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윗사람과 아랫사람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아리아드네는 약간 난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페트루치아에게 지금까지 산 카를로에 도착하지 못한 밀랍의 매수를 위약금을 물어주고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카루소 대표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
아리아드네는 인상을 찡그린 채 답했다.
“제가 대표님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결코 아닌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가 취소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건 계약에 정해진 제 권리에요.”
‘인도받기 전의 물품은 3할의 위약금을 물어주고 인수를 거부할 수 있다.’
아리아드네 데 마레와 보카네그로 상회 사이의 계약서에도 적혀있는 내용이고, 중앙대륙의 상계(商界)에서도 관습으로 통용되는 내용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떼를 쓰는 건 도리어 저희지요. 그러니 제가 아가씨께 부탁을 드리러 온 것이 아닙니까.”
카루소 대표는 간절한 얼굴로 아리아드네를 올려다보았다.
“저희 상회는 이번 일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아가씨께서 요청하신 물건들을 수매하는 데에 끌어다 쓸 수 있는 자금을 모두 끌어다 썼어요. 간당간당합니다. 이 상태대로라면 보카네그로는 흑자도산하게 됩니다.”
아리아드네는 미간을 구겼다.
그녀는 약속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몹시 싫어했다.
하지만 보카네그로 상회와 카루소 대표는 그녀의 강권에 억지로 계약에 끌려 들어온 면이 분명히 있었다.
그녀가 고민하는 것 같자, 카루소 대표는 다음 수를 던졌다.
“이익을 나눌 때, 저희 상회의 비율을 깎겠습니다.”
마지못해 건넨 제의다. 최악이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깎아 먹는 짓이다.
하지만 이러지 않으면 상단이 당장 다음 달에 존속하고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지금 7:3인데, 8:2까지는⋯⋯.”
아리아드네는 카루소 대표가 얼마나 뼈를 깎는 결심을 한 것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언뜻 생각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좋은 제의였다. 하지만 과연 장기적으로도 좋은가?
내 이익이 커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저렇게까지 후려친다면 나중에 카루소 대표가 눈이 빨개져서 몽둥이라도 들고 밤길을 노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자금이 당장 얼마가 필요하신가요?”
“1만 두카토(약 100억 원) 정도면⋯⋯.”
‘나에게 밀랍의 계약취소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것 치고는 액수가 큰데.’
아리아드네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녀의 눈빛을 본 카루소 대표가 움찔, 하며 가격을 정정했다.
“사실 5000 두카토로도 어떻게 아주 급한 것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아리아드네는 말을 꺼냈다.
“5000 두카토는 제가 대표님께 빌려드리겠어요.”
그녀는 데 마레 가문에서 굴리는 금전에서 그 정도는 융통해 낼 수 있다.
물론, 추기경에게 티가 나기 전에 메꿔 넣어야 했다.
하지만 늦어도 두 달 뒤에는 곡식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그때는 5000 두카토 따위는 껌값이다.
“그 대가로 비율은 7.5:2.5로 조정하기로 해요.”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니까, 라며 아리아드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카루소 대표는 감읍한 표정으로 아리아드네를 바라보았다.
그는 한참을 그녀를 쳐다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가씨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그렇게 이상해요?”
“그게 아니고⋯⋯.”
그는 부스스하게 웃었다.
“천상 상인인가 싶다가도 가끔은 종교인 같으십니다. 그렇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엄청나게 카리스마가 있으시기도 하고.”
성직자처럼 아낌없이 준다는 이야기인가. 아리아드네는 소리 없이 웃었다.
상인 같이 계산적이기도 하고 성직자같이 일견 이타적인 면모도 있으면서 카리스마를 갖추었다니, 그것은 완전히 군주(君主)의 재질이 아닌가?
“오늘 오후까지 보내드릴게요.”
그녀가 대화를 마무리할 작정이었다. 일이 많이 쌓여 있었다.
아리아드네가 카루소 대표를 내보낼 태세를 취하자, 카루소 대표는 무언가 결심한 듯 그녀를 불렀다.
“그런데, 데 마레 영애.”
“무슨 일이지요.”
