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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230화 (230/733)

<제230화> 랑부예 구휼원의 비밀

이폴리토와 이사벨라가 영양가 없는 음모론과 분풀이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아리아드네는 새로 얻게 된 직함을 이용하기로 했다.

랑부예 구휼원에 첫 출근을 한 것이다.

“데 마레 영애⋯⋯. 아니, 구휼원장님이시죠, 이제.”

구휼원 사무처장인 알바니 씨가 아리아드네 앞에서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리아드네는 미소를 지었다.

“일이 이렇게 되기도 하네요.”

알바니 사무처장은 매끄럽게 답했다.

“사필귀정이겠지요.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렀다는 느낌입니다.”

알바니 사무처장은 지체 높은 후원자의 비위를 맞추는 데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아리아드네는 그의 아부를 웃어넘겼다.

그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기색을 보이자 알바니 사무처장은 물었다.

“집무실을 찾으시는 건가요?”

아리아드네는 웃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누구든 업무장소에서 자기 사무실을 제일 먼저 찾는 건 인지상정이지요.”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런데, 전 구휼원장님은 돌아가신 왕비님께서 겸직하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왕비님께서 구휼원에 따로 업무장소를 두셨었나요?”

마르그리트 왕비는 왕궁을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구휼원에 간혹 시찰을 나오기는 했지만, 둘러보는 수준이었지 상주하며 업무를 처리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익숙하고 안락한 장소를 선호하는 것을 넘어서, 왕비의 경호 문제 때문에라도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치를 배격하는 죽은 왕비의 성품상 아예 집무실 공간을 두지 않았을 법도 했다.

하지만 알바니 사무처장은 애매하게 웃었다.

“안 두셨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아닙니다. 왕비님의 집무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바로 거기로 안내하기가 좀 꺼림칙한 것 같았다.

아리아드네는 그곳이 왕비님의 공간이라서 나한테 내주기가 곤란한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알바니 사무처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녀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아닙니다. 전혀 없습니다. 청소가 덜 되어 있을까 봐 걱정했을 뿐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알바니 사무처장을 따라 올라간 구휼원장의 집무실은 특이하게도 건물 가장 꼭대기 층, 구석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왕비 폐하께서 사용하던 집무실이라서 호화로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바닥에 짙은 녹색 양탄자가 깔려 있고 한쪽 벽면에 벽 전체를 차지하는 큰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는 것 외에는 일체의 장식이라고는 없는, 아주 큰 방이었다.

알바니 사무처장이 ‘청소가 덜 되어 있다’고 둘러댄 것과는 반대로, 휑뎅그렁한 방 안은 몹시 깨끗했다.

다만 어딘가 약간의 위화감이 들었다. 공간의 구조가 맞지 않았다.

“이곳입니다.”

알바니 사무처장은 한쪽 벽면에 기대어 세워진 거대한 책상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왕궁 안, 왕비의 처소에서 마르그리트 왕비가 애용하던 윙체어와 똑같이 생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왕비님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아 순간 감정이 울컥, 밀려들었다.

돌아가신 왕비님을 추억하고 있는 것은 알바니 사무처장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는 애틋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방은 난방이 잘되지 않아서, 왕비님께서 오실 때에는 전날부터 화로를 잔뜩 들여놨었죠.”

“벽난로가 없네요. 추위를 많이 타시던 분인데.”

“맞습니다. 벽난로를 넣을 공간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분께는 꼭 필요했는데 말이죠.”

그 말에, 아리아드네는 방을 다시금 둘러보았다.

방의 크기 자체는 몹시 커서 벽난로를 들여다 놓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굴뚝과 연결될 수 있을 만한 벽이 보이지 않았다.

‘꼭대기 층의 대부분을 이 방이 차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왜 굴뚝과 연결되는 벽이 없지?’

책상 맞은편의 태피스트리가 걸린 벽은 창문의 중간에서 시작했다. 즉, 마지막 창문은 반쪽만 있었다.

‘건축을 왜 이렇게 해놨지?’

하지만 못생긴 건물은 현안이 아니었다.

궁전도 아니고 구휼원 건물인데, 뭐. 아리아드네는 알바니 사무처장에게 말했다.

“관리 장부를 가져다주시겠어요?”

“예?”

“그동안은 랑부예 구휼원의 자세한 재정 상황을 모른 채로 일단 급한 곡식을 지원했었습니다.”

