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 두 통의 편지로 갈리코를 흔들다 (143/733)


<제144화> 두 통의 편지로 갈리코를 흔들다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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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폐하께서도 지금 고심을 하고 계시는군요.”

아리아드네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엷은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이는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파악이 끝난 사람의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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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를 바로 사형시켜 버리셨다니, 레오 3세 폐하께서도 알폰소 왕자님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널리 퍼트리고 싶지 않아 하시네요. 아들의, 실례합니다, 상품성이 훼손되는 상황을 갈리코 왕국과의 결혼 동맹 체결보다 우선시하고 계세요. 그렇다면 갈리코 왕국과의 결혼 동맹 체결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일까지는 아니라는 거네요. 평판이 망가진 아들보다는 덜 아쉬운 정도.”

아리아드네는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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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父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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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마르그리트 왕비는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아리아드네는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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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필리프 4세께서는 어떠십니까. 이 결혼 동맹 성사에 지극히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요.”

마르그리트 왕비는 솔직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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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답지 않아. 사실 이 혼담의 제의는 처음부터 이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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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코의 국왕께선 아닌 척하려고 하셨지만 지나치게 많이 양보하셨지요. 마치 일부러 놓인 덫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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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에트루스칸 왕국 입장에서는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독배였지.”

아리아드네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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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필리프 4세 폐하께서 이 혼담을 깨실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볼까요?”

마르그리트 왕비와 카를라 부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바로 옆 궁전에 있는 레오 3세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프리노약 산맥 건너편에 있는 필리프 4세를 건드리자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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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재주로 그게 가능하지?”

아리아드네는 손가락 한 개를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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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불안과 분노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필리프 4세 폐하께서는 아직 20대 후반이신 젊은 왕이시지요.”

그녀는 거침없이 설명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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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코 왕국에, 필리프 4세 폐하께 직보가 가능한 자, 그리고 필리프 4세 폐하의 귀에 들어갈 만큼 소문을 잘 낼 수 있는 입이 싼 자에게 ‘비밀리에’ 편지를 한 통 보내시지요. ‘미레이유 공작이 죽었는데, 에트루스칸 왕국은 미레이유 공작의 사인에 불미스러운 이야기들을 덧붙여 결혼 동맹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려고 한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얼추 이해한 것 같았지만 카를라 부인은 혼돈에 가득 찬 얼굴로 아리아드네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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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필리프 4세 폐하께서는 격노하실 겁니다. 에트루스칸 왕국에서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핵심은 저것이 에트루스칸 왕실이 조만간 취할 정책이라고 갈리코 궁정에 소문을 내는 것입니다. 갈리코에는 여론이 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런 결혼 동맹을 받는 것은 갈리코의 수치다’.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저런 동맹을 체결해야 하느냐, 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게 만드는 것이 첫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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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둘째는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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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주변을 뒤흔드는 것입니다. 필리프 4세 폐하께서는 즉위 3년 차, 그것도 손에 피를 묻히고 즉위하신 왕입니다. 아직 물리적으로 주변 정리가 끝났을 수가 없습니다.”

아리아드네의 녹색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갈리코 왕국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열다섯 살 소녀의 기지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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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라리에사 대공녀의 처지, 그러니까 편지의 존재가 드러나면 곧바로 에트루스칸에 억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기겁할 사람이 누구일까요?”

카를라 부인이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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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에사 대공녀 본인 아닐까요?”

하지만 마르그리트 왕비는 카를라 부인을 손짓해서 조용히 시킨 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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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아 대공 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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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명하십니다, 폐하. 제일 걱정할 사람에게 슬쩍 귀띔하시지요. 그렇지만 사실.”

아리아드네는 왕비의 내실에 뚫린 창문을 통해 저 멀리 궁전의 정문을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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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별일 하지 않아도 이미 라리에사 대공녀의 측근이 갈리코로 빠른 파발을 보냈을 겁니다.”

