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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아라벨라 (478/733)

<제96화> 아라벨라2021.11.03.

아라벨라는 하녀들에 의해 발견됐다.

16600825061263.jpg“세상에!”

대리석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막내 아가씨를 발견한 청소 담당 하녀는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16600825061263.jpg“아라벨라 아가씨가!”

대경실색한 청소 담당 하녀는 집안 관리를 맡고 있는 아리아드네 아가씨가 어디에 계신지 수소문했으나, 하필 아리아드네는 하녀장 대행인 산차까지 데리고 외출 중이었다. 누구에게 보고를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던 청소 담당 하녀는 궁여지책으로 집사 니콜로에게 사고를 알렸다. 집사 니콜로는 기절초풍해서 외쳤다.

16600825061263.jpg“아니, 뭘 멀뚱멀뚱 보고 있어! 당장 방으로 모시지 않고!”

그는 서둘러 1층 현관으로 달려가 쓰러진 아라벨라를 수습했다. 그 역시 혼비백산해서 보고 대상을 찾았으나, 데 마레 추기경과 아리아드네 아가씨는 하필이면 두 분 다 출타 중이었다. 결국 집사 니콜로는 급한 대로 루크레치아 마님을 찾아갔다.

16600825061263.jpg“마님! 큰일 났습니다.”

16600825061281.jpg“무슨 큰일!”

루크레치아 마님은 최근에 큰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 금쪽같은 큰딸이 수도 쓰레기의 내연녀라고 소문이 나서 근신을 당하지를 않나, 목숨보다도 소중한 아들에게 여우 년이 달라붙지를 않나, 하다못해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시골 농장으로 쫓아냈다. 루크레치아는 더 이상의 큰일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집사 니콜로의 큰일이라는 말에 루크레치아는 벌써 기분이 안 좋아졌다.

16600825061281.jpg“아니 말은 꺼내놓은 주제에 왜 얘기를 못 해?!”

16600825061263.jpg“마님, 아라벨라 아가씨가 계단에서 추락하셨습니다. 지금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십니다. 얼른 나와보시지요.”

16600825061281.jpg“아라벨라가?”

루크레치아의 짜증은 점점 더 하늘 높이 치솟았다. 중요하지도 않은 애 때문에 호들갑을 떨며 자기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집사가 탐탁지 않았다. 그녀가 집사 니콜로의 뒤를 따라 1층 손님방에서 나가 1층 현관으로 들어서자 바닥에 쓰러진, 창백하게 질린 막내딸이 보였다.

16600825061281.jpg“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루크레치아는 대뜸 소리부터 쳤다. 골치 아픈 일은 질색이다. 남의 탓을 하면 내 탓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무의식에서 나온 반응이었다.

16600825061263.jpg“모, 모릅니다. 하녀들이 쿵 소리가 나서 가까이 와 봤더니 아라벨라 아가씨께서 떨어져 계셨다고…….”

아라벨라는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지만 다행히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

16600825061281.jpg“숨은 쉬지?”

16600825061263.jpg“예. 호흡이 있으신 건 확인했습니다.”

16600825061281.jpg“그럼 얼음찜질이나 해주고 자기 방에 좀 누여놔. 그냥 놀다가 떨어진 거야. 피도 안 나잖아.”

루크레치아의 무심한 처리에 조금 놀란 집사 니콜로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16600825061263.jpg“마님, 의사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루크레치아는 안살림 권한을 모두 뺏겨 가계 생활비로 의사를 부를 수가 없었다. 의사를 부른다면 루크레치아의 쌈짓돈으로 왕진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녀의 호주머니는 최근 들어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다. 들어오는 수입은 없는데 아들내미에게 나가는 지출이 많아 출혈이 컸다. 이대로 간다면 이번 달은 이사벨라의 핑크 사파이어 티아라를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그걸 알게 되면 이사벨라 계집애가 난리를 치겠지.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그만 골아 아파져 버린 루크레치아는 버럭 화를 냈다.

16600825061281.jpg“자네, 지금 내 일 처리에 토를 다는 건가?”

루크레치아의 분노가 애먼 니콜로에게 폭발했다.

16600825061281.jpg“자네는 내 사람이야 아니면 아리아드네 계집애 사람이야! 이제는 노골적으로 내 말을 무시하려 들어?”

16600825061263.jpg“아이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마님!”

