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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혈연의 중요성 (105/733)

<제106화> 혈연의 중요성2021.12.08.

루크레치아는 대번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16550995505557.jpg“이 무슨……. 어떻게 알게 됐어!”

올라간 혈압에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16550995505557.jpg“걔도 그때 그 현관에서 네 외삼촌이 입 놀린 걸 들은 거야?!”

이폴리토는 우물쭈물 말했다.

16550995505566.jpg“그게……. 그것도 들었고, 왜, 그 아라벨라 추도 미사 당일 아침에 엄마가 내 방에 들어와서……. 그날 있잖아요.”

루크레치아는 머리가 핑 돌았다. 아들이 답답해서 그런건지 상황이 엄중해서 그런건지 분간도 가지 않았다.

16550995505566.jpg“그날 걔가 내 장롱 안에 들어 있었어.”

루크레치아는 놀라 입을 쩍 벌렸다. 턱이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루크레치아의 턱이 온전한 단 하나의 이유는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느라 입을 잠시 오므렸기 때문이다.

16550995505557.jpg“너 이놈의 새끼야, 너 미쳤어?!”

어머니가 자신의 볼기를 칠 기세였기 때문에 이폴리토는 자기가 자기 입으로 아라벨라가 아비가 다르다는 사실을 고민 상담 겸해서 나불나불 불었다는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했다. 어차피 말레타가 안다는 내용은 다 전달됐는데 굳이 매를 벌 필요는 없었다. 반대로 루크레치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말레타가 현관에서 스테파노의 실언, 그러니까 ‘이폴리토와 아라벨라가 아비가 다르다’라는 내용만 들었다면 그것은 루크레치아 자신만의 문제였다. 하지만 아라벨라의 추도 미사 당일에 자신이 이폴리토와 나눈 대화를 말레타가 들었다면 이것은 한 단계 다른 차원의 문제로 진화하게 된다. 루크레치아는 그날 자신이 데 마레 추기경과 사는 이유는 이폴리토 때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했다. 눈앞의 머저리 아들놈은 못 알아들은 것 같았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나 말귀를 잘 알아듣는 법이다. 말레타는 멍청하기는 했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은근히 영악했다. 그 하녀 계집애도 과연 루크레치아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까?

16550995505557.jpg“가자.”

루크레치아는 바로 방문을 박차고 나가기 위해 성큼성큼 움직였다.

16550995505557.jpg“난 그 계집을 내쫓으라고만 했는데, 지금 당장 로레타를 찾아야겠다. 죽여 없애야겠어.”

  - 똑똑!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루크레치아가 열려던 방문이 마침 성긴 노크에 이어 복도 쪽에서부터 벌컥 열렸다.

16550995505557.jpg“아이고머니나!”

루크레치아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루크레치아가 찾으러 가려던 하녀 로레타가 바로 문 앞에 서 있었다.

16550995505557.jpg“넌 왜 앞도 안 보고 그렇게 불쑥불쑥 들어오고 난리야!”

16550995505602.jpg“죄송합니다, 마님.”

16550995505557.jpg“안 그래도 널 찾으러 가던 길인데 잘됐다. 그 말레타 계집애 말이야.”

16550995505602.jpg“마님!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온 길이에요! 흠씬 몽둥이찜질을 하고 내쫓았구먼요!”

16550995505557.jpg“뭐라고?!”

루크레치아는 칭찬을 기다리는 로레타를 한 대 칠 뻔했다. 이폴리토는 얼른 루크레치아를 부축하며 정신이 혼미해진 어머니 대신 로레타에게 질문했다.

16550995505566.jpg“어디로 내쫓았어?! 지금 어디까지 갔어?!”

16550995505602.jpg“어디긴요. 부엌 뒷문으로 내쫓았죠.”

16550995505566.jpg“야! 일 처리를 그따위로 하면 어떡해! 가자. 당장 따라와.”

이폴리토는 어머니를 소파에 앉혀두고 부리나케 어리둥절한 하녀를 앞세워 일 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는 제일 먼저 부엌 뒷문으로 뛰쳐나가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았지만 육덕진 빨간 머리 하녀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16550995505566.jpg“젠장!”

그는 애먼 로레타의 멱살을 붙들고 흔들었다.

16550995505566.jpg“그년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내!”

