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화> 이사벨라의 승부수
이사벨라는 다음 양피지 한 장을 체자레에게 건넸다. 자기가 들고 있던 양피지 묶음에서였다.
체자레는 무심결에 더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떨리는 손으로 다음 장을 받아들었다.
「나의 알폰소,
너는 메마른 사막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겠지? 산 카를로는 완연히 겨울이야. 날씨가 많이 추워.
오늘은 교외로 나들이를 다녀왔어. 참 신기한 계곡을 보았어.
사실 나도 알고 있던 장소인데, 한참을 잊고 있었어. 우연한 기회에 다시 들르게 되니 반갑더라.
거기에는 은방울꽃이 피어. 5월에 만개하는데, 폭포 뒤, 해가 전혀 들지 않는 곳에서도 핀대.
햇살 한점 없는데도 꾸역꾸역 꽃을 피우는 게 참 기특하지 뭐야.
네 생각이 났어. ⋯⋯(후략).」
분명히 그와 함께 은방울꽃 계곡에 갔던 날 썼던 일기였다.
그날, 아리아드네는 자신과 있던 모든 시간 동안 알폰소를 생각했다. 그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손이 떨렸다.
그의 소중한 아지트에서, 세상에 둘도 없는 철천지원수인 그의 남동생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는 그녀를 믿어서 자신의 영역, 경계선 안으로 들여놓았다. 아리아드네는 그 기대를 깔끔하게 배신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는 멈추지 못하고 편지를 계속 읽어나갔다.
「⋯⋯(전략)⋯⋯고국에서 아버지의 후원 없이도 꾸역꾸역 네 자리를 만들고 있는 나의 알폰소. 은방울꽃같이 꿋꿋한 나의 알폰소.
네 전공에 대한 이야기는 라파엘을 통해 들었어. ‘무패의 기사’라니, 난 정말 처음 보던 순간부터 널 믿었어.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쁜 건 네가 건강하고 부상이 없다는 거야.
1124년 1월 29일,
곧 만날 날을 고대하며,
사랑하는 당신의 아리아드네.」
⋯⋯체자레 본인에게 하는 취급과 너무나도 다른 취급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드네는 차가웠지만, 체자레에게 못 하는 편이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무심한 듯 아닌 듯 항상 그를 챙겼다.
아리아드네와 함께 있으면 항상 편안했다. 툭, 건네는 사소한 호의부터 큰 은혜까지.
그녀는 그가 항상 허리춤에 곤봉을 차고 다닌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차를 따듯하게 마시는지, 조금 식혀서 마시는지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사소한 것들을 넘어서 갈리코 왕국군을 퇴치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자택에 유폐 당할 뻔했던 체자레를 자기 목이 나가떨어질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국왕, 레오 3세에게 대들어 구해온 것도 그녀였다.
그래서 체자레는 이제껏 아리아드네의 무반응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녀를 향해 전진할 수 있었다.
아리아드네가 그에게 애정과 관심이 있다고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가 체자레를 존경하느냐, 하면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체자레 본인도 알았다.
아리아드네는 체자레를 남동생이라거나 아니면 자신의 어린 아들처럼 챙겼지, 그를 남성으로 우러러보며 숭상하지는 않았다.
체자레는 그게 썩 마음에 드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크게 생각지는 않았다.
아리아드네는 지나치게 똑똑했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하필 잘난 여자였다. 그래서 그런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그녀의 존경과 흠모를 받을 수 있는 남자는 비단 자신뿐만이 아니라 아무도 없다고 여겼다.
그녀를 압살할 만큼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존경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남자가 대체 중앙대륙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배다른 남동생의 거죽을 쓰고.
체자레의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취기 때문일 거야. 그래,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래.’
생각이 어지럽게 흐트러졌다. 취해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잔 더 마시는 거다.
체자레는 더듬더듬 술잔을 찾았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술잔이 테이블 위로 밀려와 그의 손아귀에 쏙 들어왔다.
벌컥벌컥, 그는 잔을 단숨에 깨끗하게 비웠다.
