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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애틋한 마음 (99/733)

<제100화> 애틋한 마음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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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드네는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라 자세를 바로 했다. 그녀는 약속받은 것 없이 남자의 욕망을 채워줬을 때 어떤 꼴이 될 수 있는지 한번 생생하게 겪어보았다.

1655099464496.jpg- “아리, 날 사랑하지 않아? 이리 온.”

1655099464496.jpg- “왕비는 이사벨라가 될 거야.”

귓가에 맴도는 체자레의 잔상에 아리아드네는 무겁게 머무는 알폰소의 손을 밀어냈다.

16550994644966.jpg“싫어!”

아리아드네는 알폰소를 똑바로 바라보며 재차 이야기했다.

16550994644966.jpg“이런 건 싫어.”

아리아드네의 거절에 알폰소 역시 찬물을 뒤집어쓴 듯이 놀랐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신사였다.

16550994644973.jpg“미안, 놀랐지.”

그는 손을 내려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는 아리의 뺨에 뽀뽀했다.

16550994644973.jpg“이건 괜찮아?”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 알폰소를 바라보던 그녀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아리아드네는 행복하게 웃고는 알폰소의 입술에 마주 입 맞췄다.

16550994644966.jpg“이건 좋아.”

알폰소의 입가에도 다시 미소가 번졌다. 젊은 한 쌍은 까르르 웃으며 서로 코를 비비며 입술을 찾았다. 장난스레 입술을 건드리다 보면 으레 진한 키스로 이어졌다. 한참을 서로 정신없이 입술을 탐하던 그들에게 제동을 건 것은 휴게실을 울리는 ‘꼬르륵’ 소리였다. 아리아드네는 알폰소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알폰소는 붉어진 얼굴을 옆으로 돌려 버렸다. 아리아드네는 그제야 비로소 알폰소를 위아래로 훑어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알폰소의 옷차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겨울의 눈 쌓인 벌판을 말을 재촉해 달려온 왕자의 노고가 구구절절이 쌓여 있었다. 그녀는 알폰소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16550994644966.jpg“오느라 고생이 진짜 많았겠다. 배고프지? 마지막으로 언제 먹었어.”

16550994644973.jpg“어제 저녁? 육포?”

지금은 저녁 시간으로 넘어가는 늦은 오후였다. 알폰소의 말은 결국 하루 온종일 굶었다는 소리였다. 아리아드네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16550994644966.jpg“안 되겠다, 당장 뭔가 먹자! 잠깐 기다려!”

아리아드네는 식당과 이어진 주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녀는 회귀한 이후로 강박적으로 음식을 피했다. 식이 제한을 하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식료품을 보면 구역질이 올라오는 지경까지 다다랐다. 하지만 집안의 안주인으로서 남들의 끼니는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고, 식사 준비를 감독하는 것은 그녀가 유독 싫어하는 임무였다. 그렇지만 알폰소의 입에 들어갈 것이라면 기꺼이 만질 수 있었다. 그녀는 점심과 저녁 사이, 부엌 하녀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부엌에 들어가 찬장에서 빵과 고기를 닥치는 대로 쟁반에 담았다. 추운 겨울에 실내로 들어왔을 테니 데운 와인과 따듯한 수프도 필수였다. 큰 쟁반에 음식을 가득 담은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디저트도 한 종류 챙겨 마저 담은 후 찬장을 닫고 주방 옆 휴게실로 돌아왔다.

16550994644966.jpg“자! 얼른 먹자!”

아리아드네가 가져온 숟가락과 포크는 한 벌 뿐이었다. 알폰소는 눈썹을 치켜들었다.

16550994644973.jpg“너는 안 먹어?”

16550994644966.jpg“나는 이미 먹었어.”

그녀는 머뭇거림조차도 없이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그는 예리하게 아리아드네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점심을 먹기는커녕, 사흘은 굶은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었다. 거짓말이라고 지적하는 대신, 알폰소는 아리아드네에게 웃으며 말했다.

16550994644973.jpg“그럼 한 번 더 먹어.”

알폰소는 나 혼자 식사하게 둘 거냐고 아리아드네를 재차 재촉했다. 그제야 마지 못해 자기 몫의 식기도 가져온 아리아드네는 깨작이며 수프를 조금 떠서 입술을 축였다. 왕자를 먹일 생각에 하필이면 소스를 뿌리지 않은 야채 같은 것은 전혀 챙겨오지 않아 버렸다. 그나마 구역질이 덜 나는 것은 수프였다. 수프 한 스푼을 앞에 두고 고사를 지내는 아리아드네를 발견한 알폰소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리아드네는 그의 시선을 뒤늦게 알아채고는 고개를 들어 알폰소를 마주 바라보았다.