사무처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드네는 정말로 까탈 한 톨 떨지 않고 아낌없이 베푸는 후원자였다.

“이제 내역을 좀 파악하고, 장기적으로도 지속 가능하게 구조를 뜯어 고쳐봐야겠어요.”

아리아드네는 랑부예 간호원단을 수익을 내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생각이었다.

그녀는 역병 사태를 틈타 큰돈을 한꺼번에 벌었지, 상시적으로 상단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돈을 벌어와야 노동능력 없는 자들을 먹이고 입히는 구조가 지속될 수 있다.

도무지 거절할 핑계라고는 찾을 수 없었던 알바니 사무처장은 밖으로 나가 장부를 잔뜩 들고 왔다. 약간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동안 자기 마음대로 하다가 감시의 손길이 닿으니 찝찝해진 건가? 뭐 자잘하게 빼돌린 거라도 있나?’

아리아드네는 그의 기색이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장부를 살펴보고 창고 검사를 하게 되면 곧 알게 될 일이다.

자기 코끝까지 닿는 높이의 장부책을 가져다 아리아드네의 책상 위에 올려놓은 알바니 사무처장은 말을 꺼냈다.

“저기⋯⋯. 원장님께서는 돌아가신 왕비님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돌아가신 왕비님이요?”

아리아드네는 뜬금없이 나온 이야기에 알바니 사무처장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평이하게 답했다.

“좋은 분이셨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국모셨어요. 안타깝게 돌아가셨지요.”

높은 평가였으나, 흠잡을 데 없는 사교적 수식이기도 했다.

루비나 공작 부인 정도를 빼놓는다면 그 누가 듣는다고 하더라도 기분 나빠 하거나 잘못을 꼬집을만한 내용이 없었다.

결국 아리아드네의 대답에서 진심을 찾아내지는 못한 알바니 사무처장이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는 장부책 위의 먼지를 탈탈 털며 말했다.

“자, 10년 치 장부입니다. 누락된 기록은 없을 겁니다. 혹시나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절 불러 주십시오.”

“고마워요.”

알바니 사무처장을 내보낸 아리아드네는 가장 최근 연도의 장부를 열었다.

깃펜의 꼬리로 꼼꼼히 장부 내역을 쫓아가며 약 반년 치를 검토한 아리아드네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졌다.

“구매 내역이⋯⋯. 왜 이걸 이 돈 주고 샀지?”

지난 반년간의 내역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로 올라가자 이상한 구매내역들이 보였다.

“순무 모종 40 로톨로에 20 두카토? 순무를 돈 주고 사는 것도 이상한데, 산다손 치면 씨앗을 사야지 누가 모종을 사서 순무를 키워? 모종값은 또 왜 이래? 금으로 만들었나? 말 그대로 금값인데?”

순무는 전형적인 구황작물이었다.

구휼원에서도 주식으로는 쓰지 않고, 보릿고개 며칠을 때울 때만 활용했다.

그러다 보니 거기에 많은 돈을 들이지도 않았고, 그냥 작년에 거둬둔 씨앗이 있으면 그걸 대충 텃밭에 뿌려뒀다가 구휼원 내의 일손을 시켜 수확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내역을 보니 이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구휼원 빈민들을 위한 리넨 구입도, 리넨이 아니라 새틴 가격으로 사들였다.

침상 300개의 구매 내역도 있었는데, 개당 15 두카토 (약 1500만 원)의 초호화품이었다.

‘그런 침대에 여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아리아드네는 회귀 초, 랑부예 구휼원에 봉사를 명목으로 내쫓겼을 때 분명히 지푸라기를 그러모아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매트리스 위에서 잤다.

값비싼 침대를 손님용 침실에 안 두고 빈민에게 지급했을 리는 없으니, 이건 가짜로 만든 내역이다.

‘누가⋯⋯. 횡령을 했어?’

아리아드네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이래서 알바니 사무처장이 나한테 장부를 내주기 찝찝해했던 건가?’

사소한 장난질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인 없는 재단은 어디에나 그러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그녀는 당장 집무실 안에 마련된 설렁줄을 당겼다. 구휼원 직원이 방 안에 들어오자,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바니 사무처장을 모셔와. 당장.”

