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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나를 망쳐버릴 나의 구원자 (69/733)

<제69화> 나를 망쳐버릴 나의 구원자2021.08.01.

아리아드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가장 간명한 퇴로가 막혔다.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16550989594581.jpg- “저 여자가 데 마레 추기경의 차녀야? 아세레토의 사도를 물리쳤다던?”

16550989594581.jpg- “신학으로 이름이 드높은 것 아니었어요? 설마 신실한 아가씨가 그런 짓을 하겠어요?”

16550989594581.jpg- “사람 속을 어떻게 알아! 수도원에서도 잊을 만하면 성직자들끼리 난리가 나는 판에!”

누군가가 아리아드네에게 요구했다.

16550989594581.jpg“가면을 벗어 봐요!”

전혀 논리적 상관성이 없는 요구였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도망친 의문의 여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리아드네의 가면을 벗기는 것은 캄파 후작의 밀회자를 발견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반쯤은 호기심에, 반쯤은 자신들이 점유한, 집단의 우위를 확인하기 위해 한마디씩 얹었다.

16550989594581.jpg- “맞아, 가면을 벗어!”

16550989594581.jpg- “얼굴 좀 보자!”

16550989594581.jpg- “뭐가 부끄러워서 가면을 못 벗는 거야?”

그럴듯한 이유는 나중에 붙었다.

16550989594581.jpg- “밀회녀가 가면을 벗으면 화장이 다 지워져 있겠죠. 입술로 물고 빨고 했을 거 아니에요. 보나마나 얼굴이 엉망일 테니 못 벗겠지.”

아리아드네는 여기에서 가면을 벗을 생각이 없었다. 가면을 벗어주는 것 자체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중의 비이성적인 요구에 사소하게라도 굴복하고 나면 그 뒤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기 마련이다. 굴복한 어린 양에게, 대중은 그 구성원인 개개인들의 총합보다 훨씬 더 잔인해질 수 있었다. 기세에서 밀리면 우르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답했다.

16550989594687.jpg“제가 아리아드네 데 마레인 것은 맞습니다만, 저는 캄파 후작의 밀회 상대방도 아니고 여러분께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도 아닙니다. 저는 도리어 이 터무니없는 오해가 매우 불쾌합니다.”

아리아드네는 진실만을 말했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누군가가 아리아드네의 고고한 태도에 발끈했다. 그 분노는 금방 옆의 사람들에게 전염되었다.

16550989594581.jpg- “오해라고? 증거가 이렇게 차고도 넘치게 있는데 어떻게 오해야?”

16550989594581.jpg- “팔찌는 뭔데? 가면은 왜 안 벗어?”

사람들이 다 같이 끓어오르려던 차였다.

16550989609033.jpg“오해가 아니라 음해지.”

군중의 질문에 답변한 것은 아리아드네가 아닌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였다. 변성기가 끝나고 이제는 완연한 어른의 목소리로 이행하고 있는, 알폰소 왕자였다. 알폰소는 아리아드네가 냉랭하게 그를 두고 정원 속에서 떠나 버린 이후로 계속 심란한 마음으로 정원을 헤맸다. 머리로는 본인은 라리에사를 찾는 중이라고 되뇌었지만 기실 그가 애타게 찾고 있었던 사람은 아리아드네였다. 그는 금빛 드레스의 여인을 찾아 헤매이며, 내내 그녀가 갈색 머리이기보다는 검은 머리칼을 가졌길, 창백하고 건조한 새하얀 피부이기보다는 윤기 있고 고요한 건강한 피부이기를 바랬다. 그 와중에 큰 소란이 일어서 달려와 본 공터에는 그가 가장 보고 싶었던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순간 그는 자신이 라리에사 대공녀를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정원 속을 헤매다닐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의 목적지가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그가 찾던 여자는 불미스러운 일로 주목을 받는 중이었다. 외교 관계를 생각한다면, 알폰소 왕자는 여기서 아리아드네와 함께 있었다는 말을 결코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됐다. 알폰소는 본디 의무와 책임을 무겁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16550989609033.jpg“작은 데 마레 영애는 계속 나와 함께 있었어..”