실제로 르비엥 백작은 사절단 막내를 외드 대공에게 빠른 파발마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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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드 대공은 불쏘시개만 넣어주면 당장 딸을 에트루스칸에서 데리고 와야 한다고, 혼담 따위 쓰레기라고 길길이 날뛸 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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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드에게는 핑계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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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폐하. 첫 번째 편지가 외드 대공이 행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는 대의명분을 제공할 것입니다. 두 번째 편지는 보내셔도, 보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보내시면 조금 더 확실해지기는 하겠지요.”

마르그리트 왕비는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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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쓰자.”

그녀의 결정에 카를라 부인은 놀라서 마르그리트 왕비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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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폐하!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마르그리트 왕비가 마지막으로 갈리코에 정치적인 편지를 썼던 일은 두고두고 그녀를 옭아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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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아. 하지만 내 아들을 나 말고 도대체 누가 구한단 말이냐?”

알폰소 왕자의 안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카를라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주군을 끝까지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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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첫 번째 편지만 쓰십시오! 두 번째 편지는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라지 않습니까!”

하지만 왕비의 태도는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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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아리아드네 데 마레, 내가 두 번째 편지를 썼을 때와 안 썼을 때의 확률을 어떻게 계산하느냐.”

사실 세상에 정확한 확률이란 존재하지 않았지만, 위정자에게는 항상 판단을 돕는 잣대가 필요했다. 아리아드네는 최선의 어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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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신다 해도 7할의 성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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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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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할.”

마르그리트 왕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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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자. 내 펜을 가져와라.”

카를라 부인은 왕비의 결심을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옛 친구에게 다시금 편지를 쓸 시간이었다. 멍투성이 얼굴로 왕비는 깃펜을 들어 양피지 위에 부드러운 필체로 편지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몽펠리에 대주교님께,

그간 격조하였습니다. 한때 친밀했던 우정도 시간과 물리적 거리가 장벽으로 드리우자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오늘은 제 모국, 갈리코에 대한 충정으로 오랜만에 펜을 듭니다. 이미 연락이 도달하였을지 모르겠으나, 갈리코 왕국과 에트루스칸 왕국 사이의 혼인 동맹을 논의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사절단의 대표, 미레이유 공작이 불운하게도 그저께 팔라지오 카를로 영내에서 피살되었습니다.

에스루스칸 왕실은 여러 가지 고려 끝에, 미레이유 공작이 팔라지오 카를로 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첩보 행위를 하려다가 피살당했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중략) ……첩보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것은 아니나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미레이유 공작은 에트루스칸 왕실의 마차를 타고, 마부의 옷을 입고 그가 갈 일이 없던 궁전 구획에서 죽었다. 첩보 행위 중이었다는 오명을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갈리코에서도 불미스러운 내용의 발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것입니다. 급작스러운 발표에 당황하실까 봐, 우정 어린 손길로 미리 대응을 귀띔하고자……. (후략)

- 모국을 그리워하는, 브리앙의 딸 마르그리트.」


그녀는 양피지를 후후 불어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를라 부인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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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 대주교는 저번에도 내 편지를 필리프에게 조르르 가져다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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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더 이상 대주교님과 서신 수발을 하지 않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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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제 와서 왜 자기에게 새삼 다시 편지를 보내는지 그 속셈이 궁금하겠지만, 내 속셈과는 상관없이 이걸 필리프에게 가져다주지 않고는 못 배길 걸세.”

그녀는 카를라 부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카를라 부인은 바로 두 번째 양피지를 대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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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왕비의 두 번째 편지는 발로아 대공 외드를 향한 것이었다. 수식어가 화려하게 들어갔던 첫 번째 편지와 다르게, 두 번째 편지는 짧았고 비교적 솔직해 보였다.


「친애하는 외드 오라버니께,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오늘은 다소 불미스러운 일로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내 재종질녀이기도 한 라리에사가 사고를 쳤습니다. 이번에 난리 난 미레이유 공작의 사망 사건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라리에사가 미레이유 공작에게 사람을 죽여 달라고 부탁했는데, 미레이유 공작이 그 부탁을 들어주다가 사망하게 된 모양입니다.

