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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가지지 못한 것들 (374/733)

<제127화> 가지지 못한 것들2022.02.20.

급이 떨어지는 친구와 덜떨어진 오빠, 성에 안 차는 파트너 말고 남들 보이기에 번듯한 동행을 구한 이사벨라는 내심 싱글벙글 웃으며 ‘백합의 방’ 안에 들어섰다. 무도회장에 입장하자 왕궁 시종이 조그맣게 포장한 설탕 쿠키와 수선화 한 송이를 건넸다. 모든 여성 참가자들에게 건네는 웰컴 기프트였다.

16583741152552.jpg“고마워요.”

대부분의 손님들은 입장을 완료한 상태였다. 왕가의 가족과 귀빈인 갈리코의 라리에사 데 발로아 대공녀 정도만 무도회장에 들어서지 않았을 뿐이다. 바톨리니 백작 내외 덕에 그들은 썩 좋은 구석진 소파 자리마저 차지했다. 이사벨라는 시종이 서빙하는, 풍부한 기포가 올라오는 샴페인을 집어 들려다가 멈칫하고는 옆에 있던 물을 잡았다.

16583741152557.jpg“데 마레 영애께서는 술을 드시지 않나 봅니다?”

바톨리니 노백작이 상냥하게 물었다.

16583741152557.jpg“우리 클레멘테도 알코올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답니다.”

이사벨라는 ‘캄파 후작이랑 같이 만취해 있던 본인 마누라를 보셨어야 했는데요’, 라고 중얼거리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자기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처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16583741152552.jpg“아니요, 저는 원래 음주는 조금씩 하는 편인데.”

이사벨라가 술을 마신다는 소리에 이아코포가 반색을 하며 그녀를 쳐다봤다. 앞으로 같이 마시자고 하면 마셔 주려나? 이사벨라는 항상 이아코포 앞에서는 자기가 알코올이라고는 단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한다고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16583741152552.jpg“어머니를 보내드린 지가 얼마 안 돼서……. 국왕 폐하의 칙령으로 한 달이면 탈상해야 하지만, 상복은 벗더라도 당분간은 생활 태도 면에서 어머니를 기리면서 지내고 싶어요.”

바톨리니 노백작이 매우 감명받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와중에, 앞에 앉아 있던 이폴리토가 눈치없이 낄낄대며 입을 열었다.

16583741152579.jpg“야, 엄마를 기리려면 생전에 엄마 하시던 대로 미친 듯이 쇼핑을 해야……. 윽!”

그는 소리 없이 정강이에 날아온 구둣발 때문에 반강제로 말문이 막혔다. 그가 구둣발의 주인을 쳐다보자, 그의 한 떨기 꽃잎 같은 여동생이 오라버니를 향해 상냥하기 짝이 없게 웃어 보였다. 마침 발조 백작 부부가 바톨리니 백작 내외를 찾아와 일행에 합류했다. 바톨리니 백작은 기특하다는 듯이 이사벨라를 가리키며 발조 백작 내외에게 소개를 했다.

16583741152557.jpg“발조 백작, 백작 부인. 저 아가씨가 얼마 전에 돌아가신 모친을 기리며 금주를 한다지 뭡니까.”

바톨리니 백작은 클레멘테를 기특하게 바라보고, 이사벨라도 다시 한번 보며 말을 이었다.

16583741152557.jpg“요새 이런 젊은이들이 어디 있습니까. 기특하지 않아요?”

엄격하기 짝이 없는 눈초리로 합석해 있던 이사벨라를 노려보던 발조 백작 부인이, 네가 웬일이냐는 듯이 이사벨라를 바라보았다.

16583741152557.jpg“이미지랑 다른데?”

이사벨라는 발조 백작 부인이 혼잣말로 한 한탄을 영리하게 자기에게 건 대화로 처리해, 원래대로라면 그녀가 말을 걸 수 없었을 백작 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16583741152552.jpg“제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니랍니다. 그저 어머니를 추모하고 싶을 뿐이에요.”