“⋯⋯저희 거래계에서 도는 소문을 하나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거래계 소문?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갸웃, 했다. 그 기색을 알아챈 카루소 대표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담배 밀수업자들 이야기입니다.”
아리아드네는 점점 더 감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담배 밀수업자계의 소문 중 내게 중요할 만한 게 뭐가 있지?
“얼마 전에 안 좋은 일로 모친을 잃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랬지요.”
이 이야기가 왜 나오지?
“그 와중에 부랑자들이 개입됐고요.”
아리아드네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그 부랑자들을 부리신 것은 모친이 아니셨다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여기서 몹시 흥미로워졌다. 루크레치아는 누명을 쓴 채 죽었단 말인가?
딱히 루크레치아의 명성을 되찾아주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카루소 대표는 대체 왜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그는 아리아드네가 계모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 정도는 눈치챌만한 양반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필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주시지요.”
카루소 대표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목소리를 낮추어서 이야기를 일렀다.
이폴리토⋯⋯. 대금 지급⋯⋯. 직접 지시⋯⋯.
아리아드네의 두 눈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 * *
- “⋯⋯진짜 이쁘다.”
- “착하겠지?”
- “그지? 예쁜 애들이 더 착하댔어.”
- “또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 추기경 따님이시라잖아. 우리 같은 천것들과 다르게 신앙도 좋고 성품도 훌륭하시겠지.”
- “너, 침 흘리냐?”
- “뭐?”
- “넘볼 데를 넘봐라.”
- “머저리가, 뭐래.”
빈민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랑부예 구휼원의 정원에 국자를 들고 선 이사벨라는 생각했다.
‘빈민 구휼도 나름 할만한데.’
요사이 사교계에서는 흰 눈으로 곁눈질당하기 일쑤인 이사벨라였지만, 빈민가는, 특히 음식을 가득 들고 갔을 때의 빈민가는 그녀를 생각지도 못한 환호와 열성으로 맞이해 주었다.
빈민가에 외지인이 나타나면 일단 낯을 가리며 거리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사벨라는 ‘은십자 부녀회’가 오랜 기간 터를 닦아놓은 봉사처들만 쏙쏙 빼서 다녔기 때문에 그럴 일도 없었다.
게다가, 요즘 남부의 곡창지대에 퍼지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가을에 수확하는 봄밀의 추수가 늦어지고 있었다.
전염병은 남쪽에서만 돌고 있으니 남의 이야기나 다름없었지만, 추수를 해야 할 일손들이 쓰러지고 있으니 밭에서 익어가는 낱알을 도시까지 가져올 길이 없어서 산 카를로의 식량 가격은 불온하게 상승하는 중이었다.
오늘 그녀가 방문한 랑부예 구휼원 같이 최소한의 예산으로 다수의 빈민을 먹이는 곳은 이미 양곡 급여를 포기하고 순무같이 자급자족이 가능한 식량으로 돌아선 상태였다.
그러니 제대로 된 음식을 가지고 왔다는 ‘은십자 부녀회’에 대한 환대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여러분! 줄을 서세요!”
눈처럼 새하얀 리넨 드레스를 입은 이사벨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빈민들은 평소에 서던 대로 배식줄에 일렬로 늘어섰다.
“어허! 귀한 아가씨 말씀을 재깍재깍 듣지 못할까!”
오타비오 데 콘타리니가 거들먹거리며 나타나 한 줄로 서는 대신 뭉치로 뭉쳐 있던 빈민들에게 목청을 높여 일갈했다.
오늘의 봉사처는 수녀원 부설이 아니라 공공시설이었기 때문에, 오타비오도, 그리고 그토록 벼르던 이폴리토도 모두 함께 올 수 있었다.
“고마워요, 오타비오.”
“무슨 말씀을. 제 기쁨입니다.”
아마빛 머리카락을 반묶음해 올려 정말로 아름다운 시골 처녀 같은 차림새의 이사벨라가 보랏빛 눈을 예쁘게 접으며 눈웃음을 쳤다.
오타비오는 자신의 붉어지는 얼굴이 티가 나지 않기를 천신께 간절히 빌며 짐짓 의연하게 답했다.
