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578화 (578/600)

第百六章 전심전력(全心全力) (3)

“쌍겸!”

진개가 쓰러지기 무섭게 황열이 쓰러져 있는 쌍겸에게 날아갔다.

쌍겸은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쌍겸 주위는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아니, 아직도 가슴에서 붉은 핏물이 뭉클뭉클 쏟아져 나왔다.

황열이 급히 지혈산을 꺼내 상처에 흩뿌렸다.

“정신 차려라. 이대로 죽으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황열이 중얼거리면서 거름종이에 쌓인 단환을 꺼내 쌍겸이 입에 집어넣었다.

단환은 곧 청아한 향기를 남긴 채 목구멍 안으로 사라졌다.

타타탁! 타타타탁!

황열은 급히 쌍겸의 전신 요혈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상처 주변 부위를 타격해서 더는 피가 흘러내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생사가 어떤지 유심히 살폈다.

쉬잇!

한항이 황열 옆에 내려섰다.

“상처는 어때?”

“몰라.”

“음!”

한항이 신음을 흘렸다.

황열은 은거 무인 중 의술이 가장 깊다.

무인치고 의술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무공이 어느 깊이로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의술을 알아버린다.

진기를 활용하려면 각종 경맥에 대해서 환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경맥을 살피다 보면 의원이 사용하는 침 자리, 뜸 자리와 무인이 활용하는 사혈, 마혈, 혼혈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침놓는 방법이나 뜸 뜨는 방법도 깨닫는다. 지금처럼 위급할 때 목숨을 구해주는 구명혈(救命穴)도 스스로 깨우친다.

황열은 거기서 한 발 더 들어가 의원의 깊이까지 경혈을 탐구했다.

황열은 의원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매우 뛰어난 의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황열이 ‘모른다’라고 말한 것은 무언으로 말한 게 아니다. 의원으로 말한 것이다.

쌍겸의 생사가 불확실하다.

“이런! 적당히 맞으라니까.”

장태전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옷소매로 쑥 문지르며 말했다.

쌍검은 진개의 검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하지 않았다.

은거 무인 여섯 명이 진개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이십사위문 문주 여섯 명이 싸우고자 달려든 것보다도 훨씬 압박감이 크다. 그들 열 명이 합공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진개도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경우, 진개는 성검문의 무공인 조명십해를 펼치지 않는다. 이런 압박감이라면 단숨에 분뢰절맥을 꺼내 든다. 그가 지닌 최강 무공을 펼쳐야 한다.

모두 다 계산된 행동이었다.

여섯 명이 합공 형태로 공격을 진행한 것부터가 진개에게 분뢰절맥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은거 무인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진개에게 당하지 않는다.

진개를 눕힐 수는 없지만 쓰러지지도 않는다. 절정고수가 여섯 명이나 있지 않나. 여섯 명이 사방을 둘러싸고 서로 합공을 이어간다면 천하의 진개라고 해도 쉽게 상대하지 못한다.

실제로 진개를 분뢰절맥을 일으키고도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못했다. 한 명을 집중해서 공격할 경우, 다른 쪽에 허점이 드러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하지만 그런 싸움이라면 원하는 결말이 나지 않는다.

징계를 사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진개를 죽이는 것도 목적이 아니다. 진개의 무공인 분뢰절맥을 만인 앞에 드러내는 것이 그를 찾아온 목적이다.

산속 주점에 있는 몇몇 사람에게 보인다는 뜻이 아니다. 만천하에 분뢰절맥을 드러내야 한다.

아걸이 말한 부탁은 그것이다.

진개를 죽이는 것은 차라리 건드리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를 생포한다고 해도 막상 그가 부인하면 분뢰절맥을 증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분뢰절맥의 부작용을 끌어낸다!

소축십검을 상대하는 것만 해도 벅찬데, 마공의 부작용까지 끌어내라니. 멀쩡한 사람을 주화입마로 유도하라니. 이런 주문은 진개를 생포하라는 말보다도 훨씬 어렵다.

아걸이 그런 부탁을 했다.

- 초가평과 싸울 때, 조명십해가 이상하다 싶었어요. 마기 같은 게 느껴져서.

- 마기라니? 잘못 느낀 거 아냐? 소축십검이 마공을 손댈 리 있나. 천하무적 조명십해를 알고 있는데.

- 진개가 팔이 잘릴 즈음인가? 소축십검이 특별연공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그때 마단을 복용한 것 같습니다.

- 확실해?

- 확실합니다. 아무래도 소축십검이 마공에 손댄 것 같아서 잘 살펴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진개가 좌수검으로 분뢰절맥을 선택했다는 답이 왔습니다.