난데없이 봉변을 당한 로레타는 깜짝 놀랐다.

16550995505602.jpg“도련님, 왜 이러셔요! 분명히 마님께서는 두들겨 패서 쫓아내라고 하셨는데요!”

16550995505566.jpg“잔말 말고 말레타 년 찾아내! 내쫓은 년이 책임지고 찾아와야지! 너 때문에 일을 모두 그르쳤어!”

시키는 일만 했을 뿐인데 창졸간에 일을 모두 그르친 원흉이 되어버린 로레타는 숨이 막혀 눈물이 맺힌 채로 손사래를 쳤다.

16550995505602.jpg“아이고, 이미 나간 년을 제가 무슨 수로 찾습니까!”

16550995505566.jpg“모르겠고, 책임지고 찾아내! 하루 안으로 찾아오지 못하면 내가 네년을 개밥으로 던져주겠다!”

이폴리토는 거칠게 로레타를 내던져버렸다. 비밀 미션을 받고 루크레치아 마님의 심복이 된 기분에 떡고물이 좀 떨어지려나 우쭐해있던 로레타는 본전도 못 찾은 이 상황에 혼비백산해서 도망쳐 버렸다. 이폴리토는 머리가 지끈지끈 쑤시는 것을 느꼈다.

16550995505566.jpg‘그년이 도망치게 두면 안 돼……! 어떻게든……. 어떻게든 찾아야……!’

  * * * 말레타는 정말 오늘이 인생 최고의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로레타 아줌마가 쳐들어와서 자기를 끌어내라고 했을 때는 저게 미쳤나 싶었다. 부엌 뒷방으로 끌려가서 하인들한테 매타작을 당할 때에는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말레타는 그 와중에서도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서 아랫배를 보호했다. 모성애가 넘쳤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애가 자기의 마지막 구명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6550995505602.jpg“꺼져! 다시는 이쪽으로 발걸음도 들일 생각하지 마라! 퉷!”

부엌 뒷문으로 쫓겨났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말레타는 데 마레 대저택으로 다시 들어갈까 했지만, 루크레치아 마님의 심복들에게 몹시 두들겨 맞았다는 두려움이 그녀의 발길을 잡았다.

16550995539054.jpg‘데 마레 추기경 예하를 뵈어야 해……!’

말레타에게 남은 유일한 동아줄은 데 마레 추기경이었다. 그는 핏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배 속에 이폴리토 도련님의 아이가 있다며 발치에 몸을 던지고 울면 거둬주지 않을까. 아니, 거두어 주려나……? 말레타에게는 확신이 없었다. 사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산 에르콜레 대성황당으로 가서, 추기경의 이동 경로에 버티고 서 있다가, 배 속에 이폴리토 도련님의 아들(아들일지 딸일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일단 아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이 있는데 루크레치아 마님에게 매타작을 당하고 집에서 쫓겨났다고 고자질하는 것이었다.

16550995539054.jpg‘하지만 만약 그랬을 때 데 마레 추기경 예하께서 날 안 받아 주시면 어떻게 하지……?’

말레타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때는 정말로 외통수다. 데 마레 추기경이 호락호락한 인물도 아니고, 말레타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녀를 무사히 돌려보내지는 않으리라. 그래서 말레타는 무의식중에 그 옵션은 좀 더 뒤로 미뤄 두기로 했다. 하지만 산 에르콜레 대성황당에도 갈 수 없고 데 마레 대저택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말레타는 정말로 갈 곳이 없었다. 돈도 없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은 펑펑 쓰느라 땡전 한 푼 모여 있지 않았다. 이폴리토 도련님을 졸라서 받아낸 사치품은 있었다. 그것들은 전당포에 맡기면 쏠쏠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도 챙기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쫓겨났다.

16550995539054.jpg‘본가……?’

하지만 말레타에게는 돌아갈 본가가 없었다. 말레타는 기근으로 고향을 떠나 수도로 몰려온 유민 출신이었다. 아빠는 술을 마시다가 실족사했고 엄마는 굶어 죽었다. 정말, 이 드넓은 세상에 자기 몸 하나 의탁할 곳이 없었다. 말레타는 막막함에 몸을 떨었다. 그때였다.

16550995539068.jpg“너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돼.”

