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이번 생 두 번째 청혼 (1) (140/733)


<제141화> 이번 생 두 번째 청혼 (1)
20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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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처럼 쳐들어간 레오 3세는 알폰소의 궁에서 허탕을 쳤다. 무도회가 끝난 후로 아직 왕자님이 돌아오시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은 것이다.

알폰소가 첫 살인 후 정신이 나가 궁 밖으로 도망친 것이 아니라면 그가 갈 곳은 한 군데밖에 없었다. 왕비궁.

그런 연유로 마르그리트 왕비를 찾아와 그녀의 응접실에 왕비와 단둘이 남은 레오 3세는 마르그리트 왕비를 위협하듯이 다가가 으르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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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난 아들놈 여기 있지? 어디에 숨겼어. 당장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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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마르그리트 왕비는 추호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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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제 처소까지 쳐들어오시다니요! 당신의 비에게 이토록 무례하게 구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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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 하하하하하!”

레오 3세는 앙천대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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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 올 곳에 왔소? 당신이 발 딛고 서 있는 이 모든 건 다 내 것이야. 도대체 이 내가 내 왕궁 안에서 들어오지 못할 곳이 어디 있단 말이오!”

그는 쿵, 벽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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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유를 알고 싶다면 말해 주지. 당신의 앙큼한 아들놈이 대형 사고를 쳤어.”

마르그리트 왕비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의 남편은 최소한 진상에 대해 어렴풋한 윤곽은 잡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 더 잡아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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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시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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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코의 미레이유 공작이 죽었어. 그리고 알폰소 놈이 죽인 것 같아.”

레오 3세는 음산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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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광대 놈이 봤다더군. ‘여자에 미친 왕자가 공작을 죽였다’고.”

왕비의 반론을 예상한 레오 3세는 그것을 사전에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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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광인이니 신빙성은 없지. 그렇지만 미레이유 공작의 사체는 왕자궁 부속 헛간에서 발견되었네! 지나가던 정원사 역시 왕자의 기사가 짐수레를 끌고 시신이 유기된 헛간에 뭘 집어넣는 걸 봤다더군.”

할 말을 잃은 마르그리트 왕비를 앞에 세운 레오 3세는 얼굴을 바짝 가까이 들이대고 으르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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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봐, 왕자의 기사가 왜 심야에 당신 처소에 있지? 사후처리를 보고하러 들른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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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코 경은 왕비궁의 근위 인력의 훈련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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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 시간에?”

레오 3세는 불타는 시선으로 마르그리트 왕비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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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만 더 상상력이 풍부했으면 불륜 아니냐고 몰아붙였을 거야.”

그는 낄낄대며 ‘겁대가리가 없어, 겁대가리가’, 라고 중얼거렸다. 국왕은 응접실 중앙에서 몸을 휙 돌려 왕비에게 삿대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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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분명히 무언가를 알고 있어. 부군은 나라 한번 위해 보겠다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데, 아들은 사고를 치고 아내는 뒤에서 헛짓거리나 꾸미고! 협조가 안 돼, 협조가!”

그는 분통을 터트리며 마르그리트 왕비를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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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 뒤에서 깜찍한 수작 따위일랑 부릴 생각도 하지 마시오,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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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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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레오 3세는 큰 소리로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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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 대주교 사건은 기억 안 나나?”

그는 주먹으로 벽을 쿵쿵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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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몽펠리에의 대주교한테 왕세자 필리프가 왕위를 계승할 왕재인지 의문이 든다고 편지를 쓰는 바람에 난리가 났지! 그 뒤로 갈리코 왕국과 우리는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중인데, 뭐? 정치에 관여를 안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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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신앙적 고백이었고, 외부에 유출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보낸 편지였었다. 하지만 그것이 공개되어 에트루스칸 왕국이 곤욕을 치르게 된 것은 맞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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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게 그런 멍청한 짓 두 번 다시 하지 마. 당신이 뭘 해보겠다고 나서서 일이 제대로 된 적이 한번이나 있어?”

레오 3세는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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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알폰소를 내놔! 혼쭐을 내놓을 테다! 도대체 어떻게 된 정신머리로 미레이유 공작을 죽인 거야!”

