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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라리에사 대공녀가 모든 걸 다 망쳤어 (74/733)

<제74화> 라리에사 대공녀가 모든 걸 다 망쳤어2021.08.18.

이사벨라는 기겁했다. 타란토의 겨울 사교 시즌을 놓치는 것도 아쉬웠지만 빨리 나가서 바톨리니 백작 부인이 캄파 후작의 진짜 내연녀라고 소문을 퍼트려야지 내가 이 더러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 아닌가!

16550990351293.jpg“어허! 그만! 너는 지금 이 사태가 돼서도 부모 말을 안 듣고 혼자 잘났다고 나대는 게야!”

16550990351298.jpg“아니, 아니, 아빠, 그게 아니고…….”

날카로운 루크레치아의 질타까지 이어졌다.

16550990351303.jpg“조용히 해! 아버지 말씀 들어! 부끄러워서 내가 다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어!”

루크레치아는 대개의 경우 무슨 일이 있어도 이사벨라의 편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이사벨라는 점점 더 울상이 되었다. 데 마레 추기경의 선고는 계속됐다.

16550990351293.jpg“외부와의 서신 수발도 금지다. 교회도 가지 마. 사람들 눈에 띄지 말고 쥐죽은 듯이 살아.”

16550990351298.jpg“서신 수발은 안 돼요! 끊지 말아 주세요!”

몇 남지 않은 친구들한테라도 사실 캄파 후작의 내연녀는 내가 아니라 바톨리니 백작 부인이라고 전달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데 마레 추기경은 곧 죽어도 편지 교환은 해야겠다고 박박 우기는 큰딸을 보며 이사벨라가 내연관계에 있는 펜팔남이라도 있고 큰딸이 남자에 미쳐서 저러는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잘못된 생각이기는 했지만 방 안에 굴러다니는, 남자들로부터 온 선물들에 비추어 볼 때 몹시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16550990351293.jpg“이 모양이 돼서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어떻게 된 계집애가 남자에 눈이 멀어서 자기 평판 허물어지는 걸 몰라! 네가 생각이 있어 없어!”

데 마레 추기경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16550990351293.jpg“이 방에 있는 사치품은 모두 압수다! 이 아비가 싹 가지고 갔다가 네가 정신을 차렸을 때 돌려주겠다!”

데 마레 추기경은 방 바깥에 시립해있던 집사 니콜로에게 눈짓했다.

16550990351293.jpg“니콜로! 이 방에 있는 남자가 줬을 만한, 아니, 애 분수가 맞지 않는 사치품들을 죄다 상자에 담아서 안방으로 옮겨 놓거라!”

16550990351328.jpg“예, 추기경 예하!”

집사 니콜로와 건장한 하인 서넛이 방안으로 와르르 밀고 들어와 커다란 나무 상자에 이사벨라의 귀중품들을 마구 집어넣기 시작했다. 화장대 위에 있던 화장품과 보석은 물론이요, 모피나 드레스 같은 것들까지 압수해갔다. 값진 사치품도 사치품이었지만, 하인 하나의 손길이 화장대 옆에 올라간 이사벨라의 부분 가발 상자 근처에 닿았다. 이사벨라의 부분 가발은 이사벨라가 아리아드네의 후크를 가지고 장난질을 친 증거였다. 기겁한 이사벨라는 비명을 질렀다. 지금 저걸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

16550990351298.jpg“아빠!”

16550990351293.jpg“어허!”

아직도 고분고분해지지 않은 이사벨라를 보며 데 마레 추기경은 열통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

16550990351293.jpg“네가 정녕 ‘숙녀들의 도시 이야기’로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구나. 이번에는 성황서다! ‘명상록’을 모두 필사하기 전까지는 방 밖으로 나올 생각조차 말거라!”

이사벨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번에는 집 안에서 하는 근신이었다. 이번에는 방에 갇히는 근신이다. 아라벨라가 걸핏하면 당하는, 하지만 이사벨라 본인은 한 번도 당한 적이 없었던 체벌이었다.

16550990351293.jpg“게다가 뭐? 루비가 탐이 나서 여동생이 오명을 뒤집어쓰는 걸 그대로 방치해? 네게 우애라는 개념이 있기는 하느냐?”

데 마레 추기경은 답답한 나머지 가슴을 탕탕 쳤다.