* * *

알바니 사무처장은 구휼원장의 집무실로 호출되어 끌려가며 내심 감탄했다.

‘30분 만에 부르실 줄은 몰랐는데.’

검토하는 데 못해도 이틀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새로운 구휼원장은 일처리가 번개같이 신속했고, 과단성 있었다.

반 시간 내에 십 년 치 장부를 다 볼 수는 없었다.

아마 자기가 검토한 부분만으로도 전체 내용 파악은 충분하다고 여겨 부른 것이렷다.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른다.’

기왕에 일어날 일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그는 어느 정도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구휼원장이 자리를 잡고 앉은 원장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아리아드네는 마르그리트 왕비의 의자에 앉아 거대한 책상 뒤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방으로 들어서는 알바니 사무처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무처장은 16세 소녀가 뿜어내는 기세에 저도 모르게 위축되는 스스로를 느끼고는 새삼 움츠러들었다.

“사무처장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존대가 존대가 아니었다.

“예, 원장님.”

“제가 사무처장님을 왜 불렀는지 아시지요?”

알바니 사무처장이 선뜻 대답하지 않자, 아리아드네는 붉은 잉크로 동그라미를 친 장부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는 빠른 손길로 장부의 페이지를 넘겼다. 붉은 잉크의 동그라미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누구 짓인가요?”

“⋯⋯.”

대답이 없자, 급기야는 그녀의 입에서 먼저 단어가 나왔다.

“사무처장님이 착복하셨습니까?”

그녀가 전체 액수를 다 세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횡령액은 후안무치했다.

“랑부예 구휼원 한 해 예산의 8할은 뒤로 빼돌린 것 같군요!”

아리아드네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랫사람이 한 짓이고 본인은 모른다고 대답할 생각일랑은 하지 마세요. 이렇게 큰 액수가 사무처장님을 통하지 않고 그 아랫선에서 임의로 빠져나갈 수는 없었을 텐데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라앉았다.

“빈민에게 갈 예산을 뽑아서, 왕비님을 배신하고, 혼자서 호의호식하니 좋습디까?”

그녀는 장부를 책상에 쿵, 덮었다.

“굶어 죽어가는 빈민을 보며 미안하지도 않았어요? 세상에, 난 이 꼴도 모르고 곡식을 실어 날라⋯⋯.”

“⋯⋯원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알바니 사무처장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반만 맞습니다.”

“뭐라고요?”

아리아드네는 이 상황이 되어서도 변명을 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에 알바니 사무처장을 홱 노려보았다.

“제 인가가 없이 저 금액이 빠져나갈 수 없다는 부분은 확실히 맞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왕비님의 인가 없이 독단적으로 저럴 수는 없지요. 무려 10년인데요.”

아리아드네의 표정이 바뀌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요?”

“랑부예 구휼원에는 지난 10년간 대규모의⋯⋯. 횡령이라면 횡령이겠지요. 예, 왕궁에서 받아 온 예산을 뒤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행위가 있었습니다.”

아리아드네는 혼돈에 빠져 알바니 사무처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말을 이었다.

“이는 돌아가신 마르그리트 왕비님의 지시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자세한 품목 선정이며 방법은 제가 알아서 했지만, 매월 목표액과 총액은 마르그리트 왕비님의 지시에 충실하게 따랐습니다.”

그녀는 되물었다.

“그러니까, 알바니 사무처장님의 말씀은, 마르그리트 왕비님께서 랑부예 구휼원의 장부를 조작해서 비자금을 만드셨다는 건가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돌아가신 왕비님께서 몹시 나쁜 사람 같이 들립니다만, 네. 사실은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리아드네는 마르그리트 왕비와 빈민의 식량을 빼앗아 자신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행위 사이의 간극에 아득함을 느꼈다.

그녀의 왕비님이 그런 짓을 하셨을 리가 없다. 그녀는 거칠게 쏘아붙였다.

“제가 알바니 사무처장의 말을 왜 믿어야 하죠? 본인이 다 횡령해 놓고 돌아가신 왕비님께 뒤집어씌우는 게 아니라는 보장이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알바니 사무처장으로서는 다 예상했던 공격인 모양이었다. 그는 담담히 답했다.

“가장 최근 연도 장부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아리아드네의 허락을 받아, 그는 맨 꼭대기에 있는 장부책을 열었다.