발조 백작 부인은 마뜩잖았지만 고개는 끄덕, 해 보였다. 애초에 이사벨라는 바톨리니 백작 내외와 합석해 있는 상태였다. 발조 백작 부인이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해 버리면 바톨리니 백작 내외에 대한 실례가 될 것이다. 발조 백작 부인의 인사까지 받아낸 이사벨라는 더더욱 거리낄 것이 없었다.

16583741152552.jpg“발조 백작 부인. 위명은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덕성이 높고 고결한 정신을 가지신 분이라고…….”

16583741152557.jpg“아, 그래요?”

발조 백작 부인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조금 귀찮아 보이기도 했고. 어떻게 보자면 지금은 명성이 완전히 바래 버린 전직 ‘산 카를로 최고의 재원’이 자신의 앞에서 눈에 들려고 갖은 알랑방귀를 뀌는 것이 조금 우스운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사벨라는 굴하지 않고 그녀에게 계속 말을 붙였다.

16583741152552.jpg“저희 부친이신 데 마레 추기경께서도 성황당 부설 구휼 시설에서 봉사를 하시는 부인을 보고는 저런 대귀족의 봉사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헌신이다, 라고 말씀하셨죠.”

발조 백작 부인은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다른 귀족 부인들과는 그 양상이 조금 달랐다. 보통 후원을 위한 자선 바자회를 열어 그 수익을 기부하거나, 아니면 아예 금전을 기부하는 것이 귀족 부인들이 통상적인 봉사활동 방법이었는데, 발조 백작 부인은 봉사활동을 하는 귀족 부인들을 조직해서 자기들 손으로 난간을 닦고, 빨래를 널고, 화병을 치웠다. 이에 대해서 소용도 없는 소꿉놀이다, 형편없이 낭만적인 자기애에 취한 행위다, 남편이 금전 융통을 마음대로 못 하게 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 사치스럽게 보석과 비단을 휘감고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가서 밀대로 바닥을 미는 건 기만이다 등등의 비난이 은은하게 사교계에 흘렀다. 이사벨라가 그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준 것이다.

16583741152557.jpg“오, 그런 말씀을 하셨나요?”

발조 백작 부인이 처음으로 조금 기꺼운 표정을 지었다. 이사벨라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답했다.

16583741152552.jpg“그렇고말고요. 예사크의 곤께서는 노동하는 손이야말로 진정으로 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근신 기간 내내 갇혀서 강제로 필사한 ‘명상록’이 효과를 보는 시점이었다. 이사벨라는 아리아드네의 모든 것을 베끼기로 했다. 그 꼴같잖은 계집애가 이런 소리를 할 때마다 나이 지긋한 부인들은 뒤로 넘어가고는 했다. 잘 봐뒀던 것을 써먹을 시점이다.

16583741152552.jpg“스스로의 노동이 귀한 것은 노동이 일궈내는 가치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런 것으로 귀함을 논하는 것은 천박하지요. 결국에는 인격 도야의 문제입니다. 예사크의 곤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데에는 노동하는 와중에 개인이 깨달을 수 있는 타인에 대한 감사와 배우게 되는 인내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명상록’의 해설서인 성 클라리벨 수녀의 ‘답을 찾는 자의 묵상’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이사벨라는 그저 대강 이해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었다. 그 내용에 딱히 동의하지는 않았다.

16583741152552.jpg‘인내를 배우기는 개뿔. 욕이나 늘지.’

하지만 그녀는 일 점 티도 내지 않고 발조 백작 부인과 눈을 맞추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사벨라의 청초하게 아름다운 얼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 어떤 연극배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몰입감이었다.

16583741152552.jpg“다들 복락을 쌓겠다고 자선 바자회 같은 것을 열어 돈으로 빈자를 후원하지만, 귀하신 분들께서 직접 자기 손으로 추운 겨울에 찬물에 손을 담그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훌륭하지요. 데 마레 추기경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적재적소에 딱딱 맞게 들어오는 아부에 발조 백작 부인의 눈은 이미 빛나고 있었다. 옆에서 클레멘테도 멍한 표정으로 이사벨라를 바라보았다.

16583741152557.jpg“세상에, 젊은 처자가 생각을 많이 했네요. 세간의 평과 달라요.”

16583741152552.jpg‘좋아. 올 것이 왔어.’