16550990351293.jpg“나 죽고 나거들랑 남은 건 너희들밖에 없어! 너희들끼리 의지하고 살아야 해!”

이사벨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면 오빠한테 속살거려서 쟤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건데요. 데 마레 추기경은 큰딸의 속셈을 듣기라도 했는지 크게 호통을 쳤다.

16550990351293.jpg“‘명상록’을 찬찬히 적으면서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고민해 봐! 사도 바르나바는 카를로 서에서 ‘형제 앞에 걸림돌을 두지 말라’며 앞선 자가 본을 보여 형제를 실족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절제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도대체 넌 맏언니가 되어서 성황서 말씀처럼 모범을 보일 생각은커녕 어떻게 해야 여동생을 괴롭힐지에 대해서만 고민을 하니 정말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 감도 안 잡히는구나!”

그는 큰딸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고 있었다. 산 카를로 최고의 재원, 산 카를로 최고의 미녀로 이름 높은 그의 큰딸은 얼굴만큼이나 성격도 대단한, 둘도 없는 사고뭉치였다. 과연 저 애를 알폰소 왕자의 짝으로 들이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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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신만고 끝에 왕실에 밀어 넣는 데에 성공한다고 쳐도, 과연 저 애가 가문에 이득이 되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데 마레 추기경은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갱생의 기대를 가지고 이사벨라에게 벌을 선고했다. 저 아이는, 아니 저 미모는 어디가 됐든 팔리긴 팔린다. 제발, 눈꽃같이 아름다운 내 딸아, 성황서를 필사하면서 정신을 차려주렴.

16550990351293.jpg“‘명상록’ 전체를 두 번 세 번 생각하며 필사하거라! 형제의 우애를 가르치는 카를로 서부터 시작해! 아니다, 여자의 순결을 강조하는 신명기부터 시작하거라!”

딸의 평판이 최우선이다. 그다음에는 우애다. 아니, 우애가 먼저인가? 머리가 아파 왔다.

16550990351293.jpg“전부 다 베끼기 전에는 방에서 나오지 말아! 그동안 음식은 하루 두 번, 물과 마른 빵만 먹거라!”

깜짝 놀란 이사벨라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데 마레 추기경은 마지막 당부도 잊지 않았다.

16550990351293.jpg“방 안에서야 당연하고 나온 다음에도 남자 근처 100 피에디 안에는 들어갈 꿈도 꾸지 말아라! 넌 이제 혼자서 어디 보내지도 않을 거다! 단독 외출도 금지야!”

  - 쿵! 경악한 이사벨라의 코앞에서 육중한 떡갈나무 문이 닫혔다. 이사벨라가 ‘명상록’의 필사를 다 마칠 때까지 그녀가 볼 마지막 바깥 불빛이었다. 천만다행으로, 부분 가발 상자는 화장대 위에 남아 있었다. 값비싸 보이지는 않았는지 집사 니콜로가 수거하지 않은 것이다. 이사벨라는 허둥지둥 달려가 상자를 화장대 아래 상자에 처박고는 방에 갇혀서 혼자 발버둥을 치며 울었다.

16550990351298.jpg‘어, 억울해! 억울해!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 * * 가면무도회 다음 날, 레오 3세 국왕 부부와 알폰소 왕자, 라리에사 대공녀는 함께 오전 산책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레오 3세는 노구였지만 자신의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는 파티 다음 날 아침에도 일찍 기상하는 본인의 건장함을 갈리코 측 인원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나머지 이 산책 스케줄을 아주 이른 아침으로 잡았다. 덕분에 나머지 세 사람은 아침잠을 즐기지 못하고 꼭두새벽부터 끌려 나와서 팔라지오 카를로의 가을 단풍을 강제로 감상하고 있는 참이었다.

16550990379658.jpg“그래, 라리에사 대공녀. 어제 가면무도회는 어떠셨소이까?”

동석한 통역이 레오 3세의 질문을 라리에사 대공녀에게 전달하자, 라리에사 대공녀는 웃으며 통역을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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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0990351328.jpg“하지만 관례가…….”

16550990379669.jpg“제가 산 카를로로 시집을 오게 되면 결국 에트루스칸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지금부터라도 제가 현지 말에 익숙해져야죠.”