그리고 잔이 나타난 방향을 뒤늦게 바라보니, 이사벨라가 예쁜 얼굴로 수줍게 웃고 있었다.
“자, 여기요.”
그녀는 사뿐히 다가와 손수건을 들어 체자레의 입가에 흐른 독주를 살뜰히 닦아주었다.
얇은 아마 손수건은 보드랍고 따듯했다.
“체자레 공작님, 당신이 얼마나 멋진지 당신은 미처 모를 거야.”
세상에 빙글빙글 돌았고, 그의 코앞에 다가온 여자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가에타 산 장미수인가, 라고 체자레는 멍하니 생각했다.
“당신은 사교계의 왕자예요. 당신이 무도회에 나타나면 아가씨들은 정신없이 당신만을 쳐다보지. 홀 전체의 시선을 자기한테 고정시킬 수 있는 남자는 산 카를로 전체에 당신밖에 없다고.”
아. 듣기 좋다.
“내 여동생은 바보 멍청이야. 이런 대물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무슨 행운을 얻은 건지 이해를 못 하고 남자 둘 사이에서 간이나 보고 있어요.”
이사벨라는 체자레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와, 소파에 기대어 뻗은 그의 무릎 위에 기어 올라왔다.
체자레가 대충 걸친 로브의 앞섶이 열려 그의 가슴팍이 죄다 드러났다.
이사벨라는 두 무릎으로 소파를 디딘 채 체자레의 몸 위에 완전히 타고 오른 상태로, 그의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배은망덕해.”
이사벨라의 입술이 체자레의 귓불을 스쳤다. 뜨거운 숨결이었다.
“알폰소 왕자가 돌아오면 당신은 버려질 거야.”
“!”
이사벨라가 속삭이는 단어들은 마녀의 독약처럼 체자레의 심상에 퍼졌다.
“괘씸하지 않아요? 당신은 순정을 다 바쳤는데, 걔는 남자 둘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재고 있어.”
옥구슬이 구르는 것 같은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이용당한 거라고.”
체자레는 듣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것과 소리를 차단하는 것 사이에는 별 상관관계가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만취한 그와 작정한 그녀의 기동력은 비슷했다.
이사벨라는 끝까지 따라와서 그의 귓가에다 대고 속살거렸다.
“복수, 하고 싶지 않아요?”
이사벨라는 체자레와 정면에서 눈을 맞췄다. 체자레의 흐릿한 시야의 이사벨라의 또렷한 이목구비가 떠올랐다.
예쁘긴 예뻤다. 도자기같이 새하얀 피부에, 충격적일 정도로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부드럽게 연한 색깔이지만 욕망이 타오르는 보랏빛 눈. 저 여자는 나를 바라고 있다. 거슬리는 부분이 한 군데도 없었다.
도자기 인형은 붉디붉은 입술을 열어 말했다.
“혼자서 당할 수는 없잖아?”
취기를 누르려고 노력하는 체자레에게, 이사벨라는 다시 한번 말했다.
“자기가 다 가졌다고 생각해서 오만하기 짝이 없는 그 계집애에게, 당신은 한 명에게만 매인 몸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요.”
이사벨라가 체자레의 위에서 사부작사부작 움직였고, 스커트 자락이 흩날리며 다시 한번 진한 장미수 향이 훅, 끼쳤다.
스커트 자락에서 나는 향기가 맞나? 아니다. 체취와 섞인, 좀 더 내밀한 곳에서 풍기는 향기다.
체자레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지만 골이 흔들려 더 혼미해지는 듯도 했다.
그의 고개를 따라 여자의 고개가 따라왔다. 체자레가 자기 입술에 닿은 따듯한 온기를 느낀 건 한 타이밍 늦게였다.
“⋯⋯!”
이사벨라가 체자레에게 입술을 맞추고 있었다. 새빨간 입술이 조그맣게 열리고 그녀가 먼저 체자레의 입속으로 침범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서툰 키스 시도였다.
