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1화 나누고 싶은 마음 (161/733)


<제161화> 나누고 싶은 마음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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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전하…….”

레오 3세의 알현실에서 나온 알폰소를 보좌관 베르나르디노가 창백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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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폐하와 어떤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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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마마께선 나보고 갈리코로 가라고 하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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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벙찐 보좌관을 두고 알폰소는 성큼성큼 국왕의 내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걸어 나갔다. 베르나르디노가 종종걸음으로 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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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게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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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엄하신 국왕의 명인데 내가 어찌 거스를 수 있겠나.”

알폰소 왕자의 목소리는 짜증이 담긴 듯도 했고 체념이 깃든 듯도 했다. 돌아가신 그의 모친과 묘하게 닮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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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시면 출발 일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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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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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재차 놀란 베르나르디노에게 알폰소는 그를 세 번째로 놀라게 할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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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데려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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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요?”

출발이 내일이라면 왕자는 지금 당장 행장을 꾸리고 함께 갈 수행단의 인선을 해야 했다. 베르나르디노의 표정을 본 알폰소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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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한테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인데, 자네가 알고 싶어 하는 사항들은 나도 몰라. 마르케즈 백작에게 가서 물어보게. 이번 갈리코 행의 협상 실무 책임자가 되었어. 아바마마의 의중을 나보다는 그가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왕자를 혈혈단신으로 갈리코 왕국에 보낼지, 그래도 근사한 호위기사단을 데리고 가도록 조치해줄지는 전적으로 레오 3세의 마음에 달렸다. 그걸 확인하는 게 모든 준비의 시작이다.

그리고 지금 막 부왕의 심기를 긁고 나온 알폰소 왕자가 그걸 묻는 것보다는 마르케즈 백작을 통해 우회적으로 떠보는 것이 결과가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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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은 어딜 가십니까?”

베르나르디노는 한 틈 쉬었다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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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도망가시는 건 아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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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 중 하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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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마르그리트 왕비의 부고를 들은 이후로 아리아드네는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토했다. 먹어도 토했고 안 먹어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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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도통 모르겠습니다……. 근심이 많으셔서 그렇다고밖에는…….”

진료를 본 의사도 딱히 아픈 곳이 없다며, 정체불명의 병에 고개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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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폐하께서 승하하신 이후로 왕비 폐하를 흠모하던 아가씨들이 많이들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다고들 하더군요.”

삽시간에 마르그리트 왕비의 소녀팬이 된 아리아드네는 헛웃음을 지었다. 뭐, 사실 핵심만 놓고 보자면 그럴지도 모른다. 나 혼자 일방적으로 흠모하던 분이 돌아가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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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지내는 것이 최고입니다. 안정제를 지어드릴 테니 복용하세요. 쥐오줌풀에 성 요한의 약초, 몇 가지 신경안정제를 더 추가한 처방입니다. 신경증으로 인한 위장장애에 특효입니다.”

의사는 양피지 목록 위에 몇 가지 약초들을 적었다. 그는 다 쓴 양피지를 후후 불어 잉크를 말리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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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죽은 듯이 자게 되니 낮 시간 동안은 복용을 가급적 피하시고 주무시기 전에 복용하세요.”

이제는 글을 완전히 다 배운 산차가 처방전을 들여다보았고, 밝아진 얼굴로 아리아드네에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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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약초가 다 집에 있는 거예요, 아가씨. 재료 중 쑥만 떨어졌는데 흔한 거라서 시내에서 바로 사 올 수 있습니다. 지금 사다가 오늘 저녁에 올릴까요?”

아리아드네도 처방전을 받아 들여다보았다. 복마전인 궁정에서 지내며 웬만한 약초들에는 통달하게 된 아리아드네였다. 흔히 쓰이는 신경안정제로, 목록 중 문제가 될 만한 처방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양피지를 다시 산차에게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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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하자.”

아리아드네는 의사를 보며 축객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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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산차, 선생님께 왕진비를 드리고 모셔다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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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가씨. 선생님, 이쪽으로.”

산차는 의사를 아래층에서 대기 중인 가문의 마차로 안내했고, 그 길에 본인도 함께 외출해 금방 시내에서 최상급 쑥을 사 왔다.

마르그리트 왕비의 독살 이후, 산차는 아리아드네 아가씨의 입에 들어가는 거라면 뭐라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식당의 인원은 모두 믿을만한 사람들이었지만 요리 와중, 그리고 그 요리를 식당에 내갈 때도 팔짱을 끼고 감시했고, 오늘처럼 약이라면 아예 달이는 과정을 모두 자기 손으로 처리했다.

