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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267화 (267/733)

<제267화> 이사벨라의 추락 (2)

집사 니콜로는 고개를 숙이고는 하인들에게 눈짓했다. 하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이사벨라를 끌고 추기경의 서재 밖으로 나갔다.

“죽어버려!! 죽어버려 쓰레기 같은 늙은이!!!”

이사벨라의 비명과 악다구니 소리가 데 마레 가문의 2층 회랑을 가득 메웠다.

집안사람들은 감히 내다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눈알만 굴리며 끌려나가는 이사벨라의 흔적을 좇았다.

아리아드네는 깨어 있는지 잠들었는지 문을 굳게 닫아걸고 자신의 처소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고, 그나마 뛰쳐나와 이사벨라의 얼굴이나마 보려고 든 것은 이폴리토 하나였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도련님, 물러나십시오. 지금 도련님께서 끼어드실 일이 아닙니다.”

“니콜로!”

이폴리토가 대번에 역정을 냈다.

“나는 이 집의 유일한 아들이고 미래 후계자야! 내가 말을 못 얹을 일이 대저 어디 있다는 소리야!”

짐짓 고아한 척을 하는 와중에, 이사벨라의 코웃음이 이폴리토의 귀를 때렸다.

“하!”

그녀는 하인 둘에게 팔을 꽉 잡혀 끌려가면서 이를 악물고 이폴리토에게 내뱉었다.

“꿈 깨, 오빠. 후계자 같은 헛소리 집어치워. 이 집은 음흉한 사생아한테 이미 먹혔어.”

“이사벨라⋯⋯!”

“오빠도 나도, 거추장스러운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사벨라가 퀸과 나이트 사이 어딘가 정도가 된다면 이폴리토는 졸도 못 될 것이다.

도무지 쓸모라곤 없기 때문이다. 이사벨라는 이 상황이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간다, 산탄젤로 수녀원으로.”

“뭐?!”

이폴리토는 크게 놀라 동생을 바라보았다.

“거기가 어디라고 널 보내!”

“더러운 세상, 더러운 산 카를로, 더러운 데 마레!”

산탄젤로 수녀원의 악명은 이폴리토도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식량이 부족해 삯바느질로 연명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면 쥐를 잡아 배를 채운다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곳이었다.

“내가 어떻게든 아버지를 설득해 볼 테니 조금만 버텨봐.”

“깔깔깔깔깔!”

이사벨라는 호쾌하게 비웃었다.

“말만이라도 고맙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비뚜름한 미소는 가시지를 않았다.

“그런데 오빠는 그럴 능력이 없어.”

건장한 사내 두 명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조잘대는 이사벨라의 앞으로 시커먼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전체에 검은 칠을 하고 한쪽 창문엔 널빤지로 못질을 한 불길하게 생긴 마차였다.

집사 니콜로는 하인들에게 턱짓했다. 그들은 마차의 문을 열어 이사벨라를 안으로 처넣었다.

“나 같은 신세 되지 말고! 사생아 계집애 눈치 잘 살펴!”

이사벨라는 연신 웃으며 이폴리토에게 외쳤다. 조언인지 조롱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투였다.

“오빠가 걔한테 덤볐다간 뼈도 못 추릴 거야!”

- 쾅!

하인 하나가 이사벨라가 탑승한 마차의 문을 닫았다.

“아니, 잠깐만⋯⋯.”

이폴리토가 집사 니콜로에게 사정했다.

“이사벨라의 짐도 있고, 물건을 챙기고 친구들에게 인사할 시간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집사 니콜로는 이폴리토에게 딱딱하게 답했다.

“도련님. 예하의 명입니다.”

“하지만 인지상정이라는 게⋯⋯.”

“⋯⋯예하께서는 아가씨의 데 마레라는 성을 거두셨습니다.”

“뭐?”

이폴리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가문에서 쫓아내셨다고?”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집사는 굳이 추기경이 머리카락을 잘라 던졌다는 이야기까지는 보태지 않았다.

추기경이 진심이라는 점을 눈치채지 못해서 큰아들이 아버지 눈 밖에 난다면 그것도 제 실력인 거고 거기까지가 제 복인 거다.

- 쾅! 쾅쾅!

그 와중에 하인 둘이 이사벨라가 올라탄 마차 출입구에 널빤지를 대고 못질을 마무리 지었다.

그녀가 탄 마차는 이제 절대로 탈출하지 못할 철옹성이 되었다.

“도련님, 마차는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 들어가시지요.”

