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579화 (579/600)

第百六章 전심전력(全心全力) (4)

“진개가 잡힌 것 같습니다.”

사구정이 말했다.

“잡혔으면 잡힌 것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같습니다는 뭐야? 무슨 말이 그래?”

허도기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고 풍문으로 들은 말이라서…… 관계된 몇몇 사람에게는 확인했지만, 아직 제 눈으로 본 것은 없기에 말을 흐렸습니다.”

“본 것이 없다?”

“네.”

“들은 것뿐이란 말이지. 어떤 내용이야?”

“산속에 작은 주루를 차려놓고 오가는 길손을 대상으로 해서 술을 파는 집이 있는데, 진개가 자주 애용한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낯선 자들 여섯 명과 결투를 벌였다고 하는데…… 그들이 사용한 병기가 낫, 승표, 돌멩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걸 곁에 있는 놈들이 맞군.”

“네. 소문을 흘린 자들, 객잔 주인. 이렇게 몇몇에게는 사실 확인을 끝냈습니다.”

허도기는 사구정을 힐끔 쳐다봤다.

결투를 목격한 자들을 심문까지 하고도 직접 본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내.

“그럼 싸운 게 맞겠군. 그런데 방금 잡혔다고 했나?”

“네.”

“그건 좀 이상해. 진개가 졌다고? 진개가 졌다…… 그들 여섯 명이라도 진개를 누를 수는 없을 텐데.”

허도기가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찡그렸다.

분뢰절맥은 자신이 직접 전수한 마공이다. 분뢰절맥의 위험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 마공을 아무에게나 던져줄까.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전수한다.

진개는 분뢰절맥을 소화할 수 있는 기재다.

그 당시, 살아남은 소축십검 세 명을 소환해서 밀실에 집어넣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은 소축십검 중 누구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마공까지 전수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든든하게 보위해줄 수하들이다. 아니, 그들과 함께 살아온 나날이 몇 날인가. 그 많은 세월 동안 숨을 맞춰왔으면 수하라기보다는 피붙이에 가깝다.

진개는 특히 애착이 더 많이 간다.

진개라는 말은 쓰레기라는 뜻이다. 이뢰라는 본명은 잊히고 쓰레기라고 불린다. 그렇다고 그가 정말 쓰레기는 아니다. 허도기의 뒷정리나 하고 다닌다는 것을 비하해서 부른 말인데…… 사실은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어떤 일을 행했을 때 혹여 실수가 없는지, 남긴 것은 없는지 뒤를 말끔히 정리해주는 사람.

이것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존재가 어디 있나.

한쪽 팔을 잃은 진개에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준 것이 분뢰절맥이다. 마공을 전수하면서 말은 호되게 했지만, 팔을 잃기 전보다 더 강한 무인이 되기를 바랐다.

그를 버리기 위해서 마공을 전수한 것이 아니라 마공의 특성까지 넘어서는 무인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만류귀원(萬流歸元), 정상에 올라서면 모든 무공이 합일된다. 마공, 사공, 정종 무공의 구분까지 사라진다.

진개가 분뢰절맥을 제대로 펼쳤다면 은거무인 쪽이 오히려 당했을 것이다.

“술이나 먹고 잠이나 퍼질러 자더니…… 쯧!”

허도기가 혀를 찼다.

확실히 진개는 분뢰절맥의 오의를 깨닫지 못했다. 분뢰절맥을 능숙하게 구사할 수는 있었지만 절정지경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만약 절정지경에 들어갔다면 초가평처럼 자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사나운 말을 내뱉었을 것이다.

“진개가 잡혔다는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봐.”

“풍문에 의하면 두 손을 결박당한 채 끌려갔다고 합니다.”

“포박…… 분뢰절맥을 펼쳤는데, 포박? 하하하! 하하하하!”

허도기가 앙천광소를 터트렸다.

아걸의 속셈을 읽었다. 진개를 왜 잡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원랑도 지고 진개도 지고. 왜들 이래? 왜 모두 펑펑 나가떨어져? 사구정. 넌 믿을 수 있나?”

“말씀을 주십시오. 누구든 정리하겠습니다.”