아리아드네 아가씨가 왕비님처럼 정치적 독살에 노출될 만한 거물은 아니었지만, 이 집안에는 독사 같은 것들이 둘이나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혹시나 아가씨도 음식이 불안해서 잘 드시지 못하는 것 아닐까?

먹기만 하면 토하는 아가씨를 위한 산차의 작은 배려였다.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침실에 든 아리아드네는 걱정 없이 의사의 처방약을 먹을 수 있었다. 고블렛 잔에 든, 허브를 농축해 끓인 진한 액체였다.

산차의 배려는 또 있었다.

「아가씨! 16살 생신 축하드려요.

추신. 과자는 제 월급으로 샀어요.」

고블렛 잔 옆에는 예쁜 설탕 과자가 함께 놓여 있었다. ‘라 몽탕 제과점’의 히트 상품이었다.

산차는 언젠가 주세페가 여기 쿠키를 한번 사 준 이후로 (주세페가 아닌) 라 몽탕 제과점과 사랑에 빠졌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아리아드네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아리아드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생일을 진심으로 챙겨준 사람은, 돌아가신 어머니 이후로 산차가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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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산차.’

오늘은 아리아드네가 회귀한 이후로 맞이한 첫 번째 생일이었다.

지금의 위세라면 티파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대한 생일파티를 열어도 무방했으리라. 백 명 넘는 사람들이 아리아드네 데 마레의 생일파티 초대장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산 카를로 사교계를 뒤졌겠지.

하지만 마르그리트 왕비의 상중이라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주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아리아드네의 생일은 산차의 축하만으로 조촐하게 넘어갔다.

그녀는 노란 액체를 한 입 맛보았다. 냄새가 고약하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옆에 놓인 설탕 과자를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 달콤한 맛이 돌면서 훨씬 더 나아졌다.

고블렛 잔을 모두 비운 아리아드네는 쿠션을 껴안고 침대 위에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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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속이 가라앉는 느낌도 없었고 그렇다고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바로 잠에 빠져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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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끊기면 좋을 텐데…….’

아리아드네는 침대 위의 캐노피를 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 * *

땅거미 질 무렵에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복장을 하고 늦봄에 후드까지 뒤집어쓴 채 왕궁을 출발한 왕자가 도달한 곳은……. 데 마레 대저택이었다.

무작정 말을 달려 이곳을 찾은 알폰소는 정문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그는 지금 공식적으로 데 마레 대저택을 방문할 입장이 되지 않았다.

아리아드네 때문이었다.

첫째로는, 알폰소 왕자가 나라를 떠나기 전에 들른 곳이 데 마레 추기경 관저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아리아드네가 자칫 추문에 휩싸일까 봐 조심스러웠다.

데 마레 추기경에게 추기경을 방문하겠다고 기별을 보낼 걸, 후회해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은 점잖은 방문객이 남의 집에 들어갈 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는 아직 아리아드네의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는 말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녀가 몹시 단호하게 그를 거절한 이후로 아리아드네로부터는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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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는……. 아마 나에게 실망했겠지?’

알폰소는 본인이 라리에사 대공녀의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해서 미레이유 대공이 아리아드네를 공격한 사건 이후로 아리아드네가 자신에게 마음을 닫았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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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하게 그녀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미레이유 공작의 등에 물리적으로 칼을 꽂은 것까지는 성공적이었으나 그 뒤의 정치적인 뒤치다꺼리에서 알폰소는 결과적으로 손 놓고 구경만 한 셈이 되었다.

뒤처리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리아드네가 직접 했다. 그것이 자신이 애송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 같아 알폰소는 데 마레 대저택 근처의 소도 위에서 고개를 떨궜다.

자신은 한 치도 자라지 못했다. 지금도 그는 아리아드네의 의견을 들으러 온 참이었다.

국왕의 의중을 따라야 하는지, 갈리코의 약혼 요구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갈리코가 어떻게 나올 것이고 자신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그녀의 지혜를 빌리고 싶었다.

그는 이제껏 항상 고민이 있을 때는 어머니와 의논하고 그녀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을 내렸다. 어머니가 차갑게 식기도 전에 그는 아리아드네를 어머니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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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하하하…….”

알폰소는 말 위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 웃었다. 최악이다, 멍청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혈통뿐인, 자기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머저리다.