  통역은 난감함을 표했다. 결국 통역을 쫓아내는 데까지는 실패하고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옆에 서 있는 정도로 타협을 본 라리에사 대공녀는 레오 3세를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16550990379669.jpg“환상적인 무도회다요. 덕분에. 감사합니다.”

어법에 완전히 맞지는 않지만 귀엽다고 봐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요새 국력이 급격하게 올라가 레오 3세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갈리코 왕국의 대공녀가 이렇게 먼저 몸을 숙이고 들어오니 국왕 입장에서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레오 3세는 크게 웃으며 라리에사 대공녀에게 기분 좋게 답했다.

16550990379658.jpg“대공녀, 사람들은 많이 만나셨소?”

새 친구를 사귀었느냐는 뜻으로 물어본 말이지만, 라리에사 대공녀는 이를 ‘누구를 보았느냐’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자연스레 어제 보았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16550990379669.jpg“에트루스칸 사람들. 너무 잘생기고 이뻐.”

16550990379658.jpg“허허, 가면을 썼는데 다 보였단 말이오? 내밀한 가면무도회를 즐기셨나 보오!”

전적으로 부적절한 농담이었다. 가면무도회에서 가면을 벗는 것은 키스 내지는 그 이상을 할 때뿐이었기 때문이다. ‘내밀한 가면무도회’ 운운은 미혼인 타국의 대공녀에게 어느 놈과 스킨십을 했냐고 물어보는 거나 진배없었다. 마르그리트 왕비가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던 찰나, 라리에사 대공녀가 폭탄 발언을 했다.

16550990379669.jpg“왕 아들 둘. 가면 벗어. 둘 다 잘생기고 너무 친해요.”

레오 3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들 둘? 나는 공식적으로는 아들이 하나밖에 없는데? 아니, 갈리코의 대공녀에게 붙여준 아들은 한 명밖에 없는데 어떻게 대공녀는 아들 두 놈의 얼굴을 다 보았지?

16550990379658.jpg‘친하다는 건 또 무슨 얘기야? 둘이 서로 친할 리는 없을 텐데……. 설마 둘 다와 키스를 했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알폰소 왕자와 마르그리트 왕비 역시 라리에사 대공녀의 막장 묘사에 표정 관리에 실패하는 중이었다. 이때 한 걸음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국왕의 비서관, 치프리아노 델피아노사 경이 재빠르게 따라붙어 정정했다.

16550990351328.jpg“폐하, 체자레 백작님이 사람을 앞에서 가면을 벗으셔서 그때 보신 것입니다. 알폰소 왕자님과도 역시 별일 없었습니다.”

16550990379658.jpg“아아. 혹시 그 일 관련인가?”

16550990351328.jpg“그렇습니다.”

레오 3세 역시 어제 있었던 일에 관해 대충 보고를 받았다. ‘캄파 후작이 가면무도회에서 음행을 저지른 것이 발견되어 약간의 소요가 있었다, 체자레 백작이 사태를 정리했다’ 정도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1차로 상황 정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찌푸려진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16550990379658.jpg“그런데, 아들 둘?”

레오 3세의 아들은 공식적으로 한 명뿐이다. 국내에서는 암암리에 체자레가 왕의 서자다 같은 이야기가 돌 수도 있다. 남의 입을 전부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타국 사람, 그것도 적통 왕자와 혼담이 오가는 대공녀의 귀에 들어갈 이야기는 결코 아니었다. 이 난감한 상황에서 라리에사 대공녀는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6550990379669.jpg“국왕 폐하. 아들 둘! 둘이 너무 친해. 알폰소 왕자님, 체자레 백작 여자친구 위해 거짓말.”

라리에사 대공녀의 샤프롱은 발로아 대공의 측근인 르비엥 백작이었다. 그는 왕실 가족이 아니라서 이 자리에 동석하지 못했다. 즉, 라리에사의 입단속을 시킬 사람이 없었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대형 폭탄을 투하하는 라리에사를 막기 위해 시녀의 옆구리를 찔러 얼른 왕궁 어딘가에 있을 르비엥 백작을 데려오라고 시켰다. 새하얗게 질려 있던 통역은 어떻게서든 이 대참사를 막고자 라리에사 대공녀에게 얼른 제의했다.  

16550990351328.jpg“대공녀님, 좀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갈리코어로 말씀하시는 것이 어떨는지요?”

