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7화 갈리코 군대의 침공 (157/733)


<제157화> 갈리코 군대의 침공
20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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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께서는.”

라파엘은 실망을 숨기고 매끄럽게 대답했다. 피가 한번 확 식자, 마치 가면을 쓴 듯한 기분이 되어 동요를 보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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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바빠 보이셨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형식적인 대화 외에는 무리였어요.”

사실이었다. 알폰소는 눈코 뜰 새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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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급작스럽게 너무 많이 몰려서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그런 상태랄까요.”

옆에서 줄리아가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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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충격이 확 몰려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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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렇겠지.”

아리아드네는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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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옆에 줄리아가 동석한 상태라서 더 깊은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다. 라파엘 역시, 왕자와 아리아드네의 비밀을 여동생에게 발설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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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절차는 총 21일이니, 그 일이 좀 마무리되고 나면 고요히 마음 정리를 하실 시간이 좀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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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네요.”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대귀족은커녕 귀족가의 일원조차 아니었기 때문에 왕궁에는 문상을 갈 수 없었다.

산 에르콜레 대성황당으로 왕비의 시신이 이동한 이후에나 일반인들과 섞여 기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길고 긴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알폰소의 상황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낮에는 손님을 맞이하고 밤에는 처음 처리해보는 행정적인 일들을 땀 뻘뻘 흘리며 처리하고 있을 것이다.

레오 3세가 들여다도 보지 않는 것은 너무 심했다. 최소한 장례 절차를 공동으로 주관할 고위 귀족 정도는 붙여주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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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님의 친정 식구들이 에트루스칸에 안 계시기는 하지…….’

장례를 돕는 고위 귀족은 보통 아내의 친정 사람이다. 뭐, 굳이 좋게 생각하면, 아들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져 주려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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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다음 주 후반쯤에 보내기로 하자.’

일주일쯤 지나면 급한 일들은 대충 처리가 될 것이고, 고민되는 일들만 쌓여 있을 것이다. 그때라면 아리아드네가 알폰소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마르그리트 왕비가 처리하던 바로 그 일에 잔뼈가 굵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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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번에 오실 땐 괜찮은 티푸드라도 준비해 놓을게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손님 대접도 제대로 못 해드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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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보는 게 중하지, 티푸드가 대수인가요.”

줄리아가 대답했다. 라파엘은 아리아드네의 말에 약간의 실망과 약간의 기대를 동시에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벌써 축객령이라니, 하지만 다음 초대를 기약하는 내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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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리아드네의 손등에 입술을 가까이 댔다. 숨결이 느껴질 만큼 몹시 가까웠다. 아리아드네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녀는 장갑을 끼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줄리아가 오빠의 옆구리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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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의 좀!”

그녀는 라파엘의 손목을 잡아끌며 응접실을 나서며 짐짓 밝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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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우리 곧 또 봐요!”

발데사르 남매가 폭풍처럼 응접실을 떠나자 아리아드네는 잠시 의자에 앉아 앞으로의 스케줄을 가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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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는 알폰소에게 편지를 쓰고. 왕비 폐하께서 대성황당으로 오신 직후에는 일반 손님으로나마 문상을 드리고.’

아리아드네는 귀족은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위세가 있었기 때문에, 아마 마르그리트 왕비가 안치된 첫날 일반 문상객들이 몰려오기 전에 인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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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후반이나 다다음 주 초반쯤에 발데사르 남매를 다시 한번 만나면 되겠다. 그때쯤에는 암살범에 대한 것도 그렇고 뭔가 업데이트가 더 있을 거야.’

합리적인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 역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못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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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마르그리트 왕비가 서거한 지 7일째, 에트루스칸 왕국은 드디어 최초의 황망함과 비통함을 갈무리하고 경건하게 왕비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파발이 돌아 전국에 조기가 게양되었고, 전 국민이 검은 상복을 입고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모두가 고요했고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서 가에타 지방의 목동은 은빛 철갑을 두른 중장기사단이 넘실거리는 밀밭을 가로지르며 나타났을 때 중앙정부에서 보낸 추모 행렬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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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저렇게 많아?”