집사 니콜로는 과거 루크레치아가 집에서 쫓겨났을 당시는 그녀에게 귀중품을 비롯한 각종 짐을 챙기고 편지를 남길 시간을 베풀었다.

그땐 루크레치아가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어림없었다. 추기경의 보석이던 장녀는 아마 다시는 데 마레 가문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가문의 등에 칼을 꽂고, 추기경은 자기 딸에게 머리카락을 잘라 던졌다.

이걸로 끝이다. 추기경을 바로 곁에서 17년간 모신 니콜로는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폴리토는 황망한 표정으로 입을 우물거렸다. 하지만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집사 니콜로는 재차 권했다.

“들어가시지요, 도련님.”

이폴리토는 차마 니콜로에게 더는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모깃소리만한 목소리로 이사벨라에게 외쳤다.

“면회 갈게⋯⋯.”

검은 마차는 이미 출발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말발굽의 소음은 컸고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이사벨라가 이폴리토의 그 소리를 들었을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집사 니콜로는 이폴리토가 무의식중에나마 일부러 작은 목소리로 외쳤을 거라고 생각했다.

죄책감은 덜되, 이사벨라에게 헛된 희망은 심어주지 않게.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죄책감은 덜고 친동생에게 면회를 약속하고 안 나타나는 나쁜 놈은 되지 않기 위해서.

니콜로는 혀를 끌끌 차며 이폴리토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 * *

이사벨라가 결정이 나자마자 검은 마차에 태워져 신속하게 끌려나간 건 이 사건을 최대한 조용하게 무마하고자 하는 추기경의 소망이 반영된 일처리였지만, 이사벨라 데 마레가 가문에서 제명당하고 산탄젤로 수녀원으로 유폐당했다는 소문은 빛과 같은 속도로 산 카를로에 퍼졌다.

- “진짜로? 결국?”

- “체자레 공작이랑 결혼시키면 될 걸 왜 수녀원에⋯⋯?”

- “여동생 혼처를 유지하려고 그러나 보죠⋯⋯?”

- “이 결혼은 동생이 양보하고 언니가 그 자리로 가는 게 순리 아닌가요? 지금 이사벨라 데 마레가 그 자리 말고 어디로 갈 수 있겠어요!”

- “그러게요, 멀쩡한 딸을 수녀원으로 보내다니!”

- “음. 말이야 바른 말이지, 멀쩡하진 않죠.”

체자레에게 이사벨라를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한 추측들이 이어졌다.

- “딸 둘이 사이가 극도로 나쁘다고 하잖아요. 둘째 딸이 절대로 양보하기 싫다고 우겼나 보죠.”

- “그런데 부모가 그걸 그냥 둬요?”

혼사는 당사자 간의 의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의 의사는 사실 마지막으로 고려된다.

- “데 마레 추기경이 결혼하는 딸 바꿔버리겠다고 주장하고 그게 국왕 폐하와 합의만 된다면 당사자가 뭐라고 하건 상관없잖아요?”

티파티에서 수다를 떨던 부인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그게⋯⋯. 데 마레 가문 쪽에서 결정한 게 아니고, 체자레 공작이 죽어도 자기는 이사벨라 데 마레와 결혼 안 하겠다고 우겼다는 얘기가 있어요⋯⋯.”

테이블의 분위기는 대번에 후끈해졌다.

- “어머어머, 그건 또 어디서 들은 얘기에요?”

- “공작저 하인들한테서 나온 얘기라서요, 진짜 비밀이에요.”

- “당연하지. 얘기 좀 해 봐요.”

- “근거도 없이 그냥 결혼 안 하겠다고 우길 수는 없을 거 아냐.”

운을 띄운 부인은 그래도 영 입을 열기가 저어되는 눈치였다.

- “그게⋯⋯. 차마 입에 담기가 그런 이야기인데⋯⋯.”

- “아 우리끼리 뭐 어때요!”

테이블의 분위기가 답답함으로 봉기하기 직전까지 몰리자, 그녀는 마지못해 디테일을 풀어놓았다.

- “그⋯⋯. 이사벨라 데 마레가 이미 캄파 후작과 깊은 관계여서 처녀가 아니었다, 자기는 처녀도 아닌 여자 책임 못 진다고 추기경한테 대들다가 주먹으로 맞았다고⋯⋯.”

그렇다면야 이야기가 달랐다.