16550994644966.jpg“왜?”

16550994644973.jpg“너, 잘 안 먹지?”

그는 예리하게 그녀의 손목이나, 목덜미, 볼 같은 곳을 훑어보았다.

16550994644973.jpg“이제 와서 너희 집에서 널 굶길 수는 없을 거 같고, 네가 안 먹는 거지?”

아리아드네는 알폰소의 눈길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16550994644973.jpg“아 해봐.”

아리아드네는 움찔, 몸을 떨었다. 입안에 음식물이 들어가는 감촉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나빴다. 먹으면 살이 찐다. 살이 찌면…….

1655099466014.jpg- “너는 덩치가 너무 커서 남자를 안는 것 같대.”

안 될 말이었다. 아리아드네가 고집스럽게 숟가락 앞에서 입을 열지 않자 알폰소는 인상을 썼다. 아리아드네는 알폰소의 인상이 찡그려지자 입술을 부루퉁히 내밀었다.

16550994644966.jpg‘뭐, 안 먹는다고 화낼 거야?’

하지만 그녀에게 밀려든 것은 알폰소의 서운함 토로가 아니라 입술이었다. 왕자는 설탕과 말린 과일을 넣어 데운 우유를 한 모금 입에 머금더니 그녀의 입을 열어 목구멍 너머로 넘겨 버렸다. 달콤한 것이 데운 우유인지, 입맞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회귀 후로 10여 개월 만에 처음으로 먹는 단맛이었다. 평소 같았다면 기겁을 하고 뱉던가 먹게 시킨 사람에게 화를 냈겠지만 그녀는 입술인지 설탕인지 준별되지 않는 달콤함에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16550994644966.jpg“하아…….”

알폰소가 입술을 떼냈다. 달콤했던 키스의 증거가 거미줄처럼 한 줄기 매달려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손을 휘둘러 입가를 싹 씻었다.

16550994644966.jpg“알폰소, 이 무슨……!”

16550994644973.jpg“아리, 난 네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알폰소의 그 말에, 아리아드네는 화를 내려던 혀끝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16550994644973.jpg“네가 말라가는 게 싫어. 그냥 맛있는 게 있으면 생각하지 말고 다 먹고. 복잡한 생각들로 어두워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는 손가락으로 아리아드네의 입술을 닦아 주었다. 아리아드네가 성기게 닦아서 타액과 섞여 흘러내린 우유가 묻어 있던 입술이었다.

16550994644973.jpg“너 예뻐.”

아리아드네는 흠칫, 몸을 떨었다. 남자가 잠자리 직전에만 흘리는 감언이설이다. 저런 것 따위, 전생에서 익히 들었다. 그녀는 고집스럽게 내뱉었다.

16550994644966.jpg“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오늘 너를 여기서 더 허락하지는 않을 거야.”

아리아드네의 못된 말에 알폰소의 청회색 눈이 잘게 떨렸다. 하지만 그는 성내거나 하지 않고, 그녀에게 몹시 가깝게 밀착한 상태에서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대었다.

16550994644973.jpg“아리. 그런 말 하지 마. 그런 의도로 한 말 아니야.”

그는 잠시 단어를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16550994644973.jpg“내 눈엔 네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예뻐. 더 마를 필요도 없고 거추장스럽게 꾸밀 필요도 없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것은 알폰소 왕자 본인은 누릴 수 없는 사치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도 쟁취할 생각이었다. 내가 나로서 지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 그리고 그의 여인을 위해서는 더더욱 그랬다. 백번이고 천 번이고 이루게 해줄 작정이었다. 그는 아리아드네의 손을 더듬어 맞잡고 꾹, 힘을 주었다.

16550994644973.jpg“네 걱정이 돼서, 안 와볼 수가 없었다.”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이마를 쓸며 말을 이었다.

16550994644973.jpg“이상해. 너는 정말 뭐든지 똑 부러지게 다 잘하는데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 계속 신경 쓰이고, 계속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여.”