니콜로의 변명에도 그녀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루크레치아는 숫제 삿대질까지 하며 니콜로에게 화를 터트렸다.

16600825061281.jpg“내가 언제까지 이 모양 이 꼴일 거 같아! 복귀만 하면 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썩 꺼져!”

루크레치아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집사 니콜로로서는 고분고분하게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막말로, 아라벨라는 루크레치아 딸이지 자신의 자식도 아니지 않은가.

16600825061263.jpg“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마님.”

루크레치아는 콧김을 내뿜으며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 여주인을 뒤로하고, 집사 니콜로는 하녀들에게 아라벨라를 2층 그녀의 방으로 조심해서 옮기도록 지시했다. 하녀들은 집사 니콜로의 명에 두 명이 합세해 조심스레 아라벨라를 안아 들어서 옮겼다. 하녀들이 아라벨라를 안아 올렸을 때 아라벨라의 고개가 돌아가며 귓구멍에 고여 있던 피가 주르륵 흘렀다. - 뚝, 뚝. 아라벨라의 귀에서 떨어진 피는 일 층 현관에서부터 아라벨라의 침실까지 흰 대리석과 고동색 나무 마루 위에 점점이 선을 그어 지워지지 않을 궤적을 남겼다. * * * 피의 궤적을 따라 2층에서 내려온 이사벨라는 조용히 어머니의 1층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16600825073811.jpg“엄마…….”

16600825061281.jpg“넌 또 무슨 일이야.”

심기가 몹시 불편한 루크레치아는 큰딸에게마저 툭툭댔다.

16600825073811.jpg“엄마아…….”

16600825061281.jpg“도대체 왜 그래 너까지! 가뜩이나 아라벨라가 계단에서 떨어졌대서 속 시끄러운데. 이 계집애나 저 계집애나, 엄마 속을 왜 그렇게 썩여!”

16600825073811.jpg“다 아라벨라 때문이잖아!”

이사벨라는 결국 어머니의 짜증에 자기도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16600825073811.jpg“아라벨라가, 나한테 대들다가 내가 뭐라고 하니까 화내면서 뛰어나가다가 흥분해서 떨어졌다고!”

16600825061281.jpg“뭐?”

16600825073811.jpg“지가 제풀에 화내면서 막 뛰어가는데 내가 어떡해 그럼!”

이사벨라는 괜히 켕겨서 안 해도 될 말까지 주워섬기면서 하고 있었다.

16600825061281.jpg“그럼 너희 둘이 싸우다가 아라벨라가 떨어진 거야?!”

16600825073811.jpg“아니라니까! 그냥 걔 혼자 그런 거야!”

16600825061281.jpg“걔 혼자 그런 거 맞지? 네가 뭘 한 거 아니지?”

16600825073811.jpg“날 못 믿어?! 어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엄마한테 와서⋯⋯. 됐어, 다시는 엄마한테 말 안 해!”

16600825061281.jpg“이 계집애는 왜 쓸데없이 와서 시비를 걸고 난리야! 엄마 지금 심란해! 건드리지 마! 네가 아무것도 안 한 건 맞는 거지?”

16600825073811.jpg“맞다고!”

16600825061281.jpg“그럼 나가!”

  * * *

1660082508152.jpg‘으응⋯⋯.’

세상이 뿌옜다. 아라벨라는 흐린 눈을 힘겹게 깜박여 보았다. 사물이 녹아내려서 수프처럼 흘러내렸다.

16600825061263.jpg“아라벨라 아가씨? 아가씨께서 깨어나셨어요!”

누군가의 째지는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귀도 잘 들리지 않아 누구의 목소리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라벨라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아 귀를 막고만 싶었다. 아라벨라가 몇 시간 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눈꺼풀을 깜박이자 비명을 지른 목소리의 주인은 옆에서 지키고 있던 아라벨라의 전담 하녀였다. 그녀는 바람같이 달려서 아라벨라 아가씨의 어머니인 루크레치아 마님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16600825061263.jpg“마님! 마님! 아라벨라 아가씨께서 깨어나셨습니다.”

16600825061281.jpg“시끄럽게 왜 이리 호들갑이야.”