단순히 체자레가 이사벨라를 싫어하는 것과, 이사벨라에게 ‘정숙한 혼처’의 자격이 없어서 혼인을 거부하는 것은 천양지차였다.

분위기의 밀도가 올라갔고 목소리 볼륨이 올라갔다.

- “어머어머, 세상에!”

- “말도 안 돼!”

- “근데 그 루머 있었잖아요! 이사벨라 데 마레가 캄파 후작의 내연녀라는!”

- “한참 시끄럽다가 사그라들어서 뜬소문인 줄 알았죠!”

유부녀들의 입담은 제아무리 정숙한 귀족 부인이라도 거칠 것이 없었다.

- “근데 이사벨라 데 마레랑 끝까지 간 남자는 알았을 거 아니에요, 처녀인지 아닌지.”

- “그죠, 알 수밖에 없겠죠.”

- “캄파 후작은 뭐래요?”

- “그 양반이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겠어요. 그리고 캄파 후작, 얼마 전에 세 번째 부인을 들였잖아요!”

- “아, 그 몰락 귀족도 아니라 아예 평민이라는?”

재혼도 아니고 삼혼 자리에 딸을 밀어 넣고자 하는 귀족 가문이 아무도 없자 캄파 후작은 부유한 상인 가문의 여식을 세 번째 처로 들였다.

- “네, 이번에도 갓 성인식을 치른 어린애래요. 거의 스무 살 연하랬나.”

- “제 버릇 개 못 주지. 쯧쯧.”

- “근데 평민이면 좀 낫잖아요. 평민들은 어려서부터 밭 갈고 순무 캐고 그러니까 좀 조숙하지 않나?”

- “그러게요? 그런데 평민은 데뷔탕트도 없는데 따로 성인식을 치러요?”

귀족 부인들은 한참 동안 평민의 성숙도와 지적 능력에 대해 토의하다가, ‘평민은 고생을 많이 해서 빨리 철이 들 거고 어차피 귀족들 같은 분별도 없을 테니 자기 신세가 얼마나 처량한지 몰라서 캄파 후작과도 잘 살 수 있을 거다’ 같은 결론을 냈다.

- “하여간에, 원래 얘기로 돌아가서. 캄파 후작이 싱글일 때는 이사벨라 데 마레한테 이런 일이 터졌으면 ‘어서 옵쇼 새로운 캄파 후작부인’ 이러기라도 하지, 지금 새신랑인데 뭘 어떻게 하겠어요? 입 다물고 엎드려 있어야지.”

- “어머, 이번 사건이 일이 년만 더 있다가 터졌으면 그 세 번째 후작부인도 죽었을 텐데 이사벨라 데 마레는 타이밍도 옴팡지게 안 좋았네!”

- “그럼 나이 들었다고 캄파 후작이 거절하는 거 아니에요?”

부인들은 자기들끼리 까르르 웃었다.

- “와, 그런데 이사벨라 데 마레는 진짜로 산탄젤로 수녀원으로 끌려간 거예요? 내 귀로 들었어도 실감이 안 나네.”

- “‘그’ 이사벨라 데 마레가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 “정말, 대차게 신세 망쳤네.”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입가에는 조그만 미소를 띤 채였다.

감히 올려다보기도 어려웠던 높은 별의 추락은 누구에게나 즐겁다.

- “그런데 그럼, 아리아드네 데 마레는 이제 어떻게 할 거래요⋯⋯?”

- “하. 이건 또 굉장히 어려운 주제네.”

데 마레 백작은 자신의 혼처를 친언니에게 강제로 뺏기는 상황은 면했다.

하지만 과연, 친언니와 눈이 맞은 약혼남과 혼인할 것인가?

부인들의 진단은 현실적이었다.

- “체자레 공작이 한 짓이 끔찍한 건 인정해요. 그런데, 산 카를로에 아랫도리 가볍게 안 놀리는 남자가 있기는 한가?”

- “그렇지, 아무래도? 지금 불타는 사랑으로 결혼해 봤자 십 년 뒤에는 어느 집이라도 정부(情婦) 하나는 꿰차고 있을 텐데.”

- “사실 체자레 공작만 한 혼처가 없기는 해요. 그 나이대 방계 왕족에, 생긴 거 멀끔하지, 재산 많지. 지금 체자레 공작이랑 헤어지면 누굴 만날 거에요 자기가?”

- “멀쩡한 미혼남이 없어요. 품귀를 넘어서 그냥 존재를 안 해.”

- “아니 근데, 생각 좀 해 보세요. 온 산 카를로에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 그냥 결혼을 하겠다고?”