하지만 나타나는 군마의 행렬은 의장대 규모가 아니었다. 100, 200, 300……. 목동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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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기가 훨씬 넘잖아?”

그는 좀 더 잘 보기 위해 미간을 찌푸려 군인들을 째려보았다. 그들이 갑옷 위에 입고 있는 서코트 역시 에트루스칸에서 흔히 보이는 색이 아니었다. 기사들이 입은 샛노란 서코트 위에 푸른 색 백합이 수놓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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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코 왕국……?”

목동은 다급하게 양 떼를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었다. 군인들 근처에 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자국 군인이어도 그럴진대 외국 군대는 더더욱 그랬다.

그는 허둥지둥 열두 마리가 채 되지 않는 조그만 양 떼를 추슬러서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뒷길을 통해 황급히 가에타 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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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소! 갈리코 왕국의 군대가 들판에 득시글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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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갈리코?”

가에타 성의 사람들은 쉽게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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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병사들 아니야? 간혹 그런 일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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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추모하고 있는데 큰 소리 내지 말아요. 우리 불쌍한 왕비님.”

가에타는 갈리코 왕국과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영지로, 아무래도 땅이 붙어 있다 보니 서로 마주칠 일이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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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내가 그딴 일로 국상 기간 중에 호들갑을 떨까 봐? 머릿수도 말도 안 되게 많고 군장도 삐까뻔쩍해! 흔히 보던 국경 병사들이 아니야! 전부 다 기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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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양치기 목동의 말은 추가 목격자가 나오고서야 신빙성을 얻었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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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성벽 위에서 경계를 서던 보초병이 성으로 다가오는 은빛 갑주의 기사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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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중장 기병대가 접근합니다! 노란 서코트……. 갈리코 왕국의 기병대! 500……. 1000……. 약 1500기 추산!”

가에타 성의 근위대장은 보고를 받고 기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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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 성문을 닫아!!”

성문을 닫으라고 지시한 그는 패닉한 채 한 가지 지시를 더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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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그 전에! 전령을 내보내라! 전속력으로, 산 카를로로 보고를 보내! 갈리코 기병대, 1500기가 국경을 넘어 가에타 영지 내 성벽 앞에서 대치중이라고! 어서!”

안전한 성안을 떠난 준마 한 필이 날 듯이 남쪽으로 들판을 가로질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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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가에타 성의 전령을 맞이한 산 카를로의 반응도 가에타 성의 근위대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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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코 왕국이?!”

검은 상복을 입은 레오 3세는 분에 겨워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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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이! 감히!”

아래층에서 장례 의전을 논의하다 소식을 듣고 황급하게 국왕의 알현실로 뛰어 올라온 알폰소 왕자 역시 갈리코 왕국이 선을 넘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의했다.

그는 본인의 아버지와 동감하는 일이 거의 없었으나 장례식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라리에사 대공녀와 관련해 그 추태를 부리고도 국경을 넘어 군대를 보낸 갈리코의 파렴치함은 묵과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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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기들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

물론 분노의 세부적인 양태는 달랐다. 레오 3세가 펄펄 뛰는 가운데, 마르케즈 백작이 그의 주의를 다시 현실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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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가에타의 성주는 부재중이라 성주의 부인과 근위대장이 성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외교 담당인 마르케즈 백작은 전령의 보고를 미리 받은 상태였다. 내정을 맡은 발데사르 후작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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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식량의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밀 수확기가 코앞, 가에타 성의 평소 상황에 비추어 보면 필시 성안에 비축된 곡식이 많이는 없을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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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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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할 군대를…….”

사법을 맡은 콘타리니 백작이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하려다가 혀끝을 깨물었다. 외국의 군대가 쳐들어온다면 가장 상식적인 대응은 자국의 군대를 보내 응전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에트루스칸 왕국에는 현재 가용 가능한 중앙의 군사력이 없었다.

