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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마르그리트 왕비 독살 사건 (1) (149/733)


<제150화> 마르그리트 왕비 독살 사건 (1)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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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 마레 영애 납시오!”

왕궁 시종의 긴 호명과 함께 왕비의 오찬장에 입장한 아리아드네는 먼저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치보 후작 부인과 눈인사를 나눴다.

오찬의 주최자이자 가장 높은 신분인 마르그리트 왕비는 아직 입장하지 않은 터였고, 손님들이 신분별로 속속 들어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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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케즈 백작 부인 납시오!”

붉은 드레스를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마르케즈 백작 부인이 오찬장 안으로 들어와 아리아드네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오늘 아리아드네의 자리는 마르그리트 왕비의 바로 왼쪽 자리로, 측근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평소에 마르케즈 백작 부인이 앉던 좌석으로, 그녀를 한 단계 밀어낸 것이다.

마르케즈 백작 부인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아리아드네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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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폐하의 총애를 얻은 모양입니다, 데 마레 영애.”

아리아드네는 최대한 겸손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이런 시시껄렁한 시비에 맞대응할 여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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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점차 오찬을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계가 정오를 재깍, 알리자마자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 뿌우!

오찬장 내에 착석했던 사람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약 서른 명 정도, 전원 산 카를로 사교계에서 한가락 한다는 높고 낮은 직위의 귀부인들이었다.

시종의 외침이 오찬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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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그리트 왕비 폐하 납시오!”

초대손님들은 일제히 무릎을 굽혀 왕가에 대한 예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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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카를로의 만월을 뵙습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화사한 귀부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마르그리트 왕비는 위엄 있게 좌중을 돌아보았다. 왕비에게는 청중을 오래 세워두는 취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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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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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비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귀부인들이 모두 일제히 자리에 앉으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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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벌써 앉으시게요?”

오찬장에 뒤늦게 들어온 붉은 머리칼의 농염한 미녀가 이죽댔다. 품 안에 애완견 한 마리까지 안은 채였다. 왕궁 시종이 뒤늦게 늦은 입장객을 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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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비나 백작 부인 입장하십니다!”

왕족이 입장한 후에 손님이 들어오는 것은 큰 결례였다. 공식 입장 시에는 새로 들어오는 손님보다 작위가 낮은 입장객은 전원 일어서서 새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그것이 이미 입장해 있는 왕족에 대한 실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애견도 격에 맞지 않았다. 식사 시간에 애견이 돌아다니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주인의 개가 아니라 손님이 자신의 개를 데리고 남의 식당에 들어오는 법은 없었다.

루비나 백작 부인의 버릇없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마르그리트 왕비의 표정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지만 다른 왕비파 귀부인들은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루비나 백작 부인보다 작위가 높아 원칙적으로는 그녀가 들어올 때 일어설 필요가 없는 치보 후작 부인은 기가 약해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루비나 백작 부인을 맞이했다.

루비나 백작 부인과 작위가 같아서 통상적으로는 일어나 주는 것이 호의의 표시가 될 마르케즈 백작 부인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대놓고 드러낸 채 자리에 미동조차도 없이 앉아 있었다.

선택권이 없던 아리아드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루비나 백작 부인을 맞이하는 행렬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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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작 부인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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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더 아름다워지셨습니다, 루비나 백작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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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강아지가 너무 귀엽네요. 이름이 ‘로코’던가요?”

왕비와 가까운 귀부인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거나 인사를 생략했지만, 중립인 귀부인들은 기립까지는 했고, 루비나 백작 부인과 더 가까운 귀부인들은 너도나도 인사를 건넸다.

아리아드네는 어차피 자리도 멀어 말소리가 들릴 거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기립만 하고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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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대는 것도 마지막일 텐데.’

오늘 이 오찬이 끝나면 루비나 백작 부인은 바로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된다. 아리아드네는 약간의 위화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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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암살 계획을 세운 사람이, 이렇게까지 눈에 띄게 행동하나?’

그녀 본인이라면 그런 일을 저지르기 직전에는 쥐죽은 듯이 지낼 것이다.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냈다. 어찌 됐건 암살 시도는 오늘 있을 것이다. 범인의 심리 상태나 범행 동기는 잡고 나서 고려하면 족했다.