그의 놀라운 아리아드네가 말도 안 되는 음해를 받고 위험에 처해 있었다. 그는 말로 거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터 정 중앙으로 뛰쳐나가 아리아드네의 옆에 섰다. 알폰소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품에 감싸 안다시피 해서 사람들의 눈앞에서 감췄다. 이 와중에도 인파는 계속 모이고 있었다. 알폰소는 아리아드네를 끌어안은 채 목소리를 돋워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16550989609033.jpg“여기 구경거리 없습니다. 데 마레 영애는 계속 나와 함께 있었습니다. 정숙한 숙녀인 그녀가 캄파 후작의 밀회 상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허위사실로 그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입니다.”

알폰소의 말에 귀족 중 누군가가 정중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16550989594581.jpg“하오나 왕자 전하, 전하께서 데 마레 영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계시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대중은 희생양을 원했다.

16550989594581.jpg“맞아, 지금만 해도 같이 오신 게 아니라 따로따로 오셨잖아요.”

16550989594581.jpg“계속 옆에 붙어 있었던 게 아니면 무도회 전체의 알리바이를 무슨 수로 증명하죠?”

알폰소는 어조를 강하게 올려 밀어붙였다.

16550989609033.jpg“데 마레 영애는 무도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와 함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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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폰소는 설득이 아니라 명령을 내렸다. 미래의 군주로서 몸에 밴 위엄이었다.

16550989609033.jpg“그녀의 행적은 확실하니 이제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만하시오. 다들 이만 해산합시다. 그리고 누가 시종을 불러서 저 바닥에 누운 사람 좀 치워 주시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끝났다고 생각한, 이제는 거의 100여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투덜거리면서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던 찰나였다.

16550989625015.jpg“함께 있었잖아요. 왕자님, 저와.”

수풀 속에서 황금색 드레스를 입은 또다른 한 명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리아드네와 마찬가지로 볼토 가면을 쓴, 중키의 라리에사 대공녀였다. 그녀는 수풀 속에서 헤매느라 엉망이 된 몰골이었다. 라리에사는 숨 쉬는 것이 힘들었는지 볼토 가면도 턱 아래로 당겨 대충 걸친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16550989594581.jpg- “저 여자는 또 누구래요?”

16550989594581.jpg- “그 왜, 갈리코 왕국에서 국빈이 오셨다지 않소! 그 대공녀 아닌가?”

16550989594581.jpg- “어쩐지 우리 말이 서투네요.”

풀숲 속에서 구할 수 있는 온갖 풀 부스러기란 부스러기는 다 묻히고 온 라리에사 대공녀는 그래서 더 가련한 모양새로 알폰소 왕자에게 물었다.

16550989625015.jpg“당신, 저 여자와 있던 것 아니야. 나와 있었어. 거짓말. 다 거짓말. 저 여자는 누군가요?”

캄파 후작의 추문이 삽시간에 알폰소 왕자의 추문으로 격상되는 순간이었다. 왕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대체 누굴 위해서? 라리에사 대공녀의 고발에 인파는 다시금 술렁였다.

16550989594581.jpg- “왕자님이 작은 데 마레 영애와 계속 함께 있던 게 아니라고요?”

16550989594581.jpg- “잠깐만, 그러면 알리바이 가짜로 만들어 준 거야?”

16550989594581.jpg- “저 대공녀는 왜 울어요?”

라리에사는 알폰소 왕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며 소처럼 아래로 처진 갈색 눈에서 눈물을 방울방울 떨구고 있었다. 라리에사는 오늘의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언니의 ‘황금의 왕자님’이 양도되어 왔다. 세상에 둘도 없을 만큼 완벽한 날이었는데, 그만 그녀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분위기를 망쳐 버렸고 왕자는 모르는 여자를 감싸 주고 있었다. 라리에사는 자기 얼굴을 자기 손으로 때리고 싶었다.  

16550989625015.jpg“알폰소 왕자님, 이 여자는 누구예요!”

  격앙된 라리에사는 숫제 갈리코어로 알폰소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16550989625015.jpg“우리는 양국에서 정식으로 혼담이 오가는 사이 아니었나요? 국가 간의 약속이 어떻게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나요?”