하지만 딸의 무사함에 기뻐해야 할 루크레치아는 짜증을 팩 냈다. 루크레치아의 방 안 소파에 고양이처럼 웅크려 있던 이사벨라도 퍼뜩 놀라서 고개를 쳐들었다. 루크레치아는 안 그래도 의사를 불러줬었어야 했나, 양심의 가책이 들어 고민하던 차였다. 그러나 이미 의사를 부를 타이밍은 놓쳐버렸고 고민을 하면 할수록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어 갔다. 루크레치아는 점점 더 기분이 나빠져만 갔다. 이 와중에 아라벨라가 깨어났다는 것은 천만다행인 일이었지만, 루크레치아는 자기 실수의 결과조차도 눈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아라벨라를 보러 가지조차 않는다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멍청한 루크레치아조차도 예상할 수 있었다.

16600825061281.jpg“채신머리없게 시끄럽게 굴지 좀 마!”

애먼 하녀에게 화풀이한 그녀는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2층 아라벨라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가 두려웠던 이사벨라도 어머니를 따라서 종종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 벌컥! 머리를 다친 딸아이에게 큰 소음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루크레치아에게는 본인 기분이 우선이었다. 그녀는 창백한 안색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막내딸을 보자 더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16600825061281.jpg“너! 천방지축으로 굴더니 이럴 줄 알았어.”

아라벨라는 지금 앞이 잘 안 보이고 귀가 웅웅대는 것에 더해 생각마저도 흐려진 상태였다. 아라벨라에게는 루크레치아의 단어들이 명료한 뜻으로 머릿속에 입력되지 않았다. 그녀는 힘겹게 눈을 깜박이며 어머니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했다.

16600825061281.jpg“누가 언니한테 대들래? 자업자득이다, 자업자득이야!”

언니, 자업자득⋯⋯.

16600825061281.jpg“네가 네 언니한테 대들 때부터 이런 날이 올 줄 내가 알고 있었어!”

루크레치아의 뒤로 어머니와 똑같은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 색을 가진 언니가 언뜻 보였다. 어머니의 뒤를 어미 오리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처럼 따라다니는 친언니였다. 뭘 해도 사랑받는.

16600825061281.jpg“잘하는 것도 없는 게 허구한 날 사고만 치고! 진짜 내가 너를 왜 낳았을까? 속상해 진짜!”

아라벨라의 흐려진 녹색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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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00825061281.jpg“너만 없었어도 내 인생이 이거보다는 나았어! 이거보단!”

시야가 점점 어두워져 왔다. 화내는 엄마와 엄마 뒤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언니가 아라벨라가 이번 생애에서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다. * * * 아리아드네는 산 에르콜레 대성황당에 도착해서 우선 데 마레 추기경에게 파견 나간 식솔들의 급료 주머니부터 전달했다. 그다음에는 개인적인 볼일이었다. 그녀는 음악 교육을 총괄하는 수녀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총괄 수녀님과의 대화는 자잘한 안부인사와 덕담까지 포함해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수녀님은 입시 결과를 물어보는 아리아드네에게 크게 웃으며 ‘합격!’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수녀님이 행정지원 목적으로 파두아에서 미리 받은 지원자 목록 중 차석에 ‘아라벨라 데 마레’가 기재되어 있었다고 했다. 수녀님은 지금 파발꾼이 개인별 통지서를 돌리고 있으니 하루 이틀 안으로 정식 입학 허가통지서가 집에 도착할 거라고 귀띔해 주었다. 접견을 다 마친 아리아드네는 빨리 집에 돌아가서 아라벨라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주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아라벨라! 네가 차석 입학이래! 최연소 입학이기도 하고! 하지만 귀갓길에 오른 아리아드네는 마차가 대저택의 정문을 통과할 때부터 뭔가 평소와 다른,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꼈다. 우선 정문을 지키고 있어야 할 문지기의 홀짝이 맞지 않았다.

16600825084073.jpg‘뭐지?’

불길한 예감에, 아리아드네는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외출용 망토를 건네받는 일 도메스티코에게 물었다.

16600825084073.jpg“집에 무슨 일이 있나?”

16600825061263.jpg“아라벨라 아가씨께서⋯⋯. 어서 대회랑으로 가보십시오, 아가씨.”

불길한 예감은 점차 더 가까이 엄습해왔다. 데 마레 추기경은 아리아드네보다 먼저 귀가해 있었다. 역시, 평소에는 잘 없는 일이었다. 아리아드네가 대회랑에 가까이 다가가자 저 멀리 추기경의 붉은 정복을 차려입은 데 마레 추기경이 보였다. 그 옆에서는 하인들이 재빠르게 왔다 갔다 하며 대회랑에 흰 꽃들을 채우고 있었다.

