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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263화 (263/733)

<제263화> 최악의 생일 파티

아리아드네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오늘 이 무도회가 얼마나 완벽한지에 대한 찬사를 듣고 있었다.

체자레 공작의 무도회에서 부모님 덕이 아니라 자기 인맥 덕으로 귀빈석에 앉게 된 것이 썩 기꺼웠던 가브리엘레는 못마땅한 표정의 코르넬리아에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얘기했죠? 체자레 공작, 나쁘지 않다고.”

알폰소 대 체자레 대결에서 체자레를 밀었던 자기의 혜안에 대한 약간의 으스댐도 담겨 있었다.

그들은 남자들은 모두 옆 테이블로 치워놓고 소녀들끼리만 모여 있었다.

들으려면 들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들의 남자들은 모두 신사들이다.

숙녀들의 대화를 엿들으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발언에 거침이 없었다.

다들 아세레토 산 발포주를 한 잔씩 손에 들고 신이 난 상태였다.

“이 무도회, 너무 환상적이지 않아요?”

가브리엘레는 북부 대귀족의 딸로서 웬만한 향락과 사치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보고 누리면서 자라온 것이 워낙에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체자레가 아리아드네를 위해 준비한 무도회는 그 가브리엘레조차도 깊이 감명받을 정도였다.

“3000 두카토는 족히 들였을 것 같은데요.”

남작 영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상인의 딸인 카멜리아가 맞장구쳤다. 하지만 가브리엘레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 난 소요 비용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 어떤?”

“배려가 완벽하잖아요!”

가브리엘레는 2층 귀빈석과 1층 일반석을 나누어서 불필요한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게 된 데에 대한 찬양, 그 안에서도 편리하게 나누어진 동선, 그리고 잡음 하나 없이 의전을 수행하는 빌라 소로토네의 사용인들을 칭찬했다.

거슬리는 게 하나도 없는 건 사실이었다.

“제가 정말 많은 무도회를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사용인들 수준이 높은 저택은 빌라 소로토네가 처음이에요! 왕궁에 온 것 같았다니까요.”

“그건 그래요.”

줄리아도 그 부분은 부인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기에도 이 저택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아리아드네, 이 결혼을 하게 되면 빌라 소로토네의 안주인은 당신이 되는 거예요!”

가브리엘레가 쐐기를 박았다. 그녀의 두 눈은 흥분으로 반짝였다.

“자주 초대해줘야 해요?”

이런 달콤한 말, 듣기 싫지 않다. 아리아드네는 겨우 겸양의 말을 꺼내 답했다.

“아직 제 것도 아닌데요.”

“곧 그렇게 되실 거잖아요!”

아리아드네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가브리엘레의 말대로, 오늘의 무도회는 완벽했다.

아름다운 대저택, 맛있는 음식, 친한 친구들,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하루.

왕궁의 안주인으로 살 때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잘한 일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었고, 어쩌다 한 번 동티가 나면 온 수도, 아니, 전국에서 욕을 먹었다.

언제나 티 한 점 없어야 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에 반해 빌라 소로토네는 모든 것이 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어려운 일은 빌라 소로토네의 소관이 아니었다.

왕궁에서, 궁정에서 처리할 일 일 따름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좋은 것만 누리며 관조하는 삶.

‘이렇게만 된다면, 영원히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체자레는 빌라 소로토네를 실체화한 것 같은 남자였다. 져야 할 책임과 무게라고는 하나도 없고, 누릴 것은 무한하다.

그는 함께 있을 때 재미있었고 요사이의 체자레는 그야말로 봄바람 같았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산들바람 사이에서 때때로 꽃향기가 나는, 오늘은 또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기다리게 하는 남자.

‘체자레의 손을 잡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어떤 미래가 그녀 앞에 펼쳐지게 될까. 언제나처럼, 오늘만 같이⋯⋯.

