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의문의 빛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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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의문의 빛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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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의문의 빛무리
2022.06.12.
“몬테펠트로 후작은 어디에 있는가!”
레오 3세가 호명한 것은 줄리아의 무리 중 한 명인 가브리엘레 델라토레 백작 영애와 혼담이 오가는 가문이었다.
“예, 폐하.”
레오 3세의 총애하는 측근은 아니었지만 그 지위와 명성으로 큐리아 레지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몬테펠트로 노후작은 바로 일어나 국왕에게 예를 갖췄다.
“먼 길 괜찮겠나?”
레오 3세가 다짜고짜 물었다. 몬테펠트로 후작으로서는 괜찮지 않아도 별도리가 없었다. 레오 3세의 기세가 대답으로 ‘아니오’를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폐하의 명이신데 제가 어찌 거스르겠나이까.”
몬테펠트로 후작은 충실한 신하답게 깊게 고개를 숙이며 국왕의 명을 받았지만, 레오 3세의 인선에 그 자리에 있던 귀족들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몬테펠트로 노후작? 그 아들도 아니고?’
‘몬테펠트로 노후작을 가에타 변경백한테 붙이면 그게 조언자인가? 상전이지?’
몬테펠트로 노후작은 젊어서 기병 전술의 대가로 이름을 떨쳤던 군사 방면의 장인이었다. 게다가 작위도 연배도 가에타 변경백보다 한참 높았다.
“그래, 그래. 경이 가에타 변경백을 도와서 국경에 쳐들어온 갈리코의 사특한 도당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도록 하게.”
“성심에 흡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때 입구 쪽에서 시종의 호명이 울렸다.
- “국왕 폐하! 폐하의 충신인 가에타 변경백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양반은 못 될 팔자인지 딱 이 시점에 국왕의 부름을 받고 가에타 변경백이 헐레벌떡 국왕의 알현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소신,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까 조마조마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국경 관리를 했길래 갈리코 놈들 같은 허섭스레기들이 쳐들어오나! 같은 부당한 질책도 막상 받는다면 지금의 가에타 변경백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레오 3세는 몬테펠트로 후작이 고분고분 복종한 덕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져 있는 상태였다.
“오, 그래, 가에타 백작.”
레오 3세는 가에타 백작을 굳이 ‘변경백’이라는 호칭을 떼고 불렀다. 일반 궁정백 취급이었다.
“예, 폐하.”
“곧 영지로 돌아가야지?”
“그렇사옵니다, 폐하. 알현을 올리고 바로 영지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제가 갈리코 놈들을 혼쭐을 내서 쫓아내 버리겠습니다!”
그는 허공에 주먹을 붕붕 휘둘러 보였다. 막상 돌아가면 벌벌 떨다 투항할 양반이 말은 잘했다. 그러나 레오 3세는 설득되는 대신에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에게 물었다.
“몽펠리에 중장기병대라는데 가능하겠나?”
가에타 변경백은 몽펠리에 중장기병대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걸 어떻게 이겨’라고 생각했지만, 임금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어 씩씩하게 대답했다.
“가에타의 병사들은 충성심이 하늘을 찌르는 자들입니다! 조국을 향한 사랑과 정신력으로 반드시 무찌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도 양심이 있어서 차마 가에타의 병사들이 훈련이 잘되어 있는 양병(良兵)이라는 소리는 입에서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레오 3세는 영주가 정예병인 사병을 보유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긁어 부스럼을 낼 필요는 없었다.
“부담스럽지는 않고?”
레오 3세는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 집요하게 물었다.
“제, 제가 불민한 탓으로 승리가 어려울까봐 걱정이 됩니다만,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듣고 싶었던 이야기—걱정이 된다—를 가에타 변경백의 입에서 끌어낸 레오 3세는 입가에 긴 호선을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말고, 내 조력자를 붙여줌세. 몬테펠트로 후작은 어떤가?”
“예, 예?”
이게 무슨 소리인지 감이 안 잡힌 가에타 변경백은 얼떨떨하게 반문했다. 조력자?
레오 3세는 가에타 변경백에게 굳이 추가 설명을 하지 않고 바로 몬테펠트로 후작을 불렀다.
