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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운명에 순응하는 자, 운명에 저항하는 자 (77/733)

<제77화> 운명에 순응하는 자, 운명에 저항하는 자2021.08.29.

16550990726101.jpg“왕자님, 에트루스칸 땅의 자연은 정말로 아름답네요!”

  이동 중 휴식을 위해 멈춰선 숲 옆 공터에 이동식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하고 왕자와 왕자궁의 인원들이 쉬고 있을 때, 자기 마차에서 내린 라리에사 대공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의 수행원들을 데리고 왕자궁의 인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마치 에트루스칸 땅은 자신이 미래에 국모로서 다스릴 땅이고, 왕자는 자신의 미래 배우자이니, 알폰소 왕자는 응당 그녀를 받아줘야 한다는 태도였다. 알폰소 왕자는 파리한 얼굴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에티켓을 지키며 자기 앞의 의자를 당겨 라리에사 대공녀가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16550990726106.jpg“앉으시지요, 대공녀.”

  라리에사는 당당하게 알폰소가 당겨준 의자에 착석했다. 그녀는 이제는 더 이상 에트루스칸 어를 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이상한 노력을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알폰소에게 와서 착 달라붙어 앉아 있었고, 쉬지 않고 말을 걸었다.  

16550990726101.jpg“남쪽 별궁은 아름다운가요?”

16550990726106.jpg“그저 겨울을 날 작은 궁전일 뿐입니다. 대공녀에 눈에 찰 만한 곳은 아니니 너무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폰소는 일찍이 아리아드네에게는 남쪽 별궁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바 있었지만 라리에사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굳이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해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지도 않았고, 그녀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할 생각 같은 것은 더더욱 들지 않았다. 게다가, 괜히 남쪽 별궁이 아름답다고 했다가 성정이 까탈스러운 그녀가 막상 실물을 보고 실망하면 뭐라고 장단을 맞춰줘야 할지 걱정하는 것도 머리가 아팠다. 알폰소는 자리에 앉은 라리에사에게 기계적으로 티푸드와 홍차를 차례대로 건넸다. 주인이 객에게, 약혼남이 약혼녀에게 행하는 전형적인 에스코트 매너였다. 하지만 라리에사는 이것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16550990726101.jpg“제가 우유부터 넣는지 차부터 따르는지 기억하고 계셨군요! 너무 기뻐요.”

  라리에사는 환하게 웃으며 알폰소를 쳐다보았다. 검박한 이목구비에, 조금 노안인 편인 라리에사가 마치 어린아이라도 된 양 과도하게 큰 리액션으로 기쁨을 표시하는 모양은 기묘한 이질감을 주었다. 저 여자는 도대체 왜 내가 그녀의 호감 표현에 기뻐하리라고 저토록 확신하는 걸까. 가면무도회의 이후로 라리에사는 그날 있었던 두 가지 일, 즉 그녀가 프리 드 몽펠리에에서 입선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일과 그녀가 정원 속으로 뛰쳐들어가 버린 일이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굴었다. 대신 그녀는 알폰소에게 과도하게 들이댔으며 과도하게 친절했다. 마치 잘해주는 것으로 자신의 잘못을 상계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

16550990726101.jpg- ‘내가 너에게 한 수 굽혀 주고 친절하게 구니까 내가 잘못했던 일이 없었던 것으로 치고 더 이상 언급하지 말자. 우리는 결국엔 맺어질 상대야. 내가 한 번 참고 너를 너그러이 봐줄게.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

알폰소는 라리에사의 감정에 맞추어 입가에 웃음을 걸었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못했다.  

16550990726106.jpg“대공녀의 안위야말로 저의 기쁨입니다.”

  라리에사는 알폰소의 표정 없는 달콤한 말에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물색없이 웃으며 알폰소에게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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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0990726101.jpg“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왕자님께서 모두 아시는 건 마치 마법 같아요. 우리가 운명이라는 증거겠지요?”