알폰소 왕자는 부고의 주인이 아리아드네가 아니라 아라벨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이 산 카를로로 가려던 이유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못내 그의 가슴 한편을 차지하고 있던 염려와 애정이 그의 산 카를로 행을 추동했다. 아라벨라는 아리아드네가 몹시 귀여워하던 막냇동생이었고, 인간 같지 않은 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그 집안에 유일하게 마음 붙일 곳이었다. 아리아드네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자 그는 심장에 칼이 꽂히는 것만 같았다. 강한 척 입술을 앙다물고 있는 그의 검은 머리 소녀는 그 어느 곳에도 기댈 데가 없을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달려가서 기댈 어깨가 되어주고 싶었다. 실권 하나 없는, 외동아들이면서도 아직 왕세자조차 되지 못한 소년 왕자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여전히 있었다. 아니, 왕자가 아니라 거리의 필부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다. 그의 소녀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힘들면 내 손을 잡으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둔 채 삼일 밤낮을 눈길을 뚫고 올라와 지금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16550994644973.jpg“이렇게 기본적인 걸 안 하니까 내가 걱정이 되지. 어린아이들도 네 살이 넘으면 혼자서 밥을 먹을 줄 안다고. 아이들도 하는 걸 혼자서 못 하니 내가 이렇게 산 카를로까지 올려와서 먹여주고 있잖아.”

알폰소는 아리아드네의 얼굴에 코를 비볐다.

16550994644973.jpg“애만도 못하긴.”

16550994644966.jpg“아니거든!”

16550994644973.jpg“그럼 네 손으로 밥 먹어봐.”

그는 아리아드네의 손에 수저를 쥐여 주고는 수프 그릇을 그녀 앞으로 밀어주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안 할 도량이 없었다. 그녀는 숟가락으로 맑은 버섯과 소고기 국물을 떴지만, 쉽사리 그것을 입에다 가져다 대지는 못했다. 그런 아리아드네 옆에서 알폰소가 그녀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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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0994644973.jpg“아까처럼 먹여버리기 전에 어서.”

아리아드네는 갑자기 귓가에서 들려오는 중저음에 당황해서 스푼을 입안에 넣어버리고 말았다. 말린 포르치니 버섯의 향기와 함께 소고기의 감칠맛이 아리아드네의 목구멍을 적셨다. 오랜만에 맛보는 제대로 된 음식의 향기는 처음에는 낯설었고, 잠시 역겨웠다. 하지만 수프가 식도로 넘어갈 때 즈음엔 예전에 알던 그 즐거운 맛이 언뜻 감각을 스쳤다. 맞다, 이런 맛이었지……. 아리아드네가 한 입을 넘기자 알폰소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16550994644973.jpg“어서, 한입 더.”

그녀는 알폰소의 종용에, 버섯 소고기 수프를 한 숟가락 더 떠서 입안으로 넣었다. 좀 전에는 끝에 가서야 희미하게 느껴졌던 음식의 환희로운 맛이 이번에는 혀끝에 닿자마자 확, 퍼졌다. 아리아드네는 자발적으로 세 번째 숟가락을 떴다. 알폰소는 이 모든 것을 턱을 괴고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버섯 소고기 수프를 모두 끝내고, 감자 뇨끼와 구운 양고기까지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고기는 비린내가 심해서 많이 먹을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면 나름 장족의 발전이었다. 알폰소 역시 삼 일간 얼어붙은 육포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설움을 양껏 풀었다. 아무래도 음식을 해치우는 데에 있어서 주된 활약을 한 것은 알폰소 왕자였다. 쟁반 하나 가득히 들고 왔던 음식들은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자 눈 깜박할 사이에 바닥을 드러냈다. 알폰소는 못내 아쉽다는 듯이 마지막 남은 양고기 조각을 씹어 넘겼다.

16550994644966.jpg“더 갖다 줄까?”

16550994644973.jpg“아냐, 이 정도면 됐어. 그냥 남았길래 먹은 거야.”

왕자치고는 지나치게 알뜰한 입맛이었다. 아리아드네는 작게 웃었다. 그러던 그녀의 눈에 테이블 구석에 올라가 있는 쌀 푸딩이 들어왔다.

16550994644966.jpg“저건 안 먹어?”

알폰소는 흘깃 보더니 답했다.

16550994644973.jpg“디저트는 별로 안 좋아해. 거기다가 푸딩은 식감이 물컹해서 싫어.”

아리아드네는 잠깐 멈칫했다. 알폰소는 분명히 싫은 티 없이 그녀가 건네주었던 상귀나치오 돌체*를 먹었었다. 그녀는 돌려서 물어보았다.