  갈리코어를 할 수 있는 귀족들은 국혼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혼담이 오가고 있구나! 그들은 새로 나타난 귀공녀와 알폰소 왕자, 그리고 아리아드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좌중이 크게 술렁였다. 알폰소 왕자는 눈을 감았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16550989594581.jpg- “하긴, 대공녀가 에트루스칸까지 왜 왔겠어! 혼담이 오가니까 온 거지. 그런데 정혼 상대가 다른 여자랑 무도회에서 시간을 보냈네.”

16550989594581.jpg- “라리에사 대공녀는 지금 알폰소 왕자님을 만나러 에트루스칸까지 내려온 거잖아요. 이게 전국에 소문이 다 났는데 이제 와서 어디 다른 데 시집도 못 갈 텐데, 남자는 정신이 딴 데 팔렸네. 쯧쯧.”

16550989594581.jpg- “아니, 예비 약혼녀를 두고 정신을 딴 데 판다는 게 캄파 후작의 내연녀야? 왕자님 여자 보는 눈이 아주 그냥……. 자기 아버지 닮았네. 에잉!”

아리아드네가 캄파 후작의 내연녀라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16550989594581.jpg- “그럼 둘째 데 마레 영애는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네? 저 팔찌는 본인 거 맞지?”

16550989594581.jpg- “콜레지오니 팔찌와 세트인 콜레지오니 가면에 목걸이예요. 그게 몇 개나 있겠어요? 거기에다 드레스 색상까지 겹치지. 완전히 확실해요.”

상황은 최악이었다. 알폰소는 그 와중에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는 인파 속에 있던 비서관 베르나르디노를 불러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왕자의 명령을 받은 베르나르디노는 왕비궁 쪽으로 달려갔다. 지시를 마친 알폰소는 마른 입술을 핥았다. 이제 기다리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 속이 타들어 갔다. 아리아드네 역시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다른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라리에사 대공녀. 발로아 대공령의 티아라를 쓴 채 나타난 고귀한 군주의 딸. 체자레가 보는 앞에서는 있는 힘껏 상관없는 척을 했지만 라리에사를 막상 눈으로 보자 가슴이 너무 아팠다.

16550989594687.jpg‘발로아 대공녀 따위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만 기다리면 돼. ’그 사건‘이 일어나면 발로아 대공녀는 영영 알폰소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될 거야.’

아리아드네는 미래에 일어날 사건 하나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불안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과연 이번 생에도 어김없이 그 사건이 똑같이 일어날까? 미래는 고정되어 있는가? ‘그 사건’이 만약 일어나지 않는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국가의 힘을 등에 업고 왕자의 옆자리를 노리는 라리에사와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하는 아리아드네의 처지 차이는 극명했다.

16550989625015.jpg“너! 말해!”

알폰소의 침묵에, 라리에사 대공녀는 화살을 아리아드네에게로 돌렸다.  

16550989625015.jpg“왜 묵묵부답이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니?”

  답답해진 라리에사는 갈리코어로 아리아드네를 을렀다. 속이 엉망이 된 것은 라리에사 대공녀도 마찬가지였다. 자고로 바람피운 남편보다는 그 내연녀 탓을 하는 편이 마음이 더 편한 법이다. 알폰소가 나쁜 사람이 된다면 그에게 반한 자신은 머저리가 된다. 그건 라리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방향을 틀었다. 저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가 가만히 있는 왕자에게 꼬리를 친 것이 틀림없었다. 아리아드네가 대답하지 않자 라리에사는 그녀가 갈리코어를 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에트루스칸 어로 아리아드네를 몰아붙였다.

16550989625015.jpg“밀회, 당신 나쁜 사람! 왕자님, 밀회, 부정함! 당신 나쁜 사람!”

캄파 후작과의 밀회에 더해 알폰소 왕자와의 밀회까지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입 안쪽을 씹었다. 이걸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라리에사의 흥분은 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녀는 숫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갈리코어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퍼부었다.  