체자레가 만나본 부인들 중에는 입맞춤의 교본으로 각 단계별 삽화와 함께 후세에 길이 남겨야 할만한 분도 계셨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사벨라의 시도는 형편없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아가씨가 자신의 최선을 다해서 그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그는 그게 퍽 귀엽다고 느꼈다.
이사벨라가 재차 속삭였다.
“날 가져요.”
그녀의 입술이 덮쳐왔다. 이번에는 아까보다도 더 공격적인 키스였다. 그러나 여전히 서투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진짜 키스가 뭔지 보여줘야겠어.
체자레는 눈앞의 여자의 손목을 붙잡고, 그녀를 대번에 소파에 눕혀 버렸다.
여자는 꺅, 같은, 감탄사인지 비명인지 모를 것을 질렀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체자레는 체중을 실어 그녀를 누르며 깊숙이 입맞춤을 했다.
밑에서 바르작거리던 그녀도 이내 반항을 멈추고 입맞춤에 순응했다. 여자는 그의 키스를 온몸으로 느끼는 듯했다.
아, 이 느낌이다. 이 전능감.
체자레는 소파에 기댄 여자가 다 녹았다고 느끼자, 그녀를 두 팔로 달랑 집어 들고 바로 뒤에 있는 그의 침대로 향했다.
여자는 생각보다 가벼웠고 그녀의 옷차림도 가벼웠다.
아직 추운 계절이었지만 파틀렛은 잠자리 날개만큼 얇은 천 한 겹에 불과했고 코르피케도 손을 대자 투둑 열렸다.
완전히 작정을 하고 온 차림새였지만 체자레는 그걸 판단할 정신조차 남지 않았다.
그는 정신없이 옷차림을 헤치고 그 안의 여체를 찾았다. 따듯하고 매끄럽고 보드라운 몸.
체자레의 마약이었다.
* * *
이사벨라는 눈을 뜨자마자 온몸을 때리는 둔통을 느꼈다.
“으⋯⋯.”
특히 하체와 허벅지 쪽이 정말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조금만 움직여도 찌릿찌릿해서 이사벨라는 몸을 가누는 데에 한참이 걸렸다.
그래서 조금 뒤늦게 깨달았다.
피사노 공작의 침실에는 그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녀는 당황해서 주변을 살폈다.
‘뭐야, 진짜로 가버린 거야?’
다음 날 아침에 피사노 공작이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진 남자가 되어 그녀에게 키스 세례를 하며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첫 경험인데, 눈떴을 때 옆에 없다고? 심지어 자기 집인데?
이사벨라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아래가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아으⋯⋯!”
소리를 듣고 욕실에 있던 체자레가 나와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헛된 희망이었다.
이사벨라는 절룩거리며 침실 전체와 그에 연결된 부속 공간을 다 뒤졌지만 여기에는 확실히 그녀 혼자 뿐이었다.
‘도망갔어!’
이사벨라는 황당함에 입을 벌렸다. 그녀로서는 나름 승부수를 건 일이었다.
산 카를로는, 아니 중앙대륙은 여성의 처녀성에 엄격한 곳이다.
이렇게 깊은 관계가 되고 나면 남자는 여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남자가 외면한다면……. 이사벨라는 지금 큰일이 난 상태였다. 꼼짝없이 수녀원 엔딩이다.
‘세상에⋯⋯.’
하지만 이사벨라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중앙대륙은 여성에 대한 순결함도 강요했지만 동시에 남성에 대한 좋은 평판도 강요하는 곳이다.
자기가 건드린, 좋은 집안에 멀쩡한 영애를 책임지지 않은 남자가 사교계, 아니 더 나아가 정계와 바로 연결된 궁정에서 무슨 취급을 받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게다가, 이사벨라는 체자레가 입을 씻을 것에 대한 대비를 이미 적당히 해 둔 상태였다.
‘⋯⋯자발적으로 안 나선다고 나한테 수가 없을까 봐?’
이사벨라는 욕심 많은 보랏빛 눈을 번뜩였다. 그녀는 휑뎅그렁한 침대 위를 살폈다.
