌物)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러한 변화를 좌뇌로 집중시킨다.
화가 나면 일어나는 현상을 역으로 추격해서 건드린 것이다.
화가 일어나면 신체 변화가 진행된다. 신체 변화를 화에 맞춰서 일으키면 화가 일어난다. 현상을 보고 믿는 것과 믿은 후에 현상을 일으키는 차이다.
진기로 뇌의 좌측 반구를 자극하면 매우 강렬한 화가 치솟기 시작한다. 뇌가 흥분 물질을 분비하도록 몸에 지시한다. 어느 것보다 우선한 명령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냉철한 이성을 유지한다.
이쪽 갈래 역시 뇌를 자극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뇌의 어느 부분을 자극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화가 치밀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화를 가라앉혀야 한다. 머리로 쏠린 불길을 밑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즉, 수승화강(水昇火降)이다. 물은 진기, 진기를 독맥(督脈)으로 이끌어서 백회혈(百會穴)까지 단숨에 몰아친다.
진개의 진기는 두 갈래로 갈라졌다.
화가 일어난다. 난폭한 화는 아니다. 지극히 절제된…… 분노의 힘만 빌린 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어떤 화든 화는 화…… 화가 나서 미치겠다.
‘인간 잡종들, 쓰레기 같은 인간들!’
이런 자들이 자신에게 검을 들이대고 있는 상황이 미치도록 화가 난다.
진개를 거칠게 튀어 나가려는 분노를 꽉 붙잡았다.
외면은 너무 뜨겁고, 내면은 너무 차다. 분노는 난폭하고, 분노를 제어하는 힘은 얼음처럼 차다.
이 힘을 검에 싣는다.
뛰쳐나가려는 힘과 억누르는 힘이 검에서 충돌한다.
파르르르!
검이 떨린다. 분뢰절맥을 사용하면 당장 검음이 일어난다. 닭이 홰를 칠 때보다도 거친 울림이 터진다.
‘우선 네 놈!’
진개는 쌍겸을 노려봤다.
쌍검은 여섯 명 중에서 가장 난폭한 무공을 사용한다. 크게 신경 쓸 무공은 아니지만, 공격해 오는 낫을 보면 눈앞에서 파리가 윙윙거리는 거 같아 참기 힘들다.
“귀찮아!”
진개는 쌍겸에게서 매우 강한 분노를 느꼈다.
무공도 변변치 못한 놈이 감히 호랑이에게 덤비는가. 이런 놈은 가차 없이 베어야 한다.
“죽인다. 죽인다!”
진개의 입에서 이빨 저미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분뢰절맥이 극성을 향해 치달았다.
백회혈까지 치솟은 진기는 분노를 들여다보기만 할 뿐, 건드리지 않는다.
스슷!
쌍겸도 낫을 나 투자를 단단히 고쳐잡았다.
진개가 떠올린 분뢰절맥이 심상치 않다. 다음 공격에는 필살 절기가 실릴 것이다. 더욱이 놈이 직접 자신을 겨냥했다는 사실이 본능적으로 감지되었다.
‘하는 짓은 미친놈인데…….’
가만히 검을 들고만 있는데도 거센 바람에 휘말리는 문풍지처럼 검이 떨어댄다. 분뢰절맥을 수련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오싹 끼친다.
엄청난 분노, 아니 살기다. 다음 공격에서는 반드시 피를 볼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조심해라!”
장태전이 말했다.
손에 쥐고 있는 돌멩이를 쉴 새 없이 달그락거리는 것이 무척 긴장한 듯하다.
분뢰절맥은 아걸에게 한쪽 팔이 잘려서 조명십해를 잃어버린 진개에게 옛 무공을 되찾아주고자 전수한 마공이다. 분뢰절맥을 수련하면 조명십해를 수련했을 때와 엇비슷한, 또는 그보다 뛰어난 무위를 떨칠 수 있다고 봤다.
이것은 천하제일검 허도기의 판단이다.