라리에사 대공녀가 미레이유 공작에게 부탁했다는 서면 증거가 나의 손에 있습니다. 왕궁 관리를 통해 내 손에 먼저 들어왔는데, 대공녀를 보호하기 위해 아직 레오 3세 폐하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더 이상은 힘에 부치는군요.

갈리코에서 현명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내가 여기에서 단신으로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에트루스칸의 마르그리트.」


그녀는 다 쓴 편지를 아리아드네에게 건넸다. 편지 두 통을 모두 읽은 아리아드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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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편지는 지금 당장 보내시고, 두 번째 편지는 삼일 정도 늦게 도착하도록 보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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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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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익는 속도의 차이입니다. 요리할 때 감자와 버섯을 볶으려면 무엇부터 볶나요?”

마르그리트 왕비는 자기 손으로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옆에 있던 카를라 부인이 대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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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푹 익히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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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아리아드네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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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편지는 소문을 내주는 것이 목적이니 도착한 다음에 조금 묵을 시간이 필요하지만, 두 번째 편지는 정보전달이 목적이니 도착하자마자 효과를 발휘할 겁니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놀란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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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특해, 과연 날카로워! 외드가 두 번째 편지를 받고 펄쩍 뛸 때, 첫 번째 편지가 촉발한 소문이 몽펠리에에 퍼져 있어야 그걸 재료로 필리프에게 결혼 사절단을 물리자고 주장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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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삼일은 조금 촉박한 것 같긴 하지만, 우리는 급하니까요.”

마르그리트 왕비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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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봐야 알겠지만, 내가 보기에도 네 말처럼 외드 대공은 꼬투리를 잡자마자 이번 결혼 협상을 깨고 당장 라리에사를 본국으로 데리고 돌아와야 한다고 난리를 칠 것 같구나.”

하지만 마르그리트 왕비의 얼굴에 올라온 미소는 이내 자취를 감추었고, 그녀는 평소의 건조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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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한 아이야. 이번에는 네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너는 무슨 속셈으로 이 일에 뛰어든 것이냐?”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아리아드네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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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코와의 결혼 동맹만 파기시키면 네가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 것이냐?”

마르그리트 왕비는 냉랭하거나 아리아드네를 비난하는 어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고르는 단어들을 전혀 순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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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는 국본(國本)이야. 너와 결혼한다면 귀천상혼*이 된다. 그것이 되리라고 생각하느냐? 정녕 원하느냐? 난 네가 무엇 때문에 이 일에 뛰어들어 이렇게까지 지극정성을 쏟는지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구나.”

너는 영영 출세할 수 없다. 너는 영영 군주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아리아드네를 미워해서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세계에서는 이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한 가지는 명확해 보였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아리아드네가 왕자비가 되는 것에 협조할 마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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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폐하.”

그러나 아리아드네는 평온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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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천상혼(貴賤相婚): 게르만족의 풍습에서 비롯한 관습으로, 자기보다 낮은 신분의 배우자와 결혼할 경우 그 자녀는 부모 중 더 낮은 신분만 계승할 수 있다는 제한. 통치가문 내지는 귀족의 머릿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였다.

조선 시대의 양천교혼(良賤交婚, 양인과 천민의 통혼) 금지 및 노비종모법(奴婢從母法, 노비 소생의 자녀는 부친의 신분과 관계없이 모친의 신분을 따른다)과 어느 정도 유사한 면이 있다. 다만 조선에서 왕의 자식과 신하의 자식 간의 통혼이 일반적이었던 것과 반대로, 서유럽에서는 최상위 지배계급에도 귀천상혼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었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게르만 계에서는 엄격하게 지켜진 법이었으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남부로 내려가면 법까지는 아니고 웬만하면 따르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지키지 않는 관습에 불과했으며, 장자승계법이 엄격해서 귀족의 숫자가 자연적으로 제한되던 영국에서는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18세기 이후로는 유럽 전역에 약화된 강도로나마 비교적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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