왕은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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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자식 다리몽둥이를 부숴버린 다음에! 갈리코 왕국에게 양해를 구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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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그리트 왕비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가 자신의 실수에 대해 변명을 하지 않기로 한 것과, 남편이 자신의 아들의 흠결을 갈리코 왕국에 대외적으로 떠들겠다고 주장한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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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코 왕국에게 이게 알폰소의 소행이라고 인정을 하신 뒤에 해명을 하시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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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절단이 여기 와서 죽었어! 왜 죽었는지 해명을 해야 결혼 협상이 안 엎어질 것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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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이 됐는데도 결혼 협상을 지속하실 생각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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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레오 3세의 눈에서 푸른 빛이 튀겼다. 거의 광기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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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의 배합식! 그것만 있으면! 이 지긋지긋한 문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단 말이오! 말 더럽게 안 쳐 들어먹는 짜증 나는 귀족들! 망할 국경! 한 번에 다 끝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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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은 전략무기일 뿐이지 마법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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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뭘 알아!”

 
- 쨍그랑!

분노를 이기지 못한 레오 3세는 왕비의 응접실 중앙에 놓인 수선화 화분을 쓸어 바닥으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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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 판단이야!”

그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응접실에 놓인 의자를 발로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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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항상 뭐든지 다 안다는 눈초리를 하고 으스대면서 사람 비난하지! 외교관계 같은 중요한 일도 자기가 허황된 편지로 다 망쳐 놓은 주제에!”

마르그리트 왕비가 몽펠리에 대주교에게 보낸 편지는 필리프 4세가 마르그리트 왕비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품게는 했을지언정, 엄밀히 따져서 국가 간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국경을 맞댄 나라 간의 외교 관계는 시집간 고모가 미워서 뒤틀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오 3세는 그 꼬투리를 절대로 놓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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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잘난 척!”

마르그리트 왕비는 라리에사 대공녀가 아리아드네의 해코지를 청부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났으며, 그런 사람을 절대로 며느리로 맞을 수 없다고 말하려다가 혀끝을 깨물었다.

그녀는 자기 스스로를 잘 알았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신중한 대신에, 순발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심사숙고한 뒤에야 좋은 결정을 내렸다.

지금 라리에사 대공녀가 했던 짓을 남편에게 이른다면 그녀의 남편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추궁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여기에 대해 조리 있는 대답을 척척 해낼 자신이 없었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말을 줄이고, 지금 이 자리에서는 버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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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가 지금 어디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내일 아침에, 왕자궁에 있겠지요. 모든 것이 가라앉은 다음에 이야기하세요.”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 그녀가 아는 레오 3세는 엄청난 다혈질이었다. 제정신이라면 안 할 짓도 화가 난 상태라면 저지를지 모른다. 절대로, 아들을 그런 남편 앞에 내놓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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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이 사건을 연관 짓는 것은 미치광이의 증언뿐이 아닙니까?”

마르그리트 왕비는 남편의 요구를 단호하게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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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무것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날뛰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입니다.”

이때, 레오 3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날뛴다’니, 버튼이 제대로 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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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살았지!”

 
- 쨍그랑!

또 하나의 화병이 깨졌다. 이번에는 협탁 위에 올려놓은 것을 들어서 던진 것이다.

화병은 마르그리트 왕비의 어깨에 맞고 튕겨 나가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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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마르그리트 왕비의 비명이 ‘왕비의 응접실’을 울렸다. 레오 3세는 그 비명 소리에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그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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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그 뒤로 물건 던지는 소리, 물건 넘어지는 소리, 둔탁하게 맞는 소리, 해석할 수 없는 웅얼대는 고성 등등이 응접실을 요란하게 울렸다.

- 쨍그랑!

-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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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 * *

응접실에 연결된 내실의 장롱 안에 갇혀 있던 알폰소는 숨을 죽이고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첫 번째 화병이 깨지는 소리가 났을 때 흠칫 몸을 떨었다. 두 번째 화병이 깨지는 소리가 났을 때 그는 못 참고 장롱 문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 덜컹! 덜컥덜컥!

하지만 떡갈나무 장롱문은 단단하게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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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악!”

두 겹의 문을 뚫고 저 멀리서 마르그리트 왕비의 비명이 희미하게 들렸다.

- 덜컥! 덜컥덜컥!

왕자는 맹렬하게 장롱문을 흔들었지만 견고한 떡갈나무 가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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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 열리란 말이야!”

 
- 쿵!