허도기가 분뢰절맥과 조명십해를 같은 선상에 놓고 봤다는 거다.
물론 두 무공이 같을 수는 없다. 분뢰절맥은 단발성이고, 수련을 거듭한다고 해서 강해지지 않는다. 아니, 수련을 거듭하면 절대 안 되는 마공이다.
분뢰절맥을 펼치기 위해서는 마단을 복용해야 한다. 올바른 정신으로는 뇌 자극을 견뎌내지 못한다. 머리에 가해진 자극은 뇌혈관을 터트릴 위험이 크다. 마단은 뇌에 가해진 압력과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해준다.
분뢰절맥은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무공이다.
반면에 조명십해는 수련하면 할수록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팔이 잘리기 이전의 조명십해와 분뢰절맥이 엇비슷하다는 것이지 공부 입장에서 봤을 때는 거들떠볼 필요도 없는 매우 하찮은 마공일 것이다.
어쨌든…… 진개가 펼치는 분뢰절맥은 소축십검이 온전했을 때 펼치는 무위와 전혀 다르지 않다.
파아아앗!
진개가 한 점 번갯불이 되었다.
무엇인가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싶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소름 끼치는 검음만 들린다.
쒜에에엑! 쒜에엑!
좌측에서, 우측에서…… 사방에서 검이 울어댄다. 어느 쪽에서 공격해 오는지 모르겠다.
“후웃!”
쌍겸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진개가 공격해 온 것은 확실한데…… 그를 놓쳤다. 일순,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장태전이 뒤로 물러나며 돌멩이를 던졌다. 비석탄이 허공을 찢으며 날아간다.
쒜에에엑!
황열도 즉시 승표를 던졌다.
쌍겸은 진개를 보지 못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진개가 보였던 모양이다.
까앙! 깡! 깡!
진개가 비석탄을 퉁겨냈다. 황열이 던진 승표도 가벼운 손짓으로 떨궈냈다. 이 정도 공격은 예상했다는 듯이…… 아니, 그보다 더욱 빠르게 신형을 쏘아냈다.
쒜에에에엑!
하늘에서 검이 떨어진다. 유성이 내리꽂힌다.
“후욱!”
쌍겸은 급히 낫을 쳐들었다.
까앙! 깡!
검과 낫이 마주쳤다.
순간, 쌍겸은 두 손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낫을 들어 올린 느낌이 아니다. 무를 들어 올린 기분이다. 저쪽은 검, 나는 무…… 단번에 무가 잘려나간다. 꼭 그런 기분이다.
‘응?’
쌍겸은 실제로 잘린 낫이 훌훌 날아가는 것을 봤다.
쒜에에엑!
검이 가슴을 가르고 들어왔다.
방어에 실패했음을 알고 급히 몸을 물렸지만…… 아무래도 늦은 것 같다. 쏟아지는 검광을 모두 피해내기는 힘들다. 처음, 진개의 신형을 놓친 게 결정적 패인이다.
퍼어억! 파앗! 파아아앗! 휘익! 쿵!
핏물이 솟구쳤다.
쌍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킥! 킥킥!”
진개가 득의에 차서 웃었다.
은거 무인들은 웃지 못했다.
진개가 분뢰절맥을 수련했다면 당연히 그 무공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당연하다. 그래서 살펴본 끝에 분뢰절맥이 뇌를 건드리는 마공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진기나 근력을 급상승시키는 무공이 아니라 분노를 유발해서 사람을 미쳐 날뛰게 하는 마공이다.
그런 마공이라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감정이 검을 더 빠르게 하지는 못한다. 분노가 일신에 깃든 진기를 최상의 상태로 끌어낼 수는 있지만,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더 강한 힘을 펼쳐내지는 못한다.
은거 무인들은 진개의 무공을 정확히 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이 전혀 다르다. 진개의 좌수검은 은거 무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다. 아니, 어른과 어린아이 정도의 수준 차이가 난다.
스읏!
진개가 검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 검이 가리키는 사람은 장태전이다.