아리아드네의 상념을 깨뜨린 건 요란한 화병 부서지는 소리였다.

- 쨍그랑!!

높은 곳에서 비싼 도기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는, 귀청을 찌르는 소음.

“어머!”

가브리엘레가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가브리엘레가 너무 놀라자 옆 테이블에 있던 몬테펠트로 소후작이 얼른 약혼녀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달려왔고, 이내 무도회 파트너들도 모두 자기 파트너를 찾아 돌아왔다.

나타나지 않는 것은 체자레뿐이었다. 그 와중에 줄리아는 소음의 근원지를 추리했다.

“아래층에서 난 소리 같은데?”

라파엘도 고개를 끄덕였다. 펠리시테가 일행을 안심시켰다.

“뭐가 떨어졌나 봐요, 일회성일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말⋯⋯.”

하지만 펠리시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2층 발코니 중 하나의 커튼이 요란하게 걷혔다.

- 드르륵!

마치 극장 중앙에서 연극 무대의 막이 열리는 것만 같은 존재감이었다.

그리고 그 연극의 주연 둘은 정말로 존재감이 뚜렷한 사람들이었다.

밝은 크림색의 오간자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치마폭 안쪽으로, 짙은 녹색의 예복을 입은 남자가 코를 처박고 있었다.

치맛단 사이로 그의 붉은 머리카락이 언뜻 보였다. 여자의 전신은 연분홍색으로 물들어 있는 상태였고 달뜬 신음을 뱉고 있었다.

“아리, 보지 말아요!”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라파엘이 자기 손으로 아리아드네의 눈을 가렸다.

다음 일은 다음 일이다. 라파엘은 일단 아리아드네가 이 상황을 모르기를, 보호받기를 원했다.

아리아드네는 라파엘이 가려준 손 아래에서 눈을 깜박거렸다. 멍한 상태였다.

누구보다도 예리하고 매서운 그녀였지만 지금 자기가 본 게 무엇인지 입력이 잘되지 않았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그 와중에 라파엘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약간의 땀이 그녀의 눈에 들어가 그녀는 재차 눈을 감았다 떴다.

눈이 가려진 것과 별개로 사람들의 소란은 계속 그녀의 귀를 때렸다.

- “아이고머니나!”

- “세상에⋯⋯.”

- “이런 미친!”

경악에 찬 귀빈들의 웅성거림이 차단되지 않고 들렸다. 이 소요는 아래층까지 이어졌다.

귀빈석에 있는 한 줌의 사람들보다 월등히 많은 수의 일 층 하객들이 발코니 위의 상황을 알아채고 모여드는 중이었다.

- “저거 체자레 공작 아니야?”

- “여자는 누구야?”

- “하얀 옷⋯⋯. 얼굴이 안 보여요!”

아리아드네는 천천히, 라파엘의 손을 눈에서 떼어냈다.

“아리!”

“괜찮아요.”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은 몹시 침착하게 흘러나왔다.

아리아드네는 저 상대방 여자의 이름을 남의 언어로 듣고 싶지 않았다. 자기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에서 눈을 감으면 안 된다. 언제나 항상 실체적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대책은 아무리 잘 세우더라도 필연적으로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그런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많은 이론(異論)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리아드네가 평생 따라왔던 단 한 가지 철칙이었다.

누가 날 사랑하는지, 어느 것이 옳은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아무런 나침반이 없는 상태로 살아왔던 그녀가 단 하나 의지할 수 있었던 지침.

바로 사실에 기반해서 논리로 모든 것을 헤아려 보는 것.

“아리⋯⋯!”

안타까워하는 타인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아리아드네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이 숨을 들이켜며 양옆으로 갈라졌다.

- “데 마레 여백작이다!”

- “약혼녀가 나타났어!”

- “뒤엉켜 있는 저 여자는 대체 누구람?”