“후작.”
“예, 폐하.”
“지금 몽펠리에 기병대가 가에타 성벽 밑에 진을 치고 있는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할 수 있겠는가?”
사전에 합도 맞추지 않은 급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몬테펠트로 후작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과연 역전의 노장이었다.
“폐하. 몽펠리에 중장기병대가 제아무리 중앙 대륙 최강의 돌파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은 1500기일 뿐이고 보병 없이 기사단 단독으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세상 그 어느 기병대도 대포와 공성기, 보병단의 지원 없이 성벽을 함락시킬수는 없습니다.”
레오 3세의 입장에서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렇단 말인가? 안심해도 되나?”
“예, 전하. 우리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갈리코 측에서 기병대를 기동대처럼 사용해 에트루스칸 내륙으로 진군해 들어와 국토를 유린하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적군의 숫자가 지나치게 적습니다. 몽펠리에 중장기병대 전체가 왔다면 모를까, 1500기만 달랑 에트루스칸 안쪽으로 진군해 들어오면 포위, 섬멸당하기에 십상입니다.”
레오 3세의 표정이 점점 더 밝아졌다. 몬테펠트로 노후작은 말을 이었다.
“저들은 시위의 목적으로 기사단을 내려보낸 것이 틀림없사옵니다. 분명히 요구사항이 있을 것이옵니다. 협상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좋아, 이 맛이야. 난 적재적소에 인재를 잘 배치하는 명민한 군주야.
기분이 제대로 좋아진 레오 3세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가에타 변경백을 돌아보았다.
“들었지? 가에타 백작? 몬테펠트로 후작과 지금 당장 함께 영지로 돌아가게. 조언을 잘 들어 저 발칙한 갈리코 놈들을 하루 빨리 내 국경 안에서 쫓아내도록 해. 알겠나?”
눈 뜨고 코 베인 가에타 변경백은 멀거니 레오 3세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이렇게 아리아드네의 기지를 통해 가에타 변경백의 손발이 묶였다.
* * *
레오 3세의 면전에서 물러난 큐리아 레지스의 신하들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회랑을 걸었다. 그 중 마르케즈 백작은 작은 목소리로 몬테펠트로 노후작을 불렀다.
“노후작님!”
“무슨 일인가, 안셀모?”
중부에 위치한 영지가 서로 붙어 있어 마르케즈 백작이 어렸을 때부터 그를 봐온 몬테펠트로 노후작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마르케즈 백작의 이름을 불렀다.
“오늘 성급하셨습니다!”
“무슨?”
“그렇게 빨리 몽펠리에 기사단의 전략적 위치에 대해 언급하셨으면 안 되셨어요!”
몬테펠트로 노후작이 빙그레 웃었다.
“국왕 폐하께서 다른 생각을 하실지도 모른다는 걱정인가?”
“당연하지요!”
마르케즈 백작은 숨을 몰아쉬고는 말을 이었다.
“노후작님께서는 오늘 국왕 폐하의 명령 없이 단독으로도 군사적 분석을 하고 계셨다는 인상을 주셨습니다!”
그는 주변에 들리지 않도록 낮은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제가 남 같으면 이런 조언 하지도 않습니다, 노후작님! 몸 보중을 하셔야지요!”
“……이보게, 안셀모.”
몬테펠트로 노후작은 어느새 얼굴에 올려져 있던 미소를 지우고 마르케즈 백작을 바라보았다.
“국경에 적국이 쳐들어왔는데 그 군세를 분석하는 것은 군인으로서 당연한 소임일세. 국왕 폐하께서는 이를 나쁘게 보시지 않을 거야.”
“노후작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레오 3세를 모르느냐는 소리를 남들이 다 있는 상황에서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마르케즈 백작은 엉망인 표정으로 몬테펠트로 노후작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나쁘게 보셔서도 안 돼.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내 소임이라면 소임을 다하는 자에게 무분별한 의심을 품지 않으시는 것이야말로 국왕 폐하의 소임일세.”
땅이 뒤집어질 만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 놓고, 몬테펠트로 노후작은 기겁한 마르케즈 백작을 뒤에 두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같은 시간, 데 마레 대저택에서 집 안 곡식의 수량과 창고의 빈자리를 파악하고 있던 아리아드네는 뭔가 반짝이는 것을 보고는 눈을 비볐다.