장태전은 양손 손가락 사이사이에 돌멩이를 끼웠다. 왼손에 네 개, 오른손에 네 개, 모두 여덟 개의 돌을 끼울 수 있다.
‘오단연타(五段連打)!’
장태전은 양팔을 가슴에서 엇갈려 비스듬히 세웠다.
그때, 옆에 있던 황열이 재빨리 승표를 던졌다.
누가 봐도 좋은 기회다. 진개는 분노에 휘말려서 옆을 보지 않는다. 오직 장태전만 노려보고 있다. 옆이나 뒤에서 공격하면 쉽게 무너트릴 수 있어 보인다.
쒜에에엑! 쒜에엑!
쾌속하게 날아간 승표가 진개의 두 다리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키키키!”
진개는 몹시 화난 듯 키득거렸다. 그리고 오른발을 들어서 날아오는 승패를 냅다 걷어찼다. 순간,
휘리릭!
승표가 방향을 바꾸더니 단번에 위로 쳐들린 오른발을 휘감았다.
진개의 움직임은 매우 느리다. 황열이 작심하고 오른발을 낚아챈 이상 걸려들지 않을 수 없다.
촤악!
승표가 어김없이 오른발을 휘감았다.
‘됐어!’
황열은 칭칭 감긴 승표를 냅다 잡아당겼다. 한데!
“킥킥! 킥킥! 어리석은!”
진개는 이런 상황을 예측한 듯 키득거리며 웃었다. 비웃음이다. 동시에 오히려 그가 오른발을 휙 끌어당겼다.
“훅!”
황열은 상체를 크게 꿀렁이며 휘청거렸다.
황열은 두 손에 전신 진기를 운집하고 있다. 그런데도 단지 오른발을 살짝 움직인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뭔가? 진개의 무공이 왜 이렇게 강해졌나? 진개가 자신들은 장난감처럼 다루고 있지 않은가!
타탁! 타타타탓!
장태전이 재빨리 비석탄을 쏘아냈다.
손가락 사이에 낀 돌멩이가 섬광처럼 날아갔다.
장태전은 비석탄을 연이어 다섯 번이나 쳐냈다. 돌멩이 여덟 개가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날아갔다. 모두 사십 개가 한 덩어리처럼 쏘아졌다.
“하찮은 벌레들이!”
진개는 거친 말을 쏟아냈지만, 앞으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황열이 휘청거리며 끌려갔다. 아니, 끌려가다가 잡아당기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땅에 쓰러졌다. 그 상태로, 쓰러진 채로 질질 끌려갔다.
황열은 승표를 놓지 않는 한 계속 끌려갈 것이다.
진개에게는 오른발을 휘감은 승표 따위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 듯했다. 오른발에 승표가 감겨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움직였다.
스슷! 스스슷!
뒤로 물러서서 퇴로를 막고 있던 한항, 고사, 나통이 앞으로 나섰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쌍겸과 장태전이 진개를 잡아챘어야 한다. 두 명이 합공하면 쉽게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소축십검의 위명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신들 역시 아걸을 상대하면서 장족의 발전을 이뤄왔다.
한데, 세 명이 합공을 펼치면서도 오히려 밀린다.
토탄사의 비석탄은 진개에게 통하지 않는다.
빨갛게 달궈진 숯덩이를 던지는 것과 진배없는데도 진개는 장난감처럼 쳐낸다.
황열은 승표로 오른발을 묶어 놓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워낙 진기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내공이 엇비슷한 고수끼리는 이런 식으로 끌려가지 않는데…… 지금은 형편없이 끌려간다.
이대로 놔뒀다가는 장태전과 황열이 당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키키키! 키킥! 한심한!”
진개는 세 사람이 나서는 것을 보고도 키득거리며 웃었다.
진개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두 눈은 노기로 인해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살기가 미친 듯이 뻗어 나온다. 검에 귀기가 스며있는 느낌이다.
파랑! 파랑! 파랑!
그가 들고 있는 검이 바람도 없는데 문풍지처럼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