아리아드네는 크림색 오간자 드레스를 본 순간 상대방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 위에 흘러내린 풍성한 아마빛 고수머리. 살짝 달콤하게 풍기는 장미 향기.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상대방이었다.

그녀는 단단한 발걸음으로 발코니 안으로 걸어 들어가, 두 남녀 앞에 섰다.

체자레는 여자의 치마폭 안에서 고개를 꺼낸 상태였다.

그는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빨리 일어서서 자기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는 와중이었다.

“아리⋯⋯.”

그러나 천하의 체자레도 이런 상황에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엉망으로 당황한 채, 아무 말이나 횡설수설 내뱉었다.

“우리, 조용한 데 가서 천천히 얘기하자. 다 설명해줄게. A부터 Z까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다 설명할 수 있어.”

아리아드네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고, 몹시 싸늘한 눈초리로 체자레를 쏘아보았을 뿐이다.

그 와중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이사벨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 자락을 탁탁 털었다.

이 상황에 처한 사람치고는 놀랍도록 태연한 몸가짐이었다.

코르피케의 단추를 다시 또각또각 하나하나 채워 올린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아리아드네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쏘아 보냈다.

이사벨라의 얼굴과 몸짓에서 승리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것은 이사벨라의 뒷모습뿐이었다.

그녀의 표정과는 반대로,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양순했다.

“아리⋯⋯. 정말 미안해. 그러려던 게 아니었어.”

이사벨라는 자주색 눈동자를 의기양양하게 반짝이며 녹진한 음성으로 덧붙였다.

“진짜로.”

아리아드네가 이사벨라를 쳐다보는 눈빛은 오묘했다. 혐오와 경멸의 눈초리 같기도 했고, 공포에 질린 눈빛 같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다리가 아주 많이 달린 절지동물을 쳐다볼 때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이사벨라에게 험한 말을 퍼부을 수도 있었다.

뺨을 때릴 수도 있었고, 머리채를 잡을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라면 무엇이든 다 용서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고 싶지조차 않았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손톱만치의 발전도 없는 저 인간 같지도 않은 생물에게는 손을 대는 것조차도 아깝다.

“아리.”

그리고 이사벨라의 도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체자레가 그녀를 밀어낸 것이다.

그는 이사벨라 쪽 방향은 숫제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리,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응?”

아리아드네는 서느렇게 체자레를 노려보았다. 체자레는 아리아드네의 그 눈빛이 억겁 년 동안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첫 몇 초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몇 초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 눈빛을 더는 감당할 수 없었다.

체자레가 다시금 대화를 호소하려던 순간, 아리아드네가 입을 열었다. 약간 잠긴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가 음울하게 울렸다.

“나는.”

체자레의 전신에 있는 솜털이 찌릿하게 곤두섰다. 그의 모든 신경이 아리아드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당신과 할 이야기 없어요.”

그리고 끝이었다. 아리아드네는 그 자리에서 몸을 돌려 무도회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아리, 아리!”

체자레는 아리아드네의 뒤를 쫓으려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줄리아 데 발데사르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당신이 양심이 한 톨이라도 있다면.”

줄리아는 차가운 눈으로 체자레를 노려보았다.

“가게 내버려 둬요.”

체자레를 제지한 것이 라파엘이었다면 체자레는 검이라도 뽑아 응전하고 아리아드네를 쫓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줄리아는 아리아드네의 단짝 친구였고, 그녀의 공격 수단은 물리력이 아닌 마음의 가책 쪽이었다.

체자레는 아주 잠시나마 멈칫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아리아드네는 현장을 벗어나 버렸다.

물리적인 거리로는 몇 피에디 되지 않았지만 아주 멀리, 멀리 도약하는 발걸음이었다.

그녀가 걷는 자리는 홍해의 기적처럼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그녀에게 길을 터줬다.

아무도 감히 말을 걸 엄두를 못 낼 정도의 기세였고, 약혼자의 부정을 두 눈으로 목도한 여성에 대한 귀족들의 예의였다.