  날씨는 추워지고 있었고 알폰소의 마음은 계절을 따라 쌀쌀하게 얼어붙는 중이었다. 푸르른 신록, 뜨거운 여름, 한여름의 수국,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초록 눈의 소녀는 한겨울에 회상하는 여름 소나기 같았다. 가질 수 없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행복을 회상하는 일은 가슴이 몹시 아렸다. 하지만 그는 만백성의 아버지였고, 자신의 백성을 위해 해야 하는 몫이 있었다. 희생. 고난. 만민을 위한 사랑. 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랑은 접어두어야만 했다. 그게 옳았다. * * * 1122년의 가을은 풍성했고 뒤따라온 겨울은 소름 끼치게 추웠다. 전생의 날씨 그대로였다. 아리아드네는 바쁘게 지내며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몸을 혹사시켰다. 약속했던 왕자의 초대장이 도착하지 않는 전대미문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아리아드네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녀가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1122년의 사건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아세레토의 사도가 이단으로 선언된 것이 뽑힐 것이다. 그에 비견되는 1123년의 사건은 단연코 마르그리트 왕비의 암살 사건이다.

1655099072614.jpg‘참, 난리도 아니었지.’

그것은 이사벨라가 왕자비가 되도록 만들어 준 사건이기도 했다. 체자레와 아리아드네가 약혼을 한 직후, 그녀의 시어머니가 된 루비나 백작 부인은 대담한 짓거리를 저질렀다. 마르그리트 왕비의 와인에 비소를 탄 것이다. 만찬장에서 비소가 든 식전주를 마신 왕비는 그날 저녁 바로 숨이 끊어졌다. 루비나 백작 부인은 왕비 독살은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처소에서는 비소의 일종인 살바르산이 나왔다. 아무도 루비나 백작 부인의 결백을 믿지 않았고 그녀는 곧바로 감옥에 갇혔다. 백작 부인은 조사와 재판을 받은 후 빠르게 참형에 처해졌다. 한낱 왕의 정부가 국모인 왕비를 시해한 일도 큰일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갈리코 왕국이 곱게 키워서 보낸 적통 공주가 타국에서 왕의 정부가 부린 투기에 희생된 것을 걸고넘어지며, 에트루스칸 왕국은 왕족의 목숨값을 배상해내라고 나온 것이다. 에트루스칸 왕국은 소정의 위로금을 제안했지만, 갈리코 왕국은 턱도 없다며 코웃음을 쳤다.

1655099072614.jpg‘황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는데.’

마음에 드는 추가 제안이 없자, 갈리코 왕국에서는 곧장 그들이 자랑하는 중무장기병대를 에스루스칸의 국경으로 파병했다. 가에타 지방 코앞이었다. 가에타 변경백은 국경을 지킬 의무를 지고 있었지만 절반은 갈리코 사람이었다. 가에타 땅은 갈리코 왕국에 딱 붙어 있어 가에타 사람들은 모두 갈리코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했다. 게다가 가에타의 영주 가문은 오래도록 갈리코 귀족들과 통혼을 한 바 있었다. 현 가에타 변경백은 갈리코 출신인 어머니에서 태어났고 갈리코 귀족인 아내를 맞았다. 가에타의 변경백은 몽펠리에의 중장기병대와 화포 부대가 성벽 밑에 도착하자마자 백기 투항을 하고 갈리코 국왕에 대한 충성 맹세를 올렸다. 그는 매끄럽게 에트루스칸의 지배계급에서 갈리코의 지배계급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나라는 뒤집어졌다.

16550990742301.jpg- “어떻게 나라를 지킬 의무가 있는 귀족이 되어서 적국에 영토를 가져다 바칠 수가 있나!”

16550990742301.jpg- “충성 맹세 따위는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는 쓰레기 같은 사람!”

16550990742301.jpg- “절반은 더러운 갈리코 놈이라서 그래!”

16550990742301.jpg- “모친도 갈리코 사람, 배우자도 갈리코 사람, 그런 사람을 에트루스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나요?”

그 유탄을 맞은 것은 얼토당토않게도 어머니를 잃은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않은 알폰소 왕자였다.

16550990742301.jpg- “우리의 미래 국왕께서도 갈리코 여자를 모친으로 두고 갈리코 여자를 배우자로 맞이하실 예정이시지.”

16550990742301.jpg- “그런 사람을 어떻게 국왕으로 섬길 수가 있겠습니까?”

16550990742301.jpg- “에트루스칸의 왕이 에트루스칸 사람이 아닌 우스운 일이 벌어지겠어!”