16600825084073.jpg‘흰 꽃? 난데없이?’

닫혀 있어야 할, 대회랑과 복도를 연결하는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온 집안이 불안하고 산란했다. 뭔가 심각하게 이상했다.

16600825084073.jpg“아버지.”

아리아드네는 대회랑에 들어서면서 데 마레 추기경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 옆에는 안절부절못하는 루크레치아와 낯빛이 죽은 사람처럼 가라앉은 이사벨라가 있었다. 아라벨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16600825084073.jpg“아라벨라는⋯⋯?”

데 마레 추기경이 건조한 음성으로 짧게 답했다.

16600825091502.jpg“죽었다.”

아리아드네는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16600825084073.jpg“네?”

추기경은 무미건조하게 사실을 전달했다.

16600825091502.jpg“오늘 오후에 숨이 끊어졌어. 계단에서 놀다가 머리부터 떨어졌다고 하는구나.”

데 마레 추기경은 턱짓으로 대회랑의 중앙을 가리켰다. 1 피에디(약 45cm) 정도 높이로 단을 설치한 대회랑 중앙에는 아라벨라의 체구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커다란 관이 놓여 있었다. 위압감을 주는 흑단나무 관이었다.

16600825084073.jpg“말도 안 돼⋯⋯!”

아리아드네는 단 위로 정신없이 뛰쳐 올라가 검은 관 안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잠든 것처럼, 깨끗한 피부에 상처 하나 없이 긴 아마빛 속눈썹을 내리깔고 눈을 감은 그녀의 막냇동생이 그 관 안에 누워 있었다.

16600825084073.jpg“아라벨라? 아라벨라?”

아리아드네는 손을 뻗어 아라벨라의 통통한 볼을 만졌다. 따듯해야 할 그 얼굴은 이제 생명이 다해 체온이 식어가고 있었다. 탄력 있고 보들보들했던 볼은 고무처럼 기묘한 촉감으로 손가락에 닿았다.

16600825084073.jpg“아아⋯⋯. 아⋯⋯.”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도 느껴지지 않던 현실감이 차가운 체온을 피부로 느끼고 나서야 확 와 닿았다. 아리아드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아라벨라에게 끈질기게 말을 걸어 보았다.

16600825084073.jpg“아라벨라, 일어나 봐, 언니 봐, 응?”

차게 식은 동생은 답이 없었다.

16600825084073.jpg“아라벨라, 네 합격 통지서가 도착했어……. 너 차석 입학이래, 응?”

아리아드네의 두 눈에 그제서야 눈물이 차올랐다.

16600825084073.jpg“파두아로 가야지, 가고 싶어 했잖아. 아라벨라, 큰 도시로 가서 하고 싶었던 음악을 배워야지, 응?”

아리아드네는 손을 뻗어 더듬더듬 아라벨라의 손을 찾았다. 꼭 잡아줘야 하는 작은 손이었다. 아라벨라의 두 손은 배 위에 얌전히 교차해서 놓여 있었는데, 그중 왼손이 바르게 펴지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꽉 쥐여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아라벨라의 왼손에 손톱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16600825084073.jpg‘이게 무슨……?’

그녀가 오른손을 들어 아라벨라의 왼손을 자세히 뒤집어 보려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에 훅, 이미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랑부예 구휼원에 갔을 때 보았던 것과 동일한 이능이었다.

16600825084073.jpg“아윽⋯⋯!”

아리아드네의 눈앞에 있었던 장면들이 훅훅 지나갔다. 영상이라기보다는 뇌에 강제로 있었던 사실 그 자체가 주입되는 느낌에 가까웠다. 방에 누운 채로 듣는 루크레치아의 고함과 질타, 계단 뒤에 서서 이사벨라와 했던 드잡이질, 언니가 잡아 줄 줄 알았지만 코앞에서 인모 가발을 대신 잡아채 간 이사벨라.

1660082508152.jpg‘아리 갖다 주면 좋아할 텐데!’

철제 죔쇠를 떠올리는 아라벨라.

1660082508152.jpg‘음악대학 입학 허가통지서가 도착하면⋯⋯. 언니라고 불러주자.’

다짐하는 아라벨라. - 주르륵. 아리아드네의 눈가에서 도무지 제어할 수 없는 눈물이 속절없이 흘러 떨어졌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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