- “그건 또 그래. 결혼하고 10년 있다가 고요하게 남편한테 정부가 생기는 거랑, 한창 좋아야 할 약혼 기간에 약혼남한테 여자가 생겼는데 그게 자기 친언니인 거랑 어디 같아요?”

- “심지어 그 꼴이 온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났네.”

- “조용히 바람나면 참을 수 있어, 근데 그거 방방곡곡에 소문내고 다니면 그건 내 얼굴에 먹칠하는 거예요. 부인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거라고.”

- “데 마레 여백작, 성질머리 좀 있는 편 같던데. 이걸 참을까?”

- “심지어 데 마레 여백작은 참을 필요도 없는 거 아니에요? 돈도 아쉬울 것 없고, 작위도 본인한테 있잖아.”

- “그러게요, 남들처럼 아버지 오빠 눈치 보면서 생계를 위해 결혼해야 될 처지도 아닌데.”

- “여자가 혼기 넘어서도 처녀면 괴롭히는 사람 분명히 있다고요. 견디기 쉽지 않을걸?”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사교계의 적극적인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여자는 결혼하지 않은 왕실의 공주들 정도였다.

아버지가 국왕인 정도의 뒷배 없이는 영원히 결혼할 생각이 없는 미혼의 여자가 사교계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 “원래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다면서요?”

- “그냥 좀 가라앉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지 않을까요?”

- “하긴. 그게 제일 합리적이다.”

- “파혼을 하려면 데 마레 추기경이 국왕 폐하께 파혼서를 보내야 할 거 아니에요.”

가문과 가문 사이의 약혼은 가주(家主)가 파혼서를 보내야 해지된다.

일반적으로는 파혼서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약혼이 파기되지만, 이 약혼은 가문 간의 합의가 아니라 국왕의 칙령으로 성립되었다는 특이점이 있었다.

- “국왕 폐하께서 허가까지 해 주셔야 파혼이 가능하죠.”

- “데 마레 추기경이 미쳤다고 파혼서를 보내겠어요?”

- “그죠, 큰딸까지 수녀원에 처박으면서 지킨 약혼인데 결실을 봐야겠죠.”

- “왕실의 사돈이 되는데 놓치기 싫겠지.”

데 마레 추기경이 야심만만하고 동시에 가족에 대한 정이 옅은 건 온 수도가 다 알았다.

- “그리고 국왕 폐하께서 직접 명하신 약혼이잖아요. 국왕 폐하께서도⋯⋯. 물론, 아드님이 개판을 치긴 했지만, 웬만하면 이 약혼 파기시키고 싶지 않으실걸요.”

- “그렇죠. 본인 칙령을 번복하시게 되는 건데 자기 체면 상하는 일이죠.”

- “어떻게 될지는 진짜 지켜봐야 알겠네.”

- “유야무야 넘어갈 거라니까. 사교계 하루 이틀 봤어요?”

- “내기할까요, 내기?”

- “음, 뭘 걸지?”

- “5 두카토(약 500만 원)! 파혼한다!”

- “진짜로? 파혼한다는 것에 건다고요?”

- “음. 저도 걸래요. 5 두카토 받고 10 두카토 더! 파혼 안 한다!”

- “호호호호! 이분들, 대단하신데? 나도 파혼 안 한다 쪽에 걸게요. 금액은⋯⋯.”

- “그럼 저는⋯⋯.”

이사벨라의 몰락과 아리아드네의 선택은 이렇게 초여름의 산 카를로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오락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온 산 카를로가 체자레와 아리아드네 사이 약혼의 향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와중에, 그 약혼의 당사자 중 하나 역시 사건의 진행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사벨라 데 마레가 산탄젤로 수녀원에 끌려갔다고?”

다크서클이 코 옆까지 내려온 체자레가 자신의 수하에게 물었다.

“예, 어제저녁에 곧장 끌려갔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쯤이면 수녀원에 도착하고도 한참 지났겠네요.”

체자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내 말을 준비해라.”

현관으로 향하려던 그는 멈칫하더니, 욕실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니, 먼저 씻어야겠어. 하여간에, 준비해 둬라.”

“데 마레 대저택으로 가십니까.”

“응.”

이사벨라 데 마레가 수녀원으로 쫓겨났다는 건, 예비 장인어른의 심중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데 마레 추기경은 이사벨라를 체자레와 결혼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당사자에게 무릎 꿇고 빌 기회였다.

아리를 만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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