“원장님께서도 직접 확인을 하셨네요. 최근 6개월간은 붉은 동그라미가 하나도 없습니다.”

사실이었다.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비님께서 돌아가신 이후로는 이번 분기의 목표액 같은 지령을 받을 데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분식회계도 그쳤습니다.”

그는 덧붙였다.

“왕비 폐하께서 서거하신 후에는 모아 놓은 비자금을 전달할 창구도 없었고요.”

잠시 조용히 침묵을 지키던 아리아드네가 물었다.

“⋯⋯조성한 비자금은 어떻게 처리했나요?”

“매달 왕비님 본인께 드렸습니다.”

“왕궁에서?”

“아니요, 왕비님께서 구휼원으로 꼬박꼬박 오셔서 수령해 가셨습니다. 왕비님 본인이 오시지 못할 때에는 카를라 부인을 보내셔서 받아 가셨습니다.”

여기까지 추궁한 아리아드네는 일단 알바니 사무처장을 돌려보냈다. 들을 것은 일단 다 들었다.

그녀는 곧바로 주세페를 불러 사무처장이 누구를 만나는지 확인하고, 수상한 짓은 하지 않는지 주의하라고 일러두었다.

여기까지 마친 그녀는 마르그리트 왕비의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왕비 폐하께서 빈민의 식량을 빼앗아 착복했다고? 그들이 굶어 죽는 걸 도외시하고?’

루비나 공작 부인이라면 모를까, 마르그리트 왕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아리아드네는 계속 고심했다.

‘만약에 사실이라고 치면, 왕비님께서는 왜 그런 짓을 하셨을까?’

랑부예 구휼원에 오는 자금은 어차피 다 왕비궁의 예산이다.

사치를 하고 싶었던 거라면 왕비궁에서 마음대로 쓰면 된다.

그러나 마르그리트 왕비는 딱히 값비싼 물건이나 보석을 모으는 사람은 아니었다.

‘⋯⋯국왕 폐하의 눈을 피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금을 만들고 싶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면 마르그리트 왕비가 비자금을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왜⋯⋯?’

10년간 랑부예 구휼원 예산의 8할을 빼돌린 거라면 군자금으로도 쓸 수 있을 만큼 큰돈이다.

‘친정에 원조⋯⋯?’

마르그리트 왕비의 친정인 갈리코 왕국의 브리앙 왕조는 오랜 내전을 겪었고, 최근에는 장자와 차자 사이에 왕위 계승전까지 있었다.

‘둘째라던 루이 왕자를 원조하려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뭔가 착 맞아들어가지 않았다.

필리페 4세가 루이 왕자와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해 왕좌에 등극한 건 2년 전 일이다.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는 하지만, 루이 왕자의 원조가 목적이었다면 최근까지 동일한 액수를 계속 빼돌린 부분이 잘 설명되지 않았다.

금액을 줄이거나 아니면 늘리거나, 변동이라도 있어야 했다.

아리아드네는 자리에 앉은 채 곰곰이 고민했다.

이 비자금은 아직도 존재할까? 다 써버린 건 아닐까? 무얼 위한 돈이었을까?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왕궁 안⋯⋯?’

왕비가 가장 편리하게 돈을 숨겨둘 수 있는 공간은 자신의 궁전이다.

하지만 그 궁전에는 그녀가 비자금의 존재를 숨기고자 했던 대상인 국왕 역시 함께 살고 있다.

‘제 3의 장소⋯⋯?’

아리아드네는 마르그리트 왕비가 금고를 두었을 만한 곳을 머릿속으로 뒤져보았다. 마르케즈 백작가? 치보 후작가?

갑자기 어떤 깨달음이 섬광처럼 그녀를 덮쳐왔다.

“!”

아리아드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을 곧게 가로질러 책상 맞은편 벽으로 향했다.

창문이 반쪽만 매달려 있던 바로 그 벽이었다.

나머지 세 면이 석조인 것과 다르게, 이 벽은 어두운 옻칠을 한 나무 위에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을 뿐이었다.

- 펄럭!

그녀는 태피스트리를 잡아 젖혔다. 나무 벽이 나타났다.

나무를 콩콩 치자 그 안에는 빈 공간이 있었다. 아리아드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주세페!”

그녀는 자신의 심복을 불렀다. 이내 주세페가 달려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아가씨.”

그녀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도끼를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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