16550994644966.jpg“공식 석상에서는 너 디저트 남기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알폰소는 쓰게 웃었다.

16550994644973.jpg“그거야. 내가 공식 석상이나 왕궁에서 음식을 남기면 주방에 불호령이 떨어지니까.”

마르그리트 왕비는 왕자가 잘 먹는 것에 각별히 신경을 썼고, 마르그리트 왕비의 비위를 맞추고 싶었던 알폰소의 유모는 알폰소가 음식을 남길 때마다 왕자가 입맛이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주방장은 무엇을 했길래 왕자가 주어진 음식을 다 끝내지 못하는 것이냐며 발작적으로 주방에 항의했다. 왕자궁의 주방장보다는 왕자의 유모가 발언권이 훨씬 컸다. 알폰소는 자기가 음식을 남길 때마다 주방장이 해고되고, 시종이 잘리고, 하녀가 매를 맞는 모양을 목도했다.

16550994644973.jpg“싫어도 참고 먹어야지.”

아리아드네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건네주었던 상귀나치오 돌체도, 내가 체자레에게 끌려가서 고초를 당할까 봐 깨끗이 먹어준 거였나. 아리아드네는 저도 모르게 알폰소의 뺨을 어루만졌다. 지금의 알폰소에게 물어도 모르리라. 어떤 일들은 영원히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그렇지만 확인받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알폰소는 아리아드네가 먼저 내민 손에 썩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그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아리아드네에게 이야기했다.

16550994644973.jpg“잘 먹고, 잘 자고, 몸조심하고. 나는 이만 일어나봐야 할 것 같아.”

아리아드네는 예전과는 달라진 알폰소의 말투에 좀 전의 생각을 끊고 짧게 웃었다.

16550994644966.jpg“왕자님. 위엄이 갑자기 넘치시는걸요?”

알폰소는 아리아드네를 지긋이 마주 보면서 웃었다.

16550994644973.jpg“친구를 대하는 것과 내 여자를 대하는 것은 달라야지.”

아리아드네는 순간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녀는 당황한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아, 되려 짓궂게 반문했다.

16550994644966.jpg“나, 네 여자야?”

예전의 알폰소였다면 분명히 얼굴이 벌게졌을 것이다. 이번에도 약간 귓불이 발개진 것을 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50994644973.jpg“응.”

힘주어 대답한 알폰소는 한마디 더 붙였다.

16550994644973.jpg“조금만 기다려.”

아리아드네는 배시시 웃었다. 마음에 훈풍이 부는 것 같았다. 불행과 비극으로 점철된 일상에 직통으로 꽂히는 진통제 같았다. 그녀는 항상 그녀의 남자를 보살피는 편이었다. 아리아드네는 몸에 익은 대로 물었다.

16550994644966.jpg“자리는 어떻게 비웠어. 공식으로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16550994644973.jpg“네가 걱정할 부분이 아니야.”

알폰소 왕자는 역시나 단단한 목소리로 답했다.

16550994644973.jpg“내가 알아서 할게.”

아리아드네는 평상시의 알폰소답지 않은 단호함에, 그리고 체자레와는 다른 알폰소의 대응에 살짝 놀랐다. 인풋에 대한 아웃풋이 익숙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체자레라면 분명히 그의 어려움을 묻는, 돌봄의 손길을 내미는 그녀에게 징징거렸을 것이다. 자리를 비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둥, 내가 어떻게 해서 자리를 비웠는지 나의 신묘한 계책을 들어보라는 둥. 자랑과 애원으로 점철된 시간은 익숙했다. 이 차이점에 잠시 경탄하던 아리아드네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폰소에게 다 생각이 있겠지. 그녀는 그녀의 왕자님을 믿어볼 요량이었다.

16550994644966.jpg“너도, 몸조심해.”

그녀는 한마디 덧붙였다.

16550994644966.jpg“무리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늘 속에 숨죽이고만 있으면 그들이 둘 다 소망하는 결과가 온다. 에트루스칸의 왕자와 갈리코의 대공녀 사이의 혼담이 깨지고, 알폰소 왕자가 왕명으로 데 마레 추기경의 딸 중 하나와 결혼하게 되는 상황이. 그러나 번제에는 희생양이 필요하다. 다름 아닌 마르그리트 왕비의 목숨이 제단 위에 올라갈 오늘의 제물, 흰 새끼 양이 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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