허도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리해야지. 비무가 내일이야. 어차피 아걸은 내 손으로 정리해야 하니까. 내일 사람들이 상당히 모일 거야. 그중 여섯. 진개를 잡은 여섯 명, 내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사구정이 말했다.

“확실히! 정리해!”

허도기가 다짐하듯 다시 말했다.

“이미 초도성으로 오는 길목을 막아놨습니다. 수하들이 그들을 막을 순 없겠지만, 들어오는 것은 탐지할 수 있습니다.”

사구정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자들, 초절정 고수들이야. 아걸에게 특훈을 받은 것이나 진배없다고. 벨 수 있겠어?”

사구정은 대답 대신에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허리를 숙였다.

“하하하!”

허도기가 만족한 듯 크게 웃었다.

“사령.”

“네.”

사령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더는 황제를 살려줄 수 없겠어. 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뭔가가 부드럽게 흘러야 하는데 말이야. 억지로 둑을 쌓고, 물길을 틀고…… 이런 거는 마음에 안 드는데 말이야.”

“…….”

사령은 침묵했다.

드디어 허도기도 칼을 뽑으려고 한다. 황제가 먼저 칼을 뽑았으니 허도기가 대응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니, 너무 늦었다. 예전의 허도기라면 벌써 검을 뽑았다.

“황제를 보내드려야겠어. 이렇게 되면 황실에서 나를 부르는 일이 없게 되는데…… 할 수 없이 모두 베고 넘어가야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아.”

허도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황제를 베고, 황제 곁에 있는 몽설을 베고, 호황위를 밀어내고, 임시로 권좌에 오른 태자도 베고…… 베어야 할 사람이 수두룩하게 쌓였다. 황제 한 명만 넘어가면 모든 게 자연스럽게 정리될 상황이었는데, 그 한 명을 쓰러트리지 못해서.

스륵!

허도기는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서랍 속에 들어있던 서신 두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놨다.

“흑살(黑殺)을 쓰자.”

“흐, 흑살…….”

사령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왜? 곤란해?”

“아닙니다. 말씀하십시오.”

“두 명이다. 황제와 조위 대장군. 이 두 명, 죽여라.”

툭!

허도기가 손가락 끝으로 서신 두 장을 쳐냈다.

사령은 즉시 달려가서 서신을 집어 품에 넣었다. 혹여 누가 볼까 봐 재빨리 움직였다.

“그 둘을 죽이는 방법은 안에 적혀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흑살은 쓸만하겠지?”

“믿을 수 있습니다.”

““황제에게는 네가 가. 네가 준비한 흑살도 믿을 수 있겠지만, 너보다 든든하지는 않아. 너는 내 수족이야. 내 몸에 붙은 살 같아서 아주 든든해.”

허도기가 사령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 검으로 황제를 베겠습니다.”

“아니. 그 안에 죽이는 방법도 적혀있어. 그대로만 해. 사람이 때로는 머리도 쓰면서 살아야지. 무식하게 칼질만 잘한다고 능사가 아니야.”

“네.”

“서신에 적힌 대로만 하면 황제를 죽일 수 있어. 물론 너도 아무 탈 없이 빠져나올 수 있고. 가봐.”

허도기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말했다.

“음!”

사령은 서신 두 장을 앞에 놓고 침묵했다.

그의 앞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전혀 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 마치 집안의 일부인 것처럼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유 마인 중 최고 살법의 지닌 자가 네 명 있다. 우각도의 나병도, 동죽림의 수포도 지니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살법만큼은 단연 최고다.

그들을 흑살이라고 부른다.

아무도 모르는 존재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칼날이라는 뜻이다.

그들에게는 단 한 번의 살명만 주어진다. 언제 어느 때든, 상대가 누가 되었든 지명된 자를 죽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살명만 이행하면 그들은 자유의 몸이 된다. 마유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

눈앞에 서 있는 자가 그중 한 명이다.

이름이 뭐였더라? 하북(河北)에서 포목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함곡관으로 가줘야겠다.”

사령이 말했다.

“조위 대장군?”

흑살이 짧게 말했다.

그는 마유의 주인에게도 존대를 붙이지 않았다. 붙일 이유가 없다. 두 사람은 이번 일을 끝으로 두 번 다시 만날 사이가 아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쳐도 모르는 사이다.