- 쏴아…….

때맞춰 봄비라고도 하기에도 민망한 장대비가 지면을 때리기 시작했다. 알폰소 왕자는 흠칫 놀라 자세를 바로 했다. 지금 그의 품속에는 절대로 젖으면 안 되는 물건이 들어 있었다.

그 부분이 알폰소의 변명이 되어 주었다. 왕궁으로 돌아가기엔 늦었다. 왕궁까지 도착하고 나면 그때는 이미 푹 젖은 뒤일 것이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데 마레 대저택으로 들어가는 것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깊은 본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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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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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언제 돌아올지 모를 먼 길을 떠난다. 절대로 성사되도록 두지는 않을 거지만 만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는 에트루스칸으로 돌아올 때에는 임자가 있는 몸이 된다.

그 전에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에게 고백하고 싶었다.

내 심장을 가득 채운 단 한 명의 여자는 너라고, 내 마음과 몸의 주인은 너뿐이라고, 제발 나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이번에는 망치지 않을 테니. 절대로 먼저 손 놓는 일 없을 테니.

알폰소는 애마를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소도의 구석진 곳에 묶어두고 데 마레 대저택의 정문이 아닌, 외진 구석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데 마레 대저택의 후원으로 이어지는 쪽문이 있었다.

쏟아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알폰소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떡갈나무 문을 부드럽게 밀어 보았다.

- 덜컹.

잠겨 있다.

그는 품속에 손을 넣어 중간 크기의 열쇠를 꺼냈다. 예전, 아라벨라의 장례식 때 아리아드네가 그에게 챙겨 줬던 쪽문 열쇠였다.

그는 이 열쇠를 챙겨 나온 스스로에게 실소하며 자물쇠에 열쇠를 넣고 돌렸다. 애초에 들어갈 생각이었던 거지. 넣어주지 않으면 뒷문으로라도.

- 끼리릭.

이 쪽문은 관리가 덜 되는 곳이었는지 약간의 파열음을 내고서야 열렸다. 알폰소는 빼꼼 열린 문틈 사이로 유연한 몸을 쓱 밀어 넣어 데 마레 대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비가 몹시 내려서 그런지 인기척이라고는 없었다. 이제는 해가 완전히 지고 사위가 어두워진 저녁나절이었다. 가족들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모두 올라갔을 시간이다.

알폰소는 눈으로 아리아드네의 방을 찾았다. 딱 한 번, 그녀의 데뷔탕트때 잠깐 들어가 보았던 방이지만 그는 그 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벽 한 면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아치형 창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과 그 햇살을 가득 받은 채 그의 품에서 울고 있던 아리아드네는……. 정말이지 심금을 울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아치형 창문은 호화로운 데 마레 대저택에서도 눈에 띄게 커서 바깥에서도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안은 어두웠지만 커튼 너머로 촛불 하나를 밝혀놓은 정도의 광원이 어른어른 보였다.

- 톡!

알폰소는 바닥에서 손톱만 한 자갈을 집어 아리아드네의 창문에 던져 맞췄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보이지 않았다. 약간 조급해진 알폰소는 아까보다 살짝 더 큰 자갈을 찾아 다시 한번 아리아드네의 창문에 던져 보았다.

- 따닥!

이번에는 소리가 너무 커서 알폰소마저 흠칫 놀랄 정도였지만 역시, 방 안에서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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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랑 섞여서 안 들리는 건가…….’

확실히, 장대비 소리가 우렁차기는 했다. 알폰소는 불안한 마음에 몸을 약간 더 숙였다.

지금 그는 품속에 있는 종이가 젖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웅크려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폭우를 더 맞았다간 웅크리건 말건 성하게 남는 것이라곤 없을 것이다.

그때 알폰소의 시야에 있는 저택의 작은 문이 빼꼼 열렸다. 알폰소의 두 눈이 커졌다.

그 문에서 나온 것은 처음 보는 하녀였다. 그녀는 쪽문에서 나오더니, 곧장 마구간처럼 보이는 허름한 별채로 달려갔다. 심부름이라도 가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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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안 잠그고 나갔어.’

하녀는 금방 돌아올 요량이었는지 문단속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알폰소는 숨어 있던 풀숲 속에서 몸을 일으켜 한달음에 하녀가 나온 쪽문으로 달려가 손잡이를 잡았다.

- 찰칵.

문고리가 부드럽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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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알폰소는 쾌재를 부르며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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