이폴리토 데 마레는 여우 같은 자기 여동생한테 대놓고 넘어가는 오타비오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아니 이 머저리. 하지만 단순히 한심해하는 정도인 이폴리토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도로 이 오타비오의 개짓거리를 규탄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타비오! 불쌍한 사람들을 그렇게 무섭게 몰아붙이지 마세요.”
약혼자를 단속하기 위해 따라온 카멜리아 데 카스틸리오네였다.
그녀는 약혼자, 오타비오 데 콘타리니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여기서 드잡이질할 것 없어요. 남자들은 저쪽으로 가서 병자들에게 <명상록>이나 읽어 주세요.”
그녀는 놀라운 힘으로 오타비오와 이폴리토를 배식줄 너머로 밀어내 버리고 말았다.
오타비오는 드세고 악에 받친 약혼녀를 보며 약간 정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언제나 사근사근한 이사벨라에 비해, 카멜리아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고 기회만 닿으면 각종 핑계를 대서 오타비오를 옥죄려 들었다.
“배식줄 단속이야말로 남자들이 할 만한 일 아닌가.”
구석으로 쫓겨난 오타비오가 이폴리토에게 투덜거렸다.
이폴리토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암. <명상록> 읽는 건 부녀자가 할 수도 있잖아. 여성분들만 여럿 모여서 사나운 빈민들한테 배식을 하다가 폭동이라도 나면 어쩌나!”
“그러게나 말일세. 누군가 옆에서 지켜 줘야 할 터인데⋯⋯.”
오타비오는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이사벨라와 카멜리아가 서 있는 배식줄 쪽을 자꾸 바라보았다.
오늘 카멜리아는 이사벨라에게 외모로 밀리고 싶지 않아 화려하게 치장하고 나타났다.
반짝이는 비단 드레스며 호화로운 보석 장신구는 구휼원 봉사활동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았다.
반면에, 그 옆에서 카멜리아의 외면을 받으며 배식에 열중하고 있는 이사벨라는 단출한 흰 리넨 드레스만 걸친 채였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하는 이사벨라는 더할 나위 없이 청초하고 순수해 보였다.
오타비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였다.
“지금 우리랑 장난해?”
억센 목소리가 쩌렁쩌렁 랑부예 구휼원의 정원을 울렸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가져온 거야!”
애들 셋을 데리고 구휼원에 입소한 빈민 아주머니가 목청을 높인 것이다.
뒤에서 웅성웅성하는 군중의 소요가 들렸다.
- “음식이 똑 떨어졌나 봐.”
- “뭐? 장난까지 말고. 줄 맨 앞에 섰던 사람들도 다 못 받았어.”
- “저거 없으면 우리 오늘 꼼짝없이 순무 스튜 각이다.”
- “순무 스튜 개싫어!”
- “야. 순무 스튜도 없어. 저 사람들이 식료품 봉사를 한대서 오늘은 순무 스튜도 안 끓였대. 내일까지는 쌩으로 굶어야 해.”
- “뭐?!”
이제껏 언성을 높인 사람은 자기 바로 앞에서 배식이 끊긴 아주머니뿐이었지만 굶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제는 줄 전체에서 산발적인 불평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정말 음식이 없어?!”
- “미친 거 아니야?”
- “지금 부자 놈들이 가난한 사람 놀리러 온 건가?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 음식은 쥐꼬리만큼 들고 와?”
당황한 이사벨라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여러분께 양질의 음식을 대접해 드리려다 보니 사전에 준비한 양이 조금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은십자 부녀회’는 자선 단체라기보다는 봉사 단체였다.
즉, 귀부인들이 육체노동을 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 주인 활동이었지 귀족이 사재를 헐어 빈민을 먹이는 것이 목적인 단체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허투루’ 하는 것은 귀부인들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 “순무 스튜? 그런 끔찍한 걸 누가 먹어요?”
- “그렇게 질 떨어지는 음식을 우리 손으로 만들기는 좀⋯⋯. 아무리 평민들이라지만 그래도 사람이 먹을만한 음식을 가져다줘야 하지 않겠어요?”