사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살들은 세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예의주시한다. 언제 어느 때든 자신이 투입될 수 있으니 늘 경계한다. 흑살이 현재 마유의 적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스읏!

사령은 서신 두 장 중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조위 장군을 죽이되 안에 적혀있는 대로. 서신에 뭐가 적혀있는지는 나도 모르니 묻지 말고. 조위 장군을 죽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하니까 참조는 될 거야. 모든 판단은 내게 일임.”

“이것으로 우리는 끝.”

흑살이 서신을 거뒀다. 그리고 온다간다 말도 없이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그에게는 이번 명령이 처음이자 마지막 명령이다. 그가 마유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유 마인 조차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흑살이란 그런 존재다.

물론 사령은 허도기에게도 흑살의 존재를 비밀로 했다. 그런데 허도기는 흑살을 알고 있다.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흑살을 쓰자고 말했다.

“역시 능구렁이라니까. 후후!”

사령은 피식 웃으면서 아직 개봉하지 않은 서신에 눈길을 돌렸다.

서신에는 황(皇)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황제를 죽이라는 살인 명령서다. 먹물이 옅게 흐려있는 것을 보면 적어 놓은 지 꽤 오래된 듯하다.

스읏!

사령은 손을 뻗어서 서신을 집었다.

그런데…… 서신을 읽어가는 그의 눈이 점점 부릅떠졌다.

“이게! 이게…….”

이제 더는 놀랄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서신을 읽다 보니 너무 놀라서 저절로 눈이 부릅떠진다.

이것은 최후의 암수다. 최후의 살명이다.

‘이런 걸…… 진작 준비해놓고…….’

이제 황제는 죽는다. 허도기는 확실하게 황제를 처리할 생각이다. 그런 마음으로 서신을 던졌다.

이 정도 일도 하지 못한다면 마유는 존재 가치가 없다. 아니, 어떤 조직이라도 마찬가지다. 손 짚고 헤엄치는 일조차 하지 못한다면 살아서 무엇하나.

서신대로만 움직이면 황제는 죽는다. 허도기는 황제를 죽인 후에도 무사히 탈출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완벽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황제를 죽일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 서신에 적혀있다.

호황위가 아무리 철통같이 지켜도, 몽설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도 유유히 뚫고 들어가서 황제를 죽이고 나온다.

이런 게 있으니 토족 전사와 동영 인자들이 황상 암살에 실패한 후에도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외팔국이 무너진다는 소리를 듣고도 웃을 수 있었던 거다.

허도기에게는 늘 비장의 수를 숨겨놓고 있다.

‘무서운 사람!’

사령은 부르르 치를 떨었다.

서신에 적힌 방법이 최악의 수인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황 황제를 죽이면 황실은 당장 태자에게 권위를 이양한다. 공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황족도 개입하지 못한다.

허도기가 황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태자와 싸워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구도 이 사람 앞을 막을 수 없어. 이 사람 손에서 벗어날 방법도 없고. 내가 이 사람과 손을 잡은 것은…… 최악의 실수야. 벗어날 수 없는 거미줄에 걸려든 거야. 하아!’

사령은 탄식했다.

허도기와 손을 잡을 덕분에 우각도 나병 환자들이 중원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동죽림 수포 환자들에게 약이 돌아갔다. 중원을 휘젓고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마유는 존재감을 상실했다.

중원에 있는 자들은 살인 도구에 불과하다. 언제든 버려질 수 있고, 땅에 묻힐 수 있다.

털썩!

사령은 의자에 몸을 깊이 묻었다.

힘도 쓰지 않았는데 탈진이 일어난다. 아득한 절망감이 온몸을 뒤덮는다. 허도기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무서운 줄은 몰랐다. 어쩌면 이 사람 손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 사람이 역모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도 하지 않는다. 실패할 리 없다고 본다. 황제를 죽일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마련하고도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다. 더 좋은 방법을 기대하면서 세외팔국까지 움직였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허도기가 원하는 것은 파국이 아니라 평화로운 이양(移讓)이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파국을 원했다면 황제는 아마도 칠팔 년 전에 죽었을 것이다.

“후우……!”

사령은 탄식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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