소란해진 실내 분위기가 가라앉자 마르그리트 왕비는 인사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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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먼 길 와 주신 에트루스칸의 충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내가 이런 자리를 좀 더 자주 만들어야 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오랜만에 보네요.”

그녀는 목이 마른 탓인지 잔기침을 한 후에 이야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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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이런저런 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요하지 말고, 언제나처럼 산 카를로를, 에트루스칸 왕국을 지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르그리트 왕비가 간소한 첫인사를 마치자, 초대손님 삼십여 명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루비나 백작 부인을 비롯해 약간의 귀부인들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들도 박수를 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왕비가 목이 마른지 물을 찾았고, 아리아드네는 재빨리 자기 자리에 놓여 있던 물컵을 건넸다. 이미 냄새와 색상을 확인하고 자신이 한 모금 마시기까지 해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물이었다.

자기가 마시던 물을 건네자 마르그리트 왕비의 뒤에 서 있던 카를라 부인이 도끼눈을 뜨고 아리아드네를 노려보았지만 아리아드네는 짐짓 딴청을 부리며 모르는 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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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늘의 식사는 참 모양이 예쁘네요.”

실려 나오는 안티파스티를 보며 왕비의 오른쪽에 착석한 치보 후작 부인이 탄성을 질렀다. 아리아드네는 다른 의미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만다행으로 오늘의 안티파스티는 수프가 아니라 새순을 식초와 올리브유에 버무리고 순무를 빨갛게 물들여 장식한 후 다진 해산물을 얹은 샐러드였다.

액체가 아니다. 하지만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해도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정찬에서는 가장 윗사람이 제일 먼저 포크를 뜨는 것이 식사 예절이었다.

마르그리트 왕비가 은으로 만든 포크를 들어 샐러드를 한 입 떠서 입 안에 넣었다. 비소는 은에 반응하지 않았지만, 아리아드네는 혹시나 해서 은제 포크가 변색이라도 되지 않는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마르그리트 왕비는 쳐다보는 눈초리들에도 불구하고 입을 꼭 다물고 야채를 씹었고,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포크를 들어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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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한 입씩 씹어 삼킨 후에도 입에서 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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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아리아드네는 혼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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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마레 영애.”

긴장한 탓에 한 입도 뜨고 있지 않았던 아리아드네는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문득 옆을 돌아보았다. 마르케즈 백작 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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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 술도 안 뜨고 있지요?”

일견 걱정해주는 내용이었지만 말투는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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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먹는데 혼자서만 수저를 놓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호적인 태도가 아니더라니.

아리아드네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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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늘 과분한 자리에 앉다 보니 긴장이 되어서 먹을 게 잘 들어가지를 않습니다.”

애처로운 표정으로 호소하자 마르케즈 백작 부인의 얼굴이 약간 누그러졌다. 과분한 걸 알긴 아네, 라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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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쟁쟁하신 분들이시고 어려운 자리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조심스럽네요.”

마르케즈 백작 부인은 아리아드네 방향으로 상체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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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남들과 보조를 맞추긴 해야지요.”

한결 부드러운 어조였다. 아리아드네는 마르케즈 백작 부인의 누그러진 태도에 새삼 놀랐다. 자기가 왕비의 측근이 되어서 잘해주는 게 아니다. 먼저 굽히고 들어가니 가여워 해 주는 것이었다.

전생에서는 그렇게 끝까지 꼬장꼬장하게 고집을 세우며 자신과 싸우던 귀부인이었는데, 마르케즈 백작 부인의 공략법이 약한 척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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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전생에선 엄청나게 돌아간 거잖아.’

아리아드네의 뒤늦은 깨달음과 관계없이 마르케즈 백작 부인은 중년 부인답게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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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땐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좋아요.”

속으로 ‘미지근한 물? 내가 미지근한 물 때문에 이러고 있어요, 부인!’이라고 외친 아리아드네는 겉으로는 조신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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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의 자리에는 물컵이 없었다. 좀 전에 마르그리트 왕비에게 건네줘 버렸기 때문이다. 마르케즈 백작 부인은 아리아드네의 자리에 물컵 하나가 모자른 것을 깨닫고는 쌍심지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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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물컵이 어디 갔지? 이 테이블 세팅은 대체 어느 시종이 한 거지……!”