갈색 후드를 깊게 눌러쓴 여자가 말레타를 불렀다. 그 여자를 알아본 말레타가 깜짝 놀라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16550995539054.jpg‘쟤가 왜 여기서 나와?’

여자는 후드를 벗었다. 그 아래에서 머릿수건에 싸인, 태양처럼 불타는 오렌지빛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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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타의 친동생인 산차였다. 산차는 몹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레타에게 지시했다.

16550995557906.jpg“따라와.”

  * * * 산차는 말레타를 데리고 산 카를로 시내를 가로질렀다.

16550995539054.jpg“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16550995557906.jpg“‘우리’라는 단어 쓰지 마라. 기분 나쁘니까.”

16550995539054.jpg“목적지는 말해줘야 할 거 아냐!”

16550995557906.jpg“알아서 뭐할 거야. 너도 아는 곳이야.”

길거리에서 산차에게 이끌려 온 말레타는 걷는 내내 불만에 차 있었다. 최종 목적지는 말레타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목적지에 도달하자 말레타는 표정 관리를 못 하는 것을 넘어서서 급기야는 말로도 짜증을 내고야 말았다.

16550995539054.jpg“이게 뭐 하는 짓이야?”

말레타는 목적지의 정문 앞 현판을 손가락을 가리켰다.

16550995539054.jpg“여기를 왜 와? 나 놀리는 거니?”

  - 「랑부예 구휼원.」 그들은 랑부예 구휼원 앞에 서 있었다. 말레타는 구휼원 정문 앞에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거세게 삿대질을 하며 산차를 비난했다.

16550995539054.jpg“여기다가 도로 버려버릴 거라고 조롱이라도 하는 거야?”

말레타의 분노에 산차는 싸늘한 표정으로 친언니를 꾸짖었다.

16550995557906.jpg“배부른 소리 그만해. 너 여기 말고 갈 데 있어?”

16550995539054.jpg“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랑부예 구휼원이라니……!”

말레타와 산차는 어렸을 적에 도시 빈민으로 랑부예 구휼원에 갇혀서 굶어 죽을 뻔했었다. 말레타가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곳이 단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여기였다.

16550995539054.jpg“난 안 들어가. 못 가!”

16550995557906.jpg“‘미스 로시’한테 안 좋은 것만 배워서는.”

산차는 혀를 끌끌 차며 아랑곳없이 랑부예 구휼원 안으로 발을 옮겼다.

16550995557906.jpg“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 따라와.”

산차의 말대로, 말레타는 갈 곳이 없었다. 갈 곳은커녕 플로린 은화 한 닢조차도 없이 길바닥에 쫓겨난 처지였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원수지간인 여동생의 뒤를 쫓았다. 산차는 빈민들이 수용되어 있는 중앙동을 지나 관리자의 사무실과 숙소가 있는 사무동으로 향했다. 그녀는 랑부예 구휼원의 실무책임자인 기획재정담당관, 카몬도 씨를 방문했다. - 똑똑.  

16550995505602.jpg“들어오세요.”

안에서의 허락을 받고 산차는 담담하게 기획재정담당관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16550995505602.jpg“산차 양.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말레타는 놀라움에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기획재정담당관이라면 그녀가 랑부예 구휼원에 있던 시절에 수용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사람이었다. 기획재정담당관이 배식을 줄이라고 하면 빈민들은 수수깡처럼 굶어 쓰러졌고 난방을 끊으라고 하면 거대한 석조 건물에서 벌벌 떨다가 얼어 죽었다. 말 그대로 하늘같이 까마득하게 높았다. 그런 사람이 지금 산차에게 깍듯하게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16550995557906.jpg“아닙니다. 전 바로 돌아가 봐야 해요. 일전에 저희 아가씨께서 부탁드렸던 사람이 오늘 오게 되어 인사도 드릴 차 들렀습니다.”

카몬도 씨는 그제야 산차의 뒤에 서 있던 말레타를 바라보았다.

16550995505602.jpg“아. 이분이 아리아드네 아가씨께서 말씀하셨던 바로 그 사람이로군요.”