기왕 배를 빌어 태어난 모친이 갈리코인인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었으나, 아직 혼례를 올리지 않은 배우자를 갈리코인에서 에트루스칸 사람으로 바꾸는 것은 가능했다. 귀족 계급과 민중 할 것 없이 악화된 여론이 수도에 대한 납세 거부 운동으로까지 번지자, 팔라지오 데 카를로는 허둥지둥 약혼 상태였던 라리에사 대공녀에게 파혼 통지를 했다. 팔라지오 데 카를로는 펄펄 뛰는 발로아의 외드 대공를 외면한 채 서둘러 국면을 전환시킬 내국인 신붓감을 찾았다. 최종 후보로 올라온 사람은 둘이었다. 발데사르 후작의 여식인 줄리아 데 발데사르, 그리고 데 마레 추기경의 장녀인 이사벨라 데 마레. 레오 3세가 군사를 가진 외척은 용인할 수 없다며 봉건 귀족의 여식들을 모두 제외하고 나자 적당한 연령과 평판의, 참을만한 집안의 딸은 저렇게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에트루스칸 왕국에는 성황청의 중재가 간절하게 필요했다. 군사력으로 가에타 지방을 돌려받을 길은 요원했으니 남은 것은 외교적 해결책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1123년 여름에는 에트루스칸 왕국에 흑사병이 돌기 시작했다. 절망적이었다. 그때쯤 되니 가에타 지방이 문제가 아니라 식량 지원, 의료 지원이 당면한 문제였다. 결국 낙점된 것은 성황청의 의사결정 방향을 틀 수 있는 추기경의 딸인 이사벨라 데 마레였다.

1655099072614.jpg‘우스운 일이었지.’

이사벨라의 가장 큰 자랑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였는데, 그녀에게 그녀의 가장 큰 성취를 가져다준 것은 그녀의 미모가 아닌 아버지의 권세였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1655099072614.jpg‘기다리기만 하면 돼.’

아버지의 권세라면 아리아드네 역시 동일하게 누리는 것이었다. 현재 이사벨라의 평판은 이미 상당히 훼손된 상태였다. 아버지인 데 마레 추기경의 신임 역시 이제는 아리아드네에게 쏠려 있었다. 지금 데 마레 추기경의 딸 둘 중 누가 왕자의 반려가 될지를 고르라면 도박사들 대부분은 아리아드네에게 돈을 걸 것이다. 전생과 다르게 라리에사 대공녀가 타란토까지 알폰소를 따라간 것이 신경 쓰였지만, 라리에사 대공녀가 타란토에서 무슨 짓을 하건 마르그리트 왕비가 암살당하면 그녀는 알폰소와 결혼할 수 없다.

1655099072614.jpg“괜찮을 거야.”

마르그리트 왕비는 그녀에게 몹시 잘 대해주었다. 그녀는 나라의 공정하고 엄격한 안주인이었으나 동시에 상냥한 사람이기도 했다. 호의를 베풀 이유라고는 없는 아리아드네에게 여러 번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준 사람이었다.

1655099072614.jpg“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저어 양심의 가책을 떨쳐냈다. 마르그리트 왕비 시해 사건은 국가 단위의 사건이었다. 아리아드네는 이제 기껏해야 데 마레 가문 내에서 간신히 운신의 폭을 조금 확보했을 뿐이었다. 아리아드네가 가장 크게 활약했던 아세레토의 사도 사건도, 그저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지 일어날 일 자체를 바꿨던 것은 아니었다. 마르그리트 왕비 시해 사건은 그녀가 관여할 수 있는 사이즈의 사건이 아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1655099072614.jpg“어쩔 수 없어.”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일이다. 일어날 일이고, 막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알폰소는 마르그리트 왕비 폐하께서 돌아가시면 많이 슬퍼하겠지. 전생에서도 왕자는 왕비 폐하께서 돌아가신 이후 눈에 띄게 말수가 없어졌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곧이어 성대하게 치러진 본인 결혼식에서의 왕자는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괜찮아야 한다. 괜찮을 것이다. * * * 데 마레 대저택에는 잘 쓰지 않는 방이며 헛간이 여러 개 있었는데, 아리아드네에게는 창고가 하나 필요했다. 하지만 그 방의 용처를 정하는 권한은 안주인인 루크레치아에게 있었다. 그녀는 추기경 관저 바깥에 있는 별도의 건물을 빌리려고도 알아보았지만, 산 카를로의 치안은 그렇게까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빈집에 덜렁 물건만 두었다가는 좀도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자들이 금세 자물쇠를 부수고 몽땅 털어가기 일쑤였다. 지금의 아리아드네에겐 아무래도 저택 바깥에 있는 창고에까지 방범을 세울 인력까지는 없었다.