아리아드네는 자신의 컵이 잘 있나 확인하기 위해 마르그리트 왕비의 자리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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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마르그리트 왕비는 아리아드네의 물컵을 이미 다 비운 상태였다. 그녀는 목이 말랐는지 카를라 부인에게 예의 그 시트론 조각을 넣은 미지근한 물을 가져오게 시킨 상태였다.

카를라 부인이 막 물잔을 마르그리트 왕비의 자리에 올려놓고 있는 와중이었다.

왕비의 손이 물잔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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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아리아드네는 저도 모르게 격구 선수가 공을 쳐 내듯이 주먹으로 마르그리트 왕비의 물잔을 쳐냈다.

물이 가득 담긴 유리잔이 허공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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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왕비의 단말마가 오찬장을 울렸다.

유리잔이 오찬장의 순은으로 장식한 검은 테이블 위를 날아가는 모양은 아리아드네의 눈에 슬로우 모션으로 들어왔다.

액체가 찰랑, 흔들리며 한쪽으로 쏠리며 튀어 오르고, 깜짝 놀란 마르그리트 왕비가 유리잔을 응시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유리잔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는 과정이 다 지독하도록 느리게 아리아드네의 인지범위에 들어왔다.

- 쨍그랑!

정말이지 끔찍한 소리가 나며 유리잔이 수십 조각으로 부서져서 대리석 마루 위에 흩뿌려졌다. 오찬장 내에 있던 전원이 아리아드네를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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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무슨!”

마르케즈 백작 부인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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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마레 영애, 미쳤어요?”

그녀는 얼어붙은 정적 위로 아리아드네에게 속사포처럼 비난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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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폐하 면전에서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이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아리아드네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 마르그리트 왕비가 미지근한 시트론 물을 마시기 전에, 왕비에게 부탁해 물을 반만 덜어내고 유황천 농축액을 타 볼 작정이었다. 이번 라리에사 대공녀 사건으로 인해 그 정도 요청을 할 신뢰는 쌓여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마르그리트 왕비의 음료를 주먹으로 쳐내고도 용서받을 만큼의 신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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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위에 고여 있는 물에 유황천 농축액을 타도 반응을 할까?’

양이 너무 적어 보이기는 했다. 방에서 실험했던 바에 의하면 그래도 컵에 1/5는 담겨 있어야 유의미한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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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

결심한 아리아드네는 마르케즈 백작 부인에게 결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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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즈 백작 부인. 마르그리트 왕비 폐하. 제 결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르케즈 백작 부인은 전혀 설득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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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야단법석을요? 잠시 미쳤었다고 항변할 생각입니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리아드네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품속에 들은 약병을 꺼내려고 했다.

그때였다.

- 왈!

루비나 백작 부인이 제멋대로 식당에 데리고 들어온 애완견이 자기 맘대로 조르륵 뛰어가더니 바닥에 흐른 시트론 물을 핥았다.

- 알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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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더러운……! 이젠 개까지 난리야!”

분노한 마르케즈 백작 부인의 목소리가 오찬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가운데, 갑자기 루비나 백작 부인의 강아지가 경련하기 시작했다.

- 부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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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루비나 백작 부인의 신경질적인 높은 목소리가 식당을 뾰족하게 찔렀다. 루비나 백작 부인을 탓할 계제도 아니었던 것이, 한눈에 봐도 개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애완견은 부들부들 떨더니, 입가에 거품을 물며 마셨던 물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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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루비나 백작 부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한달음에 달려가 자신의 애완견을 반짝 안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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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니, 우리 로코?”

하지만 애완견의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었다. 전신을 격렬하게 떨던 스피츠는 먹었던 것을 모두 게워내는 걸로도 모자라 배설물까지 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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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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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일이야!”

분변을 본 귀부인들이 질색을 하며 냅킨으로 입을 가리는 가운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상황인지 직감한 사람들은 침중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폈다.

아리아드네가 상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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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폐하. 궁의를 부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르그리트 왕비가 무거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귀를 못 알아들은 치보 후작 부인이 당황해서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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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치료하라고 궁의를 부르는 건가요?”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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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 바닥에 흐른 물과 개의 사체에서 독극물 검출을 해낼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입 밖으로 나온 ‘독극물’이라는 단어에 모두가 경악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기어이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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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폐하께서 드실 물에……. 독약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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