산차는 카몬도 씨에게 쟤한테는 ‘이분’이라고 불러줄 필요 없다고 말하려다가 입술을 삐죽이며 참았다. 아리아드네는 랑부예 구휼원에 왕비의 이름으로 두카토 금화를 맡겨놓은 이후로 구휼원을 자주 들락날락하며 관리들과 친분을 쌓아두었다. 약간의 기부와 꾸준한 연락, 그리고 소소한 선물로 그녀는 관리들과 매우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6550995557906.jpg“맞아요. 앞으로 당분간 구휼원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말레타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눈알만 데굴데굴 굴렸다. 설마, 날 빈민 수용소에 처넣겠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아리아드네 아가씨가 내가 여기 올 일이 있을 줄은 어떻게 알았지?

16550995557906.jpg“가급적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산차는 카몬도 씨에게 말레타가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해 달라고 할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좀 너무한 것 같았다. 바깥이 위험한 걸 말레타가 모르지도 않을 것이고, 어차피 땡전 한 푼 없는데 나가서 할 것도 없다. 게다가, 손님을 감금해달라고 부탁하는 건 아가씨의 평판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

16550995505602.jpg“뭐 더 부탁하실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16550995557906.jpg“아니에요. 때가 되면 데리러 오겠습니다. 특이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셔요.”

16550995505602.jpg“물론입니다.”

16550995557906.jpg“잘 부탁드립니다.”

16550995505602.jpg“걱정 마십시오.”

카몬도 씨와 인사를 나눈 다음에는 숙소로 갈 차례였다. 숙소 안내는 운영 관리인인 스탐파 씨가 맡은 일이었다.

16550995557906.jpg“스탐파 씨? 스탐파 씨 계시나요?”

16550995505602.jpg“아 누구길래 이렇게 귀찮게 굴어.”

깍듯했던 카몬도 씨와는 반대로 스탐파는 덥수룩한 붉은 수염에 음식물이 묻었고 몸에서는 땀에 절어든 내가 가득 나는 중년 남자였다. 근무태도도 딱히 성실하지 않아 보였다. 한참 부른 뒤에야 창구로 나왔고, 대낮부터 낮잠이라도 자고 있었는지 붉은 까치머리가 부스스했다. 퉁명스러운 스탐파의 응대에도 산차는 싹싹하게 인사했다. 내 태도가 아가씨의 얼굴이라는 일념 하에서였다.

16550995557906.jpg“안녕하세요! 운영 관리인이신 시뇨르 스탐파 맞으시지요?”

고급스러운 복장을 한 어린 소녀가 이렇게까지 올려쳐 주자 스탐파도 마지 못해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16550995505602.jpg“맞소만, 뉘신지.”

16550995557906.jpg“둘째 데 마레 영애를 위해 일하고 있는 산차라고 합니다.”

산차는 자기의 소속을 데 마레 추기경 관저가 아니라 아리아드네 아래라고 특정해서 밝혔다.

16550995557906.jpg“당분간 이 사람을 시뇨르 스탐파께서 관리하시는 숙소에서 생활토록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카몬도 기획재정담당관님의 승인은 이미 얻었습니다.”

스탐파는 불만족스러운 듯이 혀를 찼다. 그는 빨간 단풍색 머리카락을 벅벅 긁으며 짜증을 냈다.

16550995505602.jpg“손발 다 묶어놓고 말만 부탁한다고 하면 그게 부탁이오? 카몬도 씨 지시면 내가 따라야지 별수 있나.”

산차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16550995557906.jpg“잘 부탁드립니다.”

산차는 한마디 덧붙였다.

16550995557906.jpg“저 사람이 마음대로 바깥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잘 보살펴 주세요.”

인질인지 보호 대상인지 모호하게 남겨두는 말이었다. 카몬도 씨는 아리아드네 아가씨의 평판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고위 관리였지만, 스탐파 씨는 그저 보통의 관리인으로 그의 의견이 사교계에 전해질 일은 없었다. 산차는 맘 놓고 말레타 감시를 부탁했다. 그녀는 스탐파에게 은화를 찔러줄 수 있었으나, 굳이 말레타를 위해 그렇게까지 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말로 공치사를 때운 후 말레타를 스탐파 씨와 함께 남겨놓았다. 산차는 나가기 직전에 말레타에게 나지막하게 일렀다.

16550995557906.jpg“루크레치아 마님이 널 벼르고 있어. 당분간 집에 돌아오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말레타는 비명을 질렀다.

16550995539054.jpg“날 어떻게 하려고……! 영영 여기에 버려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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