하지만 그것과 사교계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었다.

- “상간녀가 약혼녀의 친언니야!”

- “와, 이제 정말 어떡해요?”

- “어떡하긴 뭘 어떡해? 건드린 여자 책임져야 하는 거지!”

이 부분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1124년의 산 카를로에서는 여자의 순결을 건드린 귀족 남자라면 그 여자를 책임짐이 마땅했다.

비밀리에 눈이 맞은 것도 아니고, 만천하가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공개됐다. 돈 몇 푼 쥐여주고 모르는 척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 여자가 평민도 아니고, 아버지의 위세가 기세등등한 명문가 처녀라서 더더욱 그랬다.

체자레 공작이 이 위기를 벗어날 방도는 없어 보였다.

- “그럼 데 마레 여백작은 지금 눈 뜨고 약혼남 뺏긴 거예요? 자기 친언니한테?”

- “아니 잠깐만, 그래도 국왕 폐하께서 친히 내리신 국혼인데 이걸 이렇게 무를 수가 있어요?”

이 사태는 국왕의 얼굴에 먹칠한 것이기도 했다.

- “데 마레 추기경이 나서서 어떻게든 교통정리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체자레 공작이 큰딸 책임 안 지면 데 마레 가문은 고개를 어떻게 들고 다니라고!”

- “맞아, 맞아. 이렇게까지 질러 버렸는데 별수 있겠어요. 국왕 폐하도, 하실 말씀 없을걸요. 아들놈 진짜 잘못 키우셨네!”

- “지금 피사노 공작도 핀치에 몰렸어요. 저거 책임 안 지면 천하에 둘도 없는 호로 잡놈 되게 생겼는데!”

- “호호호, 호로 잡놈에 천하의 불한당은 이미 된 거 아닌가요?”

- “⋯⋯부인은 못 하겠네. 약혼녀 언니를 약혼녀 생일파티에서 건드리는 망나니는 처음 봤어요.”

이 상황에 쓰레기는 한 명이 아니었다.

- “이사벨라 데 마레, 영악하고 되바라진 줄은 알았는데 진짜 엄청나네! 어떻게 저런 짓까지 저지르지?”

- “이건 욕심이 많다는 차원에서 설명되는 일도 아니에요.”

- “남자가 먼저 접근한 거 아닐까요? 저 체자레 공작이잖아요!”

- “평범한 아가씨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거 이사벨라 데 마레잖아요. 캄파 후작 스캔들, 기억 안 나요?”

- “아⋯⋯.”

- “무서운 여자예요. 너무 무서워.”

결국엔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 “둘이 잘 어울리지 않아요?”

- “하하하, 부창부수(夫唱婦隨)긴 하네요. 파락호에다 악녀라니.”

체자레는 재빠르게 파티장을 떠나려고 했다. 여기에 오래 있어봤자 좋을 일이 없었다.

거처로 숨어든 다음에 집사를 불러 파티를 해산하면 된다.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무도회장을 나가는 그의 옷자락을 누군가의 손이 붙잡았다.

“저기요.”

한때는 꾀꼬리 소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듣는 순간 목덜미에 소름이 끼치는 영롱한 여자 목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우리, 대화를 나눠야 하지 않겠어요?”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는 이사벨라 데 마레였다.

“아버지께 사람을 보내 놨어요. 당장 빌라 소로토네로 오셔야 할 것 같다고.”

그녀는 예쁜 얼굴을 갸웃, 옆으로 조금 기울여 보였다.

도자기처럼 새하얗고 뽀얀 피부에 살짝 도는 홍조가 객관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지만, 체자레는 저 얼굴이 도자기로 구운 광대의 가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아버지께서 오시기 전에 우리끼리 이야기를 좀 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사벨라는 말을 건네며 작심했다. 오늘이, 쐐기를 박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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