  마침 좀 답답했던 라리에사는 밝게 웃으며 동의했다.  

16550990379669.jpg“그럴까요?”

  언어의 한계를 벗어던진 라리에사 대공녀는 거침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국왕의 비서관, 델피아노사 경의 귀에는 그것이 마치 폭탄이 사방에서 터지는 소리로 들렸다.  

16550990379669.jpg“오해할 뻔했는데, 체자레 백작님의 결혼 상대가 오명을 뒤집어쓸 위기에 있는 것을 알폰소 왕자님이 몸소 나서서 구해주셨어요. 그녀가 나쁜 사람의 정인이라고 오해를 받았는데, 왕자님께서 자기가 그녀와 함께 있었다고 증언해주신 거예요! 나중에 체자레 백작께서 오셔서 알폰소 왕자님께 감사를 표하셨어요. 에트루스칸 남자의 기사도란 참 멋있는 거 있죠?”

16550990379658.jpg“체자레의 결혼 상대……?”

체자레는 결혼 상대가 없다. 하지만 국왕의 감은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16550990379658.jpg“체자레의 결혼 상대라면, 혹시 데 마레 추기경의 차녀 말이오?”

통역은 이 이야기를 라리에사 대공녀에게 바로 옮겼고, 라리에사 대공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오 3세를 바라보았다.  

16550990379669.jpg“네, 그분은 맞는데……. 국왕 폐하께서 체자레 백작의 결혼 상대가 누구인지를 모르시나요? 아직 체자레 백께서 국왕 폐하의 허락을 아직 받지 못한 건가요? 그런데도 나서 주시다니, 어머, 로맨틱해!”

  레오 3세는 노련한 군주였다. 그는 라리에사 대공녀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의 그림을 그렸다. 체자레는 결혼 상대가 없다. 아마 알폰소가 왕궁 정원에서 헛짓거리를 한 모양이었다. 상대는 데 마레 추기경의 차녀였겠지. 그걸 체자레가 대신 수습을 한 모양이렷다. 그 와중에 자기도 국왕의 아들이랍시고 나댄 것 같고. 그의 서장자는 자기에게 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순수하게 남을 위해 움직일 놈이 아니었다. 그 상황이 재밌었거나, 알폰소에게 빚을 지워놨을 것이다. 레오 3세는 벌써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델피아노사 경을 느릿하게 돌아보았다.

16550990379658.jpg“델피아노사 경? 내가 받아야 할 보고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이미 겨드랑이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긴장한 델피아노사는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듣고 레오 3세에게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16550990351328.jpg“바로 보고받으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레오 3세는 무슨 표정인지 읽을 수 없게 의뭉스러운 얼굴로 라리에사 대공녀에게 고개를 끄떡하고는 마르그리트 왕비와 알폰소 왕자를 일별했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숨을 삼켰다. 저것은 국왕이 몹시 화가 났을 때 짓는 표정이었다.

16550990379658.jpg“당신은. 따라오지.”

16550990410616.jpg“예, 폐하.”

레오 3세는 라리에사 대공녀 앞에서 자신의 왕비에게 마땅히 붙여야 할 존칭조차 생략한 채 일행을 모두 뒤에 놔두고 국왕의 집무실 방향으로 향했다. 부왕이 어떤 일로 화가 났는지 깨달은 알폰소 왕자는 레오 3세와 마르그리트 왕비를 따라 국왕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마르그리트 왕비가 아들을 제지했다.

16550990410616.jpg“쉿. 너는 왕자궁으로 돌아가 있어. 너까지 들어올 필요 없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국왕의 집무실로 들어가는 레오 3세와 델피아노사 경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알폰소 왕자와 라리에사 대공녀를 남기고 들어가 버렸다. 영문도 모른 채 알폰소 왕자와 단둘이 남은 라리에사 대공녀는 알폰소에게 물었다.  

16550990379669.jpg“왕자님, 제가 뭘 실수했나요?”

  도저히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알폰소 왕자는, 이국의 대공녀를 탓하는 대신에 짤막하게 대답했다.  

16550990410631.jpg“내국 문제이니 대공녀와는 상관없습니다. 가시죠, 숙소까지 에스코트해 드리겠습니다.”

  뒤늦게 결혼 협상의 책임자이자 라리에사 대공녀의 보호자인 르비엥 백작이 달려왔지만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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