16550989625015.jpg“나는 발로아 대공의 딸인 라리에사 대공녀다! 너희 나라의 알폰소 왕자와 결혼할 예정이지. 너는 대체 누구길래 내 남자에게 꼬리를 치느냐?”

  라리에사 대공녀는 아리아드네에게 다가가 숫제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16550989625015.jpg“나는 너 같이 신성한 혼인을 존중하지 않는 부도덕한 치들을 가장 싫어해!”

  라리에사 대공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알폰소 왕자와 결혼식까지 다 끝난 모양이었다. * * * 알폰소 왕자는 라리에사 대공녀가 아리아드네에게 달려들 기세로 가까이 붙던 시점에 곧바로 비서관 베르나르디노를 불러 몇 가지 지시를 했다. 아리아드네를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갈리코 왕국이 뭐라고 하건, 혼담이 깨지건 국경에 기사들을 파견하건 그는 이 난장판을 수습할 요량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그림이 좋은 것은 마르그리트 왕비의 중재였다. 왕비와, 라리에사가 지나치게 흥분했다고 진단을 내려줄 의사와, 라리에사를 끌고 갈 갈리코 왕국의 수행원이라면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베르나르디노는 필요한 인원을 찾으러 왕궁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비서관이 돌아오기 전에, 이 상황은 전혀 의외의 인물에 의해 타개되었다.

16550989654447.jpg“저런,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미끈한 어투에 듣기 좋은 테너 톤의 목소리였다. 그는 말을 마치면서 가면을 비스듬히 올려 이마에 걸쳐 얼굴을 드러냈다.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이 달빛과 정원 여기저기에 설치된 횃불을 받아 매끄럽게 빛났다.

16550989594581.jpg“체자레 백작!”

16550989594581.jpg“체자레 백작이다!”

사람들이 그의 정체를 알고 나서 하는 경악을 기분 좋게 음미한 후, 체자레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16550989654447.jpg“왕자님께서 이 배다른 형을 위해 오명을 감수해 주시고 계시다니, 역시 같이 자란 정은 끊을 수가 없나 봅니다.”

국왕의 서자 같은 이야기를 공식 석상에서 꺼내는 것은 왕족에 대한 모독이었다. 체자레는 원래 알폰소의 주재 중에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을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 체자레는 알폰소와 아리아드네의 유일한 동앗줄이었다. 지금의 알폰소는 체자레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체자레는 만인의 시선을 모으며 유들유들하게 인파 사이를 뚫고 공터의 정중앙으로 진입했다. 라리에사 대공녀를 스쳐 지나가 아리아드네 옆에 선 그는 우아하게 아리아드네의 손등에 키스했다.

16550989654447.jpg“데 마레 영애.”

16550989594687.jpg“데 코모 백작님.”

아리아드네의 인사를 받은 체자레는 히죽 웃었다.

16550989654447.jpg“누가 아가씨를 몹시 질투하는 모양인데? 이를 어쩌지? 오늘 이후로는 질투하는 사람들이 훨씬 늘어날 텐데.”

그녀에게 농담을 건넨 체자레는 인파를 향해 돌아서서 목소리를 돋웠다.

16550989654447.jpg“이 아가씨는 캄파 후작의 내연녀 따위가 아닙니다.”

그는 알폰소를 흘긋 쳐다보았다.

16550989654447.jpg“왕자님의 밀회 상대 역시 아니죠.”

체자레는 라리에사 대공녀를 바라보며 기품 있게 한쪽 다리를 뒤로 살짝 빼고 무릎을 약간 구부리며 예를 올려 보였다.  

16550989654447.jpg“걱정할 것 없답니다, 대공녀.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갈 테니.”

  속삭이듯이 갈리코어로 라리에사에게 말을 건넨 체자레는 모두를 바라보며 외쳤다.

16550989654447.jpg“이 아가씨는 제가 구혼 중인 여자입니다. 저와 내내 함께 있었죠.”

아리아드네와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는 두 번째 남자이자 그녀와 함께 있었다고 추측되는 세 번째 남자의 등장이었다. 게다가 그 체자레 백작이 공개적으로 구혼이라니? 장내가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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