알폰소는 주먹으로 장롱을 쳤다. 가구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지만, 왕자의 주먹 쥔 손가락 마디에서는 피가 흘렀다.

- 쿵! 쿵쿵!

하지만 알폰소는 포기하지 않았다.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물건 부서지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알폰소는 발작적으로 장롱문을 열려고 시도했고, 알폰소가 장롱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합쳐져서 불규칙적인 쿵쿵 소리가 온 사방에서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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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알폰소의 주먹은 이미 피로 흥건했다.

- 와장창!

- 쿵!

멀리서 들리는 아수라장의 소리에 알폰소는 다시금 장롱문을 주먹으로 쳤다.

- 쾅!

그러나 문은 여전히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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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알폰소가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내며 장롱문에 이마를 가져다 댔다. 피투성이가 된 나무판자에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을 댄 상태였다.

귀를 막고 쥐죽은 듯이 엎드려 있던 아리아드네는 알폰소의 등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그 등을 반복적으로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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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아무것도 괜찮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알폰소의 등을 쓰다듬으며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아리아드네 역시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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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마르그리트 왕비 폐하는 라리에사 대공녀의 편지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는 거지?’

이미 국왕에게 알폰소 왕자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은 탄로가 났다.

그녀가 마르그리트 왕비라면 여기서 바로 라리에사 대공녀의 편지 카드를 꺼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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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들어가 있으니 그게 공개된다면 나는 큰일 나는 거지만……. 라리에사 대공녀의 과실로 벌어진 일이니 알폰소는 부왕 앞에서 면이 서게 돼. 갈리코의 약점을 잡을 테니 레오 3세 폐하께서는 만족하실 테고, 당연히 마르그리트 왕비님께서도 저런 고초를 당하실 필요가 없어.’

하지만 마르그리트 왕비는 입 밖으로 단 한 마디도 내지 않은 채 레오 3세의 폭력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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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설마 나 따위를 위해서……?’

아리아드네는 이제껏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았다. 호의를 주고받을 수는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녀가 갚을 수 있을 때 받는 것이었다. 그녀가 나약하고 무력할 때 그녀를 보호하고 챙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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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가 미레이유 공작을 죽이게 된 것도……. 전부 다 나를 위해서…….’

알폰소 왕자가 위험에 처한 아리아드네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그녀의 곤경을 보고 눈이 돌아 앞뒤 가리지 않고 미레이유 공작의 목에 칼부터 꽂지 않았다면 이 모든 사건은, 마르그리트 왕비와 알폰소 왕자가 겪고 있는 고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새삼스레, 뒤늦은 깨달음이 밀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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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따위……. 나 따위를 위해서……?’

아리아드네의 눈가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차올랐다.

이는 처음에는 놀라움이었고, 그다음에는 감동이었고, 마지막에는 죄책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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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막상 아리아드네 본인은 마르그리트 왕비를 암살로부터 구제한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 일이 아니겠거니, 안이하게 넘겼다. 마르그리트 왕비로부터 받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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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는…….’

아리아드네의 볼을 따라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처음부터 다정하게 아리아드네를 챙겨주었다. 그리고 지금, 정말 큰 어른처럼 그녀를, 알폰소를 단단하게 지켜 주고 있다. 자신의 희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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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지른 업보는 그 대가를 치르고. 베푼 선행은 돌려받고. 그것이 황금률.’

황금률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웅웅 울렸다. 아리아드네는 미지의 목소리에게 약속을 하고 이 세계로 돌아왔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과업만큼 돌려받게 하겠다고.

마르그리트 왕비는, 보답을 받아 마땅하다.

- 챙그랑!

액자 같은 것이 떨어지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왕비의 응접실’ 쪽에서는 더 이상 큰 소리가 나지 않았다. 피가 흐르는 주먹을 쥐고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던 알폰소는 나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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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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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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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왕이 되면.”

알폰소는 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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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나의 비로 맞으면.”

왕자는 결연하게 굳게 내리다문 입매로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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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어.”

가정적인 단어들을 사용했지만 그 뜻을 따져보자면 첫 번째 청혼이다. 이번 생에서 받은 두 번째 청혼. 알폰소 왕자로부터 받은 첫 번째 청혼.

그는 고개를 돌려 아리아드네를 바라보았다. 손으로 눈가를 닦아 눈물과 핏물이 섞여 엉망진창인 얼굴로, 알폰소 데 카를로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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