이사벨라는 고개를 숙인 채 슬퍼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16583741152552.jpg“세간의 평이야 와전되기 마련이기도 하고…….”

옆에서 이아코포 아텐돌로가 거들었다.

16583741152557.jpg“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기도 하는 것이 사교계이지요.”

이사벨라는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이야기할 생각까진 없었지만 이아코포가 저렇게 도움을 준다면야 나쁘지 않았다. 본인이 이야기를 다 쌓아 올릴 필요 없이 착한 척만 하면 되지 않는가.

16583741152552.jpg“아효……. 다 제가 뭔가 잘못한 것이 있었으니 안 좋은 평도 돌겠지요.”

16583741152557.jpg“이사벨라 양처럼 뛰어난 미모의 영양은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쉽지요.”

이아코포가 슬슬 선을 넘고 있었다. 다른 부인들 앞에서 ‘누구누구는 외모가 뛰어나서 질투 당하는 것’이라고 대놓고 말하면 도리어 반감을 사게 된다. 상대방과의 나이 차이가 적게 나면 날수록 더더욱 그랬다. 클레멘테 데 바톨리니는 물론이고, 발조 백작 부인도 사교계의 입지에 비하면 젊은 축에 속하는 귀부인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16583741152552.jpg“이번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이제는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다행히 발조 백작 부인은 이아코포의 말을 별달리 귀담아듣지 않은 모양이었다.

16583741152557.jpg“호오?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으세요?”

16583741152552.jpg“그럼요! 안 그래도 발조 백작 부인처럼 직접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이 해 보고 싶었는데, 마땅한 봉사처가 없던 차였어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사벨라는 데 마레 추기경의 딸이다. 널리고 널린 것이 성황청 부설 고아원이나 빈민구제사업이었고, 그런 시설이나 사업의 총괄 책임자가 그녀의 친아버지다. 하지만 그녀는 미미하게 웃어 보였다.

16583741152552.jpg“처음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몰라서.”

16583741152557.jpg“이사벨라, 발조 백작 부인께 부탁해서 함께 가보면 되지 않아요?”

옆에서 레티시아가 도왔다. 좋아, 그래 너. 오빠한테 붙여준 보람이 있어. 밥값은 했다. 의외로 발조 백작 부인은 그 제안이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16583741152557.jpg“그러면, 다음번에 한 번 와 보겠어요 이사벨라 양? 안 그래도 요새 살바티 후작 부인이 드러누워 버려서 한 명이 비어요.”

일그러지는 표정의 클레멘테를 뒤로하고, 이사벨라는 5월의 작약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하지만 덥석 물어서는 안 된다. 쉽게 얻은 친구는 쉽게 물리게 된다.

16583741152552.jpg“이런, 살바티 후작 부인은 무슨 일로 모임에서 빠지셨나요?”

16583741152557.jpg“아, 그 왜. 미혼인 친구들한테는 소문이 안 났나. 그 궁정 광대한테 고백받았다는 사건 있었잖아요.”

왕실에서 소일거리로 데리고 다니는 곱사등이 광대가 오래 바라보며 연심을 키워온 귀부인에게 고백을 했다. 진지한 사랑 고백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기혼이었고, 광대는 곱사등이었으며, 둘 사이에는 그런 쪽의 교감이 전혀 없었다.

16583741152557.jpg“지난가을에 난리 났었지.”

16583741152557.jpg“살바티 후작이 못 참고 그 광대를 찾아가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팼었잖아요.”

16583741152557.jpg“그 일 때문에 살바티 후작가는 타란토에 왕궁을 따라 내려가지도 못했어.”

16583741152552.jpg“기사가 귀부인에게 사랑과 헌신을 맹세하는 건 흔히들 있는 일 아닌가요?”

16583741152557.jpg“기사와 광대가 어디 같소?”

16583741152557.jpg“그건 그래요. 고백조차 불쾌하죠.”

16583741152557.jpg“깜냥도 안 되는 짓이었는데, 웃고 넘기면 됐을걸 살바티 후작이 괜히 발끈해서 일을 키운 감은 없지 않아 있어요.”