잠자리 날개 같은 환상적인 빛무리가 아주 작게,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여긴 실내인데.’
어두컴컴한 창고 안에 서 있던 그녀는 재차 눈을 깜박이다가, 옆에 서 있는 산차에게 물었다.
“산차, 혹시 저거 안 보여?”
산차는 아리아드네의 손끝이 가리키는 빛무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어딘가에서 정확하게 멈추지 않고, 그 방향으로 창고의 경계까지 쭉 진행하고 말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아가씨?”
하지만 그 빛무리는 춤을 추며 허공을 빙글빙글 돌았다.
‘혹시……. 이건……?’
아리아드네의 생각이 맞는다는 듯이 빛무리는 한 번 더 반짝반짝 빛나더니, 그녀의 오른쪽 손끝에 내려앉았다. 붉은 기운이 있는 왼손과 정확히 반대되는 위치였다.
‘황금률!’
* * *
에트루스칸 왕국의 지배층들이 전부 다 무능한 것이 아니었다.
국왕이 내어준 산 카를로 근위기사단 30여 기와 가문의 기사 50여 기를 대동하고 출발한 몬테펠트로 후작과, 주인이지만 상관을 모시는 입장 비슷하게 되어 버린 가에타 변경백이 가에타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주로 몬테펠트로 후작, 그리고 도장만 찍은 가에타 변경백은—몽펠리에 중장기병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 선전포고도 없이 오랜 우호 관계에 있던 에트루스칸 왕국의 국경을 넘은 파렴치한 갈리코 군대의 침입을 규탄한다!
갈리코 중장기병대장은 성벽을 타고 오르는 대신에 항의 서한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 우리는 사절로서 항의차 방문했을 뿐이지 공격의 의사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경 침범은 성립하지 않는다.
- 도리어 화를 내야 할 것은 갈리코 왕국 측이다! 대 갈리코 왕국은 소중히 키우고 애달픈 마음으로 타국으로 시집보낸 공주의 사망을 규탄하며, 에트루스칸 왕가의 내부 단속이 되지 않아 자국의 공주가 희생된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우호를 먼저 깬 것은 한낱 창녀 때문에 왕비의 안녕을 지키지 못한 에트루스칸 왕국이다!
편지를 받아본 몬테카를로 노후작은 코웃음을 쳤다.
“기병 1500기가 고작 ‘사절’이라니! 고대 라탄 제국의 황제가 살아 돌아와도 이런 사치는 불가능할 걸세.”
갈리코 왕국 측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답변에 대해 빈정거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갈리코 왕국이 보낸 서신은 이 한 통이 아니었다. 따로 도착한 단출한 서한은 ‘에트루스칸 왕국의 책임자와 갈리코 왕국 측이 파견한 사절이 외부와는 비밀로, 서로 안전을 보장한 채 회동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몬테펠트로 후작이 그 대표자로 정해졌다. 혹시나 끌려나갔다가 협약을 위반한 갈리코 측에 목이 잘릴 것을 두려워했던 가에타 변경백은 이번 일이 시작된 이후 최초로 이 불청객 후작이 이 일에 끼어들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노후작은 바로 다음 날 가문의 호위기사단과 국왕의 근위기사단만 대동한 채 들판에 친 천막에서 갈리코 측의 사절과 만났다.
그리고 그 회동의 내용은 몬테펠트로 후작이 출발 전에 예측했던 그대로였다.
몬테펠트로 후작은 레오 3세에게 보내는 보고서를 썼다.
「에트루스칸 왕국의 타오르는 태양이신 레오 3세 폐하께.」
화려한 서두에 비해 내용은 간결했다.
- 갈리코 왕국 측은 조건을 제시했다.
-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국혼이 불미스럽게 깨졌다. 에트루스칸 왕국은 갈리코 왕국과의 사이에서 그간의 후의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새로운 국혼을 맺어야 할 것이다.’
