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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잠시만 기다려줘요 (146/733)


<제147화> 잠시만 기다려줘요
2022.05.01.


라리에사 드 발로아와 갈리코 사절단이 왕궁을 떠난 것을 확인한 아리아드네도 이제는 떠날 시간이었다. 그녀는 왕비궁 내에서 자신이 쓰던 방으로 돌아와 짐을 쌌다.

오래 있으려고 왔던 것이 아니라서 꾸러미는 단출했다. 그날 입었던 옷가지 정도에 마르그리트 왕비가 하사한 자질구레한 생필품이 가진 짐의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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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다 마치셨나요, 아가씨.”

왕비궁의 하녀가 곰살궂게 아리아드네에게 말을 걸었다. 그 열흘간 꽤 낯을 익힌 하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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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어. 고마워요.”

아리아드네는 정갈하게 닫힌 자신의 트렁크 가방을 쳐다보았다. 저 가방을 하녀에게 넘기면 그녀의 왕궁 방문은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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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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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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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편지 한 통만 전해줄 수 있나요?”

하녀는 저어하는 눈치였다. 사실 알폰소 왕자와의 편지 수발은 마르그리트 왕비 본인이 친히 하지 말라고 하명한 내용이었다. 하녀에게는 하늘같이 높은 주인의 명으로, 거스르면 곤란해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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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되지 않게 할게요.”

그래서 아리아드네는 왕비 폐하께서 친히 열어보시더라도 문제 되지 않을 내용으로만 편지를 썼다.

아리아드네는 주머니 안쪽에 잘 갈무리해두었던 편지를 들어 그것을 하녀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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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베르나르디노 경께 전달해 주면 돼요.”

알폰소 왕자에게 보내 달라고 하는 것은 하녀에게는 어차피 능력 밖이다. 하녀는 왕자를 만나기도 어렵다.

아리아드네는 하녀가 선뜻 봉투를 받지 않자, 미리 따로 빼놓았던 두카토 금화 한 개를 편지봉투 위에 얹어 하녀에게 함께 건넸다. 없는 의지를 만드는 마법의 촉매다. 하녀는 주저하다가 아리아드네의 편지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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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아리아드네는 밝게 웃으며 하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곧 여행용 트렁크까지 함께 넘겼다. 이젠 정말로 돌아갈 시간이다.

* * *

알폰소 역시 거처를 옮기는 중이었다. 급한 일은 끝났고 이제는 왕자궁으로 돌아갈 때다.

알폰소는 요사이 마음이 몹시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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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코…….’

어릴 때부터 그와 함께하던 죽마고우가 자기 대신 누명을 쓰고 갈리코 왕국으로 끌려갔다.

그는 무리한 요구를 한 갈리코 왕국과, 정치적 편리함 때문에 자국민을 넘겨 버린 부왕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느꼈으나 기실 그보다 더 크게 느끼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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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 몸 지키자고 내 사람을 사지로 몰았어.’

그는 창가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괜히 마른세수를 했다.

아니, 사실 알폰소 왕자는 자기 한 몸을 지키기 위해 엘코 경을 사지로 몬 것이 아니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 아리아드네 데 마레를 지키기 위해 그를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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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게 옳은 길이었을까? 나의 사랑은 엘코의 목숨을 희생물로 내걸 정도로 중요한가?’

알폰소를 뜬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고민이었다.

-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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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전하, 디노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알폰소는 창틀에 앉아 문득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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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베르나르디노 경은 고개를 조아리고 들어와서 그에게 편지 한 통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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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께 편지가 왔습니다. 좋아하실 것 같아서…….”

요사이 알폰소 왕자는 눈에 띄게 기운이 없었다. 베르나르디노 경은 자기가 모시는 왕자님을 어떻게든 북돋워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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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마레 영애에게서 온 편지입니다.”

베르나르디노 경은 기뻐할 알폰소를 상상하며 그가 조용히 편지를 읽을 수 있도록 왕자를 혼자 두고 나갔다.