- 소축십검이 마공을?

- 이건 뭐 굳이 성검문에서도 비밀로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성검문에서 그것도 소축십검이 마공을 수련했다. 마단을 복용했다. 이걸로 허도기를 징치할 겁니다.

- 뭐야? 그게 허도기를 징치하는 이유야? 이십 년 전 사건이 아니고?

- 그런 증거가 있을 리 없죠. 취화원과 적랑대가 그토록 뒤졌는데도 찾지 못한 증거 아닙니까. 제 증거는 취화원에서 나오잖아요. 취화원이 모르면 저도 몰라요.

- 알지. 그래도 명부판관 이름으로 도전했기에 혹시 뭔가 수습한 것이 있나 싶었지.

- 아무 증거도 없어요.

- 음! 좋아! 잡아보지. 진개를 잡아서 비무가 벌어지기 전까지 성검문으로 가지.

진개의 몸은 성검문이 마인 손에 장악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쌍겸은 가슴에 검을 맞았다.

분뢰절맥을 극성으로 터뜨리는 것, 주화입마를 유도하려고 일부러 피를 뿜었다.

고수든 하수든 피를 보면 흥분한다. 사람이라면 흥분한다. 피를 자주 접하는 사람도 일정한 반응을 띄우게 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마공 분뢰절맥 같은 경우, 앞에서 피가 튀면 당장 화가 두 배, 세 배 더 높이 치솟는다. 평범하게 검을 맞는 것보다 과격하게, 눈에 확 띄게, 피가 뒤집힐 정도로 흥분되게 당할 필요가 있었다.

쌍겸은 일부러 검을 맞았다. 여섯 명 중에 자신이 나서서 검을 맞겠다고 했다. 진개의 평상심을 깨는 데는 자신이 제일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 가지…… 쌍겸이 이토록 심하게 검을 맞는 것은 계산에 없었다.

그저 일 검을 얻어맞고 비틀거리면서 물러나는 것 정도? 그 정도만 계산했다.

쌍검은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쌍검은 혈투박(血鬪拍)에 능하다. 근접전의 달인이다. 혈투박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낫이 아니다. 두 발…… 환환미종보(幻幻迷從步)라는 신법이다.

혈투박은 환환미종보가 전부다. 다만 낫의 움직임이 섬뜩해서 모두 낫에 눈길을 빼앗길 뿐이다. 정작 무서운 것은 방향을 종잡지 못하는 움직임이다.

쌍겸의 최후 구명 절초다.

환환미종보라면 아걸 같은 초절정 고수와 싸워도 오 할 승률로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아걸이나 허도기, 동영 두주 같은 사람과 싸워서 절대적인 위기에 처했어도 두 번 중 한 번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신법을 지녔는데, 멀리서 달려드는 진개에게 당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실, 이번 일을 쌍겸에게 맡긴 것도 그에게 환환미종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통이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쌍겸은 환환미종보를 펼치지 않았다. 진개의 검에 온몸으로 부딪쳐갔다.

쌍겸은 죽을 결심을 했다.

이만한 정도의 타격이 아니면 분뢰절맥의 차분함을 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화입마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매우 강렬한 자극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개는 분뢰절맥을 성검문 밀실에서 수련했다.

그 수련은 분뢰절맥을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한 수련이 아니다. 마공을 통제해서 주화입마에 걸려들지 않기 위한 수련이다. 어떤 경우에도 화와 냉정함을 분리하는 수련이었다.

일단 그런 수련을 거치면 사흘 밤낮을 싸워도 주화입마에 걸려들지 않는다.

단단한 성벽을 깨는 것보다 더 힘든 작업…… 그것을 위해 목숨을 던졌다. 처음부터 그럴 각오로 환환미종보만이 놈의 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이다.

타타탁! 타탁!

황열은 계속해서 쌍검의 혈도를 치고 또 쳤다.

혈도를 타격하면 피의 공급이 매우 원활해진다. 자칫, 상처가 벌어지면서 지혈이 깨질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쌍검의 가슴에서는 더는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지혈이 완벽하게 이뤄졌다. 늑골이 부러지고, 장기 일부가 베였지만 심장은 무사하다.

‘목숨을 건질 수 있어! 아니, 건져야 해!’

타타타탁! 타타타탁!

진기 실린 손끝이 쌍겸의 혈도를 치고, 문지르고, 비볐다. 추궁과혈(推宮過穴)이 끝없이 이뤄졌다.

‘이런 놈 하나 잡자고.’

지당검 고사는 진개의 오른발에 감긴 승표를 풀었다. 그리고 풀어진 줄로 진개의 두 팔을 등 뒤로 묶었다.