한참을 자기들끼리 떠들던 발조 백작 부인과 그 일행은 문득 어린 친구들을 소외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발조 백작 부인은 이사벨라를 바라보고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16583741152557.jpg“하여튼, 그 일 때문에 살바티 후작 부인이 바깥출입이 남우세스럽다고 요새 모임에 잘 안 나와요. 한 명이 비었어요.”

16583741152552.jpg“저런……. 살바티 후작 부인은 정말로 안 됐네요.”

이사벨라는 우수 가득한 눈초리로 바닥을 한 번 쳐다보았다가, 얼굴 가득 달콤한 미소를 띠고 발조 백작 부인을 바라보았다.

16583741152552.jpg“절 불러 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겠습니다.”

이사벨라의 16년 인생 평생에 여자한테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알랑방귀를 뀌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노동력이 아깝다고 생각하며 예쁜 얼굴에 올라간 미소를 더욱 환하게 밝혔다. 그때, 무도회장 북쪽에서 귀빈의 입장을 알리는 시종의 목소리가 울렸다.

16583741152557.jpg- “국왕 폐하 납시오―!”

귀빈 전용으로 일반의 사용이 금지된 ‘백합의 방’ 뒤쪽 통로에서 국왕, 레오 3세의 입장을 알리는 왕궁 시종의 목소리가 홀을 쩌렁쩌렁 울렸다. - 빠밤! 빠바밤! 혹시나 생목으로 외치는 입장 안내를 손님들이 못 들었을까 봐, 국왕의 의장대 12인이 나타나 뿔피리를 불었다. 손님들은 대번에 자기들끼리 하던 대화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귀빈 통로 방향으로 몸을 향했다. 울려 퍼지는 뿔피리 소리 사이로 선두에 선 레오 3세와 그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마르그리트 왕비가 나타났다. 위엄있게 걷는 국왕 내외의 바로 뒷줄에는 알폰소 왕자가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의 팔에는 라리에사 대공녀의 왼손이 얹혀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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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에도 갈리코 왕국 측 사절단의 최고위 책임자인 미레이유 공작과, 국왕의 정부인 루비나 백작 부인이 뒤를 따랐다. 이사벨라의 눈이 번쩍였다. 그녀를 매몰차게 거절한 체자레 백작은 본인의 모친을 에스코트하여 왕궁 무도회에 나타난 차였다. 덕분에 왕실 가족과 함께 귀빈 통로를 이용해서 무도회장으로 들어왔다.

16583741152552.jpg‘체자레 백작, 후회하게 해주겠어……!’

어떻게 할지는 몰랐지만 하고야 말 것이다. 이사벨라는 거절당한 원한을 잊지 않는다. 손님 중 하나일 뿐일 이사벨라 데 마레가 무슨 억하심정을 품은 채 왕실 가족을 노려보고 있던지 간에, 레오 3세는 권위를 뽐내며 맨 앞에 준비된 연단으로 나서 오른손을 들었다. ‘백합의 방’에 가득 들어찬 손님들이 단번에 조용해졌다.

16583741175136.jpg- “내 믿음직한 충신들이여, ‘봄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궁정 무도회에 초대된 것을 환영하네. 그대들은 산 카를로의 핵심적인 인물들이며, 가장 존중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지.”

청중이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16583741175136.jpg- “협상이 길어져서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오늘은 결혼 동맹을 고려 중인 갈리코 왕국의 귀빈들까지 모시고 무도회를 열게 되었네. 그 기념으로 첫 댄스는 내 유일한 아들인 알폰소와, 갈리코 왕국의 라리에사 대공녀가 추기로 하지. 손님 여러분께서는 먹고, 마시고, 즐기고 가시길. 모두 왈츠를!”

레오 3세의 선창에, 좌중의 초대손님들이 일제히 화답했다.

16583741175146.jpg- “모두 왈츠를!”

레오 3세의 인사말은 거칠었지만 일단 짧다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장점이 있었다. 국왕의 인사말이 끝남과 동시에 70인조 관현악단이 일제히 연주를 시작했다. 빠른 템포의 산 카를로 왈츠였다. 라리에사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알폰소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춤의 신청은 남자만이 할 수 있었다. 알폰소는 내키지 않는 마음을 숨긴 채 그녀에게 청했다.

1658374117515.jpg“가실까요, 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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