알폰소는 핏발이 선 눈으로 대번에 편지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냈으나 차마 바로 편지지를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와 아리아드네는 지난 열흘간 같은 건물 안에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치지 못했다. 아마 그의 모친의 뜻이었으리라.

아리 쪽에서 그를 보러 오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손님이었고, 낮은 신분의 사람이니까 왕비를 거스를 수 없었다.

하지만 알폰소는 아리아드네를 보러 가려면 갈 수 있었다. 그러지 못하게 그의 발걸음을 멈춘 것은 엘코 경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리고 이제 아리아드네로부터 먼저 편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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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가 얼마나 내 연락을 기다리다가 먼저 편지까지 보냈을까.’

그는 그 생각을 하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이 못나서 친우를 사지로 보냈고, 자신이 못나서 자신의 여자를 불안에 떨게 했다.

잘나고 미더운 구석이라고는 없어서 둘 중 아무도 완벽하게 지켜주지 못했다. 스스로에 대해 몸서리가 쳐졌다.

알폰소는 용기를 내어 편지지를 집어 들어 그 내용물을 읽었다. 사랑의 고백, 찾아오지 않는 님에 대한 원망, 슬픔과 외로움의 토로를 단단히 각오한 채였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알폰소 데 카를로 왕자 전하께.」

알폰소는 첫 문장부터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신분으로 호칭하는 법이 없었다.

이어지는 편지의 내용은 흡사 공문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몹시, 몹시 딱딱했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왕자 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 덕에 저는 무사히 왕비 폐하의 날개 아래에서 잘 쉴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곧 데 마레 저택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귀가한 후에는 왕자 전하의 존안을 뵐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지금 이 편지를 올립니다.

그분께서는, 왕자 전하와 제가 교분을 맺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 어떨까, 하시는 의중을 보이셨습니다. 사실 이는 미천한 저로서도 십분 동의하는 바입니다. 지금은 몸을 낮게 숙이고 바람을 피할 때라고 사료됩니다.

앞으로는 연락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데 마레 저택으로의 편지도, 공식 행사에서의 대면도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때가 된다면 제가 먼저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사모하는 마음을 담아 당신의 충신, 아리아드네 데 마레 올림.」

알폰소가 ‘왕비의 내실’의 농 안에 갇혀 아리아드네에게 고백했을 때, 그녀는 사랑의 답가 대신 기사가 외우는 충성의 맹세를 읊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 둘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이었다.

알폰소는 그녀가 충성의 맹세를 한 것은 그저, 그 순간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다짐 정도라고만 애써 여겼다.

사랑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충성을 한 꺼풀 벗겨보면 그 아래에는 사랑이 있으며 사랑이 그녀의 그에 대한 감정의 본질적인 요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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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리아드네는 정말로 진지했던 것일까. 이제는 주종관계로서만 서로를 대하자는 의미의 맹세였을까. 그녀는 정녕 마음속에서 나를 지운 것일까.

알폰소 왕자는 아리아드네의 편지를 손에 쥔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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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아닐 거야. 뭔가 오해가 있는 게 틀림없어.”

알폰소 왕자는 아리아드네 데 마레를 위해 자신의 알 껍데기를 부쉈다. 의무를 저버리고 부모에게 반항했으며 인생 첫 살인을 했다. 국경을 넘어가는 차원의 사고였다. 그런데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이별의 편지였다.

그의 어머니가 아리아드네에게 엄포를 놓았을까? 네 신분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꿈을 버리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일까?

알폰소 왕자는 이제껏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한 번도 의구심을 품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공명정대하고 자애로웠으며 아들을 외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알폰소의 세계는 마르그리트 왕비마저 의심하고 있었다. 아리아드네가,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게 된 또 다른 세계가 그를 지웠다는 생각보다는 그편이 덜 힘들었기 때문이다.

알폰소 왕자는 방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왕자궁은 왕비궁에서 걸어서 20분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청년의 뜀박질로는 한달음이었다.

그는 어디인지 눈감고도 찾아갈 수 있었지만, 수도 없이 그려보았지만 죄책감에 끝내 열지 못했던 문을 열어젖혔다.