1655099072614.jpg“남자 하인이 있어야겠어.”

16550990742301.jpg“집사 니콜로로는 안 되나요?”

1655099072614.jpg“이리저리 눈치나 보는 기회주의자를 어찌 큰일에 쓰겠느냐. 충성심 있고 믿을 만한 자가 필요해.”

좋은 인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리아드네는 좀 더 시간을 들여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원래 그녀가 사재기하려고 했던 것은 대풍작의 영향으로 시세가 저렴해진 밀이었지만, 적재 공간이 없으니 싸고 부피가 큰 물건보다는 조그맣고 비싼 물건을 사 모을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드네가 대신 고른 것은 밀랍이었다.

16550990742301.jpg“아가씨, 이건 또 왜 사요? 우리 양초 장사라도 하나요?”

밀랍은 고급 양초의 재료이기도 했고, 편지를 봉인할 때 쓰기도 했고, 화장품이나 간단한 약으로도 썼다. 개 중에는 특히 피부병에 특효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가 밀랍을 사재기하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1655099072614.jpg“언제 무엇이 중요해질지 모르는 것이 인생사 아니겠느냐?”

1123년 여름에는 흑사병이 온 에트루스칸 왕국을 강타하게 된다. 밀랍은 흑사병 대유행 시에 병을 예방하기 위해 겉옷과 온몸에 바르는 물건이었다. 벌집에서 추출하는 물질인 밀랍은 꿀벌이 평생 짝짓기 없이 정결하게 지내며 만드는 것으로 천상에서 땅으로 내려보낸 물질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런 연유로 성황당에서 사용하는 고급 양초는 순결한 밀랍으로 만든 것만 사용했다. 그런데 흑사병이 발발하자 밀랍은 하늘에서 내린 신의 천벌이라고 불렀던 흑사병에 대항할 인간의 도구로 추앙받았다. 실제로도 피부와 겉옷을 밀랍으로 덧씌우면 흑사병에 덜 걸리기도 했다. 1123년의 흑사병은 지난 생에서 어린 아라벨라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기도 했다. 아리아드네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작정이었다. 아리아드네는 약 70 두카토(약 7000만 원) 정도를 여유 자금으로 수중에 가지고 있었다. 랑부예 구휼원에 맡겨 놓은 왕비의 희사금과, 데뷔탕트 무도회를 치르면서 숨겨 놓은 비상금, 그리고 서너 달 전부터 데 마레 추기경에게서 월 10 두카토씩 직접 받게 된 용돈 중 쓰고 남은 것을 모두 모은 것에다가, 체자레 백작의 넘쳐나는 선물 중 일부를 전당포에 맡기고 받은 돈을 더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 돈으로 시중에 풀린, 가격대가 합리적인 밀랍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두 다 사들였다. 최상품의 밀랍은 중앙 대륙 동쪽, 라트갈린 지역으로부터의 수입품이었지만, 아리아드네는 굳이 최상품을 고집하지 않고 에트루스칸 내에서 나온 물건이라도 가격대만 맞으면 꾸준히 사 모았다. 예산이 아주 크지 않았고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시세를 출렁거리게 할 정도로 물건을 사재기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모은 밀랍을 데 마레 추기경 관저의 부엌에 딸린 방 하나를 점거해서 보관했다. 거침없는 아리아드네의 행보에, 루크레치아의 휘하에 있는 하녀장 지아다는 아리아드네가 방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항의했다.

16550990742301.jpg“아가씨, 이 방을 이렇게 마음대로 쓰시면 어떡합니까!”

1655099072614.jpg“지아다. 그건 내 어머니의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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