온통 흰 이불보 위에 붉은 핏자국이 있었다. 이사벨라가 흘린 첫 번째 피였다. 이사벨라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피는 이불보 위에 묻은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이불보와 이불 사이에 끼어있는 흰 손수건에 묻어 있었다.
이사벨라는 어제, 체자레와 진도를 나가면서 재빨리 침대 옆 협탁 서랍 속에 들어 있던 체자레의 손수건을 집어 자기 아래에 괴었다.
손수건에는 필경 체자레의 이니셜이 자수로 놓여 있을 것이다.
손수건은 원래 정인의 증표로 쓰인다. 그 위에 처녀혈?
체자레 데 카를로가 이사벨라 데 마레를 책임져야 한다는 완벽한 증거다.
그녀는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손수건을 잡아챘다. 어제는 급해서 이니셜 자수가 놓여 있는지까지는 채 확인을 하지 못했다.
‘자수가 없는 무지 손수건이면 낭패인데.’
그녀는 중얼거리며 피가 말라붙은 손수건을 펼쳤다.
‘Cesare⋯⋯. C⋯⋯. C⋯⋯.’
그녀는 자기가 찾는 이니셜을 중얼거리며 손수건을 꼼꼼히 살폈다. 자수 이니셜이 놓여 있었다.
‘그렇지!’
그녀는 신이 나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자수 이니셜을 읽었다.
- Ari⋯⋯. d. Mare
“⋯⋯이게 왜 여기 있어?!”
이사벨라는 그만 육성으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녀는 경악에 차서 손수건을 한 번 더 들여다보았지만 단단하게 놓인 자수가 체자레의 이니셜로 바뀌는 일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손수건이 들어있던 협탁 서랍이 구조가 조금 이상하긴 했다.
보통 손수건은 여러 장 쌓아놓는데, 이건 비단 주머니 안에 딱 한 장만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놈이! 자기 손수건이 아니라 자기 정표라서 협탁에 소중하게 보관해놓은 거였어!’
이사벨라는 당황해서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된다.
첫 경험의 상실을 무기 삼아 체자레 공작에게 자신을 책임지라고 들이댈 거라면 명백한 증빙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처녀성의 증빙은 자기 여동생의 손수건 위에 있었다.
‘뭔가⋯⋯. 방도를 찾아야 하는데⋯⋯.’
- 똑똑똑.
그때 방문에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사벨라는 당황해서 문 쪽을 홱 돌아보았다. 노크가 정중한 걸 보니 사용인이다.
“영애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심지어 남자 사용인이었다. 이사벨라는 허겁지겁 시트를 당겨 몸을 가렸다.
노크를 한 상대방은 기다려주지도 않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영애님, 돌아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얼굴도 안 보고 쫓아내겠다는 축객령이다. 국왕의 정부라도 이런 취급을 받진 않을 것이다.
이사벨라는 수치심에 발칵 화를 냈다.
“체자레 공작님은요?! 전 그분을 만나 뵙고 돌아가야겠어요!”
사용인은 흔들림 없이 답했다. 이런 상황이 매우 익숙한 모양이었다.
“공작님께서는 급한 외부 일정이 있으셔서 외출하셨습니다. 연락처를 남겨 주시면 제가 공작님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급한 외부 일정이 있을 리가 있나! 고주망태처럼 처먹고 있던 주제에!
게다가 메모도 아니고 쪽지도 아니고 연락처라니. 이건 연락을 안 하겠다는 소리다.
“아니, 잠깐만⋯⋯!”
“돌아가시지요.”
사용인은 고개를 숙였다.
“일 층에 댁까지 모셔다드릴 마차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의 뒤로,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이사벨라가 자발적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포댓자루라도 입혀서 마차에 태워 쫓아 보낼 작정으로 보였다.
“⋯⋯!”
이사벨라는 체자레 공작에게 무슨 말을 전하라고 남기려다가, 어차피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이런 굴욕은 정말이지 난생처음이었다. 하지만 이사벨라는 확신했다. 그녀는 어떻게든 뚫고 나갈 것이다.
남자와 관련해서 그 결괏값이 이사벨라 데 마레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적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녀의 보라색 눈이 욕망과 분노로 이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