왕비궁의 작은 손님방, 아리아드네가 사용하던 처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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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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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

청소를 하던 하녀가 놀란 표정으로 알폰소 왕자를 올려다보았다. 방안은 생활감이 없이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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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전하…….”

알폰소는 체통을 지킬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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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는, 여기에 있던 영애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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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 계시던 손님께서는 어제 이미 자택으로 돌아가셨습니다.”

 
- 털썩.

다리에 힘이 빠진 알폰소는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깜짝 놀란 하녀가 토끼 눈을 뜨고 왕자를 쳐다봤다.

왕자는 하녀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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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나에게 따로 남긴 것은 없나?”

하녀는 그럴 리야 없겠지만, 왕자님의 어투가 마치 자신에게 애원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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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하오나 손님께서 퇴실하실 때 방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알폰소 왕자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 * *

아리아드네는 왕비의 인장이 찍힌 왕궁 마차를 타고 데 마레 대저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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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대저택의 현관에서 산차가 눈물마저 그렁그렁한 얼굴로 뛰쳐나와 아리아드네에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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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마르그리트 왕비는 데 마레 추기경에게 ‘둘째 따님이 영특하여 일이 주쯤 내가 데리고 있으며 말동무로 삼고자 한다’고 공문을 보내 주었다.

하지만 갈리코 사절단장의 사망으로 왕궁이 발칵 뒤집어진 상태에서 뜬금없이 왕비가 아리아드네를 집에 보내 주지 않는다니, 눈치 빠른 이 집 식구들은 왕비의 공문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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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은, 아무 일도 없단다.”

미레이유 공작이 목을 조르면서 들었던 멍과 마차에서 뛰어내리며 관목과 수풀에 긁힌 생채기를 깨끗하게 가라앉히고 온 아리아드네는 짐짓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집으로 돌아와서 반가운 얼굴들만 만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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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다니 그 이야기를 누가 믿을까?”

뾰족한 목소리가 울렸다. 현관과 응접실이 이어지는 복도에 삐딱하게 기대서서 팔짱을 끼고 아리아드네를 쳐다보던 이사벨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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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처녀가 샤프롱도 없이 집 밖에서 열흘이나 자고 오고. 무단으로. 누가 네 순결을 믿겠어?”

아리아드네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이사벨라는 되는 대로 지껄이는 중이었지만 제 모친을 닮아 어딘가 동물적인 감각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리아드네가 왕비의 궁에 머물렀어야 했던 이유에 제법 가깝게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밀릴 아리아드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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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데 마레.”

그녀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고 기분이 나쁜 것을 참지 않는 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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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폐하께서 친히 내리신 공문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야? 이 에트루스칸 왕국 전체에 왕비 폐하께서 직접 샤프롱을 서 주신 것 이상의 믿음직한 샤프롱이 어디 있다고 그래?”

아리아드네는 이사벨라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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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그만 주둥아리 닥쳐. 내가 이사벨라 데 마레가 마르그리트 왕비 폐하의 공문서를 의심한다고 왕궁에 고해바치기 전에.”

이사벨라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사벨라가 아리아드네에게 덤벼서 이길 다른 재간도 없었다.

예전 같으면 발칵 성내며 덤벼들었을 텐데, 장족의 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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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이사벨라. 정신 차린 줄 알았더니만…….”

2층 계단 위에서 데 마레 추기경이 나타났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추태를 딱 걸린 이사벨라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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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리아드네. 네 언니 말이 일부는 맞다. 외박을 하려면 집에 미리 이야기를 하고 했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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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 아버지.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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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정이 뭔지 들어볼까?”

데 마레 추기경은 자신의 서재 쪽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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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로 들어오련?”

데 마레 추기경이 장남 외의 가족을 절대로 들이지 않는 자신의 집무실이었다. 그가 주로 일을 보는 장소이자, 주요 서류들이 쌓여 있는 방이었다. 아리아드네가 쥐고 있는 회계 장부를 제외하면, 데 마레 가문과 산 카를로 교구의 모든 중요한 일들은 그 안에서 처리되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데 마레 추기경의 서재에 들어가게 된 아리아드네는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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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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