진개는 기식이 엄연하다. 뇌에 핏줄이 터졌으니 당연하다.

어쩌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정신이 들겠지만, 그때도 예전의 진개는 아니다. 반신마비는 피할 수 없고 전신 마비도 고려해야 한다.

아니다. 십중팔구 죽는다.

마공을 펼치다가 뇌혈관이 터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수많은 마인 중에 뇌가 터지고도 살아난 사람은 없다. 마공에 의한 혈관 손상은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진개도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타타탁! 타타타탁!

고사는 진개의 요혈을 타격했다.

황열이 쌍겸을 살리기 위해 추궁과혈을 시전한다면, 고사는 진개의 사망을 늦추기 위해서 추궁과혈을 펼친다.

진개의 몸은 그가 마공 분뢰절맥을 사용하다 쓰러졌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말해준다.

진개는 왼손으로 검을 잡고 있다. 혼절해서 쓰러진 지금도 검을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손등에 핏줄이 지렁이처럼 꿈틀꿈틀 피어나 있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인데도 굵게 튀어 오른 핏줄이 가라앉지 않는다.

더욱이 핏줄 색깔이 옅은 검은색이 아니라 선홍처럼 붉다. 너무 붉어서 단번에 시선을 잡아당긴다. 핏줄이 살 속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붉은 물감으로 살 위에 그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핏줄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마단의 영향이다.

분뢰절맥을 수련하면서 복용한 마단은 핏줄의 팽창을 의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혈관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풀어 올라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

혈관 팽창은 완전히 숨이 끊어진 후에야 가라앉는다. 아니면 뇌의 자극을 멈췄을 때 가라앉거나. 지금처럼 뇌혈관이 터진 상태라면 앞으로도 계속 부풀어 오르기만 할 것이다.

이것이 분뢰절맥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걸은 이 싸움이 허도기와의 싸움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개가 마공을 수련한 사실만 밝힌다면 성검문주도 응당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진개의 시신을 들이민 다음, 성검문을 뒤질 것이다.

정문부터 뒷문까지 모두 뒤질 것이다. 정도 무림이 마공의 출처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성검문주는 수색이 끝날 때까지 물러서 있으라고 요구할 생각이다.

성검문주의 직제자, 소축십검이 마공을 수련했다면 허도기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진개가 어디서 마공을 얻었으며, 어떻게 수련했는지 분뢰절맥에 대해 모든 것을 밝힌다. 아니, 그러한 이유를 제시하면서 이십 년 전의 단서가 성검문에 남아있는지 찾는다.

진개만으로도 허도기를 몰아붙일 수 있지만, 이십여 년 전의 사건을 들춰낼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진개가 마공을 수련한 장소는 성검문 밀실이다. 그러니 밀실부터 뒤진다. 그곳에는 좌수검을 수련할 때 쏟아낸 흔적들이 석벽에 새겨져 있다. 혹은 목인(木人)이나 석인(石人)에 박혀 있다.

타타탁! 타타타탁!

고사는 부지런히 진개의 요혈을 타격했다.

뇌 손상이 번지는 것은 막지 못한다. 막을 이유도 없다. 다만 죽지만 않으면 된다.

“하!”

황열이 한숨을 토해냈다.

“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고사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즉시 물었다.

“간신히 목숨만 살렸어.”

“그래? 천만다행이지. 난 꼼짝없이 당한 줄 알았는데.”

“그쪽은 어때?”

황열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몰라. 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거야 원 머릿속이 터졌으니 알 수가 있나.”

“살려야지. 그놈 잡자고 쌍겸이 목숨을 던졌는데.”

황열이 다가와 진개를 진맥했다.

“다행히 죽지는 않겠네. 깨어나기는 힘들겠어. 볼일 마치면 보내주는 게 나을 것 같아.”

황열이 진개의 생사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심드렁하게 말했다.

“비무 때까지 갈 수 있을까?”

고사가 진개를 업으며 말했다.

“가야지. 가장 중요한 증거를 손에 쥐었는데, 써먹어야지. 그러자고 쌍겸이 목숨을 던진 거잖아.”

“정신은…… 못 차리나?”

고사가 황열 등에 업힌 쌍겸을 보며 말했다.

“일부러 혼혈을 풀지 않았어. 정신을 차릴지 말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차라리 이렇게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마을에 도착하면 천천히 풀지 뭐.”

황열이 쓴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그들이 있는 산속 주막에서 초도성까지는 반나절 거리다. 비무는 내일 시작하니 시간상으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어쩐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가자고.”

장태전이 돌멩이를 챙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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