- 일전에 갈리코 왕국에서는 에트루스칸 왕국에 대한 믿음으로 라리에사 대공녀를 먼 타국에까지 방문을 시켰으나, 역시 에트루스칸 왕국의 치안 불안으로 인해 라리에사 대공녀와 알폰소 왕자 사이의 국혼이 성사되지 못하고 무산된 바 있다.
- 이는 대공녀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힌 중대한 결례로써, 갈리코 왕국은 에트루스칸 왕국이 마르그리트 드 브리앙의 사망과 라리에사 드 발로아의 희생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알폰소 왕자를 몽펠리에로 보내 약혼 체결에 진지하게 임하기를 바란다.
말미에 몬테펠트로 후작은 갈리코의 사절이 조용히 귀띔했던 내용을 추가로 적어 넣었다.
「존경하옵는 폐하. 다만 갈리코의 사절은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저에게 자국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국혼이라는 것이 조건이 맞지 않으면 파기될 수도 있는 것이고, 협상에 돌입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립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너무 부담 갖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재 몽펠리에의 입장 상, 갈리코 왕국에서 사랑받았던 공주인 마르그리트 왕비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인한 평민들의 감정과, 라리에사 대공녀의 아버지인 발로아 대공 외드 파벌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에스루스칸 왕국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라고 합니다. 팔레르 드 몽펠리에는 알폰소 왕자 전하의 갈리코 왕궁 방문이 그 노력의 증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사절은 한 가지 제안을 더 하였습니다. 알폰소 왕자 전하께서 몽펠리에에 친히 행차하시고, 국혼이 성사된다면, 팔레르 드 몽펠리에는 협상의 세부 조건들과 관계없이 양국 우호 증진의 증거로서 화약의 배합식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말입니다.
몽펠리에 측은 국왕 폐하의 답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소신이 한마디를 더 얹는 것이 너그럽게 허여된다면, 조만간 추수철이 다가옵니다. 되도록 그 전에 갈리코의 군대를 가에타의 평야에서 몰아내어야 올 한해의 원활한 수확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현지에서 국왕 폐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몬테펠트로 후작의 서신을 받아본 레오 3세의 눈이 양피지의 한구석에 걸려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화약의 배합식!’
이것만 있으면……! 화포로 무장한 중앙군만 있으면 가에타 변경백을 어르고 달랠 필요도 없이 분쟁 지역에 중앙 군대를 보내면 된다!
가에타 변경백은 누르면 눌리는, 기가 약하고 겁이 많은 위인이었다. 고분고분한 것이 레오 3세의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봉건귀족이 그랬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가에타 영지 옆에 붙어 있는, 지금 병석에 누워 있는 피사노 노변경백은 꼬장꼬장한 양반이었다. 그의 군사를 한번 빌려 쓰려면 레오 3세는 객관적으로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것은 레오 3세의 눈에는 지극히 무엄한 신하의 반항이었다.
마르케즈 백작가도 지금은 영지에 머물러 있지 못하게 수도로 끌고 올라와 궁정백으로 눌러 앉혀 놓은 상태지만 영지와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사병이 있다. 언제 이빨을 드러낼지 몰랐다.
몬테펠트로 후작가도 지금은 순순히 레오 3세의 명령을 따라 가에타로 떠났지만 지나치게 꼿꼿하고 가문의 사병을 축소하지 않는 것이 영 의심스러웠고, 북부의 대영지를 배경으로 왕 앞에서도 여유로운 델라토레 백작가, 무가라고 거들먹거리는 아텐돌로 백작가 등등 가능한 역심의 리스트는 끝이 없었다.
“여봐라, 알폰소를 불러와라!”
“예, 예, 폐하!”
왕의 눈치를 보던 시종이 바람같이 달려나갔다. 레오 3세는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 “알폰소 왕자님 드십니다!”
시종이 이내 아래층에서 마르그리트 왕비의 장례식 관련 업무를 보고 있던 알폰소 왕자를 불러왔다. 알폰소 왕자는 자초지종도 듣지 못하고 불려 올라온 터였다.
“산 카를로의 태양을 뵙습…….”
예를 취하는 알폰소 왕자를 제지하며, 레오 3세는 아들을 똑바로 일으켜 세웠다.
“알폰소야. 네가 갈리코 왕국에 가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