- “우리 회비는 2 두카토 30 플로린 (약 230만원) 남았는데요.”
- “그럼 그걸로 옥수수 스프와 귀리빵을 준비해 가면 되죠. 빈민들이 먹기에 고기까진 필요 없겠죠?”
그래서 그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거의 난생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요리를 하며 소꿉장난 같은 빈민 구휼 준비를 했던 것이다.
- “이렇게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해 본 건 정말 처음이에요!”
‘은십자 부녀회’의 귀부인들은 뿌듯해했지만 그들이 준비한 것은 기껏해야 120인분이 다였다.
회비에서 일부는 귀부인들의 다과와 모임 회비, 새로 맞출 앞치마 비용 등으로 지출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랑부예 구휼원에서 끼니를 기다리던 빈민은 500명은 훌쩍 넘었다.
어쩌면 800명, 안쪽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자들까지 합치면 1000명이 넘을지도 모른다.
- “내 음식 내놔!”
거친 분노와 정제되지 않은 고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 “내 새끼 입에 넣을 수프와 빵을 내놔!”
- “우리 애가 어젯밤부터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고!”
-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내 끼니를 당장 내놔!”
- “이따위로 준비한 대갈빡 텅텅 빈 인간이 도대체 누구야? 책임지고 음식을 내놔!”
- “그년을 내놔! 나와!”
이사벨라는 거대한 군중 앞에 혼자 내몰린 상태였다. 그녀의 어여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순무 스튜 같은 것을 내 손으로 대접하기는 싫으니 120인분의 옥수수 수프와 귀리빵으로 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은 발조 백작 부인이었지만, 이사벨라는 발조 백작 부인을 군중에게 넘길 처지가 되지 못했다.
지금 백작 부인을 성난 군중의 먹이로 던져준다면 순간은 모면할 수 있으되 이사벨라는 내일부터 다시 사교계에 끼지 못하는 미운 오리새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발조 백작 부인은 뒤쪽의, 조금 남은 식재료와 조리도구를 임시로 넣어놓은 천막 안에 숨어 있었다.
그녀는 ‘배은망덕한 거지새끼들!’이라며 화를 내고 있었지만 밖으로 나와 빈민과 직접 이야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 “저년이야?”
줄의 맨 앞은 이제 대열이 뭉개져서 줄이라기보다는 농성하는 시위대 같았다.
그들에게 가장 가까이 서 있던 것은 카멜리아 데 카스틸리오네였다.
게다가 번쩍이는 비단 드레스를 입고 있어 눈에 확 띄었다.
- “우리 애 먹일 수프를 내놔!”
당황한 카멜리아는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슬슬 뒤로 물러나며 배식대 뒤에 서 있던 이사벨라와 점차 가까워졌다.
- “몸에 걸친 것 좀 봐!”
- “보석⋯⋯!”
- “다 우리한테서 수탈해간 거지?”
“아니, 아니에요!”
카멜리아는 자기가 입고 걸친 것들은 모두 그녀의 아버지가 정직하게 번 것이라고 해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 “보석이다!”
눈이 뒤집힌 배고픈 빈민이 카멜리아에게 달려들었다.
빈민의 손이 카멜리아의 볼을 할퀴었고 카멜리아는 비명을 질렀다.
“악!”
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비명은 빈민들을 더욱 자극했다. 이제는 서너 명이 동시에 카멜리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공격한 저 사람이 끌려갈 것이다.
귀책이 흐려진 지금부터는 먼저 카멜리아의 귀걸이며 팔찌 등을 잡는 사람이 임자다.
카멜리아는 여러 명이 달려들자 엉겁결에 근처에 있던 이사벨라를 잡아 빈민 앞에 방패처럼 내밀었다.
“꺄악!”
이사벨라의 높고 새된 비명이 울렸다.
- 채캥!
그리고 검이 검집에서 뽑히는 거친 소리가 랑부예 구휼원의 정원을 울렸다.
“그 더러운 손 놔!”
오타비오 데 콘타리니가 발검을 한 채 빈민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타비오!”
“⋯⋯오타비오.”
두 여자가 오타비오의 이름을 동시에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