그는 대신 제안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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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타 성에 주둔한 가에타 변경백의 군세로 갈리코의 군사들을 막아보는 것이…….”

레오 3세가 반색하며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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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나오나?”

하나 이 역시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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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타 변경백의 군세는 보병 약 2500여 명으로 준수한 규모입니다.”

눈치를 보던 발데사르 후작이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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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대방은 서코트와 문장, 국경에 나타난 시간대 등으로 비추어 볼 때 몽펠리에 중장기병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몽펠리에 중장기병대. 갈리코 왕국이 자랑하는 중앙대륙 최강의 전력이었다. 브리앙 왕조가 15년을 넘게 끌어온 내전에서 카페탄 왕조를 뿌리 뽑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했다. 그 가공할 중앙돌파력 앞에서는 버텨내는 본진이 거의 없었다.

그는 조심스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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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에타 변경백은 왕비 폐하의 문상을 위해 산 카를로에 있습니다……. 가에타 성의 병력은 준수한 양병이기는 하오나 우두머리가 없는 상태로는 평소와 같은 실력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가에타 성의 병력은 훈련이 그렇게 잘 된 군사도 아니었고, 무장이 훌륭한 상태도 아니었다. 하지만 레오 3세 앞에서 대놓고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던 발데사르 후작은 은근슬쩍 사기와 용병술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자기가 전달하고 싶었던 뉘앙스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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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타 성의 병력으로는 몽펠리에 중장기병대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레오 3세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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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타 변경백이 최대한 빨리 복귀하면 얼마나 걸리나?”

첩첩산중이었다.

* * *

아리아드네가 이 상황을 전달받은 것은 바로 한 시간 후였다. 각각 데 마레 추기경과 라파엘 데 발데사르를 통해 빠른 파발이 온 것이다.

추기경이 ‘알고는 있으라’며 툭 던지고 간 내용을, 라파엘은 ‘다 본 다음에는 꼭 태워서 버리라’는 추신과 함께 꼼꼼하게 다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가 집중한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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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갈리코 왕국이 쳐들어왔어……!’

전생의 갈리코 왕국은 우선 에트루스칸 왕국에 배상금을 요구한 다음에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경에 군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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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전부 생략하고 바로. 차이점이 뭘까?’

달라진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로는 왕자와 대공녀 사이의 약혼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점. 둘째로는 왕비가 루비나 백작 부인이 지하 감옥에 갇힌 사이에 정체불명의 상인에 의해 시해되었기 때문에, 루비나 백작 부인의 혐의가 저번 생에서처럼 확실하지 않다는 점.

둘 다 아리아드네가 한 일에서 파생된 나비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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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어느 것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 확신할 수는 없어.’

하지만 왜인지, 약혼이 성사되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의 갈리코 왕국의 행보를 보면 수치도 몰랐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에든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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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나 백작 부인이 좀 덜 수상해 보인다고 해서 혐의를 벗은 것도 아니고, 우기려면 충분히 우길 수 있어. 그런 사소한 디테일 때문에 행동을 수정할 위인들이 아니야.’

그렇지만 왕자와의 약혼이 실패했다고 해서 다짜고짜로 국경에 군대까지 보낸다고……?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좀 더 실용적인 측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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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저번 생과는 달라.’

저번 생에서 에트루스칸 왕국에 가장 중대한 사태, 그러니까 가에타 지방을 영구적으로 갈리코 왕국에 잃게 된 사태를 일으켰던 요인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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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에타 변경백은 산 카를로에 있어.’

저번 생의 가에타 변경백은 국경에 갈리코의 중장기병대가 나타나자 항전 의지 없이 적군에 항복하고 영지를 통째로 갈리코 왕국에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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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에타 영지로 돌아가면 가에타 영토는 갈리코 왕국에 넘어간다.’

그 전에 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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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옳지.

황금률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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